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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다루에요. 2011년 11월 12일에 태어난 저는, 이제 두 살이 되었어요. 사람들을 좋아하고 활발한 저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종이랍니다. 사람에게 아직 어린 나이지만 안내견으로서는 파트너와 함께 세상으로 나아갈 의젓한 나이에요.
오늘 여러분께 제 하루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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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제가 다니고 있는 학교이자 집인 올해 설립한 지 20년 된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요. 현재 파트너분들과 함께하는 제 선배들은 전국에 60마리 정도가 되고, 1년에 8~ 10 마리 정도가 졸업 후 파트너분과 함께 사회로 나간답니다. 이렇게 많은 친구가 함께 교육을 받고 생활하는 학교는 우리나라에서 삼성화재안내견학교뿐이랍니다. 저 역시 앞으로 만나게 될 파트너분의 듬직한 동반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훈련을 받고 있어요.
대부분의 안내견 교육은 용인과 분당 그리고 강남과 같은 번화가 등 실제 거리에서 진행되고 학교에서는 간단한 복종훈련만 진행된답니다. 안내견학교에선 먹고 놀고 쉬고 운동하며 지내요. 사람들은 제가 매일매일 교육을 받으며 힘들겠다고 생각하시지만 전혀 아니랍니다. 하루에 한 두 시간 교육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쉬면서 지내고 있어요.
엄마 젖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기들이 보이시나요? 며칠 전 태어난 제 동생들이에요. 지금은 그저 어린 강아지처럼 보이지만 금방 자라서 파트너의 의젓하고 듬직한 동반자가 된답니다. 저처럼 실전 교육을 받기 전 제 동생들은 태어난 지 7주가 되면 자원봉사자의 집에서 1년간 사회화 과정을 거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와요.(이 과정을 퍼피워킹(Puppy Walking)이라고 해요) 우리 학교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없었으면 저의 집과 학교 그리고 저 같은 안내견도 없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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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박재만 선생님과 함께 거리 보행 교육을 받으러 수내역에 왔어요. 저희도 여러분처럼 주5일제로 교육을 받고 있어요. 사람들은 제가 억지로 교육을 받는다고 하지만 저는 본능적으로 사람들을 좋아하고 밖에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하루에 두 시간 정도 받는 교육 역시 선생님과 나들이 가듯이 즐겁게 임하고 있어요. 하지만 교육을 받는다고 모두 안내견이 되는 건 아니에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년에 8~10마리 정도가 6~8개월의 보행교육을 거친 후, 3개월 가량의 최종 시험 기간을 통과해서 안내견이 되는데, 처음 10마리가 태어나면 셋 정도만 최종합격하고 있으니 30% 정도의 성공률이랍니다.
시각장애인 파트너의 동반자가 된다는 것은 저희 예비 안내견들 사이에선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흔히 말하는 ‘엘리트 견공’으로 인정받는 셈이죠.
훈련사 선생님께 열심히 집중하며 보행교육을 받고 있는 제 모습이에요. 듬직하죠? 지하철역에는 파트너를 위한 유도 블록이나 점자 등의 시설이 잘 마련되어있는 편이랍니다. 하지만 거리로 나오면 사람들도 많고 시설도 부족해서 파트너가 보행하기 많이 힘들어요. 특히 에스컬레이터나 계단 같은 경우에는 제가 옆에서 도움을 주려고 노력을 해도 파트너가 보행하는데 제한사항이 많아요. 그래서 거리로 나갈수록 더욱더 파트너를 신경쓰며 걸으려고 노력하죠. 앞으로 파트너를 위한 편의시설이 많이 생겨서 저와 파트너에게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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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오늘은 저를 보러 영삼성 기자님들이 오셔서 카페에 왔어요. 사실 안내견이 처음 도입되던 1990년대 초에는 카페뿐만 아니라 지하철과 버스 등 여러 공공시설에서 교육을 받기가 매우 힘들었어요. 늘 선생님이 제 교육을 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안내견에 대해서 설명해주시고 직접 구청까지 가서 공문을 받아오시는 등 고생이 많으셨죠. 하지만 이제는 저희를 보는 여러분의 시선이 많이 바뀌어서 저를 보면 귀여워해 주시고 기특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졌답니다. 하지만! 저 다루가 아무리 귀엽고 예쁘다 할지라도 만지거나 음식을 주시면 안돼요. 이래 봐도 저 교육을 받을 때와 놀 때는 구별하는 사나이라고요. 교육받을 때는 교육에만 집중해야 해서 이름을 부르시거나 손으로 예뻐해 주시지 마시고 눈으로만 예뻐해 주시길 부탁 드릴게요. 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저와 함께하는 파트너에게는 큰 실례가 될 수 있기에 자제해주시고요.
교육은 보통 10시에 시작해서 4시면 끝나요. 6명의 친구와 함께 왔는데, 한 시간씩 교대로 선생님과 함께 보행 교육을 받는답니다. 교육이 끝나면 학교로 돌아와서 밥을 먹고 내일 교육을 위해 푹 쉬게 됩니다.
