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샛노오란 개나리가 토담벽을 따라 만개하고 뻐꾸기 울어예는 앞 동산엔
참꽃이(진달래)수줍음을 못이겨 이슬을 약간 머금고
아침햇살에 곱게 피어나고 있을 즈음
W시 외곽 면단위 작은 마을 방아실에 살고있는 숙이는
오늘은 더욱 작고 좁은 논둑길
을 따라 개울건너 버스정류장으로 향하고 있는데...
올해 읍내에서 여상을 졸업하고
S생명보험에 취직이 되어 곧 출근을 할 참이다
며칠후 경기도 용인에 있는 S생명보험 연수원에서 연수 교육후
N시에 있는 지점 경리부서에서 업무를 보게 되었는데
한달이면 야근 하는날이 부잣집개 밥먹듯 많았다
그래서 할수 없이 방을 하나 얻어 자취생활을 하기로 했다
늙은 노파 혼자 사는 집의 아랫채 문간방을 하나 얻어
연탄불도 직접갈고 냄비에 밥도해서 엄니가 보내준
장아찌며 김치로 밥을 해먹으며 직장 생활을 해나갔다
어릴때 부터 숙이의 엄니 청도댁에겐 든든한 살림 밑천으로
생각하며 때론 어린 딸이지만 집안 의 대소사도 논의 하며
기대가 컸던 효심 지극한 딸이기도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집 근처 면단위 농촌지도소의 9급 공무원으로
아주 성실한 사람이다
퇴근후엔 논밭을 갈고 비닐 하우스로 특용작물 재배도 하면서
건실한 오남매의 가장으로서 부지런한 남편으로서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숙이또한 그런 부모 밑에서 자라서인지 학교 성적도 좋았지만
주산3단에 부기가 1급
으로 학교장 추천으로 S보험에 입사하게 된것이다
추적추적 가을비 내리는 어느 주말 숙이는
헤르만헷세의 "데미안" 이란 책을 읽고 있던중
문밖이 소란하여 빼꼼히 문틈으로 내다보니
머리를 귀가보이게 단정히 깎고 물빠진 쌍마 청바지에
하얀 남방셔츠를 바지춤으로 집어넣어 입은
아주 용모단정한 모범생 같은 청년을 발견한다
숙이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짐을 인식하고
벽에 걸어둔 작은 거울속에서 자신을 비춰본다
이 청년도 숙이처럼 할멈네 방을 얻어 자취를 하러온
청년임을 다음날 노파를 통해 알았다
이청년의 이름은 최용호 나이는 스물다섯이었다
벽돌공장이 많은 이웃 B면 출신으로 몇년전 T공고를 졸업하고
보충역(방위병)으로 면사무소에서 병역의무를 대신하고
이곳 H자동차 지정 정비공장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오동잎 지는 소리에 가을이 온다고 했던가
귀뚜라미 우는 가을밤은 괜시리 외로움과 사색이 많은 밤이다
밤 늦도록 최용호의 방에도 숙이네 방에도 가느다란 불빛이 새어나와서
잠못드는 가을 밤 처녀 총각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 어느날 최용호가 용기내어 옆방 처녀 숙이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게 되고
동시상영 극장에가서 찰스 재럿 감독의 "깊은밤 깊은곳"에 를 보며
떨리는 손으로 작고 앙증맞은 숙이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땀이 배이도록 놓지를 않았다
둘이는 그렇게 만물을 영글게 하는 가을 햇살처럼
작고 아름다운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초겨울 연탄불이 꺼져버린 숙이네 방이
서빙고 처럼 냉굴이 되어
용호네 방을 두드리고 그날밤 뿌리치는 숙이의 손목을
남자 특유의 힘으로 제압하고
손 바닥만한 귀엽고 앙증맞은 속옷을 거의 찢다시피 벗기며
용호는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긴시간을 실랑이 끝에 설득 끝에 어렵게 치룬 초야는
두사람에게 진정한 축복인지 불행인지도 모를
깊고 긴 인생의 터널속으로 진입하는 첫단초가 되었다
얼마후 숙이에게 매달 있어야 할 그날이 건너뛰는것을
의심하여 자가 진단도구를 사서 확인하니 임신으로 판명되었다
설날을 며칠 앞두고 읍내 레스토랑 겨울 나그네에서
양가어른들이 만나서 부랴부랴 택일하여 숙이의 배가 더
불러오기전에 결혼식을 올리자는데 합의가 되고
조촐한 가운데 숙이네 회사 동료와 공업사 임직원들과
가까운 친인척만 몇분 모시고
읍내 현대 예식장에서 백년가약을 맺게 되고
그때 속도 위반으로 태어난 딸아이가 지금은 28살로
수원 G 초등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하고있다
이듬해 또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명석한 두뇌로
육사에 들어가서 등록금 걱정 없이
지금은 강원도 화천에서 대위로 진급하여
전차중대 중대장을 맡고있다
이렇듯 세월은 흘러 최용호 나이도 이제 쉰넷이다
숙이에겐 자녀들 만큼은 뭐 특별한 고민이나 걱정꺼리가 없는데...
