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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neti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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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화일
내 용
2003년 2월 19일 06:35분..
기상을 알리는 불침번의 구호소리를 들으며 피곤한 몸을 일으켜 세웠다. 매트리스와 모포를 정리하고 전투복으로 환복하려는 순간 당직 상황병이 말했다.
“… 일병님.. 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빨리 받아 보십시오.”
상황병의 얼굴은 비록 나의 후임병이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였으나 조금 긴장되고 경직된 표정이었다. 전날 벌어진 때문이려니 하고 한편으로는 벌써 그 때문에 안부전화를 여러통 하였던터이라 아무런 의심없이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였다. 그리고 아버지는 울고 계셨다.
“할아버지 어제 사고로 돌아가신 것 같다...”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너무나 무덤덤하게 반응하는 내 자신이 신기할 정도였다. 설마하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전화를 받고 내무실로 걸어 들어갔다. 갑자기 울컥 울음이 솟아 나왔다. 온갖 생각이 교차하면서도 의외로 내 마음은 담담했다. 그 담담함이 너무나도 이상하게 느껴졌다. 진정 슬플 때 울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 미웠다. 청원 휴가를 끊고 생전 처음으로 타보는 비행기의 설레임도 느끼지 못한 채 나는 대구로 향하고 있었다
2003년 2월 23일 사고 날로부터 4일 후..
할아버지.. 오늘에서야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중앙로 지하철역’에 가봤습니다.
TV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너무나 처참하고 황폐한 지하철의 모습에 가슴이 메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입구에서 몇 미터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아직도 그때의 열기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전 젤 처음 그것이 밑에 내려가 있는 사람들의 열기인 줄로만 알았어요. 근데 계속 있다보니 그때 생긴 그으름들이 아직도 열기를 내 품고 있는 것이더라구요. 지하철 승강장은 지하 3층. 떨어져 깨져버린 타일들과 뜯겨진 천장은 그 때의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숨막혔을까 얼마나 뜨거우셨을까 연세도 많으셔서 다른 젊은이들처럼 뛰시지도 못하셨을껀데 아니 할아버지가 타신 1080호 열차는 문 조차도 안 열려서 얼마나 갑갑하고 두렵고 숨막히고 고통스러우셨을까하고 생각하니 이제야 참았던 아니 이제 다 말라서 없어졌던 눈물이 다시 흘렀습니다. 그때 열기로 인해 종유석처럼 녹아버린 비상구표지판.. 전등하나 들어오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계단을 찾느나 여기저기 디딘 손자국, 손톱자국.. 그리고 모두들 질식사하게 만든 유리섬유 같은 합성수지들이 들어온 지 몇 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눈이 맵고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참… 사고를 당한 모든 사람들이 다 불쌍하지만 더더욱 불쌍한 사람은 저희같이 실종자 신고만 해놓고 유해조차도 없는 사람들인 것 같에요. 합동분향소에서는 시신이 없다며 영정사진조차 올리지도 못하게 하고 대구시장은 저희를 마치 쇼라도 해서 위로금이나 받아 챙기려고 발버둥치는 그런 인간으로 봅니다. 실종자들은 지정된 자리도 마땅히 앉을 자리도 없이 이곳저곳 서성이다 이제야 겨우 사고가 난 역에서 밤새워 실종자들의 권리를 찾으려고 발버둥치는데 그마저 8월달에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문에 청소해야 된다며 나가라네요. 참.. 너무나 어이가 없습니다. 너무나 기가막혀 할말이 없습니다. 할아버지의 유해가 없는 것도 억울한데 너무나 새까맣게 타버려 몇 백년이 지나도 썩지도 않는 뼈들이 너무나 뜨거워 다 타버리고 없어져 버려서 장례식도 못 치루고 이렇게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는 내 자신도 억울한데 이런 오해까지 받아가며 이런 치욕을 당하면서 까지 제가 대구의 시민이고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점이 너무나도 싫습니다. 살면서 이토록 힘이 없음을 한탄해 본적이 없습니다. 1080호 열차의 시작점인 안심역부터 동대구역까지는 정말로 대구에서도 힘없고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 입니다. 국가에서 뭘하든지 나라에서 뭘하던지 그냥 바보같이 묵묵히 큰소리 한번 내지도 못하고 해라는데로 하자는데로 따라오던 사람들 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놈들이 저희가 바보라고 무시하네요. 아직도 변변히 큰소리 한번 못낸다고 TV 앞에서는 실종자 유가족들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원한다고 약속해놓고서는 카메라가 없는 곳에서는 너희는 유해가 없으니 영정사진 올리지 마라 그러고 너희들 혹시 돈 탈려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냐하고 ‘시민회관’에서 쫒아내고 이제야 자리를 잡고 아직도 석면가루가 날려 조금만 앉아있어도 머리가 아픈 곳에서 침묵시위하면서 유가족의 권리를 찾으려고 하니 실종자 가족 200여명이 모인자리에 달랑 모포 20장 가져다 주고 대구시장이라는 놈은 보좌관에게 20장이나 가져다줬나 하는 식으로 말했다니 정말 제가 이렇게 힘이 없음을 한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억지로 끌려온 듯한 부시장은 약속시간이 지난지 2시간이 지나서야 나타나서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그렇듯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감투의식에 젖어 목에 잔뜩 힘만 주고 마치 선거 때 하는 허례허식적인 말로 의식적인 말로 사죄한다고 죽을 죄를 졌다고 말하지만 만일 자기 부모가 죽었다면 자기 처, 자식이 죽었다면 지금처럼 그럴 수 있겠습니까?
