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정리
[이 작품은] 도학자인 북곽 선생과 수절 과부인 동리자의 위선적 행동을 통해 당시 지배 계층인 양반들의 도덕 관념을 풍자한 한문 소설로, ‘범의 질책’이라는 제목처럼 의인화된 범을 내세워 작가의 비판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갈래 : 한문 소설, 우화 소설, 풍자 소설
*성격 : 풍자적, 비판적, 우의적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배경
① 시간 - 정(鄭)나라
② 공간 - 어느 고을
*제재 : 양반의 허위의식
*주제 : 양반의 위선적인 삶과 인간 사회의 부도덕성 비판
*특징
① 우의적 수법을 사용함.
② 인물의 행위를 희화화하여 제시함.
③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인간의 부정적인 삶을 비판함.
*연대 : 조선 영 · 정조 때(18세기 후반)
*출전 : “열하일기(熱河日記)” 중 ‘관내정사(關內程史)’
어휘 풀이
*육경(六經) : 중국 춘추 시대의 여섯 가지 경서(經書). “역경”, “서경”, “시경”, “춘추”, “예기”, “악기”를 이르는데 “악기” 대신 “주례”를 넣기도 한다.
*제후(諸侯) : 봉건 시대에 일정한 영토를 가지고 그 영내의 백성을 지배하는 권력을 가지던 사람.
*봉(封)하다 : 임금이 그 신하에게 일정 정도의 영지를 내려 주고 영주(領主)로 삼다.
*흥(興) : 시에서 나타내려는 내용과 직접 관계가 없는 다른 물건을 읊어서 그 내용을 표현하는 방법.
*예기(禮記) : 의례에 대한 해설과 음악 · 정치 · 학문 등 여러 방면에 걸쳐 예의 근본 정신에 대해 서술한 중국의 고전.
*유자(儒者) : 유학(儒學)을 공부하는 선비.
*하토(下土) : 농사짓기에 아주 나쁜 땅. 여기서는 인간 세상, 속세를 가리킴.
*천신(賤臣) : 천한 신하라는 뜻으로, 신하가 임금을 상대하여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일인칭 대명사.
*오륜(五倫) : 유학에서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도리.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을 이름.
*권면(勸勉) : 알아듣도록 권하고 격려하여 힘쓰게 함.
*사강(四綱) : 예의염치(禮義廉恥)를 이르는 말.
*자자(刺字) : 얼굴이나 팔뚝의 살을 따고 홈을 내어 먹물로 죄명을 찍어 넣던 벌.
*먹실 : 먹물을 묻히거나 칠한 실. 죄인의 이마나 팔뚝 등에 먹줄로 죄명을 써넣던 묵형(墨刑)이라는 형벌이 있었음.
전체 줄거리
[발단] 어느 고을에 학자로 존경받는 북곽 선생이라는 선비와 수절을 잘하는 부인이라 하나 성이 다른 다섯 아들을 둔 과부 동리자가 있었다.
[전개] 북곽 선생이 동리자의 방에 들어가 밀회를 즐기고 있는데, 과부의 아들들이 북곽 선생을 천 년 묵은 여우로 의심하여 방으로 쳐들어온다.
[위기] 북곽 선생은 도망치다가 똥구덩이에 빠진다.
[절정] 때마침 먹잇감을 찾아 마을에 내려온 범은 북곽 선생의 위선적인 모습과 인간들의 파렴치한 행동 등 부정적인 모습을 신랄하게 꾸짖고 사라진다.
[결말] 북곽 선생은 범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비굴한 모습으로 목숨을 애걸하다가 새벽에 일하러 나온 농부와 만나게 된다. 북곽 선생은 범이 사라진 것을 알고 또다시 위선적인 모습으로 돌아와 자기변명을 한다.
인물 소개
*북곽 선생 : 높은 학식과 고매한 인품을 가진 선비로 추앙받지만 실상은 부도덕하고 위선적인 인물로, 평소에는 위엄 있는 척하다가 위기 상황에서는 비굴함을 보이는 이중적인 인물이다.
*동리자 : 열녀로 알려진 수절 과부지만 실상은 성이 다른 다섯 아들을 둔 표리부동한 인물이다.
*다섯 아들 : 북곽 선생과 동리자의 위선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지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물들이다.
*범 : 비판적인 작가 의식을 대변하는 의인화된 대상으로, 위선적이고 이중적인 양반들을 꾸짖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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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
‘호질’은 ‘북곽 선생’과 ‘동리자’의 이중적 행동을 의인화된 인물인 ‘범’을 통해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당시 양반 계층의 부패한 도덕 관념과 허위의식, 짐승만도 못한 인간의 부도덕성을 풍자한 작품이다.
작가는 명망 높은 유학자로 존경받는 ‘북곽 선생’과 열녀로 추앙받는 ‘동리자’의 표리부동하고 위선적인 행동을 통해 사대부 계층의 부패한 도덕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또한 범 앞에서 보이는 ‘북곽 선생’의 비굴한 행동과 범이 사라진고 난 뒤 농부 앞에서 보이는 위선적인 모습을 통해 끝까지 위선과 허세를 버리지 못하는 이중성도 풍자하고 있다.