요즘 들어서 더욱 걱정인것은 겨울철만 되면 이곳N시
근교 농촌 마을에서 도박판이 크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가끔 검경 합동 단속으로 여러사람이 검거되어
지방 방송시간에 뉴스로 나오기도 하는데
아직도 근절 되지 않고있다
숙이 남편 최용호도 바람을 피우거나 술주정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거나 그런일은 없는데 어느해 공장장 따라
초상집에 문상 갔다가 거기서 하기 시작해서
그때부터 도박판을 기웃 거리기 일쑤 였고
급기야 어느 해엔 단속되어 지방 검찰청에서
벌금까지 물고 마무리 되는일이 있었다
심지어 도박판에서 엄청나게 비싼 고금리로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속칭 꽁지꾼들 에게까지
돈을 빌려쓰고 25평 주공 아파트도 근저당 설정을 해주게 되었다
그런 연유로 인하여 최용호와 숙이가 별거 아닌 별거로
각방을 쓴지가 벌써 몇년이 되고 있었다
최근엔 용호가 며칠째 집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아마 도박판에서 살다시피 하는가 보다
이제 뒤를 쫓거나 찾아다니며 만류할 기력도 없는 숙이다
잠시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어보니 옆집302호 경석이 엄마다
날도 추운데 잠깐 들어와서 차한잔 하라고 하며
어쩐일이냐고 물어보니 머뭇 거리다가 조심스레 입을 연다
수년간 옆집에서 지켜 봤는데 너무 속상해 하지 말고
이제 나이도 있고 하니 스스로를 찾으라며
기분전환 함 하러 가자고 했다
거기가 어디냐고 물으니 성인 콜라텍이라고 하며
춤을 못추어도 구경이나 하면서
술이나 한잔 하자고도 했다
숙이도 오십대 초반 여자로서 그렇게 빼어난 미모는 아니지만
뒤처지는 외모도 아니다 나름대로 뜯어 보면
귀여운데가 더 많은 복스런 인상이다
숙이도 선뜻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냥 저냥 생각 없이
경석이 엄마를 따라 들어간곳은 꽃마차 무도장...
N시에서 가장큰 볼링장 지하에 대낮인데도
작은 조명들이 반짝 거리며 꿀벌들이 제집 드나들듯
연신 남여들이 들락 거리고 있었다
입구 카운터에서 경석이 엄마가 육천원을 지불하고
옷도 보관료를 물면서 ...
숙이는 걍 들어갔다
실내엔 어둑어둑하고 대형 스피커에서
좀 빠른 탬포의 트롯 음악이 이어지다가
부르스 곡으로 바뀌면 흐느적 거리듯
흐느끼는듯 섹스폰 의 불나비 사랑이...
다시 째즈곡으로 이어지고 돌리고 당기고 밀고 하며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거의 같은 동작으러 마스게임 하듯 ...
