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산악회 A 코스 산행 계획에 따라 '마산여중 → 만남의 광장 → 서마지기 → 무학산 정상 → 개나리 동산 → 전망바위 → 학봉 → 씨름협회 → 서원곡 주차장'의 9km 구간을 5시간 동안 즐길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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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학산[舞鶴山]
높이: 760m
위치: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교방동
무학산은 마산 시가지 서북쪽에서 마산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크고 작은 능선과 여러 갈래의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학산은 특히 동쪽으로 뻗어난 서원곡 계곡이 무성한 수목들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고 있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 휴식처가 되고 있다.
무학산의 옛 이름은 풍장산이었는데 신라말 최치원이 이곳에 머물면서 산세를 보니 학이 나는 형세 같다고 하여 무학산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산세는 전체적으로 경사가 급한 편이나 그렇게 험하지는 않고 산줄기 곳곳에 바위가 노출되어 아기자기한 능선을 이루고 있다. 정상 동북쪽 지척의 널따란 대지는 서 마지기라 하는 곳으로 무학산 산행 때 중식과 휴식 장소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무학산은 산 전체에 걸쳐 넓게 펴진 진달래밭으로 유명하다. 다른 산에 비해 키가 큰 나무가 적어서 일부 산록은 분홍 물감을 쏟아부은 듯 장관을 이룬다. 진달래밭은 학의 머리에 해당하는 학봉과 능선 일대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곳의 진달래는 대개 4월 중순 산기슭을 물들이기 시작, 하순이면 절정을 이룬다.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
도시민의 휴식처로서 경관이 좋은 아기자기한 능선과 다도해를 바라다보는 조망이 좋은 점 등을 고려하여 선정되었다.
정상 북서쪽에 있는 시루봉 일대의 바위는 좋은 암벽등반 훈련장임. 예전부터 양조업이 성할 정도로 수질이 좋음. 서원 골 입구에 최치원의 제자들이 세운 관해정(觀海亭)이 있고 부근 원각사, 백운사 등이 유명하다. - 한국의 산하
전문가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토의 70%가 산지인 한반도의 총 산의 숫자는 4,440개다. 그런데, 뭐든 줄 세우기 좋아하는 한국인은 산 또한 예외가 아니라, 산과 관련된 동호회, 산림청, 아웃도어 브랜드, 잡지사 등에서 각자의 기준에 의해 줄을 세워 발표했다. 발표 기관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나, 공통된 건 100이라는 숫자다. 말인즉 각자의 기준에 따라, 1번부터, 몇 번까지 세웠는지 모르나, 줄을 세운 후 100번까지, 또는 4,440개 중, 순서 없이 100개를 선정하고, 각자 부르는 타이틀에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통칭 한국의 100대 명산이라 부른다. 그중 유명한 게, 한국의 산하, 산림청, 블랙야크 등이 선정한 100 산이다. 그런데, 선정 주체의 기준은 조금씩 다르나, 보는 눈은 누구나 비슷해 많은 산이 중복된다. 해서 앞의 3개에 월간 산을 포함 4개 기관이 선정한 100 산을 다 모으며, 400 산이 아니라, 149 산이다! 와중에 기상청이 산악날씨를 예보하는 산 78개도 포함하면 숫자가 조금 늘어난다.
개인적으로 산이든 뭐든 줄 세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2023년 4월인 현재는 덜하나,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웃도어 브랜드의 상술 중 하나인 인증처에서 인증을 남기겠다고, 줄 서서 기다리는 거에 질려, 그런 산은 피해 다니기까지 했다. 하지만, 4,440개 중에서 골라야 할 때는 그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리고 등산 인구 확장에 크게 이바지한 것도 사실이라, 이런 것만큼은 높이 평가한다. 그런데 무슨 일이든 무턱대고 하기보다는 목표를 세워서 하는 게 멈춤 없이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건강 때문이든, 산이 좋아서든, 매주 산에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다니다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해서, 천고지, 백두대간, 100 명산 등을 소 목표로 세웠다.
그중 명산 100은 한국의 산하를 우선으로, 다음 산림청, 까만소, 마지막으로 기상청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정히 갈 만한 산이 없을 때는 잡지사가 선정한 100 산에 갔다. 그런데, 우선순위는 저렇게 잡았으나, 현실은 뜻대로 되는 게 아니라, 2022년 4월 23일 서산 가야산에 오르는 거로, 제일 먼저 까만소 100에 처음으로 다 올랐다. 인증이라는 달콤한 열매가 있어 접근이 수월했는 게 결정적인 이유다[산행기]. 그리고 2022년 12월 15일 충남 서대산을 오르는 거로, 한국의 산하 인기 명산 100을 달성했다[산행기]. 산림청 100 산은 해를 넘겨, 2023년 3월 4일 고성 연화산에 99번째 오르고[산행기], 이번 4월 8일 토요일 마산 무학산에 오르는 거로 목표를 달성한다. 고로 한국의 산하, 산림청, 블랙야크 100 산에 다 오르는데 햇수로 7년이 걸렸다. 이제 남은 건 번외의 기상청 산악날씨 예보의 산과 잡지사 100이다. 번외라는 건 오르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지 않고, 안내산악회 게시판에서 눈에 띄면 간다는 얘기다.