한편 이 작품에서는 ‘범’이라는 의인화된 대상을 내세워 ‘북곽 선생’을 꾸짖고 있다. 여기서 ‘범’은 성리학적 이념만을 중시하는 사대부의 관념성과 부도덕성을 비판해 온 연암의 의식을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작품 연구실인물을 통해 드러난 풍자 의식
‘북곽 선생’은 학식 있고 고매한 인품의 유학자(儒學者)이고, ‘동리자’는 열녀로 추앙받는 미모의 과부이다. 이들은 유교적 질서 내에서 이상적인 인간형으로 칭송받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모습을 지니고 있는데, 북곽 선생이 동리자와 밀회를 즐기는 것이나, 동리자가 성이 다른 다섯 아들을 두고 있는 것이 그런 모습이다. 작가는 이렇듯 겉과 속이 다른 두 인물을 제시하여 당대 지배층의 허위의식과 부도덕성을 풍자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범’의 역할
‘범’은 ‘선비’로 대표되는 인간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주동적 인물이며,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영적 동물로서 작가 의식을 대변해 준다. 여기서 작가가 범의 입을 빌려 당대 지배층을 꾸짖는 것은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 당시 유교 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는 ‘범’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우회적으로 드러내어 당대 지배층의 위선과 비도덕적인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작품의 묘미와 흥미를 더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농부’의 역할
위선과 아첨에 젖어 있는 도학자(북곽 선생)와 부지런히 노동을 하며 건실하게 살아가는 서민(농부)을 극명하게 대비하여 무능하고 부패한 사대부층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고 자기 혁신을 촉구하는 작가의 의도를 드러낸다.
‘호질’의 우화적 성격
우화의 가장 큰 특징은 의인화한 부정적 인물이 등장하며 그 인물의 본질을 풍자적인 조소와 해학으로 폭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질’은 우화의 기법을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의인화된 인물인 ‘범’이 부정적 인물인 ‘북곽 선생’의 위선과 허세를 풍자하고 인간 사회의 부정적 속성을 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우화와 차이를 보인다. 이렇게 인간의 속성이 부여된 범을 통한 우회적인 비판은 직접적인 비판보다 풍자의 효과가 크다.
‘호질’의 풍자 대상
① 북곽 선생과 동리자(일차적 풍자 대상)
겉으로는 도덕적인 선비와 열녀로 추앙받는 수절 과부이지만, 함부로 과부의 방에 들어가고 성이 다른 자식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겉과 속이 다른 인물들이다. 주된 풍자의 대상은 ‘북곽 선생’으로, 범은 북곽 선생을 향해 ‘더럽다.’, ‘유(儒)는 유(諛)라.’ 라고 하며 직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② 양반 사회와 인간 사회(풍자 대상의 확대)
작품의 후반부에서 풍자 대상이 개별적 인간에 머물지 않고 선비 계층과 인간 사회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북곽 선생이라는 인물에서 나아가 유학자들의 위선, 이중성, 속물근성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를 확장하여 인간 사회 전반에 걸쳐 인간의 부도덕성, 악덕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③ 동리자의 아들들과 농부(부차적인 풍자 대상)
동리자의 아들들은 북곽 선생과 동리자의 위선적인 모습을 목격했음에도 그 상황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의 어머니는 여전히 열녀이고 눈앞의 북곽 선생은 천 년 묵은 여우의 화신으로 이해하는 등 허상에 빠져 있다는 점에서 풍자의 대상이 된다. 본질을 보지 못한다는 점은 농부도 마찬가지이다. 똥을 뒤집어쓰고 비굴한 자세로 엎드려 있는 북곽 선생을 발견하고도 북곽 선생에 대한 고정 관념 때문에 눈앞의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리석은 모습을 보인다.
‘호질’에서 ‘범’의 역할과 그 활용 의의
① 역할
‘범’은 작가 의식을 대변하는 의인화된 인물로, 비현실 세계의 존재로 나타나면서 풍자의 주체가 되어 현실 사회의 본질과 모순을 꿰뚫어 보고 있다. 또한 객관적 관찰자로서 인물의 부도덕성을 객관적으로 보여 주고 있으며, 동시에 인간과 사회의 심판자로서 양반 지배 계층의 위선적 속성을 폭로하고 풍자하고 있다.
따라서 작가는 범을 통해 북곽 선생으로 대표되는 당대의 위선적이고 부도덕한 선비 계층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한편으로 동물보다 못한 인간의 부도덕한 악행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② 활용의 의의
‘범’의 입을 빌려 현실의 모순을 비판한 것은 당시 유교 사회에서는 직접적인 현실 비판이 받아들여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범을 통해 우회적으로 당대 지배층의 위선과 부도덕한 모습을 풍자함으로써 유교 사회의 지탄도 받지 않고 작품의 묘미와 흥미까지 더하면서 신랄한 현실 비판의 목적도 달성하고 있다.
연암 박지원의 한문 소설
*허생전(許生傳) : 양반들의 무능에 대한 비판과 각성 촉구
*양반전(兩班傳) : 양반들의 허례허식과 횡포 고발
*광문자전(廣文者傳) : 정직하고 신의 있는 삶에 대한 예찬
*예덕선생전(穢德先生傳) : 바람직한 벗의 사귐과 참된 인간상 제시
*민옹전(閔翁傳) : 시정 세태에 대한 비판과 풍자
*김신선전(金神仙傳) : 신선 사상의 허무맹랑함 풍자
*마장전(馬駔傳) : 선비들의 벗 사귐에 대한 풍자
*열녀함양박씨전(烈女咸陽朴氏傳) : 조선 시대의 개가 금지 풍속 비판
작가 소개 - 박지원(朴趾源, 1737 ~ 1805)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소설가로 호는 연암이다. 박제가 · 홍대용 등과 함께 북학파의 영수로서 청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일 것을 주장했고, 문학을 통해 양반 계층의 공리공론(空理空論)을 배격하는 한편, 독창적인 사실적 문체와 비판적인 문학을 확립했다. 저서에 “열하일기(熱河日記)”, “연암집(燕巖集)”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