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이번엔 한국어 '차질'이라고 치고 찾아보면 어떻게 나와 있을까요?
蹉跌(さてつ); 狂(くる)い; つまずき; 故障(こしょう).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이래선 한국어 '차질'과 일본어 蹉跌에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는 걸 알 길이 없겠죠?
여기서 잠깐! 위에서 아주 중요한 사실을 또 하나 발견하게 되는데 그게 뭔지 짐작이 되시나요? 차질의 뜻으로서 맨 마지막에 '고장'이 나와 있죠? 응? '차질'의 뜻에 웬 '고장'? 이런 생각이 안 드시나요?
예리한 분은 아! 하실 수도 있는데 이 故障이라는 일본어도 한국어 '고장'과 쓰임새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관해서도 때가 되면 말씀드리도록 하죠. ^^
얘기가 살짝 샜는데, 아무튼 그러므로 이 ‘차질’이라는 한자어를 양국의 언어로 옮길 때는 조심해야겠죠. 실례를 하나 들어 보자면, 일본의 OO경제신문이라는 곳의 기사에 한국 사람이 말한 ‘생산 계획에 차질을 빚었다’는 말을 그대로 蹉跌로 번역해 놓은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 일본 기자 역시 ‘차질’이라는 한국어와 蹉跌이라는 일본어의 뜻이 같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번역했겠죠, 아마? 그렇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요? 그 신문을 읽은 일본 사람들은 생산 계획이 실패했다, 좌절됐다고 받아들이겠지요? 하지만 한국어 ‘차질’은 ‘좌절’이나 ‘실패’와는 거리가 있는 말이잖아요?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뉘앙스와 좌절됐다는 뉘앙스는 전혀 다르잖아요? 비즈니스나 외교 관계에서는 단어 사용의 실수나 약간의 뉘앙스의 차이로도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건데, 이렇듯 서로가 양국의 한자어의 뜻을 잘못 알고 있는 상황은 때에 따라서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실제로 일본인의 '선처하겠습다'라는 말을 잘못 통역했다가 미일 사이에 심각한 외교 문제를 초래한 사실도 있죠. 이것도 다음 기회에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일본어 '선처'에 관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
https://blog.naver.com/iveen/221061745955
모범 답안
1 조 추첨식 : 組み合わせ抽選会
일본은 조 추첨식을 위와 같이 표현합니다. 또한 일본은 추'첨'이 아니라 추'선'이라고 한다는 건 아마 다 아실...? 첨(籤)은 상용한자가 아니기 때문이죠.
2 약체 팀 : 弱小チーム
일본도 ‘약체 팀’이라는 말도 하지만 이렇게 ‘약소’를 쓰는 게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3 차질을 초래했다 : 狂いをもたらした
해설에서 살펴봤듯이 ‘차질’이라는 한자어는 이런 식으로 적절히 의역해 줘야겠죠.
4 군사분계선 : 軍事境界線
우리가 말하는 ‘군사분계선’을 일본은 ‘군사경계선’이라고 표현합니다.
5 조성하려던 : 醸成(じょうせい:양성)しようとしていた
일본어 造成은 택지나 토지를 조성한다거나 주차장 등의 시설을 조성한다고 할 때나 사용하는 단어이지 이와 같이 분위기나 무드 같은 데는 造成이란 한자어를 쓰지 않습니다. 일본에선 분위기나 불안감을 한국말로 ‘조성’한다고 할 경우에 위와 같이 醸成(양성)이라는 한자어를 씁니다. 자, 여기서 이 '조성'의 오역 실태를 한번 직접 확인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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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저는 영어에 관해선 뭐라 할 입장이 아니라... ^^;;
암튼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