진달래 아니, 정확히는 (보지 않아 확실한 건 아니나 시기상) 철쭉이 유명한 마산 무학산에 오를 기회는 많았으나,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철쭉 철에 맞추기 위해 차일피일 미루었다. 거기에 더해 가성비를 따지는 인증꾼 덕에 1+1로, 무학산에 용두산을 합쳐 진행하는 산행이 대부분이라, 무학산만 오르는 산행을 기다리다가 현재까지 왔다. 다행히 가격으로 승부하는 산악회에서 이번 토요일인 4월 8일 무학산만 환 종주하는 산행을 진행해, 산림청 100 산도 마감할 기회가 생겼다. 봄 가뭄을 어느 정도 해갈하는 비가 오랜만에 내렸으나, 비와 함께 기온도 내려 당일 날씨는 약간 추울 거라는 게 기상청의 산악날씨의 정보다. 그래도 지난 갑장산과 같은 복장이다. 점심은 토요일이라, 신사역표 김밥을 사 간다. 당분간 하산주는 피하기로 했으니, 하산 식사로 대체한다. 인솔 대장이 날머리에 식당 정보를 게시해, 따로 찾아보지는 않았다.
2 – 1
언제나처럼, 새벽에 기상해 산행 때면 늘 하는 절차를 수행하고, 산악회 버스가 출발하는 강남 신사역으로 가기 위해 6시경 집을 나섰다. 그리고 6시 4분경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역으로 가 6시 12분 오금행 열차를 타, 6시 46분에 목적지인 신사역에 도착했다. 신사역에 도착하자마자, 개찰구를 통과해 첫 번째 김밥집이 영업 중인 걸 확인하고, 두 번째 김밥집으로 향했다. 둘의 차이는 첫 번째 가게는 직접 만들고, 두 번째는 틈새 상품이라 공장에서 받아온다. 첫 번째 집에서 사지 않는 건 한 줄의 김밥을 포일로 포장한 게, 아니라, 별도의 용기에 포장한 거라, 걸어가며 먹을 수 없고, 부피 큰 쓰레기가 발생해서다. 문제는 전문이 아니라, 틈새 상품으로 김밥을 파는 가게는 문을 안 열었을 수도, 김밥이 없을 수도 있어, 만약에 대비해 첫 번째 전문집이 영업 중인 걸 확인했다.
다행히 안내산악회 버스가 정차하는 5번 출구와 가까운 가게가 문도 열었고, 김밥도 있어,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야채김밥을 하나 샀다. 그리고 지하 계단 난간으로 가, 배낭을 정리하며, 김밥도 넣은 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5번 출구로 나갔다. 자동으로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라, 밖의 경치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 순간 빠르게 주변을 스캔하고, 급격히 우울해졌다. 신사역 5번 출구는 한때 잘 나가던 안내산악회 3개가 비슷한 시간에 각지의 산으로 버스를 출발시켜 시장바닥이었는데, 현재는 텅 비었다. 코로나가 자영업을 몰락시켰고, 비슷한 수준의 안내산악회도 같은 과정을 밟고 있다. 그나마 가격으로 승부하는 산악회만 버스 한 대를 출발시킬 수 있을 뿐이다. 경쟁이 없으면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독과점의 폐해를 안내산악회에서 보는 중이다.
비 온 뒤 추워진 날씨에 바람막이와 넥워머로 몸을 꽁꽁 싸매고, 10명도 채 안 되는 주변 등산객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심신이 춥다. 그렇게 추위에 떨며 버스를 기다려, 6시 59분에 도착한 마산행 짐칸에 배낭을 넣은 후 차에 올랐다. 그리고 등산화를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는 등 가장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요즘 차만 타면 병든 닭처럼 잠이 드는데,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그렇게 자다가, 깨어보니, 8시 반경이라, 창밖을 보니,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건 맞는데, 아무리 봐도, 경부고속도로가 아니다. 경부를 달리다가, 통영대전고속도로로 들어갈 거라 예상했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궁금한 건 못 참아, 당연히 지도 앱으로 확인해야 하나, 충전이 안 되는 버스라 배터리 소비를 줄이기 위해 핸드폰을 꺼놓았는데, 그거 확인하자고 다시 켤 수가 없어, 공공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휴게소에서 패드로 확인하기로 하고, 책만 열심히 봤다.
거의 정체가 없는 고속도로를 달린 버스는 9시 25분경 휴게소로 들어갔다. 버스를 탈 때부터 신호가 있었던지라, 버스가 주차하자마자 차에서 내려, 화장실로 달려가 급한 불을 끄고 나와서 휴게소 정체를 확인했다. '선산'이다. 선산? 주변에 선산이 많나? 초면인 거 같아, 산행기 등에서 검색해 봤는데, 없는 걸 보니, 초면이 맞다. 초면의 휴게소면 고속도로도 초면일 확률이 높아, 공공 와이파이를 이용해 패드의 지도 앱으로 현재 위치를 찾아봤다. 중부내륙고속도로다. 초면인 거 같아, 확인해보니, 양평에서 창원시까지로 구마고속도로도 흡수했다는데, 내가 이 고속도로를 이용할 일이 있었나? 코스를 보면, 많이 탔을 거 같은데?! 어쨌든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하자, 인솔 대장이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 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했다.
