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들 언니들 안녕하세요
전북대 산악회 52기 안지언입니다.
이번에 민선대장님과 용석형과 동기 주연이와 함께 한라산으로 동계 훈련을 갔습니다.
갔다와서 경험한 내용과 느낀점을 올립니다.
1월 6일
5시 30분 기숙사에서 짐을 준비해서 나왔다.
6시쯤 동아리방 옆 용석이형 차에 도착했다.
트렁크에 짐을 싣고 목포항으로 출발했다.
배가 파리바게뜨도 있는 초호화유람선이었다.
아침을 못 먹어서 배가 고팠는데 민선언니가 빵과 우유를 사주셨다.
용석이형이 뒤늦게 배고프지 않으냐고 물으셔서 나가서 컵라면과 빵을 또 먹었다.
시체처럼 주연이는 배에 4시간 넘게 잠을 잤다.
제주도에 도착해서 이마트에 들려 수면 양말, 귤 1박스, 간식, 건전지 등을 샀다.
형 차에 기름을 넣고 가스를 사고 3시쯤 관음사야영장에 도착했다.
눈이 많이 쌓여있었고 까마귀들이 엄청나게 많아서 신기했다.
관음사야영장에 텐트를 치고 저녁으로 닭볶음탕을 먹었다.
민선언니가 가져온 냉장고 향이 나는 무말랭이가 특히 맛있었다.
딱걸이를 하러 화장실에 가니 난방이 뜨끈뜨끈했다.
혹시 몰라서 주연이와 나는 화장실에서 휴지를 훔쳤다.
형과 언니는 낮에 싸게 산 파인애플과 과자를 안주로 맥주를 마셨다.
짐을 정리하고 현민이형이 빌려주신 침낭 안에 따뜻하게 잠을 잤다.
1월 7일
5시 기상!
아침으로 설렁탕을 먹고 9시에 삼각봉대피소를 향해 출발했다.
엄청난 짐을 메고 올라갔다.
어제 붙인 발핫팩이 얼음처럼 딱딱하게 느껴져서 도중에 떼어내고 다시 출발하니
형과 언니는 이미 사라져있었다.
주연이와 나는 올라갔다가 쉬고 올라갔다가 쉬고를 반복하면서 갔다.
가는 도중에 많은 등산객을 만났다.
군인 오빠들도 만나고 친절한 섬 아주머니도 만나서 대추차도 얻어먹고 주연이와 나의 가방끈을 조절해주신 군인 아저씨들도 만났다.
다들 우리를 신기해하며 계속 질문을 하셨다.
처음에는 성의 있게 대답을 해드렸지만 가면서 말할 힘도 없어서 말을 거시면 엄청 힘든 티 냈다.
그러니 말을 더 걸지 않으셨다.
탐라계곡대피소를 지났는데 눈이 오고 안개가 껴서 너무 무서웠다.
이러다가 도착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주연이 옆에서 엉엉 울었다.
그러다가 다시 올라가고 쉬고 반복하는데 용석이 형에게 전화가 왔다.
받으려는데 꺼져서 얼른 주연이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다.
형이 어디냐고 물으셔서 탐라계곡대피소에서 좀 올라왔다고 하니 금방 오신다고 했다.
10분? 20분 뒤에 형이 오셔서 내 가방에 핫팩들을 버리게 하고 짐들을 덜어 주셨다.
한시간 쯤 올라가는데 민선언니가 내려오셔서 짐을 들어주셨다.
7시쯤 삼각봉대피소에 도착해서 짐을 내렸다.
야경이 정말 예뻤다.
제주시 내가 다 보이고 하늘에는 별이 반짝반짝했다.
짐을 풀고 대피소 안에 텐트를 치고 저녁으로 부대찌개(김치, 만두, 라면, 설렁탕 등을 넣어 만듦)와 냉장고 향 나는 무말랭이를 먹었다.
이야기를 한 참 하고 나서 따뜻한 침낭을 빌려주신 현민이 형께 감사를 드리고 잠을 잤다.
1월 8일
새벽 5시 기상!
짐을 챙기고 오늘은 아이젠도 찼다.
용진각 대피소로 출발하기 전 용석이형께 아이젠 사용 시 주의점을 설명 들었다.
7시쯤 출발해서 가는데 아이젠이 벗겨져서 형이 빼고 가라고 하셨다.
