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
산은
산빛이 있어 좋다
먼 산 가차운 산
가차운 산에
버들꽃이 흩날린다
먼 산에
저녁 해가 부시다
아, 산은
둘레마저 가득해 좋다
- 박용해 (1928~1980)
구독하는 신문엔 매주 월요일 마다 시 한편씩 소개되는 작은 공간이 있다.
이번 주에는 산의 봄 정취를 알리는 시 한편을 올렸는데, 이 소개된 시의 시구가 오늘따라 미남의 감성을
파고든다. 우정 안 본척 하면서도 어느새 눈길은 시구를 따라 읽고 있고, 연필을 움켜 쥔 손은 시구절을 서
둘러 옮겨 적는다. 시구절에 흩날리는 버들꽃이 나오는 걸로 보아 사월 중순쯤에 잉태된 시심이겠다.
매화,산수유,목련,개나리,진달래,벚꽃,철쭉.....
이쁜 봄꽃은 주어진 수명따라 피고, 진다.
지금은 철쭉이 한창이고, 며칠 후면 장미의 활짝 핀 모습을 보느라 정신 없겠다.
겨우내 기도 못 핀 채 지내게 만든 심술진 추위는 사라졌고, 따스하게 보듬어 주는 봄날은 도래했다.
잔뜩 웅크린 채로 겨울을 난 어깻죽지는 쫘악 펴졌고, 추위와 세상 사는 시름에 찌든 집사람 인상은 봄
꽃처럼 활짝 펴 환해졌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의 환생이던가!
좋은 님, 반가운 님 만날 이 좋은 날을 앞두고 이전에는 없었던 연신 모임 일시를 찍어대는 총무님과 회
장님, 그리고 모일 곳의 주인장인 이시영의 다그침에는 간절함이 느껴졌고 무척 급했다.
언제부터인지 만날 때가 되면 우리네의 심장은 벌써부터 뛰기 시작했다.
특히, 홍천 모임을 앞두고는 뛰는 심장 박동은 한층 더 요란스러웠다.
인생살이의 덧없음을 알게 되 가고, 그렇게 깨친 마음의 절박함 탓인지 심리의 작동 빈도가 더 심해진 건 아닐런
지? 그리고 작년 말에 있었던 태국여행에 관한 궁금증도 급한 간절함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모임 임박해 미남 찾은 김명수 회장. 그는 표현력의 부족함인지, 아니면 뭔가에 쫓기는지, 항상 그는 대화함에
있어 세련된 느긋함과는 거리가 먼 단도직입적인 일방통행식으로 일관했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휘 하나에도 담긴 멋과 품위가 있고, 기민한 영민도 잠재되었건만 김회장이 지닌 그
런 멋은 아예 존재치 않았다. 이번 모임의 의미를 짧게 말하면서 부수적으로는 모임에 불참시 반드시 따를 잔
인한 응징을 굳이 조폭식 협박조톤으로 전한, 김회장의 일방적이고 강제된 어마무시한 통보.
이런식의 대화는 애초에 짧게 끊는 것도 생길 불쾌를 피하는 현명한 방법 중 하나겠다.
일방적으로 원하는 답부터 한 후 모임에 있을 미남의 예견을 말했다.
내용인즉슨, 이번 모임에는 참석 인원이 타 모임 참석 인원보다 서너명 더 참석할 것 같다는 예상과, 김회장도
미처 생각 못한 인물의 확실한 참석을 장담했다. 김회장은 어떻게 그런거 까지 알게 됐는 지 되물었다.
이 말은 회원마다 일일이 연락하며 참석 여부를 확인한 그인데, 어찌 너는 그러지도 않으면서 그리 예상하는
지에 대한 김회장의 의구 담긴 궁금증.
이런 식의 의문엔 깨달은 가벼운 염화시중( 염華示衆 : 석가모니가 제자들과 함께한 공부하는 모임에서 연꽃
한송이를 들어 보이자 한 제자만이 그뜻을 깨닫고 미소를 띠자 그에게 불교의 진리를 주었다고 하는 데서
유래됐다)의 미소 띠는 걸로 족하겠다.
역시 예상대로 타 모임보다는 좀 더 많은 동기들이 참석했다.