어디선가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가슴엔 오작교 란
아크릴 명찰을 달고 흰 면장갑을 낀 부킹 아줌마가
연신 여기 저기 언니 오빠 사장님을 연호 하며
열심히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생소한 분위기와 모습들에서 숙이는 약간은 어색하고
어리둥절했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샌가 경석이 엄마가 다가와
자기도 춤을 한번 배워봐 --
운동도 되고 스트레스도 풀고 그러면서 사는것이지
인생 뭐 특별난거 없어 하며 또 키가 훤칠한 어느 중년의
신사에게 이끌리어 스테이지로 나가 지루박 춤을 추고 있었다
음악 때문인지 분위기 탓인지는 몰라도
기분이 약간씩 좋아지는 숙이다
싸락눈이 내리는 아침 일찍 경석이 엄마가 초인종을 누른다
그간 배운춤을 시험도 할 겸 송년회도 할겸해서
오늘은 좀더 규모가 큰J시로 나가보잔다 사실 숙이도 설렌다
결코 내리는 싸락눈과 연말 분위기 때문만은 아닐것이다
오후3시 이런곳은 지금 부터가 피크타임이다
연말 이라서인지 발디딜 틈이 없다
부킹걸 아니 오작교 아줌마도 여긴 세명이나 된다
손님이 많음을 짐작케한다
얌전히 앉아 있는 숙이 앞에 아놀드 파마 상표가 붙은
골프웨어를 입은 적당한 키의
준수하게 생긴 50대 후반으로 나름 젊게보이는 남성이 다가와
손을 내밀며 한곡 추자고 청한다
숙이는 배운지 얼마 안되는 초보라며 양해를 구하니
상관 없다며 자신이 리드를 해주겠다고 하며
지긋이 손을 잡고 끈다
잠시 흐느적 거리듯 흘러 내리듯 끈적 거리듯
섹스폰 연주곡에 순간 몽롱해지고
아득해진듯 숙이는 그 아놀드 파마의
사내에게 서서히 침몰 되어지고 있었다
그 사내 손에 이끌려 밖으로 나오니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리고 지나는 자동차의
불빛들만이 그 어둠을 쫓고 있었다
삿뽀로 라는 일식집에 마주한 두사람은 따끈한
정종(청주)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자신들의 얘기를 이어나갔다
준수한 중년의 사내는 자신이 기업합병(M&A)전문
투자회사를 운영하며 미국 뉴욕에
서 살다가 귀국하여 이혼하고 혼자 사는데 집은
서울 잠실동이라고 소개한뒤 이곳
J시에도 사업 관계로 왔다고 했다
이어지는 뉴욕 월가의 세계금융의 심장부에서
불꽃 튀는 금융전쟁 이야기며 천문학적 숫자의 돈이
매순간 오가는 이야기 등 세계경제의 흐름과 동향에
대해서도 어려운 경제 용어들을 쉽게 풀어서
숙이가 잘 이해 할수 있게 차분히
설명하며 예의 깎듯한 매너로
숙이의 마음을 흔들고 있었고 숙이도 점차
이 사내가 싫지 않았다
이사내의 BMW 차량은 은은한 헤즐럿 향으로
실내가 아늑한 분위기속에 깔끔하게
정돈된듯 하고 차량 스피커에선 마성의 사라브라이트먼의
스카브로페어에 이어 비발디의 사계가
은은하게 때론 터키 행진곡등이 힘차게
흘러 나오고 있었다
푸른빛 작은 실내등만 졸고있는 차안에서
그 준수하게 생긴 사내가 숙이의 손을 잡는데
왠지 압도 당하고 거부 할수 없는 분위기인듯
사내의 뜨거운 손길은 이미 아침부터 곱게 차려입은 숙이의
체크무늬 보카시의 짧은 치마속으로 진한 커피색 스타킹을 들추고
작은 손바닥 만한 와코루 속옷사이를 비집으며
점령군 처럼 불룩한 삼각주와 언덕위
그 검은 숲을 쓸어 내리고 있었다
몇잔 마신 술기운때문인지 노름꾼 남편에 대한 적개심인지 모르지만
그냥 이사내의 행동에 맡기기로 마음먹은 숙이다
인생 뭐 별거 아니라는 경석이 엄마의 말이 귓전을 맴돌고
숙이 자신도 그렇게 스스로를 자위하며 변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사내의 뜨거운 입김은 숙이의 귓볼근처에서 목으로
터미널 대합실의 열풍기 처럼 고압전류가 되어 계속 불어넣으며
성숙하고도 건강한 중년여성 숙이의
온몸을 봄 눈녹듯 녹여내고 있었다
오가는 사람 없는 겨울 주차장엔 밤기러기
우는 소리만 간간이 들려오고...