8km에 불과한 코스에 5시간이 주어져, 시간이 남을 거라고 설명을 시작해, 본인은 무학산 정상으로 바로 올라가지 않고, 봉화산을 거쳐 무학산으로 갈 거라며, 봉화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들머리인 마산여중에서 주유소 방향으로 300여 미터를 뒤로 가야 한다고 했다. 결국 코스가 짧으니, 산이라기보다는 봉우리를 하나 더 추가한 거다. 거기다 더해, 체력이 되는 사람은 왕복에 30분 정도 걸려 날머리에서 식사할 시간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시루봉을 다녀오라고 했다. 애초 산림청에서 구색 갖추기로 선정한 산 중 하나가 무학산이라 생각해, 산에 관해 연구를 전혀 안 했다. 고로 봉화산이나 시루봉에 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어, 일단 대장 말대로 하기로 했다. 끝으로, 11시 30분 전에 들머리인 마산여중에 도착 예정이라, 5시간 후인 4시 30분에 버스는 서울로 출발한다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그보다 17분가량 이른 11시 13분에 마산여중 앞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물론 마감 시각은 4시 30분으로 변함이 없다.
2 – 2
버스에서 내려 짐칸에서 배낭을 꺼내 둘러멘 후, 등산 앱으로 현재 위치, 즉 마산여중의 고도를 확인했다. 97m, 무학산 정상이 761m, 고로 표고차는 664m! 핸드폰의 GPS가 20m 내외로 높게 나온다는 걸 고려하면, 680m가량이다. 표고차가 아닌 관악산의 높이가 632m니, 그보다 높다. 고로 서울 기준 북한산과 도봉산을 제외하면, 마산 무학산보다 높이 올라가는 산이 없다. 동네 뒷산치고는 많이 올라가야 한다. 인솔 대장이 마산여중 정문 앞에서 무학산으로 바로 갈 등산객은 학교를 따라 오른쪽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고, 본인은 봉화산으로 가기 위해 버스가 왔던 길을 돌아내려 갔다. 나를 포함 대략 10여 명이 대장을 따라 300여 미터를 내려가, 주유소와 마산요양병원 사이의 길로 들어가, 20여 미터를 가자 계단으로 바로 산으로 들어간다.
계단으로 산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 동네 뒷산인 북한산의 족두리봉 들머리가 떠올랐다. 산세는 어떤지 모르나, 주택가에서 바로 시작하고, 주위가 텃밭인 거까지 아주 비슷하다. 물론 갑작스러운 급경사도. 그런데, 선두가 너무 빠르다. 특히, 대장! 그 대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다들 빠른 속도로 올라간다. 페이스를 유지하며 가는 내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다. 해서 그들이 앞서갈 수 있도록 길을 양보하며, 바람막이와 넥워머를 벗어 배낭에 넣은 후 제일 뒤에서 따라갔다. 당연히 내가 배낭을 정리하는 동안, 이미 그들은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대장이 버스에서 얘기한, 봉화산과 시루봉을 다녀오는 기준으로 저 속도가 필요하다면, 저 중 1/3은 낙오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렇게 유유자적 올라, 산행 시작 20분 정도가 지난 11시 35분경 능선에 도착해 보니, 봉화산은 오른쪽으로 0.25km 지점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산세로 보면, 왼쪽이 무학산인데, 봉화산은 오른쪽이다. 내가 산세를 잘 못 읽었나, 잠깐 고민하다가, 대장 말에 순종하기로 하고 봉화산 방향인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올라가려는 데, 저 앞에서 대장을 비롯한 앞서간 일행이 내려오고 있다. 말인즉 봉화산을 찍고 내려오는 길이다. 아니, 그럼, 버스에서 왕복해야 한다고 정확한 코스를 얘기해줬어야지! 봉화산이 주 코스에서 벗어나 있어, 산행에서 가장 싫어하는 왕복 구간이라는 걸 알았다면, 애초 따라나서지도 않았다. 코스 계획을 잘못 세운 거로, 봉화산 반대편에서 산행을 시작해, 봉화산을 거쳐, 무학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어쨌든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장을 바라보고 있으니, 힘들어하는 걸로 알고, "안 가도 됩니다!" 한다. 이 산악회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코스다! 지난 동산, 작은동산 산행 때도 그랬지만[산행기]! 참가자가 별도로 코스를 연구해야 한다!
방향을 180도 바꿔, 봉황산을 찍고 온 일행을 앞세우고, 그 뒤를 따라 무학산으로 올라가는 데, 요양병원에서 올라올 때도 하산하는 몇 사람을 만났지만, 산행을 종료하고 하산하는 주민을 많이 만났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으나, 시계를 보고 이해가 됐다. 11시가 넘었으니, 더워지기 전에, 그리고 집에서 점심을 먹겠다는 목표라면 하산할 시간이다. 내가 동네 뒷산을 갈 때와 다를 바가 없다. 능선으로 올라서는 동안 몸의 예열이 끝나, 정상 페이스에 도달한 상태로 산책로 수준의 등산로로 무학산을 향해 가다가, 정상까지 3.6km 거리의 봉천사 갈림길 이정표를 지났다. 그런데, 12시가 가깝고, 햇살이 강해, 갈증과 허기가 진다. 해서 물을 마실까 하다가, 아침에 준비한 오이가 생각나, 그걸 꺼내 먹으며 길을 재촉했다.