너무나 실망했습니다. 방송에 나올 때만 하는 대구시의 아니 대구시장의 거짓된 말과 사건을 축소하여 빨리 마무리 지으려는 국가의 태도에 말입니다.
점점 대구지하철 방화사건도 잊혀져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 그러고 보니 이것도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문제죠. ‘냄비의식’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어버리는… 사건현장에서도 그 바글바글하던 방송사들과 기자들이 이제는 몇 남지 않았네요. 이 사건도 곳 잊혀지고 사람들은 뉴스를 안보고 각종 오락 프로그램들이나 시트콤을 보고 다음날 아침에 그 이야기를 하겠죠. 하지만 저는 싸울 것 입니다. 비록 복귀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때 까지라고 싸울 것입니다. 이것은 사비를 들여가며 지하철 입구를 하얀 국화꽃으로 장식해준 대구시민이 있기 때문이며 비록 자기 가족이 사고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물심양면으로 유가족들을 도와주고 있는 봉사단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힘을 내서 할아버지의 유해를 찾는다 해도 싸울 것 입니다. 이 더러운 권력층들의 야비함에 대항해 그리고 진정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위해…
할아버지 지켜봐 주세요…
p.s 아까전에 한 아저씨가 한 말씀이 생각나네요. 월드컵 수백번해도 소용없다 유니버시아드 대회 수십번해도 소용없다. 우리 아버지가 우리 동생만 돌아올 수 있다면 볼 수 있다면 그런 거 다 필요없다. 그런 걸로 국민들 시민들 단결력이다 애국심이다 띄어놓고 뒤로는 남은 돈 갈라먹는 놈들.. 그런 거 다 필요없다. 아버지가 내 동생이 보고 싶다.
실종 여대생 핸드폰 절규 50초
대구지하철 참사로 실종된 한 여대생과 어머니의 마지막 통화 내용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엄마! 지하철에 불 났어.
-희정아! 침착해라. 떨지말구…,손수건으로 입을 막고,자세를 낮춰라…,주변에 사람이 없니?
△엄마! 전부 다 갇혔어….
-희정아,유리창을 깨봐….
(이후 1∼2 초간 말이 없음)
△엄마! 도저히 못참겠다….
(이후 연락이 두절됨)
이 통화 내용은 지난 18일 오전 대구지하철 1호선 참사로 실종된 대구대 2년 이희정(21)양이 사고 직후 50초간 자신의 어머니와 나눈 애절한 통화 내용이다.
이양은 어머니의 침착하고 자상한 충고에도 아랑곳없이 사고 이후 소식이 두절돼 가족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이양은 이날 시험 준비를 위해 평소 다니던 대구 중앙로역 근처의 모 회계학원에 가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족들은 희정양이 어느 순간 홀연히 나타나 '엄마,아빠…'라며 달려오는 환상에 자꾸만 젖어들고 있다. 특별취재팀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시민입니다 거의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중앙
로) 대구시민입니다. 중앙역은 한번 들어가면 제자리로 빠져나오
기 힙듭니다 (대낮에도) 그리고 지하상가로 이어져 있습니다.그런
데 다들 언론에서 누구 잘못이네 하면서 그러는데 2층부터 가장 큰
대피소는 불이 환희 켜진 지하상가의 출구 입니다. 지하철은 정전
이 되더라도 여기는 정전이 없습니다. 출구도 엄청 큽니다. 근데 셔
터문을 내렸습니다 연기 올라온다고 ......