짐이 무거워서 오래 걸리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한 시간도 안 걸려서 도착했다.
텐트 칠 장소를 용석이 형이 정해주셔서 주연이와 나는 눈을 열심히 파고 밟고 했다.
가까이에서 형과 언니는 화장실을 만들고 있었다.
갑자기 우리를 불러서 우리도 화장실 공사에 동원됐다.
화장실 1호를 완성하고 텐트는 다른 곳에 쳤다.
아침 겸 점심으로 참깨라면을 먹고 딱걸이를 했다.
12시쯤 눈이 많이 쌓인 곳에 훈련하러 출발했다.
러셀과 플런지스텝을 배웠다.
햇빛이 너무 쨍쨍해서 그늘진 곳에 가서 글리세이딩을 배웠는데 너무 추웠다.
텐트로 돌아와서 장비를 말리고 쉬다가 저녁으로 삼겹살 김치찌개와 쌀밥을 해서 먹었다.
고기누린내가 나서 조미료와 쌈장, 다진 마늘을 막 첨가했다.
딱걸이를 하고 이중화를 말리고 용석이형의 즉석간담회를 했다.
많은 반성을 하고 귤 슬러시를 먹고 취침!
1월 9일
6시 기상!
가장 날씨가 안 좋았다.
일어나니 왼쪽 손목과 중지손가락이 아팠다.
어제 글리세이딩을 해서 삔 것 같다.
아침으로 설렁탕을 만들어 먹고, 점심으로 너구리에 누룽지를 넣어서 먹었다.
손이 아파서 오늘 훈련은 쉬기로 하고 언니와 형과 주연이가 훈련 갈 준비하는 것을 도와줬다.
6일 날 만난 섬 아주머니가 감사하게도 햄버거를 싸들고 우리를 보러 오셨다.
모두 훈련을 하고 나는 텐트에서 식량과 장비를 정리하고 낮잠을 잤다.
5시쯤 다들 돌아왔다.
크림수프와 햄버거를 먹고 저녁은 참치찌개를 먹었다.
간식으로 황도 캔도 주연이랑 나눠 먹었다.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을 잤다.
1월 10일
4시 기상!
용석이형이 교수님 안내산행이 있다고 하셔서 같이 나갔다가 언니와 나와 주연이는 따로 돌아오기로 했다.
형과 언니가 먼저 올라가시고 주연이와 나는 뒤떨어져 오는데 주연이의 아이젠이 계속 빠졌다.
그래서 아이젠을 벗고 올라가는데 주연이의 랜턴도 불이 안 들어왔다.
고민하다가 10분 정도 더 올라갔다.
아이젠이 없고 경사도 급해서 주연이가 계속 미끄러졌다.
결국, 우리끼리 내려오기로 했다.
내려와서 너무 추워서 수프를 끓여 먹고 고민을 했다.
민선언니가 화가 나서 내려오셨다.
우리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젠을 고치고 물을 뜨러 샘터에 갔다.
올라와서 언니와 이야기를 하고 라면 끓여 먹었다.
주연이와 나는 다시 백록담을 보러 올라갔다.
우모복을 입고 올라가는데 너무 더워서 후회를 했다.
왕관바위에 도착했는데 구름이 깔렸고 멀리 바다가 보였다.
너무 예뻐서 사진을 많이 찍고 신이 난 주연이의 춤도 동영상으로 찍었다.
백록담 가까이에 올라가는데 간식을 엄청 받아오신 용석이 형을 만났다.
교수님과 일행분들이 감사했지만, 간식이 많이 남은 우리에겐 짐에 불과했다.
백록담에 도착했는데 바람이 정말 따귀를 때렸다.
민선언니의 심정을 이해하고 반성을 했다.
백롬담에서 좀 쉬다가 내려왔다.
텐트에 도착해서 라면 먹고 낮잠을 자다가 설동을 파러 갔다.
설동을 완벽하게(?) 파고 웃긴 사진도 찍고 얼른 텐트로 돌아왔다.
저녁으로는 먹다 남은 삼겹살로 수육을 해서 먹었다.
정리하고 잠을 잤다.
1월 11일
7시 기상!
아침으로 설렁탕을 먹었다.
한라산에서의 마지막 훈련이다.
장구목으로 러셀을 해서 올라갔다.