비록 산책로에 가까운 등산로지만, 정상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올라가야 한다는 건 다른 산과 다를 바가 없어, 고도가 높아지자, 울창한 숲 사이로 시야가 트이기 시작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바다다! 비록 나뭇가지가 방해하지만,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며, 위로 올라, 12시 1분에 정상에서 2.4km 거리의 '만남의 광장'에 도착했다. 마산여중에서 출발하면, 주 능선과 합류하는 지점이라 만남의 광장이다. 마산여중까지는 1.5km! 그런데, 여기서 지나온 방향으로 1.2km 지점에 ‘봉화산 체육쉼터’가 있다. 거리로 보면, 능선에 도착한, 봉화산 갈림길이 있는 곳인데, 쉼터로 정자는 있었다. 운동기구가 있었나? 어쨌든, 점심시간이라 만남의 광장 쉼터 여기저기에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산책객, 등산객이 삼삼오오 모여 준비한 점심을 먹고 있다. 와중에 예닐곱은 평상을 차지하고 술판을 벌였다. 그리고 산행을 시작할 때 속도를 보고 저 중 몇은 탈락할 거로 예상했지만,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 쉬면서 간식을 먹는 일행도 몇 보인다. 물론, 대장을 비롯해 체력이 좋은 몇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점심시간이고, 배도 고프고 해서, 배낭에서 신사역표 김밥을 꺼냈다. 그걸 먹으며, 다시 몇 사람의 일행을 추월해 급경사를 오르자, 만개한 철쭉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산행을 시작하고 능선에 올라서기 전, 왼쪽으로 정상 아래 철쭉으로 붉은 봉우리가 보여, 혹시 저게 '무학산?' 했는데, 너무 가까워 '그럴 리가!'하고, 기록조차 남기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그 방향으로 가고 있어, 사진을 찍지 않을 걸 후회했다. 그렇다고 정상 사진이 없을 수 없어, 찍으려고 보니, 나뭇가지가 방해한다. 그런데도, 기록으로 남기고, 계속 올라가자, 계단이다. 가파른 험로란 얘기다. 그 계단을 올라, 기형의 소나무, 추위를 피하고자 바닥에 바싹 붙은 야생화 등을 기록으로 남기며, 가는데 어느 순간부터 등산로가 철쭉 터널로 바뀌었다.
철쭉 터널 끝이 멀지 않았는지, 터널에 가려 보이지는 않으나, 인기척이 들리기 시작하고, 12시 49분경 끝에 도착해 보니, 사거리다. 전면의 언덕? 봉우리에는 꽤 많은 수의 등산객, 산책객이 모여 점심을 먹고 있고, 왼쪽 또한 마찬가지다. 고로 앞이나, 왼쪽은 정상이 아니다. 해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조금 내려가자, 아래로 꽤 넓은 평지가 있고, 그걸 지나, 붉은 철쭉에 덮인 작은 봉우리가 보인다. 무학산 정상이다. 그리고 저 평지가 '서마지기'다. 한 마지기가 씨 한 말을 뿌릴 만한 넓이니, 세 말을 뿌릴 만큼 넓다는 거다. 그 서마지기에는 농작물 대신, 인간이 쉴 수 있는 의자가 차지하고 있고, 그 의자에는 혼자 또는 두세 명이 모여 쉬고 있거나, 무언가를 먹고 있다. 물론 앞서갔거나, 무학산으로 바로 향한 일행도 있다.
쉼터에서 있는 산책객, 등산객을 빠르게 스캔하며, 서마지기를 가로질러, 정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도착해 그 옆에 있는 지도를 기록으로 남겼다. 기록으로 남기기만 했지, 늘 그렇듯이 유심히 보지 않았다. 결과적인 얘기지만, 그걸 잠깐이라도 살펴봤다면, 이후에 벌어진 해프닝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의 이정표에 의하면, 날머리인 서원곡 주차장으로 가려면, 다시 서마지기로 내려와야 해, 배낭을 두고 갈까 고민하다가 벗는 게 귀찮아 그냥 메고 가기로 했다. 또한 계단 바로 옆의 안내문에는 계단 수가 365개란다! 먼저 정상으로 오르기 전에 뒤로 돌아, 서마지기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후 계단을 오르는데, 급경사 험로에 일 년 365일에 맞춰 365개의 계단을 설치한 산은 광청종주 때 지나는 바라산의 ‘바라 365 희망 계단’ 등 몇 개 봤으나, 계단마다 날짜를 적어 놓은 건 처음 본다. 내가 아는 기념일을 사진을 찍기도 하고, 뒤로 돌아, 서마지기와 마산 앞바다의 모습을 파노라마로 남기기도 하며 올라, 등산 앱이 9월 20일에 정상 반경 50m 내라고 통보했다.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통보하면, 그 순간부터 동영상을 찍으며 올라가는 건 무학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산행 후 그 동영상을 검토하다가, 남들보다 빠르다는 걸 알았다. 친구들과 산행 때 천천히 가자는 말을 가끔 들었는데, 이 영상을 보고서야 그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다른 등산객을 추월하며, 계단을 빠르게 올라, 1시 정각 무학산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봤다. 정상에는 헬기장과 산불감시초소, 통신 철탑. 깃대 등이 있고, 깃대 옆 정상석 앞에는 인증을 남기려는 등산객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쉼터에는 무언가를 먹거나, 휴식하고 있는 등산객이 보이고, 정상이 탁월한 전망대라, 당연히 주변의 경치를 조망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다. 생각보다는 적은 수이나, 그래도 많은 수가 줄 서서 대기하는 중이라, 정상석을 배경으로 인증을 남기는 건 둘째 치고, 정상석 자체를 사진 찍는 것도 쉽지 않은 분위기라, 일단 주변을 먼저 기록하기로 하고, 시의 전경과 앞바다의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겼다.