낮에는 안내견으로의 교육을 받고 있지만, 교육을 마치고 안내견학교에 돌아오면 여러 사람들로부터 듬뿍 사랑 받는 존재랍니다. 저희는 그 어느 강아지보다 선생님과 자원봉사자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답니다, 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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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우리 학교의 박태진 책임님이세요.
“많은 사람들이 시각장애인을 단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로만 생각하지 말고 자립해야 할 존재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합니다. 이웃 나라인 일본을 비롯한 미국, 영국 등 세계에는 수많은 안내견 학교와 시각장애인을 위한 재활시설과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시설이 부족해 후천적으로 실명이 된 분이나 나이가 많은 분들께서 단독보행을 하시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리고 젊은 시각장애인이라면 대학교에서 활동보조인과 같이 수업 시간 동안만의 도우미와 같은 일시적인 지원만 주어지기 때문에, 그분들이 자립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기르는데 많이 힘들기도 하고요. 단순히 순간순간 그분들에게 도움을 주는, 말하자면 물고기를 잡아다 가져다 주는 식의 지원보다는 근본적으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상황과 밑바탕이 되어줄 수 있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식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사실 저희도 안내견 친구들과 파트너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지만 그러기엔 제한사항이 너무나도 많답니다. 저희와 함께할 파트너가 되려면 진실한 마음과 재활에 대한 의지 역시 중요하지만, 단독보행이 가능해야만하고 직업과 보행목적이 명확해야 해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28만 여명의 시각장애인분 중 안내견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분들의 수는 현저히 적은 것이 현실이랍니다. 더 많은 사람이 책임님께서 앞서 말씀하신 부분들을 잘 이해하고 알게 돼서 자립할 수 있는 여건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저희가 만날 수 있는 파트너도 더 많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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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지막으로 다루와 기자님들이 만난 사람은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서 시각장애인들과 학교 간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시는 유석종 주임님이세요. 대학교 입학 후 첫 동반자로 ‘강토’형을 만났고 현재는 안내견학교에서 일하면서 ‘채송’누나와 동반자로서 함께 살고 계세요. 주임님께선 저희와 같은 동반자를 만나게 된 뒤 자신의 삶이 너무 크게 바뀌었다고 말씀하신답니다.
"제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자립심이 생긴 점입니다. 사실 많은 분들이 안내견과 파트너의 관계를 ‘명령하고 명령을 받는 주종관계’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저희는 함께 생활하면서 감정을 공유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파트너 관계랍니다. 강토와 채송이를 만나 스스로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안내견들의 성장과 관리는 순전히 파트너의 몫이기 때문에 ‘강토’, ‘채송’이와 함께 생활하며 책임감과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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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 보이는 사진은 생을 다한 안내견들을 기리는 추모비랍니다. 수많은 파트너들의 눈이 되어주고, 친구가 되어주고, 가족이 되어준 정말 훌륭하신 선배님들이세요.
저 역시 파트너와 함께 거리를 거닐고 생활하면서 다른 강아지들에 비해 건강해졌어요. 집에만 있기보다는 밖에 있는 일이 많아서 안내견이 아니라면 경험할 수 없는 수많은 일을 만날 수 있었죠. 그리고 저희와 같이 귀여운 친구들을 누가 가만히 지나칠 수 있겠어요? 저희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유석종 주임님께 거부감 없이 다가갈 수 있었고 그 덕에 주임님께서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생겨 대인관계 면에서도 이전과는 다르게 많이 좋아졌다고 하셔요. 지금도 매일 채송 누나의 하네스(손잡이)를 잡는 순간 누나가 기쁘게 달려온다고 하네요. 그 순간마다 함께 감정을 공유하고 생활한다는 기쁨을 느낀다는 유석종 주임님의 말을 들었을 때 저도 빨리 저와 함께 성장하고 생활하게 될 파트너를 만나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저희는 10살정도가 되면 파트너와의 이별의 시간을 갖는답니다. 10살이면 사람 나이로 환갑 정도가 된다 하니, 파트너와 이별 후 자원봉사자 가정에 위탁되어 은퇴견으로 남은 견생을 보내게 돼요. 유석종 주임님은 강토형과 처음 이별했을 때는 많이 슬펐지만 함께 지낸 시간과 동등한 행복을 얻기 위해 이별한 것이라 생각하셨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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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종 주임과 안내견 ‘채송’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유석종 주임님과 채송 누나가 보이시나요? 두 분처럼 행복한 동반자들이 더 늘어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영화 속 슈퍼히어로처럼 지구를 구할만한 큰 힘이 필요한 건 아니에요. 앞서 박태진 책임님이 말한 것처럼 시각장애인을 자립이 필요한 존재로 ‘인식의 전환’을 하고, 일상생활에서 그들을 대하는 사소한 행동들을 하나하나 쌓아가다 보면 유주임님과 채송누나처럼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동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작은 영웅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곧 만나게 될 제 파트너와 함께 하루 빨리 여러분을 만나고 싶어요. 그때 저희 꼭 반겨주세요. 멍멍!
글/사진/영상: 최은혁, 최윤정, 박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