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임 소장이 작년 2018년 5월에 지하 3층부터 지상 2층까지 주차장 에폭시 라이닝 공사를 했다.
예외로 1층 주차장은 요철 있는 칼라무늬 콘크리트로 시공되어 있었던 터라 에폭시 라이닝이 아닌 Floor Stain 칠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로 차량이 회전하는 장소에서 군데군데 Floor Stain 칠이 벗겨졌다고 한다. 그 때마다 하자 보수를 했지만 벗겨지고 또 벗겨지고를 되풀이했다고 한다.
나는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리운영위원회와 상의하여 8월 5일부터 11일까지 벗겨지는 곳 일대인 1층 차량 출입구 바닥과 통로 바닥 일부를 에폭시 라이닝으로 바꿨다.
공사보다 주차장 통제가 더 어려웠다. 짱 박아놓고 장기 출장 간 차, 전화를 안 받는 차, 도색 후에 통로를 밟고 지나가는 차, 걸어서 밟고 지나가는 넘, 주차 공간 부족하다고 악다구니하는 뇬 등, 짧은 기간이었지만 육수가 줄 줄 흘러내리는 고통을 겪었다.
2.
2층 주차장 천장 한 곳에서 누수가 됐다. 원인 지점을 찾기 위해 낮 밤을 가리지 않고 3층부터 15층까지 해당 라인 세대를 일일이 방문해서 점검 확인했다.
20 여 일만에 오수 입상관 7층에서 누수가 시작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입주민과 약속을 잡고 8월 14일 세대 안으로 들어가 피트를 뚫어 입상관을 확인해 보니 PVC관에 펑크가 나 있었다. 절단하여 부분 교체 하였다. 똥물이 흘러나오는 거라 신경이 많이 쓰였었는데 원인을 찾아 수리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며칠 지나 2층 주차장을 확인해보니 물이 또 샜다. 돌아버릴 거 같았다. 다시 세대들을 한 집씩 확인했다. 마침내 5층 세대 하수 이음관이 입상관에서 빠져 있는 것을 찾아냈다. 그러니까 한 개의 라인에서 7층 오수 입상관 펑크와 5층 세대 하수관 이탈, 2개의 문제가 있었던 것이었다. 4층 세대 입주민과 9월 4일에 세대를 방문해서 보수작업하기로 날짜 약속을 잡았다.
세대 방문 점검하기가 어려웠다. 오피스텔 특성 상 낮에는 아무도 없는 세대가 많았다. 늦은 시간에 방문하면 도끼눈을 떴다. 평일 주간에 작업 할 수 있도록 날짜 잡는 것도 어려웠다.
3.
장맛비가 장대비로 내리고난 다음날 꼭대기 층인 15층 세대 천장에서 물이 샌다는 연락이 왔다. 외벽 창에 바짝 붙은 천장에서 물이 새는데 줄줄 새는 게 아니라 벽에 스며든 물이 벽지에 배어 밑으로 흐르는 식으로 샜다. 이력을 살펴보니 작년에도 동일한 문제가 있어서 가을에 외벽 창문틀 틈새에 실리콘 도포 작업을 한 집이었다. 그래서 옥상 바닥이 원인일 거라 예상하고 살펴봤는데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
하나 남은 건 옥상에 설치된 화단뿐이었다. 결국 8월 9일 삼복더위에 비지땀을 흘리며 방수업자가 폭2미터 높이 1미터 길이 5미터의 화단 흙을 삽으로 퍼내고(옥상이라 포크레인 같은 장비 사용이 불가하였다) 바닥을 방수 작업 하였다. 방수 후 마침 비가 엄청 내리길래 입주민에게 누수 재발여부를 물었더니 안 샌다고 하였다. 그래서 하루 뒤 퍼낸 화단 흙을 다시 넣고 화단을 원상태로 돌려 놨다.