오랜만에 참석한 김재길, 이만금, 서영준과 참석여부를 장담키 힘든 인사들 서너명. 참석여부에 의구심을
갖게 만든 이들은 이 기회를 빌어 성실한 참석을 맹약하길 바라는 바이다. 그리고 이참에 전설화된 비밀을 알
려주겠다. 그건 동기모임의 착실한 참석은 비전되는 무병장수의 비책임을 알려주니 참석에 불성실한 인사들
은 이 점을 반드시 자각하길 바란다.
2024년 상반기 모임의 장소는 홍천군 내촌면 어은동골에 자리한 이시영의 신축한 집이다. 모임 장소로 개인
집으로 정한 최초이자 최후일 특별한 경우겠다. 시영이가 집을 짓는다는 얘기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제야 방문케 됐다. 통보된 주소로 산골길을 헤매며 찾아가 보니 예상외로 넓고 밝은 터에 지은 이층 주택이
자리하고 있었다. 집앞에 서서 사방을 훑어보니 주어진 입지에서의 나름의 길지로 보였다.
살기 편하게 지었다는 겸손 빙자한 시영의 말이 아니더라도 집의 모습에서 풍겨 나오는 기운에서 편안함을
추구하는 의도는 능히 감지할 수 있었다. 집앞의 넓은 앞마당에는 잔디를 입혔고 입구쪽에는 조그만 연못도
마련했다. 집으로 통하는 길은 콘크리트로 마감했으니 외견상 더 필요함은 사치겠다. 전체적으로 집의 안
팎으로 살펴보니 주인장이 집 짓는데 많은 생각도 한듯하다.
시영이의 신축한 집을 살펴보면서 자연스레 흘러나온 얘기가 있었다.
일전에도 얘기가 나온적도 있었는데, 몇년전 충북 음성에다 길주가 집을 신축했고 이전에 있던 낡은 공장
을 처분하고 2천평의 부지에다 커다란 새공장을 멋지게 지었다. 큰 새공장을 신축하고도 입다물고 있는 길
주는 겸손의 대가인지, 아니면 지닌 큰 웅지에 비해 현실의 규모가 협소한 탓인지, 입다문 길주의 품은 큰
뜻을 일개 서생 훙내내는 이에 불과한 미남으로서는 이해가 힘겨울 수 밖에 없겠다.
그 넓은 잔디 깔린 앞마당에 일렬로 꾸며논 테이블에 인원수 맞춰 놓은 의자들이 의젓하고 멋지게 보였다.
상위에 차려진 방금 뜯어온듯한 신선한 산나물 (참두릅, 명이나물, 산마늘, 엄나무순, 참나물, 취나물 그리고
산삼(?) 줄기들), 직접 만든 두부, 도토리묵, 겉절이 김치등을 보면서 동시에 터져나온 일치된 객들의 한 마디
(차라리 비명에 가까웠던) 야아~~~ !! (죽인다)
60평생 이렇게 손수 채취한 산나물을 푸짐하게 먹음직스럽게 한자리에 차려논 것을 보기는 처음이었다.
끝없이 돋는 식욕 이전에 이 많은 걸 마련하느라 (산채를 채취하느라 며칠씩이나 산을 올랐다는 김미경
씨의 노고를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다) 애쓴 시영의 부인인 '김미경' 여사님의 들인 정성과 노력함에 자연스레
터져 나온 칭찬과, 예상밖의 후한 후대 향한 감사한 심정에 자연스레 숙여지는 수컷 객들의 무거워진 머리들.
여기에 넉넉하게 마련한 삼겹살, 소주, 맥주들.
이번 모임에도 맛보이려고 이호가 힘써 마련해온 석화(굴)와 조개
그리고 모임의 관심의 대상이었던 뜻밖의, 그 누구도 상상치 못했던 위스키 두 병.
관심의 대상으로 등극한 위스키는 모임의 품위를 격상시켰고, 나름의 엘레강스한 우아함으로 고급스런 분
위기를 조성시켰으며, 따른 잔을 기울이는 참석인들의 모습을 흡사 귀족화한 모습으로 변모시킨 훌륭한 조연
이었다.
2024년은 64년생들이 맞이한 환갑이 되는 해이다.
이 환갑을 자축하는 의미에서 마련된 축하주인 발렌타인 17년과 조니워커 골드 라벨 리저브.
이 술들은 고급스런 고가는 아니지만 부담없이 제공하기엔 자제될만 하겠다.
위스키를 마련함에 있어 마음크게 써준 전찬문과 최승호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재차 보내는 바이다.
이번 행사를 치루면서 이전부터 알고 있던 사실 하나를 확인했음에 큰 의미를 갖게 됐다.