이후 정상석이 있는 곳과 헬기장 주변으로 한 바퀴 원을 그리며 주변을 살펴보고, 기록이 필요한 건 사진을 찍었다. 물론, 시루봉의 위치도 확인했다. 그런데, 정상에 있는 이정표 어디에도 시루봉에 관한 정보는 없다. 다만, 이정표가 '마재고개'라고 가리키는 방향에 시루봉이 아닐까 하는 봉우리는 있는데, 버스에서 인솔 대장이 언급한 것과는 거리나 모양이 아주 달랐다. 30분 내에 왕복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고, 너무 낮다. 대장은 정상과 거의 비슷한 높이로 표현했는데, 한참이나 낮아 저건 아니라 결론짓고, 그 방향에 있는 바위에 올라 기록을 위해 파노라마를 남겼다. 물론 공룡 발자국도. 이후 시루봉을 찾아, 반대편인 정상석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며 보니, 그 사이 줄이 많이 줄었다. 그렇다고 내가 인증을 남길 정도는 아니나, 인증 대상이 바뀌는 순간, 정상석만 기록으로 남길 정도는 됐다. 그래도 뭔가 남기기는 해야 할 거 같아, 정상석과는 멀찍이 떨어져, 셀카로 인증을 찍었다.
어쨌든 인증을 남기고 밑을 내려보니, 대장이 얘기한 거리와 높이에 부합하는 작은 봉우리가 보인다. 저거다! 속으로 '유레카'를 외치고, 날머리인 서원곡으로 가려면, 서마지기로 내려가야 하니, 다시 정상으로 올라와야 한다. 해서 배낭을 벗어, 정상 아래에 두고 시루봉이라 생각한 봉우리로 갔다. 200여 미터를 내려가자, 봉우리를 우회하는 갑판 길과 직진하는 등산로로 길이 나뉜다. 갑판 길 좌우로 만개한 철쭉이 사열하듯이 늘어서 있어, 저걸 사진으로 남겨야 하나, 고민하다가 시루봉이 더 급해 일단 봉우리에 올랐으나, 경사가 완만해 오른다는 표현이 부끄러울 정도다. 어쨌든 정상에는 돌탑은 있으나, 정상석은 바라지도 않았으나, 표지도 없어, 여기가 시루봉인지 명확하지 않다. 그래도 능선에서 튀어 나간 바위 전망대가 보여 그 위로 올라서서 보니, 무학산의 뒷면이 한눈에 들어와, 사진을 찍었다.
전망대에서 탑으로 돌아와 다시 앞을 살펴보니, 여기가 정상이 아니라, 더 가야 한다. 해서 표지든 뭐든 시루봉이라는 증거를 찾아 갔으나, 아무것도 없고, 봉우리가 끝나고 하산이 시작된다. 해서 등산 앱의 지도를 확인했는데, 시루봉에 관한 단서는 전혀 없고, 아래로 내려가면 안개샘이 있는 거로 나온다. 해서 안개샘이나 다녀올까 하다가, 시루봉도 찾지 못했는데,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무학산 정상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돌탑으로 다시 갔다. 그리고 정상에서 남기지 못한 인증을 여기서 남기기로 하고 돌탑을 유심히 보자, 마치 산성처럼 연결된 탑이 두 개다. 그중 앞에 있는 건, 그 앞에 앉으면 탑이 마치 부처의 광배처럼 보일 거 같다. 해서 삼각대와 타이머를 이용해 인증을 남겼다. 이후 사진을 찍으며 다시 무학산 정상으로 가다가, 뒤로 돌아 시루봉이라 착각하고 갔다가, 내 멋대로 돌탑봉이라 이름 붙인 봉우리를 가운데 두고 파노라마를 남겼다.
1시 36분 배낭이 기다리는 무학산 정상으로 돌아와 보니, 그사이에 대기 줄이 더 길어졌다. 해서 미련 없이, 서마지기로 가서 학봉을 거쳐 서원곡으로 하산하려는데, 왼쪽 아래에 '무학산 조망 안내도'가 있다. 해서 배낭을 그 옆에 두고, 도대체 뭘 볼 수 있나 확인하고, 조망도와 비슷하게 파노라마를 찍었다. 산행 후 조망도와 비교해 보니, 거의 비슷하다[참고로 파노라마는 클릭하면, 원본을 볼 수 있다]! 사진을 찍는 동안 바닥에서 뒹굴고 있던 배낭을 주워 둘러메고, 서마지기로 내려가기 위해 계단이 있는 곳으로 가다가, 포토존이 보여, 삼각대와 타이머를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 이후 365일 계단으로 서마지기로 내려가기 전, 산불감시 초소 옆에 있는 지도를 자세히 살펴봤다. 그 지도에는 시루봉 대신 시루바위로 표기되어 있는데, 처음에 봤던 봉우리다. 산행에서 2km가 넘는 왕복은 안 하는 인간이라, 시루봉이라는 걸 알았어도 안 갔다. 그리고 학봉을 거쳐 서원곡으로 가려면, 돌탑봉 옆으로 난 갑판 길로 가야 한다. 서마지기에서 내려가는 길은 학봉을 거치지 않고 바로 가는 지름길이다. 고로 학봉으로 가려면, 다시 돌탑봉으로 가야 한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헛웃음만 나온다.