그런데 그날 저녁 9시 30분 경 입주민한테서 물이 다시 샌다고 연락이 왔다. 미쳐서 폴짝 뛸 지경이었다. 이튿날 방수업자가 화단과 접해 있는 관리실 지붕으로 올라가 바닥을 살펴보고 균열 있는 곳을 찾아내서 부분 방수 처리하였다. 다시 비가 장대비처럼 내리고 갠 날 입주민에게 누수 여부를 확인해야 끝날 일이다.
4.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16년 된 건물명 글자 간판이 페인트가 벗겨지고 녹이 슬어 보기 흉하다고 해서 관리운영윈원회에서 교체하기로 결정하였다. 간판 글자 하나 크기가 2 x 3미터이고, 7 글자가 한 조로 5 개조로 구성되어 있다.
간판 도면이 없는 관계로 기존 간판을 철거해 사이즈를 실측하기로 하였는데 8월 7일 작업자 3명이 와서 막상 떼어내려고 하니 생각보다 조건이 열악하여 작업인원을 보강해 다시 오겠다며 철수하였다.
다시 날짜를 8월 12일로 잡아 철거하려 하였는데 비가 엄청 내려 순연되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다음날 아침, 출근 준비 중인데 업체 사장으로부터 지금 간판 떼러 옥상에 올라와 있다는 연락이 왔다. 조금씩이지만 비가 와서 안전 문제도 있고 사전 연락도 없이 다짜고짜 간판을 떼려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예쁘게 호통을 쳤더니 저번에 허탕 친 거, 작업 안했어도 일당 절반은 줘야 된다며 징징댔다. 부랴부랴 출근해서 안내문 붙이고 방송도 하고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작업인원을 6명으로 하겠다고 하더니 1명을 줄여 5명이 와서 작업을 했다. 2명은 로프 작업, 2명은 옥상에서 로프 운전 보조 작업, 1명(관리자)은 지상에서 철거 물 내려오면 받아 정리하고 사이즈 재서 기록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상에 지나가는 행인이나 입주민들을 통제할 사람이 부족해 보여 비가 그치고 난 땡볕에서 하루 종일 내가 보초를 섰다. 한국사람 참 말 더럽게 안 듣는다는 걸 새삼 온 몸으로 느꼈다. 굳이 설치된 안전 펜스를 뚫고 위험지역을 관통하려는 놀부 심보 가진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걸 이해할 수 없었다. 보기 딱했는지 감사님이 카페에서 복숭아 아이스티를 한 잔 사주셨다. 덕분에 나는 더 졸라 땀을 뻘뻘 흘리며 보초를 설 수밖에 없었다. 살이 백만 밀리 그람은 빠진 것 같다. 새 간판은 제작 중이고 9월 초에 달기로 하였다.
5.
이와 같은 업무 사항을 운영위원회 단톡방에 올렸더니 먹을 것 없더라도 더위는 절대로 먹지 말라는 살벌한 엄포와 욜라 열심히 일하면 합당한 대가의 처벌이 있을 거라는 무시무시한 사인을 보내 주었다.
첫댓글 ㅎㅎㅎ...어디든 그냥 먹는 곳이 없다니까요...^^
일상의 모습입니다.
소장이라는 직업은 어디서나 대동소이합니다
에이요~
고생하셨수우~~~~
아무리 먹을 것이 없어도 더위는 막지마라 !!!
소장님 멋져부러~
소장님 고생이 더 크지요.
더위에 건강 잘 챙기세요
관리소장의 8월 서정이 아닌 ᆢ
관리소장의 8개월 서정을 읽는 듯 숨차네요.
그나마 살이 백만밀리그람 빠지셨다니 참말 다행입니다 ^^*
이상하게 8월에 일이 엄청 몰렸었습니다.
9월엔 또 ㅌㄱㅌㄱ 하겠죠. ㅎㅎ
폭염속에 여러가지 일보시니라 욕보셨어요..살벌한엄포 받으실만 하세요..건강챙김하시면서 하세요~
이젠 더위가 가신 9월이라 참 좋습니다. 건강하세요
띵가띵가 노시는줄 알았는데 고생 무쟈게 하셨네요.