홍천 모임의 주체자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 이시영과, 이전의 행사에 회원으로 참가한 이시영과는 모든 면
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있었음을 모두는 목격했다.
이처럼 한 사람에게 주어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는 많은 생각과 수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겠다.
또한, 모두들 이런저런 경우를 겪어 왔듯이, 다양한 경험들은 그 겪은 이들의 사고와 사유함의 근원적 원천
역할을 훌륭하게 할 것이다.
홍천 모임도 원만하고 즐거운 모임이 됐다. 그런데 하나의 모임이 원만하게 유지되려면 주최자들의 희생과
노고는 당연한것이고, 그 옆에서 주최자를 도와주는 도움도 큰 역할을 한다. 진정 도움을 준 대부분은 그들이 도
운 사실과 내역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도운이들의 진심이기도 하다.
대부분은 도운이들의 그런 뜻을 알고 있다. 그런데 도움을 준 사람과 도운 내역을 공표치 않는 경우 이런 도움
을 준 사람도 누군지 모른채 당연스레 누리는 이들도 있겠고,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도 전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이들도 있겠다. 받은 도움에 감사한 마음도 없이 제공된 도움만 누리는 이들의 무례에 경고를
주고, 받은 도움의 내역도 모른채 안타까워 하는 이들의 감사를 전할 수 있게 도운자들과 그들의 도운 내역을
알리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차후로도 이런 것은 알리는게 사람간에 있는 도리에도 합당
하다는 생각이다.
홍천 모임에서 도운이들과 이들의 도운 내역을 알아 본다.
(1) 이시영, 김미경(시영의 부인)
참석한 15명의 숫컷객들을 먹이고 편히 쉬게해준 일체의 모든 도움.
특히 남편인 이시영의 위신과 체면을 세우노라 아무런 연도 없는 15명에게 베푼 정성과 노고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이번을 계기로 시영의 잘 간 장가를 확인했고, 이에 은근히 돋는 숫컷들의 심술보들
은 어찌 달래는지 ~~~
(2) 서영준
딸기 4박스, 이틑날 아침 식사.
평소 모임에 발길 뜸한 동긴데 얼마전 아버님 모신 후 답례겸 겸사겸사 참석한 듯하다.
사실 평소 어울리면서도 자신을 내세운 적 드물었고, 자기표현에 적극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알고보면 만사에 대한 개인의 생각도 확실했고, 자신의 주장도 있으며, 특히 곁에 있는 이들의 불편함을
도와주는 따스한 마음을 소지한 인물이다. 일반적 상식도 풍부하고 얘기꺼리도 많은듯한 인물이다.
앞으로 100%의 모임 참석을 앙망하니 영준이도 본인표현에 좀더 적극적이면 좋겠다.
특히, 홀로 참석하는 그대의 파트너인 승호의 오가는 길의 쓸쓸함과 외로움을 없앨 사람은 자네외엔
없어 보이니, 앞으로 그의 외로움을 잠재워 주기를 염원한다.
(3) 이호
싱싱한 석화(굴), 조개
기억으로는 작년 상반기 속초 모임부터 세번째 참석이다.
작년 하반기 정선 모임때도 의외로운 싱싱한 가리비와 닭발양념구이를 가져와 기쁨을 전하더니,
이번 홍천 모임에도 푸짐한 석화와 조개를 협찬했다. 고맙고 감사한 성의였고 신선한 선물이었다.
들고 온 해산물에는 말없는 여러 의미가 있을 듯하다.
사람들마다 나름의 힘든 인생길을 걸어오면서 있을 많은 사연들을 품고 살아간다.
하지만 자신이 품은 사연이라고 함부로 풀어제치기엔 쉽지않은 세상이다.
동기모임이라 부담도 덜하고 편한 구석도 충분한 모임이다.
동기들은 그대의 앞으로도 변함없는 참가를 요망하니 잦은 발걸음해 존재하는 거리감도 없애고,
나름의 가진 세상얘기를 나누는 푸근한 동기모임으로 만드는 데 일조를 부탁함세!!
(4) 최승호
위스키 1병 (조니워커 골드 라벨 리저브)
조식후 음료 일체( 커피, 쌍화차, 생강차)
미남이 보는 승호는 존재 그 자체가 기쁨이다.
늘씬한 큰 키와 늘 머금은 웃음기는 마주하는 사람의 긴장을 보는 순간 소리없이 풀어 버린다.