다시 돌탑봉 방향으로 내려가, 이번에는 봉 정상 쪽 직진 길이 아니라, 갑판 길을 따라 만개한 철쭉을 사열하며, 학봉을 향해 갔다. 그런데 다른 산악회에서 온 등산객이 우리와 같은 코스로 움직이는 거 같아, 그들의 배낭에 달린 명패를 보니, 대전이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그들의 대화를 들었는데, 대전 지역 두 개 산악회가 연합으로 혼 산행이다. 그들을 추월하며, 빠르게 학봉으로 향해, 1시 56분에 돌탑봉에서 등산 앱의 지도로 확인한 '안개 약수' 갈림길에 도착했다. 약수를 다녀올까 하는 생각에 이정표를 확인했는데, 약수까지 1km라 포기했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며, 사진을 확인해 보니, 0.1km, 즉 100m다! 누군가 앞의 0을 지웠다! 어쨌든 왕복 2km라 약수는 포기하고 계속 내려갔다. 그러다 갈증에, 허기도 져, 남은 오이를 꺼내 먹으며 가, 돌탑봉에서 만난 등산객이 내게 길을 물었던, 대곡산 갈림길을 통과했다. 대곡산까지 남은 거리는 2km, 현재 시각 1시 59분, 마감까지 2시간 30분이 남아 충분히 갈 수 있다. 문제는 대곡산에서 서원곡주차장까지 거리를 모른다는 거. 여차하며 택시를 타고 가도 되기는 하는데, 초행이라 모험하지 않기로 했다.
2시 8분, 학봉 1.3km 거리의 '주차장(백운사)' 갈림길을 통과하려는 데, 바닥에 표지가 보여 확인해보니, '대전 울타리 산악회'가 춤추는 학의 머리인 학봉 방향으로 놓은 표지다. 고로 우리와 같은 코스다. 그럼, 돌탑봉에서 대곡산 방향을 물어본 산악회는? A, B 두 코스인가? 아래로 보이는 마산의 전경을 감상하며, 내려가는데, 앞에 전망대가 있어, 그리로 갔다. 아주 당연한 얘기지만, 위에서 방해 없이 본 같은 조망을, 나뭇가지의 방해를 받으며 볼 수 있을 뿐이라, 사진 찍을 것도 없어, 바로 전망대를 떠났다. 2시 13분, 학봉 1.0km 거리의 '무곡탑 약수터' 갈림길을 지나자, 진행 방향 숲 사이로 봉우리가 보인다. 당연히 학봉이라 생각하고, 그걸 기록으로 남기고 갔다. 그리고 2시 25분, 막상 도착하고 보니, 학봉이 아니라, 중봉이다. 산악회 코스에 없고, 등산 앱도 반응하지 않는 걸 보면, 원거리 등산객에게는 의미 없는 봉우리나, 무학산 정상에 있는 지도에 표기된 거로 봐서는 이 동네에서는 쳐준다.
어쨌든 남아도는 게 시간이라, 중복에서 인증을 남기기로 하고, 삼각대를 꺼내 설치 후, 타이머를 이용해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학봉을 향해 가는데, 울창한 숲사이로 봉우리가 보인다. 당시에는 아무 생각 없이 보고 사진도 찍었으나, 지금 보니, 쌍봉이다!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의 차이다. 2시 39분, 학봉 0.3km 거리에 학의 머리에 오르지 않고, 바로 서원곡으로 하산할 수 있는 사거리를 통과해, 2시 44분에 형제봉 중 제봉으로 생각되는 암봉 아래에 도착했다. 그리고 동영상을 찍으며 정상을 향해 올라, 2시 46분에 도착했다. 이후 학봉에서 하산할 때 만난 이정표에, 지나온 길목에 '십자바위'라는 게 있다는데 본 기억이 없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해서 이 글을 쓰며 당시 찍었던 동영상을 검토해보니, 암봉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에 열십자로 갈라진 너럭바위가 있다. 그리고 당시 그 밑에 입간판이 서 있는 것도 봤는데, 당연히 추락위험 경고문이라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았는데, 그게 십자바위 안내문이다. 이래서 동영상을 찍어야 한다.