그래도 축하드려요.
업무추진비까지 강제로 받게되셨으니^^
곧 팅가팅가 모드로 전환예정임다.
열심히 일을 하시면서 보람을 찾는 소장님 훌륭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잘 지내시죠
고생 많으셨네요. 강제 집행될 업무추진비로
맛난거 드시고 백만밀리그람 빠진 살 도로 채우세요~~^^
살은 금방 회복되더라고요. 지난주에 첫 업무추진비 탔어요. 맛난 거 먹을라고 음식점 수색 중이니다.
열심히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열심히 일한 만큼 보람이 있다거나 보상이 따르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없겠지요~하나하나 일들이 해결되어서 기운이 팍!!팍!! 나실 것 같습니다.
이제는 쌓였던 일들이 하나 하나 정리도어 가고 있습니다.
보상 받으니 좋긴 좋네요. ㅎㅎㅎ
하나하나 세심하게 잘 처리하시는 소장님 대단하시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일을 만들어 하는 건 아닌가? 하고 때때로 고민하기도 합니다.
이런 글 안올리셨음 탱자탱자 노시는 줄 알고 쪼깨 배 아플뻔 했슈~~~^^
배 아프게 그냥 묻어둘 걸.
지가 쪼깨 서두른 감이 있네요. ㅎㅎㅎ
가리새님. 지하주차장 에폭시 "부분 라이닝" 조언 얻겠습니다.
용광로 같은 더위를 이겨냈으니 과실이 참 달겠습니다. ^^
뽀땃합니다. ㅎㅎㅎ
땡볕에 고생하셨습니다.
악덕주민을 벗어났으니 일이라도 좀 더 하시라고 하는 배려가 아닐까요?
8월엔 줄줄이 사탕으로 이어졌고 9월은 전 달에 비해 좀 나아졌습니다.
급한 것 처리하고 나면 다시 팅가팅가 모드로 전환합니다.
일을 엄청 하셨네요. 글만 쓰시는 줄 알았는데요~~^^ 수고하셨습니다.~~
좀 바빴습니다. 누수 관련 일이 많아서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참 어렵습니다
어디고 다~~~~ 쉬운곳이 없이 어렵네요~~~~~
그래도 진상이 없으니 좋으시겠네요~~~~~~
진상 없으니 날아갈 것 같아요. 몸은 바빠도 되지만 마음이 바쁘면 안 돼요.
@가리새 그래요 유체가 피곤한 것을 풀수가 있는대 정신적으로 피곤한건 만병에 원인입니다
나도 좀 댓구가요~~~~~~
소장님 무진장 고생하고 계시는군요
고생끝에 낙이 온다 했으니 곧 보상이 있으리라 믿어봅니다
무진장은 아니고요. 걍 조금 바빴어요. 곧 똥그라미가 하나식 들어올거라는 기대를 잔뜩하고 있습니다. ㅋㅋㅋ
친구가 관리소장 자격증에 관심을 보이길래 비참한 직업니다~ 라고 말해줬더니 너 같은 성격이 일할정도면 괜찮은 직업인거 같다고 합니다.
그래서 둘다라고 말해줬습니다.
더이상 묻지 않았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더위에 뭐일을 그렇게나 많이 하셨대여? 칭찬 드릴만 하네요.
그니까요. 더울 때 쉬고 시원할 때 일해야는데 안 기다려 주데요.
누수탐지가 쉽지 않은데 역시 전문가이시네요...즐건 추석 보내세요...
전문가는요.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찾은 겁니다
가리새 소장님. 잘 읽었습니다.
9월 서정이 기다려집니당 ~~~^^
고생하셨군요..월급날 되면 지난 한달을 생각해 봅니다..그냥 쉽게 받은 월급은 없더라구요...수 많은 민원과 스트레스 값..
글을 읽는데 남의 일 같지 않은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기억들...고생하셨습니다~정말 누수 어려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