어이가 없죠 2층에서 올라오면 그 길로 빠져 나갈수 있습니다. 화면
에 비추던 출구 구멍은 절대 많이 사용하지 않습니다.평상시도 지하
상가로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죠 그러니 불이 나서 정전 되니 다들
그길을 택했고 거긴 차단 되어서 거기서 한창 돌아가면 (화면의 출
구죠)죽음의 길이죠
분명히 말하자면 상익에 눈이 어두운 사람들/.......
셔터를 내려라 지시 했다고 하더군요 정말 어이가 없어서
답답해서 죽어라 소리치며 그길을 원했지만 굳게 그렇게 닫혀 있었
죠 그러니 더 많은 목숨을 빼앗아 갔죠 그길만 열리면 연기도 많이
빠져 살텐데
현장 가보시면 검은 동굴 옆에 환히 깨끗한 큰출구에 '지하철 공사
중"이라고 쓰여저 셔터로 내려져 있고 또 한쪽에서 돌아가면 파란
색깔의 천막천을 드리워 놓았습니다. 오늘 그길을 막았습니다.
꼭 이글을 여러 방송국에 복사하고 또 알립시다
지금이 어느땐데...
*** 앵 커 멘 트 *** 대구 지하철 사고로 희생된 승객들에 대한 국민적 애도 분위기도 아랑곳 않고 일부 한나라당 당직자와 의원들이 당원 단합을 명분으로 윷놀이 대회 등 대규모 잔치판을 벌여 물의를 빚고 있습니다. 이현진기자의 보돕니다. *** 리 포 트 원 고 *** 한나라당 권기술의원 집 앞에서 대규모 잔치판이 벌어졌습니다. 흥겨운 풍물패 공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윷놀이 판이 한창입니다. 한쪽에서는 2천여 명에 이르는 참가자들에게 떡과 고기 그리고 음료수와 식사가 제공됩니다. 일부는 술판까지 벌입니다. 한나라당 울주군 지구당이 당원 단합을 명분으로 마련한 윷놀이 대횝니다. 이 자리에는 박희태 대표 권한대행은 물론 대구 출신으로 당 지하철 참사 대책단장인 강재섭 최고위원까지 참석했습니다. 울산지역 일부 국회의원과 단체장과 지방의원들도 대거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단상에서의 발언도 치적 홍보 일색입니다. 박희태/한나라당 대표권한대행 강재섭/한나라당 최고위원 같은 시각 대구에서는 지하철 참사로 희생된 사람들을 애도하기 위한 조문 행렬과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행사를 주관한 울주군 지구당측은 이미 초청장을 보낸 뒤여서 부득이하고 행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로 온 국민이 비탄에 잠겨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일부 당직자와 의원들의 이같은 행태를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지 의문입니다. 케이비에스뉴스 이현진입니다.
이 글은 대구지하철 참사로 실종자가 된 박정은 양의 동생 박승배군
대구대학교 게시판에 남긴 글입니다..
얼마전 일어난 대구지하철 참사.....여기에는 여러분의 선배이자 동
문인 박정은이 있었습니다..
아직까지 실종자 명단에만 남아 있고 사망진단을 받지 못했습다...
대구에서 자취를 하며 취업을 위해 자격증 공부를 한다며 나간 누
나..시골에 계신 부모님의 형편을 알기에 열심히 공부하던 누나가
그렇게 학원을 가다가 영원히 돌아 오지 못하는 길로 가버렸습니
다..뜨거운 불 구덩이 속에서 한 줌의 재로 편했을 누나.....
하루 빨리 유골을 찾아 편히 천국으로 갈 수 있도록 보내 주었으면
합니다..며칠전 발렌타인 데이라고 군에 있는 저를 위해 초콜렛을
보내주며 "3월달에 꼭 면회 갈께...필요한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
해...누나가 능력 되는데까지 도와줄께 군 생활 잘하고 혹한기 훈련
무사히 마쳐..."이렇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영원히 돌아 올수 없는
길을 갈줄은 몰랐습니다. 훈련을 도중 대구에 지하철 사고가 났다
고 들었습니다... 설마 하는 생각에 그냥 모른척 넘어 갔었는데...