학봉과 형제봉이라 생각되는 암봉 정상은 무학산 전면에 있는 완벽한 전망대다. 뒤로는 바다에서부터 올라와 무학산 세운 후, 주 능선으로 뻗어가는 모습을, 앞으로는 무학산에서 시작해 다른 쪽 바다로 뻗어 나가는 능선이 그냥 바닷속으로 사라지기 싫었는지, 마지막에 학봉을 세워, 학의 머리를 만든 모습, 모두를 다 감상하고 찍을 수 있다. 이후 올라온 방향으로 다시 내려가기 싫어 좀 위험하나 반대편으로 내려가 좀 전에 본 학봉으로 갔다. 그리고 그 중간에서 '십자바위 0.02km'라는 이정표를 보고, 십자바위? 못 봤는데?! 했었다. 그 이정표를 지나, 50여 미터를 가자, 등산 앱이 정상 반경 50m 내라고 알려주는데, 길을 학봉이 가로막고 있다. 등산로는 학봉을 우회하는 갑판 길로, 좀 전 암봉에서 인솔 대장을 만나, 같이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갑판 계단 조금 뒤에 여성 등산객이 앉아 있다가, 바쁘지 않으면, 읽어보라고 팸플릿을 준다. 그걸 대장이 '난 고민이 없는 사람!'이라며 거절하자, 더는 억지를 부리지 않는다. 특정 종교인답지 않은 그 모습에 속으로 감탄하기는 했으나, 당시에는 여기까지 와서 선교? 하며, 약간 짜증이 났었지만, 주기철 목사의 기도처로 대한민국 개신교의 몇 안 되는 성지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동영상을 찍으며, 인솔 대장 뒤에서 갑판 길을 따라 학봉 정상으로 가는데, 갑판 중간 오른쪽에 바로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가 보여 우회전했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가자, 어디에서 올라오는지 모를 길이 있고, 그 끝은 정상인 암봉으로 올라가는 갑판 계단이다. 계단이 있기는 하나, 그냥 올라갈 수 있을 정도라, 계단을 피해, 2시 54분에 학봉 정상에 도착했다. 그리고 갑판 길을 따라 계속 진행했던, 대장은 완전히 반대편까지 가, 계단으로 올라오다, 아래에 있던 등산객과 얘기를 나눈 후 정상으로 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대장이 떠난 후 삼각대를 설치하고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정상에서 아래를 보니, 제목이 '고운대'인 안내문이 서 있다. '고운대' 들어본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아, 아래로 내려가 읽어봤다. 위에서 그림을 보고 예측했던 대로다. 최치원이다!
아래로 내려왔으니, 무언가 남겨야 할 거 같아, 마산 앞바다 사진 한 장 찍고, 학봉을 떠나 날머리인 주차장으로 향했다. 오른쪽 아래로 보이는 시가지를 감상하며 내려가는데, 전망대다. 당연히 그리로 가, 어디가 창원이고, 어디가 마산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이는 모든 시가지를 한 장의 파노라마로 남겼다. 이후 다시 날머리인 서원곡 주차장을 향하는데, 숲사이로 정자가 보인다. 쉼터가 있을 만한 장소가 아니라, 전망대가 아닐까 했으나, 위만 못해 대충 훑어보고, 김시겸이라는 조선 후기 문인이 지은 고운대 시만 기록으로 남겼다 그리고 땅에 나무를 박아 만든, 갈지자를 그리는 계단으로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해, 3시 19분에 학봉 입구에 도착했다.
학봉 입구는 꽤 넓은 마당으로 삼면 끝에는 쉴 수 있는 의자가 있고, 거기에는 마을주민, 우리 일행 등 10여 명이 혼자 또는 끼리끼리 앉아 쉬고 있다. 현재 시각 3시 19분, 4시 30분 마감이니, 우리 일행이야 딱히 할 일이 없다면 여기서 쉬었다 가는 게 바른 선택일 수도 있다. 허기진 나야 배를 채워야 해 빨리 내려가야 한다. 직진은 통일 동산, 날머리인 서원곡은 좌회전해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된다. 그 임도를 따라 100여 미터를 가자, 포장도로와 합류하는 갈림길이다. 그리고 그 도로 너머가 서원곡이라 불리는 계곡이다. 무학산 소개에 보면, 이 산에서 가장 깊고, 긴 계곡이다.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포장도로를 따라, 8분 정도 내려가니, 왼쪽으로 버스 두대와 몇 대의 트럭이 주차해 있는 대형 주차장이 보인다. 다 왔다. 현재 시각 3시 29분으로 마산 무학산행이 끝난 시각이다.
3
두 대의 버스 중 한 대는 서울에서 우리가 타고 온 거고, 다른 하나도 산악회 버스인데, 서울은 아니고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양쪽 산악회 등산객 10여 명이 주차장 여기저기 흩어져 쉬고 있다. 그렇게 주차장을 빠르게 스캔한 후 배낭을 벗고, 씻는 게 중요해, 주차장 한쪽에 있는 쓰레기 봉투에 쓰레기를 넣은 후 배낭을 버스 짐칸에 넣고, 차에 탔다. 그리고 등산화와 양말을 벗어 비닐 봉투에 넣고, 슬리퍼를 신고 바람막이를 입고, 패드와 핸드폰을 들고 버스에서 내려, 계곡 방향으로 가 씻을 수 있는 지 확인했다. 굳이 내려가서 씻겠다면, 못할 것도 없지만, 내려가는 게 번거롭고, 수량도 적어, 썩 내키지 않았다. 해서, 식당 화장실에서 씻기로 하고 식당을 찾아, 주차장에서 나와 큰 길로 갔다.