다행이다, 미남이 남자로 태어난 게. 만일 여자로 태어났다면 그와 엮여 터져나올 연애담이 생각
만이라도 골 아프다.
뒤늦게 동기모임에 출입을 시작한 승호.
맨처음 짧막한 카카오톡을 통해 알게된 승호.
조금씩 그를 알게 되면서 그가 가진 세계의 일부를 보게 됐다.
특별한 것은 없겠지만, 그는 일상에서 보게 되는 군상들의 정해진 고리타분에서 진일보된 면을
갖고 있었다. 그는 세계 대표적 대중음악(영미팝, 라틴팝, 칸초네, 샹송, 러시아 음악, 집시음악, 국내
가요 등)을 몇 십년간 접해 왔고, 그에 걸맞은 나름의 일가견도 있었다. 게다가 각종 주류는 물론, 얼마
전부터 미남이 관심 갖기 시작한 위스키도 이미 그는 일상에서 접해 왔다. 그의 이런면은 미남에게 또
다른 신선한 시선과 깨달음을 고맙게도 전해준 셈이다. 또한 그로 인해 우물 속에서 정해진 일정 수영
만 세상 모든 것인듯 알고 즐겼던 미남은, 우물속의 개구리에 불과했던 그 자신을 뒤늦게나마 깨닫고
아프고도 쎈 주먹질을 연달아 자신에게 난타했다. 무척 아팠다.
아무튼 일상적이고 정형화된듯한 고답적 관념에서 홀로 유희에 빠져있던 미남은, 그와의 교류를 통해
이전에는 관심 없었던 세계 대중음악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위스키에 대한 많은 궁금증도 혼자 알아서
탐구중일 정도로 사고의 진전이 있었다.
이때 미남에게 던져준 승호의 깨달은, 흡사 선승의 선문답 같았던 한마디는 많은 생각의 단초 역할을
했다. " 나의 일생에 남은 것 이라고는 음악(대중)과 술밖에 없었던 것 같았다"
이렇게 알게된 그에게 취지를 말하면서 행사에 쓰일 위스키 한 병을 부탁케 된 미남.
미남의 말에 승호는 일순 당황하며 갖고 있었던 알려진 위스키들은 마셔 없어진 상태였고, 현재는 위
스키라 하기엔 부족한 술만 남았음을 토로한 승호. 그런 그에게 피해 준 생각 모자란 실수를 사과하며
순간적 걱정거리를 주게된 미안함을 말하면서 없던 일로 하자고 좋게 마무리진 미남.
미남의 순수한 의도를 깊이 인식한 그는 뜻밖의 위스키 '조니워커 골드 라벨 리저브' 한 병을 구해 쾌히
들고 홍천모임에 나타났다. 그런 그에게 감사를 말과 문자로 전했고, 난생 처음인 부탁을 그런식으로 받
아들인 그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만 미남.
행사후 폰으로 감사함과 미안함을 메세지와 음악으로 전한 미남. 이친구 받자마자 외려 감사를 표하며
멋진 답송도 함께 보내온 승호.
승호는 진정 멋을 아는 신사였고 우리들의 다정한 벗이었다.
(5) 전찬문
위스키 한병 (발렌타인 17년)
축하주로 술 한병의 기증을 권했더니 경우에도 없는 초등생식 희안한 경우를 내세우며 거부의 의사
를 묘하게 표한 인물. 괜한 술 한병으로 유지된 관계가 끊어질까봐 없던 일로 하자며 서둘러 대화를
끝냈던 미남.
축하주 기증을 권한지 3일째 되던 날 오후 2시경 느닷없이 폰으로 보내온 한장의 사진.
폰타고 배달된 사진에는 발렌타인 17년이 의젓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환갑 맞은 동기들에게 축하주로 기증을 권한 미남의 조심스러웠지만 부담스런 목소리가, 찬문의
의식속으로 파고들어 인식된 괴로움에 고통받았을, 전찬문의 위신과 체면. 끝내 대의명문하에 아끼
던 위스키를 빼앗긴 찬문의 어이없어하는 찬문의 쓰린 속.
평소 술을 즐기는 그에겐 세상 무엇 보다도 귀중했을 명품 위스키 한병.
제법 괜찮은 위스키 한병을 강탈한 미남이 기분좋게 장담하겠다.