어느 순간 눈에서 눈물이 나며 누나가 죽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래도 설마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가 도저히 참을수
없어 간부의 휴대폰을 빌려 누나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고 집으로 전
화를 해도 도저히 받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옆집 동생에게 전화해
서 집에 가보라고 했는데 집에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그래서 괜찮
겠지 하는 생각에 훈련을 마치고 부대 복귀 하는 순간 사촌형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 승배야 훈련 무사히 마찬다고 수고 했다..놀라지 말고 잘 들어...
대구 지하철 사고로 누나가 실종 됐어...아버지 휴대폰 샀으니 전화
한번 해봐.."
그 순간 저는 전부터 예감이 좋지 않았던게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시골에서 농사 지으시는 부모님께서 누나를 찾기위해 합동 분양소
에 계셨습니다..
너무나 놀라서 이제야 연락하게 됐다고...전 어제 저녁에 곧 바로 강
원도에서 버스를 타고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왔습니다. 전 지금 누
나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찾기 위해 누나가 다니던 치과에서 치아 엑
스레이 사진을 찾으러 왔습니다. 전 이대로 누나를 영원한 실종자
로 남길 수가 없습니다..지금 정부에서는 이 사건을 점점 묻어 두려
합니다. 그리고 점점 은폐하며 사건을 종료 하려 합니다.
대구 시에서는 실종자의 유골을 조금이라도 찾을 생각은 하지 않고
지하철 복구를 서두르려 합니다..
이대로 간다면 수많은 실종자들은 영원히 실종자로 남을 것 입니
다.
지금 저에게는 대구시나 정부를 위해 싸울 힘이 없습니다..전 너무
나 나약하기에 이렇게 여러분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어제 유족들은 지하철안 비공개 테이프를 봤습니다.
그 장면은 죽을 때 까지 잊지 못 할 것 같습니다. 불이 붙은 전동차
에 갖힌 사람들은 모두 불을 피해 전동차 구석으로 왔습니다.. 거기
서 그 들은 어둠속에 죽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도저히 빠
져 나갈 길이 없었던 그들은 거기서 한명씩 죽어 갔습니다.
그들은 갖혀서 생화장을 당하고 있었습니다..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뜨거웠을까?...그 곳에는 수 많은 사람들의 뼈가 바닥에 깔
려 있었습니다..여기 저기 뒹굴고 다니는 두개골..
차마 눈 으로 볼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그 두개골 중에 하나는
저의 누나의 것 일 수도 있습니다.
아님 완전히 한 줌의 재로 변해 도저히 찾을 수 없을 지도 모르겠습
니다. 유골은 찾지 못할 수도 있지만 영원한 실종자가 아닌 사망자
로서 무사히 주님의 품으로 돌아 갈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 정은이 누나 .. 육체는 이 세상에서 사라졌지만...그건 모두 주님
이 누나를 너무나 사랑하시기에 빨리 데려 가신 걸 거야... 만약 누
나가 지하철을 조금만 늦게 탔다거나 빨리 탔어봐..
그럼 아무일 없었을 거 아냐?... 누나가 탔을 때 사고가 난 건 주님
이 누나를 데려가기 위해...
누나를 너무나 필요로 하시기에 데려 간 거야...누나는 이제 세상에
는 없지만... 여기보다 더 좋은 주님이 계신 천국에 있잖아...그리고
누나는 항상 내 맘속에 영원히 자리 잡고 있어..
내가 나중에 천국으로 가면 그때 만나...우리 가족 모두가 만나는거
야..엄마..아빠..누나...그리고 나 그때는 정말 모두가 행복한 모습으
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누나 잘가 ......영원히 행복해야돼....
내가 꼭 누나를 영원한 실종자가 아닌....천국으로 간 걸 모든 세상
이 알게 해 줄께...누나 너무 걱정하지마...엄마....아빠.....곁엔 내
가 있으니 편힌 눈 감아......그리고...미안해......누나..
누나를 지켜 주지 못해서....... 다음엔 꼭 누나를 영원히 지켜줄
게.......안녕...."
저는 이번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에서 졸업식으로 가던중 희생된 김향진(23), 김철환(21) 오누이의 유가족입니다.
향진이는 제 친 동생 이상으로 사랑하는 대학 후배입니다.
이 글을 쓰려고 하는 저의 솔직한 심정은...
너무 화가나고 숨이 막혀서 헛구역질이 날 지경입니다.
