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도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유형오
종교란 내 인생에서 별 도움이 안 되는 것 중 하나일 뿐이었다. 유치원 때는 수업이 교회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어쩔 수 없이 다녔지만, 초등학교 때부턴 발걸음을 끊었는데 과자를 준다고 하여 누나들 손에 이끌려서 크리스마스 때 교회에 가보고, 초파일 때는 용돈 준다는 어머니 말에 절에 가서 절하였고, 군대 입대 후엔 일요일 작업하기 싫어서 신자라며 교회와 성당을 도피처로 삼아 나간 게 전부였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울지 마! 톤즈>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고 이태석 신부의 일생을 영상화한 것으로, 군의관으로 복무 후 37세에 교황청에서 신부 수업을 마치고 아프리카 최 빈민국인 남수단의 톤즈 마을로 갔다. 교회보다는 학교를 먼저 설립하였고 말로 하는 봉사가 아닌, 몸으로 실천하는 봉사활동을 하여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만족하는 마을 주민들과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며 ‘가장 못 한 사람에게 행하는 것이 바로 나에게 하는 것이다’란 말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사람들을 차별 없이 의술과 전도로 봉사활동을 하다 자신은 대장암으로 선종하였으니, 누구나 존경할 수밖에 없겠다.
몇 년 전 **지구대 근무 당시다. ‘너희들, 오늘 뭐 했냐?’라는 고함이 밖에서도 뚜렷하게 들려왔다. 주차장 차 안엔 모녀로 보이는 여인과 학생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주간에 뭐 하나 터졌구나.’ 야간 근무로 출근 중이었다. 지구대 문안에 들어서니 여학생 아빠로 보이는 남자가 흥분하여 소리치고 있었다. 학생인 딸이 하굣길에 60대 중반의 남자 노숙자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다. 허름한 차림에 몸집도 왜소하고 목소리가 힘이 없고 너무나 애처롭게 ‘도와 달라’고 부탁하여 학생은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라면 상자를 들고 지하실로 갔다가 졸지에 당했다고 한다. 집으로 가서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잠깐 잠을 잔 후 저녁 식사 때 부모에게 말을 하니, 부모가 지구대로 온 것이라고 한다. 현장에 가 보니 철거를 앞둔 2층 건물로 지하실에는 이불이 깔려 있었고 빈 술병과 라면과 빵 봉지만 덩그러니 널려져 있었다.
이 건물 멀지 않은 곳에 교회가 있었는데 5개월 전부터 ‘무료 급식소 봉사활동을 한다.’라며 매주 수요일마다 점심 한 끼를 노숙자 및 동네 어른 신들에게 대접했었다. 처음엔 동네 주민들만 이용했는데 한 달쯤 지나니 노숙자들이 하나, 둘 늘어나다 2달 전부터는 주민들은 보이지 않고 노숙자들만 무료 급식을 이용하였다. 날이 갈수록 동네에 노숙자들이 늘어나면서 마당에 널어놓은 빨래가 없어지고, 처음 본 사람이 대문을 열고 들어오는 일도 잦아졌으니 당연히 주민들과 마찰도 심했고, 동네 인심도 점점 험악해졌고 이들로 인해서 112신고도 늘어났다.
수요일뿐만 아니라 일주일 내내 노숙자들이 마을공원을 점령한 상태로 공원 정자는 이들 술판 장소이고, 화단은 이들 방뇨 장소로 변질되었다. 마을 주민들도 더는 견디지 못하겠다며 통장과 주민들이 단체로, 교회로 몰려가서 항의해도 주민들 의견을 무시한 채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결국엔 이 사건이 발단되어 주민들의 쌓인 불만이 폭발하여 교회는 어쩔 수 없이 무료 급식소 봉사활동을 중단하게 되었다
평온한 동네에서 행한 봉사활동이 결과적으론 노숙자들을 끌어들여 범죄를 유발한 것이니 피해자에겐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것인데, 이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내가 하는 봉사활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누가 되지는 않은지 먼저 살펴보고 실행하여도 늦지 않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