이외로 뒷좌석이 좁지 않다고 생각이든건 잠시후 였다
사내의 손길 따라 질펀 해진 숙이 몸속 비너스 계곡을 비집고
그 아래 고운 옥수가
흘러 내릴때쯤 절대 서두르지 않는 기다림으로 프로패셔날한
테크닉으로 자주 해오던 것처럼 아주 능숙한 몸동작과
손놀림으로 숙이의 옷을 모두 벗겨내렸다
밖은 엄동설한이지만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두 남여는 전혀 추운줄 몰랐다
서로를 탐닉하며 오늘 지구의 종말이 와도
아쉬움이 없을것 처럼 그렇게 그렇게
겨울밤을 붙태우고 있었다
며칠후 저녁식사를 마친후 일일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수화기 넘어 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처음 들어보는 남자목소리다
티비 볼륨을 줄이고 들어보니 최용호 댁이 맞느냐고
물으며 P경찰서 교통계라고 한다
교통사고가 났으니 빨리 시립병원으로 가보라는것이다
숙이는 작년 생일때 딸이 사준 네파 아웃도아
패딩 점퍼를 대충 걸치고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응급실에서 물어보니 방금 지하에 있는 영안실로 옮겼다는
얘기를 듣고 지하로 내려가니 더 한층 서늘한 기운이 들고
흐릿한 형광불빛에 비친 사무실 표지판을 따라
문을 밀치고 들어가니 도수 높은 안경을 쓴 칠십이 넘어 보이는
영감님이 졸고있다가 숙이를 보고 어떻게 왔느냐고 묻는다
상황을 설명하자 서랍에서 낡은짝퉁 가오리 지갑을 건넨다
거기에는 용호의 운전면허증과 현금칠천원이 전부다
오늘따라 잿빛하늘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함박 눈이 소리 없이 내려 쌓인다
구만리 머나먼 길 떠나는 용호에게 왕생극락을 빌며
지난 세월의 미움도 아픔도 증오도 모두
내려서 쌓이는 함박 눈속에 묻기로 마음먹는 숙이다
잠시후면 한줌 의 재가 되어 그 머~언 황천길을
그 길고도 먼길을 홀로 가야 할텐데
뉘라서 그길을 대신 할소냐 마는...
한때나마 사랑하고 그리워 하며
오뉴월 삼복더위때 펌프물 길어 올려 등목해주며
그 넓은 가슴에 고운 얼굴을 묻고 동지섣달 긴긴밤이
짧게만 느껴지던 아름다운 날들도 있었지 않았겠나
이런 저런 만감이 교차되는 숙이의 검은 상복위로
눈물 한방울 떨어짐을 아들도 딸도 알지못하리...
얼마후 보험회사 보상과로 부터
보상금과 위로금조로1억2천만원을 수령했다
호프만 방식으로 계산했다고 하는데
실제 보상금이 많은지 적은지 크게 관여치 않을 숙이다
도박판에서 돈 잃고 허탈해서 포장마차에서
막걸리 두병 마시고 무단횡단 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교통계 경찰관의 사고경위서
조서 내용 설명이 숙이 귀에 들어 오지도 않았었다
그 와중에도 거의 매일 아놀드 파마 그 사내가
문자를 보내오고 걱정 말라고하며
숙이의 남은 여생을 자신이 책임 지겠다며
위로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숙이도 초연하게 받아들이고
담담하게 일들을 처리했다
오늘은 집근처 목욕탕에서 사우나도 하고
미용실에 들러 파마도 하고 경석이 엄마를 불러내어
비싸지 않은 한식 뷔페가서 저녁도 먹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준수한 사내로 부터 문자가 왔다
집근처 어린이 놀이터 에서 기다린다는 ...
