[이것이 미국 영어다] (39) 미국 사람과 통성명할 때
우리 한국 사람들은 자기 이름 밝히는 것을 매우 꺼려 하는 경향이 있다. 기차나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옆자리에 앉게 된 사람과 몇 시간 이야기를 나누어도 해어질 때는 서로 이름도 모르고 가 버린다. 서로 상대방의 이름을 몰라도 우리는 몇 시간이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미국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미국 사람들은 거의 말끝마다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 버렸기 때문에 대화를 나누자면 우선 상대방의 이름부터 알아야 한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자기 이름을 대고 나서 상대방의 이름을 묻는다. 우리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뭐 두 번 다시 볼 사람도 아닌데 서로 통성명을 하자고 하느냐고 이상하게 생각할 정도다. TV나 영화에서 미국 사람들이 대화하는 것을 자세히 보라. 거의 말 한 마디에 상대방 이름이 한 번씩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상대방에게 친근감을 줄뿐만 아니라 말을 한 마디 하고 나서 잠깐 쉬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또 다음에 할 말을 생각할 여유를 주기도 한다.
어쨌든 미국 사람이 먼저 자기 이름을 대면, 이쪽에서도 자기 이름을 말하는 것이 예의다. 미국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소개할 때는 My name is George. (마이 네임 이즈 죠오지)와 같이 보통 성은 빼고 first name (훠스트네임. 이름)만 말한다. First name은 given name (기븐 네임) 또는 Christian name (크리스찬 네임)이라고도 하지만 기독교도가 아닌 사람은 물론 Christian name 이란 말을 쓰지 않는다.
싱데빙이 먼저 My name is George. 라고 자기 이름을 대면 이쪽에서도 My name is Lee. (마이 네임 이즈 리)와 같이 대꾸하면 되지만 Lee here. (리 히어)라고말해도 좋다. Lee here는 “여기는 리입니다”가 아니라 “나는 리입니다”란 말이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George라고이름을 댔는데 왜 한국 사람은 Lee라는 성을대느냐고 이상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철수’니 ‘종혁’이니 ‘경숙’이니 하는 우리 한국사람 이름은 미국 사람들이 발음하기에 매우 곤란을 느낀다. 그러므로 이름을 대주기 보다는 이름보다 더 간단한 성을 대주는 것이 차라리 낫다.
다만 My name is Lee. 나 My name is Kim. 이라고 하면 Lee나 Kim은 미국에도 흔한 first name 이므로 이것을 first name으로 미국 사람들이 오해할 염려가 있을 때는 My nameis Lee, Mr. Lee. (마이 네임 이즈 리, 미스터 리)라고 하면 “내 이름은 리입니다. 성이 리입니다” 라는 뜻이 된다. 자기가 자기를 Mr. Lee라고 존칭을 쓸 수 있느냐는 의문을 갖기 쉽지만, 이때 Mr. Lee는 존칭이라기보다 Lee가 family name 이라는 것을 표시하는 것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Mr. 다음엔 반드시 family name이 와야 하기 때문이다.
A : Hi. My name is James.
B : Hi. My name is Kim, Mr. Kim.
A : What’s your first name, Mr. Kim?
B : Jong-hyok. It’s kind of hard for you to pronounce, isn’t it?
A : Sort of.
B : So, call me Kim, as if it’s my first name.
A : All right, Kim.
A : 하이,내이름은 제임스입니다.
B : 하이,내 이름은 김입니다. 성이 김입니다.
A : 퍼스트네임은 무엇입니까, 미스터 김?
B : 종혁입니다. 발음하기가 좀 어렵지요?
A : 약간.
B : 그러니, 김이 내 퍼스트 네임인 것처럼 생각하시고 나를 김이라고 부러 주세요.
A : 좋아요,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