도로에 도착해, 이쪽 편은 사각이라 보이지 않고, 길 건너만 빠르게 살펴본 바, 왼쪽 위에 소머리 국밥집이 있고, 그보다 가까운 오른쪽 아래에 국수집이 있다. 국수로 허기를 채울 게 아니라, 소머리 국밥집을 가기로 하고,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국수집 LED를 지나가는 메뉴를 보다가, 찌개 종류를 발견해, 생각을 바꿔 국수집으로 갔다. 총 네 개의 테이블이 있는 작은 식당인데, 세 개의 테이블에는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손님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두 개 테이블은 각기 두 사람이 앉아 점심을 겸해 한잔하고 있고, 다른 테이블은 막 혼밥을 끝낸 손님이 앉아 있다. 해서 남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뭘 먹을지 차림표를 봤다. 술이 땡기지 않아, 아예 안주 종류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식사 중 면이 아니라 밥을 찾아보니, 장어탕과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있어,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식사가 준비되는 동안, 씻고 오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식당 문이 열리더니, 우리 일행 두 명이 들어오다가, 빈 테이블 없는 걸 보고, 다시 나가 문을 닫는다. 그걸 지켜보던 나이가 지긋한 손님이 혼밥을 끝낸 손님을 보더니, 다 먹었으면 일어나라고 하더니, 문을 열고 뛰어나가 그 둘을 불러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웃으면서 그 손님에게 화장실은 어딘지 묻고 화장실로 갔다. 물론 씻으러. 그리고 화장실에 도착해 수도를 틀어보고, 계곡에서 씻지 않고 식당으로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량이 부족해 뜨거워 보이는 계곡물과 달리, 거대한 폭포처럼 쏟아지는 수돗물이 차갑기까지 하다. 해서 밖으로 드러난 모든 부분을 깨끗이 씻고, 조금 후에 도착한 일행에게 화장실을 내주고 식당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조금 있으니, 주문한 된장찌개가 나왔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6,000원짜리 식사답게 조촐한 밑반찬이라 오히려 더 정겨운 상을 받아, 먼저 된장찌개 맛을 봤다. 과히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6,000원짜리 한 끼 식사에 적당한 수준이다. 다른 반차도 역시. 밑반찬을 포함해 모든 음식을 싹 비우고, 4시 9분 식당에서 나왔다. 3시 41분에 들어갔으니, 28분 정도 식당에 있었다. 다시 길을 건너 버스가 있는 주차장으로 가, 승객이 어느 정도 도착했는지 살펴봤는데, 차가 텅 비었다. 해서 다시 버스에서 내려, 서원곡 방향으로 가 계곡 여기저기를 살펴봤다. 그중에 계곡 건너 서낭당으로 보이는 나무도 있어 멀리서 감상하다가, 4시 20분경 다시 버스로 갔다. 그런데, 아직도 도착하지 않은 승객이 있어, 인솔 대장이 초조해하기 시작한다. 가야 할 길이 멀어, 예정된 시간에 출발하지 못하면, 서울 신사역에서 승객들이 귀가하는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늦은 사람을 버리고 갈 수도 없고. 해서 시계를 주시하며 인솔 대장이 어떻게 결정하는지 지켜봤다.
다행히 예정보다 2분 정도 늦은 4시 32분경 모든 승객이 버스에 타, 바로 출발할 수 있었다. 우리 옆에 있던 산악회는 10여 분 전에 목적지가 어딘지 모르나, 왔던 곳으로 벌써 출발했다. 4시 33분경 버스가 서원곡 주차장을 출발해 고속도로로 들어서는 순간 잠이 들어 실내 등이 들어와 깨어보니, '남성주 참외 휴게소'다. 초면인 거 같다. 먼저 화장실로 가 볼일 보고 나와 스트레칭으로 굳은 몸을 풀고, 버스에 탔다. 휴식이 끝나고 버스가 다시 출발해 고속도로를 정신없이 달리다가 7시 40분경 두 번째로 여주휴게소로 들어갔다. 버스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휴게소에 두 번 들린 건 80년대 남쪽 나라에 갈 때 몇 번 경험한 이후 21세기 들어서는 처음이다. 학창시절 안동으로 답사 갈 때도 두 번 쉬었던 거 같다. 어쨌든, 여주휴게소에서 휴식이 끝나자 다시 달린 버스는 1차로 죽전에서 승객을 내려주고, 8시 44분에 아침에 출발했던 신사역에 도착하는 거로 마산 무학산행을 최종 마감했다.
처음 계획대로 안내산악회 A 코스를 따라 '마산여중 → 봉화산 갈림길 → 만남의 광장 → 서마지기 → 무학산 정상 → 돌탑봉 → 무학산 정상 → 돌탑봉 → 개나리 동산 → 중봉 → 전망바위 → 학봉 → 씨름협회 → 서원곡 주차장'의 9km(트랭글) 구간을 4시간 22분 동안 즐겼다. 이동 4시간 11분, 휴식 11분! 시루봉을 찾기 위해 방황하는 바람에 예정된 거리보다 약간 늘어났다. 물론 시간도!
이번 마산 무학산행을 끝으로 까만 소, 한국의 산하, 다음으로 산림청 선정 100대 명산에 다 올랐다. 백두대간 연결 산행도 5월 중 진고개~구룡령 구간을 달리는 거로 사실상 끝나니, 앞으로는 홀가분하게 오지 산행에 집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전에는 지역별로 구색 갖추기 차원에서 마산 무학산이 선정된 거로 생각했으나, 막상 오르고 보니, 100 명산에 낄 자격이 있는 산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한 번 정도는 꼭 정상에 올라, 마산 앞바다를 조망해야 한다. 가격으로 승부하는 산악회를 이용하면, 비용도 얼마 안 든다.
다음에 오른다면, 봉화산에서 시작해 시루봉에서 끝내는, 아니면 그 반대 코스를 달리고 싶다.
※ 파노라마를 Click하면, 원본에 가까운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