부랴 부랴 집으로 들어가서 거울을 한번더 보고
양치질과가글을 한후 옷을 갈아입고황급히 집을 나섰다
역시나 차안에선 은은한 레몬향 냄새가 나며
교향곡 대신에 우리 가곡 기다리는 마음 이 나오고 있었는데
바리톤의 음성이 듣기 좋았다
무척이나 보고싶었다며 깊은 포옹으로 숙이를
꼬옥 안아주는 아놀드 파마다
정이 많은건지 다정스러운건지 아니면 직업적으로
난봉꾼인건지 종잡을 수없다
지난번 생에 처음으로 강가 주차장 차안에서 뜨겁게
사랑의 행위를 했던 그 달콤하면서도 짜릿했던
기억을 결코 지울수가 없는 숙이다
이젠 은근히 차에서의 행위를 내심 기다리며 즐기려는 숙이다
나름 불편도 따르지만 스릴도 있고
좀 색다른 맛도 있는게 사실이다
숙이의 몸을 녹이는 아놀드 의 멋진 손 연주 솜씨는
천재 악성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능가하고도 남음이 있으려니
오늘도 숙이는 천국인지 극락인지 도솔천인지를
몇번이고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었다
뜨거우면서도 강하게 부드러우면서도
폭풍우가 치듯 격정의 시간이 끝나고 아놀드는
숙이의 앵두같은 입술에 가벼운 입맞춤으로 마무리 하고
뭔가 아쉬운듯 아직은 탄력이 남아있는
봉긋한 숙이의 젖무덤을 살며시 손으로 움켜 쥐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연신 내뱉고 있다
이후 차는 미끄러 지듯 W시를 벗어나 수도 서울을 향하고 ...
빌딩숲으로 이어진 테헤란로를 지나 L 놀이공원 근처
호수가에 위치한 V오피스텔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15층 1503호 앞 에 내리니
주식회사 아시아 투자 자문 이란 간판이 보인다
아마 아놀드의 이곳이 사업장인가 보다 하고 숙이는 생각한다
아놀드가 번호키의 숫자를 누르고 문이 열려서 숙이도 따라 들어갔다
간단한 사무집기와 서류들이 책상위에 어지럽게 놓여져 있었다
아놀드가 커피포트에 코드를 꽂으며 말없이 싱긋이 웃어보인다
가지런하게 치열 고른 흰색 치아가 보기좋은 숙이다
이제 이 남자를 믿기로 마음 먹은 숙이다
자신이 무척 운이 좋은 여인이라 생각하며
오래도록 아놀드를 사랑하리라 마음 먹어보기도 하는데...
아놀드는 숙이에게 둥굴레 차를 권한다
진정 사랑하는 이를 걱정하고 챙겨주듯 말이다
아놀드의 오피스텔은 좀 단촐한면도 없지 않지만
그래도 바로앞이 작은 호수가 보이고 야경은 정말 좋은곳이다
오늘밤은 싱글 침대에 다소 불편하지만 서로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그 모든 불편을 감수 할수 있다고 확신하는 숙이다
녹차를 마시던 아놀드가 파란색 화일을 숙이에게 건넨다
영문과 한글 혼용체로 적힌 프로젝트 파일이다
굳이 설명한다면 스리랑카에서 고철을 싸게 수입해서
다시 수출한다는 뭐 그런 내용과
보고타나 콜롬비아에서 차를 수입 가공해서
제삼국으로 수출한다는 내용등이었다
아이아 코카 자서전을 한번만 읽어봐도
어려운 삼차 방정식보다 기하학보다
더 어려운 사업이란걸 알수 있을텐데 숫자엔 밝은 숙이지만
이런건 처음 접하는 숙이다
그러나 자신을 이토록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아놀드가 얘기하는
사업인데 라는 생각에 보고 또 읽고 해본다
하지만 이해가 잘 되 않는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것인지 모른다
이윽고 아놀드가 무겁게 입을 연다
숙이 눈치를 살피며 담배 한개비를 꺼내 물면서 ...
