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글 모음집]
-일희 일비 하지 않기.
일희 일비 하지 않기. 남은 홈스쿨링 기간을 이 목표를 상기시키며 보냈음 한다. 누구는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기도 한다. 단기적인 목표, 단기적인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닌 인생을 ‘장기전’으로 보고 그에 따른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런 점에서 인생과 시험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시험은 끝이 명확하지만 인생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데에서 차이가 있을 뿐. 그래서 시험은 인생의 축소판과도 같다. 시험 공부를 할 때, 시험 당일까지 꾸준히 공부를 해야 하며 시험의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나는 요즘 중졸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와중에 있는데, 오늘 기준 검정고시 D-29. 작년과 올해 초에 걸쳐쳐 총 3개의 시험을 보았다. HSK 2급과 3급 시험, 그리고 한능검. HSK 시험에서는 나름 괜찮은 결과를 얻었지만, 한능검 시험은 말아먹었다. 똥망쓰~ 시험을 본 뒤 오답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내가 한능검 시험을 말아먹은 이유는 시험공부를 하다 도중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매 하루 마다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나,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기 싫었다. 즉, 끈기의 부족과 일희 일비 했던 나 자신이 내가 시험을 말아먹은 주 원인 이었다.
내 자존심에 스크레치는 났지만, 한능검은 망쳐도 괜찮았다. 그러나 검정고시는 좀 다르다. 검정고시는 앞으로 내 고등학교 생활을 좌우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정’고시가 내 앞을 정말 까맣게 만들어 버릴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일희일비 하였다. 어제 하루에 웃고 오늘 하루에 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하루를 알차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오후 시간을 흥청망청 썼더라도 밤은 알차게 보내려 해본다. 내일은 새로운 해가 뜰 거라고 믿은 채 새로운 작심삼일 목표를 또다시 세운다.
-아직 어리다.
나는 아직 어린 것 같다. 어른인 마냥 흉내는 내고 있지만 나는 아직 어리다. 누가 나의 젊음을 깨달아 알아주었으면 좋겠고 나도 내가 어리다는 걸 인정했으면 한다. 내 나이 열여섯, 만으로 열넷이고 심지어 생일은 10월 30일. 어리다.
미국 여행 중 인솔자 쌤한테 탈탈 털렸다. 즉, 혼났다. 여행을 나름 재밌게 즐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여행지 LA에서 혼나버리다니. 쌤에게 혼났다는 사실보다 나의 가장 부족한 면을 누군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부끄러웠다.
나는 내가 너무 잘났다고 여기는 것 같다. 실제로 내가 남들보다 잘난 면이 있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이 남들보다 잘난 면이 있다. 나는 남들보다 내가 잘났다는 면을 모든 관계에서 부각하려고 든다. 물론 약자에게, 즉 더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그 정도가 심하다.
내가 남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면서 나는 남을 쉽사리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남의 단점도 아니라 장점을 인정해 주지 못한다는 건, 내가 그 보다 잘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아닐까. 남이 나보다 그 면에서는 더 낫다는 사실이 아닐까.
내가 남보다 애초에 훨씬 실력이 월등하고 잘났다면,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 것 같다. 부족하기에 더욱더 열등감을 느끼고, 남처럼 되고 싶기에 더욱더 그의 장점을 탐내는 것 같다. 정말 남이 나보다 낫다.
나는 어리다. 아직 어리다. 아직 어리기에 조금은 망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청춘이니 그러려니 하며 넘길 수도 있다. 나의 보완할 점을 그냥 넘겨도 나에게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어리기에 얼마든지 발전할 기회와 시간은 있다. 후자를 택하는 게 바람직한 건 알겠지만, 그러려면 정말 뼈를 깎는 고통이 뒤따를 것이다.
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테지만, 우선 나의 부족한 점을 쌤의 훈계를 통해 알았다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그리고 나의 장점을 기억해 보자. 혹 내 단점이 장점보다 더 많더라도 내 장점을 내가 먼저 알아주자.
그래도 나에게는 이 뼈를 깎는 고통을 함께할 동지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윤다현이다. 인솔자 쌤한테 같이 혼난 아이이다. 사실 이날 쌤에게 혼난 이유는 다현이와 계속해서 여행 중 다투었기 때문이다. 내가 다현이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뭐라뭐라 꼬투리를 잡았고 다현이는 배째 라는 태도를 취했다. 또 계속해서 의견에 마찰이 있었다.
그러나 쌤에게 혼난 뒤로 우리의 사이는 급속도로 좋아졌고 지금까지 매우 잘 지내고 있다. 걔도 나도 공동체를 떠날 생각은 없다. 내가 어제 다현이한테 쌤이 꿈마실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봤더니 걔는 질척댈거라 했고 나는 빌거라 했다. 우리 둘에게 변화가 없는 한 꿈마실에 남을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 어려서 부족한 점도 많고 그만큼 장점이 막 생성되기도 한다. 또 아직 어리기에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에 딱 좋은 시기.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의 부족한 행동이 이해될 수 있는 유일한 시기이기도 하다. 정말 무엇을 선택하냐는 나에게 달려있고 무궁무진한 변화의 가능성도 나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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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음주 부터는 커리큘럼을 잘 따라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내일 중으로 책을 읽고 쓴 글을 올려 볼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