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는 대연각 화재
조 흥 제
우리나라 화재 중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냈던 대연각호텔 화재를 다시 떠 올려 보는 계기가 있었다.
대연각 호텔은 퇴계로 입구 신세계백화점 건너 쪽에 있는 20층이 넘는 호텔이다. 지은지 얼마 안 된(그 전에는 무학성이라는 3층짜리 유흥가 건물이 있었음) 71년에 큰 화재가 나서 사람이 많이 죽었다. 그때 가까이서 본 사람의 글이 있어 그때의 상황을 옮겨 본다.
대연각 호텔 화재는 71년12월24일 아침 9시40분 1층 커피숍에서 시작된 불이 소방차 수백 대가 와도 끄지 못해 계속 탔다. 서울시내 소방차가 300대가 다 와도 모자라서 인천 소방차 수십 대가 더 왔어도 불을 끄지 못했다. 대연각 호텔은 빨갛게 불이 붙었다. 12시가 지나 1시, 2시가 되어도 불길은 잡지 못했다. 한국은행 앞 퇴계로 차량들도 못 지나갔다. 나는 호텔 앞 육교 옆에서 구경하였다. 육교 밑에서 소방차와 헬기 수십 대가 날아다니며 인명을 구조하는 것을 보았다. 대연각 호텔은 연기가 진동해서 보이지 않았다. 대연각 호텔 22층에 나이트클럽이 있었다. 오후 3시 쯤 불길이 잡히지 않자 밤새도록 술 마시고 춤추고 놀다 새벽에 잠이 들었던 아가씨들이 살려 달라고 악을 쓰면서 뛰어 내리는데 눈 뜨고 못 볼 광경이었다. 그 높은 빌딩에서 뛰어 내려 길바닥에 떨어진 아가씨들이 피를 튀기며 캑캑하고 죽는 수십 명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아가씨 뿐 아니라 남자들도 무수히 떨어져 죽었다. 헬리콥터가 내려 주는 밧줄 한 가닥을 잡고 키 큰 사람이 매달려 중앙전화국 위를 날아가다 손에서 밧줄이 쑥 빠져 떨어져 죽는 것을 보았다. 헬리콥터가 구해 줘 칼 빌딩 옥상에 인착한 사람은 겨우 2명밖에 안 되는 것 같다. 24일 9시40분에 불이 났는데 26일 밤 9시에 완전히 꺼졌다. 그 화재로 316명이 사망했는데 병원에서 치료받다 죽은 사람까지 400명이 죽었다고 한다. 중국 사람이 3분의 1정도 되었다.
나는 그때 조선일보 옥상에서 보았다. 직선거리로 1㎞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였다. 서울 시내가 온통 검은 연기였다. 텔레비전에선 하루 종일 대연각 호텔 화재 현장을 비춰 주었다. 소방차에서 물을 뿌렸지만 건물의 반도 못 올라갔다. 건물은 불덩어리여서 고가 사다리를 걸칠 수도 없었다. 헬기들이 옥상에 접근했지만 뜨거워서 가까이 가지 못하고 밧줄을 내려 주었다. 하지만 안전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밧줄을 손으로 잡고 공중에 떠서 흔들리니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주루르 미끄러져 땅으로 떨어졌다. 창가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투숙객들은 뒤에서 불길이 오자 천야만야한 길로 뛰어 내렸다. 멀리서 보니 새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한 사람이 뛰어 내리지 않았는데 그는 중국 사람이었고 이튿날 구조되었는데 연기를 많이 마셔서 사망했다는 언론보도다.
그때 상황을 인터넷에선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대연각 호텔 화재 사고는 1974년 청량리 대왕코너 화재와 함께 70년대를 대표하는 대규모의 재난이었다. 71년 12월 25일 새벽 발생한 화재로 사망자만 163명이었고 다친 사람은 63명이었다. 발화 원인은 1층에 있는 호텔 커피숍에 있는 프로판 가스통이 폭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1층에서 시작된 불은 가연성 소재로 마감된 호텔 내부였기에 곧바로 호텔 전체로 확대되었다. 화재 진압을 위해 사용 가능한 모든 소방차를 출동시켰고 경찰과 군대까지 동원되었는가 하면 주한미군의 소방차와 헬리콥터까지 투입되었지만 인명구조에는 한계가 있었다. 옥상에는 헨리포트가 없어 헬기 구조가 어려웠고 설상가상으로 옥상으로 통하는 문이 잠겨 있어 많은 투숙객이 올라가지 못했다. 고가사다리 차는 8층까지만 도달해 그 이상 고층 투숙객의 구조는 방법이 없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까지 현장에 나와 화재 진압을 독려했지만 상황을 바꿀 수는 없었다. 수많은 투숙객이 열기와 유독가스를 이기지 못해 창밖으로 뛰어 내리는가 하면 이 광경이 TV 생중계로 보도되어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이러한 내용이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나이트클럽에서 유쾌하게 놀던 청춘 남녀들은 얼마나 즐거웠을까. 그러다가 날이 밝을 무렵 피곤하여 잠자리에 들어 세상모르고 잤을 것이다. 달콤한 꿈속을 여행할 때 밖에서는 온통 난리가 났으니 그들은 깨서 얼마나 놀랐을까. 그러다가 뒤에서 오는 불길을 피해 가다 더 갈 수 없자 창문을 넘어서 뛰어내려면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뛰어 내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니 얼마나 고통이 컸을까.
끔찍한 재난이다.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친다. 나도 예외라는 법은 없다. 그래서 하나님께 기도 한다. 하나님 아버지시여 사고로부터 우리 가족을 지켜 주시고, 재난으로부터 지켜 주시고, 질병으로부터 보호해 주시고, 사건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라는. 하나님은 힘이 세시니 아침-저녁 기도하는 내 기도를 들어 주시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