이번 스리랑카 투자 사업은 평생에 오기 어려운 기회의
투자 사업이라며 수십억대의 대박을 터트릴수 있는
대박 사업이라고 침을 튀며 설명한다
그리고 책상위에 3억원짜리 약속어음 한장을 올려놓는다
발행지 보고타 인터네셔날 지급지 S은행 역삼지점
이라고 인쇄된 어음이다
3개월치 선이자5% 4500만원 공제하고
이억오천오백만원인데 숙이한테
진도 모피 한벌 오백만원짜리 선물하려하니
이억 오천만원만 입금시켜 달라는 것이다
순간 숙이는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봤다
요즘 같은 저금리 속에 엄청난 이자도 이자지만
오백만원짜리 진도 모피코트를 지금까지
입어본일이 없지 않는가 말이다
여상 동창회 모임에 가보면 오리지날 모피코트
입은 친구들은 하나둘에 불과하다
졸부가 된 호두나무집 순자와
나이차가 이십년이 넘는 영감하고 사는
밤나무골 경자외에는 없다
숙이는 돈 마련을 위해 지난번 용호의 사망 보상금과
옆집 경석이 엄마에게 1%이자를 주기로 하고 빌리고
또 모자라는 것은 아들과 딸에게
직장인 신용대출로 어렵게 모아서 아놀드에게 건네주던
그날밤은 더욱 뜨겁게 그리고 정성스레 숙이의 온몸 전체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어느한곳 소홀 함이 없이
어미소가 갓태어난 송아지를 빨아주고
핱아주듯 그렇게 여러번에 걸쳐서 길고 길게 ...숙이의 온 몸은
이미 여러번 천국을 왕복했다
흥건한 숙이의 깊은곳으로 아놀드는 절구질을 하듯
때론 과격하게 때론 아주 부드럽게 그곳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그 밤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은 숙이를 태우고 동해로 겨울바다를
보기위해 아니 숙이를 위해 밀월여행처럼 신혼여행처럼
인제 백담사 부근에서 황태구이 정식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미시령 고갯길을 선택하여 낭만을 즐기듯 옛날길로 올라갔다
미시령 정상에는 예나 지금이나 엄청난 바람이 불어
숙이의 머리칼이 얼굴을 가린다
아놀드가 다가와 머리를 쓸어 정리해주며
살며시 어깨에 손을 얹는다
고갯마루 정상휴게소에서 진한 칡차 한잔씩 마시고
대포항을 지나 양양 낙산사로 향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해수관음상 앞에서
숙이는 맘속으로 기도를 했다
모든일이 다 잘되기를 물론 아놀드와의 사랑도
진실로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빌고 또 빌었다
바닷가쪽 홍련암에서도 또 만원권 한장을
복전함에 넣으며 간절히 기원했다
경포 백사장엔 겨울바다를 보러온 젊은
아베크족들과 단체로 온 대학생들이 눈에 많이 보이는 가운데
반백의 오십대들도 그럭저럭 눈에 띈다
어린아이 처럼 솜사탕을 하나 사서
숙이 손에 들려주는 아놀드의 천진한 모습에서
숙이는 또 한번 흐뭇해 하며 이게 사람 살아가는 것이구나 하고
혼자 생각하기도 한다
설악산 입구 물치항에서 도루묵과 양미리를 연탄구이 해서
간단히 먹고 정동진 까지 쉼없이 내려 왔다
언젠가 모래시계라는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많이 찾아오기도 하고 바다와 기차역이 세계에서 가장 가깝다고
기네스북에도 실려있는곳이다
높은 언덕위엔 크루즈 배 모양의 선상
레스토랑 호텔 카페가 또 유명하다
아놀드는 오늘 여기서 숙이랑 긴밤을 뜨겁게
보낼것이라 생각해본다
오늘따라 바람끝이 찬 섣달 초아흐렛날 --
벌써 며칠째 아놀드에게서 연락이 없다
많이 궁금하고 또 보고 싶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지만
억지로 참고 견디는 숙이다