어제 백록담 올라가면서 눈이 엄청 쌓여 있는 곳이 있길래
주연아 저기서 썰매 타면 재밌겠다 했는데 그곳에 갈 줄이야
엄청 힘들었다.
날씨가 정말 좋아서 예쁜 사진을 많이 찍었다.
간식도 먹고 언니가 잘못(?) 가져온 회기를 펼쳐 사진을 찍고 텐트로 내려왔다.
얼른 짐 싸고 내려가려고 했는데 구급 대원분들이 헉헉거리며 올라오셨다.
위에서 사고가 났는데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으셨다.
용석이 형이 도우러 올라가시고 언니와 주연이와 나는 짐을 쌌다.
용석이 형이 내려오시고 우리는 하산을 시작했다.
짐이 많이 가벼워져서 거의 쉬지 않고 내려왔다.
삼각봉대피소에서 용석이형이 먼저 내려가라고 하셔서 언니 나 주연이 순으로 내려왔다.
야영장에 도착하니 깜깜했다.
픽켈을 분실해서 사무실에 가서 분실등록을 하고 형을 기다렸다.
형은 20분 후쯤 도착하셨다.
짐을 차에 싣고 급하게 예약한 펜션으로 갔다.
도중에 마트에서 음료수랑 생필품을 샀다.
도착해서 치킨과 보쌈을 시키고 샤워를 했다.
따뜻한 물로 오랜만에 씻으니 너무 행복했다.
맛있게 저녁을 먹고 이야기를 하고 사진도 보고 잠을 잤다.
1월 12일
8시 기상!
오랜만에 푹 잤다.
일어나니 온몸이 욱신욱신해서 힘들었다.
텔레비전을 보고 쉬다가 차에 있는 장비를 가지고 와서 테라스에 말렸다.
아침은 독개물항에서 해물뚝배기와 오분자기뚝배기를 시켜서 먹었다.
정말로 맛있었다. 형들 언니들 오시면 꼭 드셔 보시길!
밥을 먹고 민선언니가 좋다고 한 오설록 녹차원에 갔다.
가서 녹차쉐이크를 먹고 귤 한 상자를 사서 숙소로 왔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은 똥 돼지구이를 먹었다.
일반 삼겹살과 별 차이가 없다.
그냥 제주도 왔으니 기념으로 먹은 셈 쳤다.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텔레비전 보면서 쉬다가 회를 사러 가기로 했다.
동문공설시장에 가서 옥돔과 광어를 저렴하게 샀다.
역시 시장은 흥정해야 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펜션으로 돌아와서 씻고 회를 먹었다.
쉬다가 잠을 잤다.
1월 13일
8시쯤 일어나서 짐 정리를 하고 언니가 끓여준 누룽지와 멸치칼국수를 먹었다.
11시가 체크아웃이라 얼른 짐을 챙기고 형의 차를 타고 제주항 근처에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를 보고 4시쯤에 제주항에 도착했다.
기념품을 사고 배를 타고 목포로 갔다.
목포에 도착해서 근처에 아귀찜을 먹으러 갔다.
아귀찜을 먹고 전주로 출발했다.
12시 넘어서 전주에 도착했다.
짐은 다음날 풀기로 하고 헤어졌다.
교훈이나 느낀점
한라산 동계를 일주일간 갔는데 짐이 너무 무거웠다.
다음번 산행을 간다면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정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에 고마움을 느꼈다.
특히, 휴대폰 배터리를 비상시 사용할 수 있게 충전을 빵빵히 해서 가야겠다.
주연이와 사소한 것에 다투기도 하고 풀기도 했는데 우애가 돈독해졌다고 생각한다. (나만 생각하는 거겠지...)
언니와 형이 잘 이끌어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산행은 1박2일로만 다녀야겠다.
만약 장기로 간다면 산 위에서 텐트치는 산행은 고민해볼 것같다.ㅠㅠ
(침낭을 빌려주셔서 잠 한번 안깨고 따뜻하게 잘 수 있게 해주신 현민형께 감사를 드립니다♥♥)
긴 산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첫댓글 ㅋㅋㅋ 재미있게 읽었어ㅋㅋ
동영상이 나만 안나오는건가?ㅠㅠ
주연이가 춤추는 동영상이에요 ㅎㅎ 언니 저번에 보셨던 그것..
동영상저거저거 누가춤추는거닝ㅋㅋㅋ
주연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