대구 지하철 방화사건 현장인 중앙로 역은 현장 보존이라는 명분하에 경찰들에 의해 출입이 금지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장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실종자 가족들과 경찰의 몸싸움 끝에 사고 현장의 일부가 공개되었습다. 오늘 새벽 실종자 가족은 경찰과 또한번의 실랑이 끝에 사고 현장 전부를 목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은 사고현장을 물로 말끔하게 씻어내는 중이었습니다. 바닥이 광택날 정도였으니까요...
더욱 충격적인것은 오늘 새벽(23일 새벽 2시경) 물청소를 하던 사고현장 지하3층 승강장 가장자리에서 사고 현장을 보러 온 한 시민에 의해 유골 잔해가 발견된 것입니다. 너무 어이가 없고 분통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 현장 보존의 명분으로 유족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던 만 하루 반 동안의 사고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것일까요? 마음데로 시신과 유골을 쓸어담아 쓰레기통에 버렸는지도 모를일이 아닙니까. 곧, 유족들에게 공개되기 전에 증거를 모두 치워버리고 복구를 하려한 것입니다. 사고 현장이 그대로 보존되어도 찾을까 말까한 상황에서 유족의 동의도 없이 몰래 월배차고지로 사고 차량을 옮긴 것 하며, 현장 보존을 명분으로 안쪽에서는 몰래 물청소를 한 것 까지... 오늘 새벽에 물청소 중인 중앙로 역에서 발견된 유골 잔해는 명백한 증거 인멸의 가장 확실한 증거인것입니다. 당국의 이토록 교활한 행위는 불을 지른 김대한씨와 공범이나 다름없이 실종자 가족들의 텅빈 가슴을 찢고 있습니다.
아직 유독가스 냄새가 채 가시지도 않은 지하철 중앙로역 현장에는 실종자 가족들이 해골그림이 그려진 마스크를 하고 물청소및 복구 중지, 지하철 운행 중지를 강력히 요구하는 침묵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실종된 가족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그들... 보고 싶은 가족 생각으로 하루에도 몇번씩 오열과 실신을 반복하는 그들...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그들이 그 차가운 지하 현장에서 채 가시지 않은 유독가스를 마시며 시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너무 추운 나머지 대구시에 담요와 난로, 환풍기를 지원 요청했으나 대구시민회관이 아닌 어떠한 장소에도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냉정한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역으로 말하면 시위 하지말고 현장을 떠나라. 이것은 물청소를 계속 하여 증거를 없애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인것입니다.
70여억원의 성금이 삽시간에 모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습게도 대구시민회관 실종자 가족 대기실의 오늘밤은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난방이 끊겼기 때문입니다. 성금은 유족을 위해 모인것이 아닌가요? 난방비조차 마련되지 않는단 말입니까? 성금을 모으고 있는 각 방송사, 단체는 성금 내역과 쓰임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유족들에게 그대로 온전히 전달되어야 합니다. 유족들을 위해 모인 성금은 유족을 위해 쓰여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지금 실종자 가족 대기실에서는 한 공무원의 발언으로 술렁이고 있습니다. 희생자가 사고 현장에 있었다는 명백한 인과관계조차도 인정할 수 없으니 유골 DNA에 의한 증거가 아니면 절대 사망자 명단에도 오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절규와 오열로 지쳐 있는 실종자 가족들은 그에게 거칠게 항의했고 그는 지금 시민회관에서 도망쳤습니다.
상당수의 희생자들이 사고현장으로 휴대폰 위치 추적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CCTV에서도 희생된 가족의 모습을 확인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관계당국은 이 사실로도 억지를 쓰며 사망 인정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대통령 령에 의한 선포가 없으면 절대로 불가능하단 말까지 했습니다.
휴...저는 사랑하는 후배를 잃은 슬픔으로도 많이 지쳐있는데 이같은 명백한 증거가 소용이 없다니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입니다.
보수적인 대구시는 개혁의 뒤안에서 사건 축소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싸구려 전동차 입찰 서류에 최종 도장을 찍은 지하철 공사장과 문희갑 전 대구시장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할 마당에 당국의 지위에 따른 힘없는 당직자들만이 이 사고의 책임을 떠맏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이 열악한 대구를 떠나고 싶은 심정입니다.
두서없이 긴 글 읽어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부디 이러한 저희 실종자 가족의 상처받은 마음이 빨리 치유될 수 있게 이 글을 복사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도와주세요. 간절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