근데 오늘은 갑자기 뭔가 이상한 예감이들어
전화를 걸어봤다
국번이 없거나 결번이라는 기계음이 연속 나온다
잘못 걸었나 싶기도 해서 몇번이고 확인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갑자기 머리가 아파옴을 직감하는 숙이다
서둘러 택시를 타고 다시 KTX를 타고
서울에 도착 하여 오피스텔로 가보니 문이 굳게 잠겨 있고
몇번 초인종을 눌러도 인기척이 없다
1층 관리 사무실에 문의하니 며칠전에 비우고
나갔다는 얘기만 전해온다
그렇다면 사람이야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렇다치지만
약속어음만 문제 없다면
남자와 사랑은 지나간 버스처럼 또 새로운 버스가 올것이라
스스로 위로하는 숙이다
아놀드와 인연이 거기까지라면
어쩔수가 없는일이 아닌가 하면서 말이다
다정다감하고 준수한외모며 결코 무식하지 않으며
멋과 낭만도 알고 금상첨화 속궁합도 좋았지만 언제든 누구든
어디든 아쉬움은 늘 함께 동반되는것이 인생일진데...
혹시나 해서 숙이는 약속어음을 들고 평소 잘아는
W시 S은행 당좌계 김과장을 찾아가서 점심 식사 대접을 하며
조심스레 어음용지를 내밀었다
확인을 부탁하고 고객대기 의자에 앉아
월간지를 눈으로는 보는데 글자가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잠시후 김과장이 조용히 숙이를 불러 상담실로 안내한다
아무래도 일이 크게 잘못된 예감이다
이상하리 만치 잘못된 예감은 빗나가는것이 거의 없다
역시 잘못되었다는 김과장의 말이 귓가에 맴돌뿐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숙이다
아놀드가 건넨건 칼라복사된 위조 어음이다 라는
김과장의 말이 저 언덕 너머에서
들리는듯 먹먹 하기만한데 순간 현기증을 느끼는 숙이다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눈을 뜨니 옆집 경석이 엄마의 얼굴이 영화 화면처럼
크게 다가옴을 느끼는데 아무 기력도 기억조차도 나지 않는다
숙이의 입으로 미음을 떠넣는 경석 엄마의 손을 잡으며
주르륵 한줄기 뜨거운 눈물이
숙이의 볼을타고 흘러내려 배게잇을 적시고
가슴속 저 깊은 곳에선 그 언젠가 최용호와
손에 땀이 베이도록 긴장하며 떨리는 가슴으로 보았던 동시상영
"깊은밤 깊은곳에"라는
(The Other Side Of Midnight, ) 의 영화
마지막 대사가 문득 떠올려지고 있었다
"남자는 이 여자가 처음이길 바라고 여자는
이남자가 마지막이길 바란다"
N시청 정문 근처 일식집 "홋카이도" 에선
어디선가 눈에 익은 얼굴이 써빙을 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니 그 언젠가 방아실에 살았던 S생명에 근무했던
그 얌전한 숙이었던것이다
숙이에게 이 겨울은 봄이 오기엔 아직 멀었나보다
*재미 없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 합니다 ㅎ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고 특히 아름다운 여성 회원님들은
(아놀드와 금전거래만 안하시면 됩니다 ㅋ)
|
첫댓글 아이공^♡^!
ㅎㅎㅎㅎㅎ
감사해요 ㅎㅎ
내일은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 기대가 됩니다.
글속에 용호는 (채석강 노을)님 이겠지요. 안봐도 알아요.
주산3단 ㆍ쌍마 청바지 ㆍ빛바랜 추억이네요 ㆍ
쌍마!
빅스톤?
그중 하나를 남대문시장에서 사구 단 고쳐서 몇년, 다시 단 뜯고 풀어헤쳐 몇년, 다시 무릎 아래 잘라내고 반바지로~
어쩨 ..........
ㅎㅎ
2편 바로 갑니다ㅡㅡ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