전찬문씨, 그대가 기증한 '발렌타인 17년'은 그 덩치의 수십배 되는 기쁨을 동기들에게 전했고, 그날
친구들이 느낀 기쁨이상으로 그대의 생존은 연장됨을 장담하련다.
다음날 철수차 집 앞에 나와 있던 일행 중의 한명인 미남이 둘러 멘 작은 가방을 연신 걷어차며 맺힌
분을 해소하는 듯한 전찬문. 설령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미남이 황당한 상황을 이해할지라도, 뺏긴 발
렌타인 17년에 대한 찬문의 미련은 오래갈 듯 싶다. 그날 집에 도착 후 폰 메세지로 흔쾌히 기증한 것
에 대한 감사하고 고마운 심정을 전했고, 이걸로도 성에 차지 않아 육성을 전했건만, 여전히 못마땅해
하는 찬문의 심사는 여전히 미남에겐 우울한 근심으로 남게 됐다.
(6) 최길주
사과주스 (즙) 15박스
동기 모임에서 만난 (2012.4 원주모임) 이후로 모임이 있을 때마다 길주가 제공한 무언가를 받아온
것 같았다. 매년 하반기 모임때면 그가 한박스씩 들고 왔던 '음성복숭아'. 중간에 코로나 때문에 모임
자체가 잠시 끊겼지만,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는 큰 모양에 맛도 깊었던 '음성복숭아'. 하반기 모임시기
가 조정되던지 해서 끊어진 길주의 '음성 복숭아'를 맛 볼 기회를 기대하겠다.
언젠가는 모임 석식후 숙소로 이동한 뒤 길주는 갑자기 나를 호명하더니 콘도 지하에 있는 슈퍼로 데
려가 술과 안주꺼리를 큰 봉투에 가득 ( 봉투 2개에 나눠) 산 적도 있었다. 당시의 사정을 정확히 기억
못하지만, 애매하게 처해진 상황에서 그가 자비로 동기들의 2차 주연을 마련한 것이었다.
언젠가 (2015 .4 ) 있었던 수안보 모임에서 지역 명물인 수안보 꿩요리를 대접한 적도 있었다. 맛과 모
양새로 봐서도 비싼 값을 청구한 관광지성 음식으로 기억에 남았다. 멀리서 온 친구들에게 지역의 특
별음식을 대접하려한, 길주의 성의가 깊게 남은 경우였었다.
작년 (2023.10)에 있었던 하반기 정선 모임에는 비싼 송이버섯을 박스채 구입해와 고깃집에서 난데
없는 송이잔치도 벌였던 최길주. 그 해 있었던 태국 관광시 ( 2023. 11) 일행(7명)의 마사지 비용도
대신 치룬적도 있었다. 이번 홍천 모임에서는 동기들에게 사과쥬스(즙)를 한 박스씩 제공했다.
(이번경우도 회비로 구입한걸로 잘못 안 미남의 무관심) 이처럼 길주의 생각 깊은 배려는 쓰인 비용
이상가는 훈훈함으로 영원히 우리들 의식에 남을 것이다.
사실 12년 전부터 모임(원주)에 참석한 이후로 선한 길주와의 인연은 굳건하게 이어져 왔건만, 민감
한 개인사를 세세히 파는걸 꺼리는 성격상 처해진 길주의 형편을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현재 하는
업종에 투신한지 30년 넘는 세월동안 한때 돈도 제법 벌은 듯하고, 중간중간마다 괴로운 기간도 극복
해온 걸로 알고있다. 흔히들 사랑하는 여인의 과거는 묻지 말라는 말도 있듯, 남자의 아픈 과거사도 함
부로 묻는 건 큰 실례겠다.
아무튼 미남이 알고 있는 최길주는 선한 심성에 성실하기 짝없는 부지런하고 유능한 사업가이다.
또한, 그는 동기모임내에서도 겉도는 '그림자'같은 존재와는 임하는 태도부터 다른 진실한 존재였다.
처해진 경우에 따라 지갑도 제대로 열줄 아는 인간적인 면도 지녔고, 매사에 성실히 임하는 생활인
으로서도 믿음가는 괜찮은 친구다.
끝으로 그가 하는 사업의 무궁한 번영과 무탈한 건강을 염원하는 마음은 영원할거다.
홍천 모임을 마치고 춘천 향한 차내에서도 벌써 모임후기를 재촉하는 분위기였다.
모임 때마다 동일인들이 참석하고 석식 후 숙소에서의 2차 술자리. 늘상 변화없는 그저그런 대화들,
그러다가 술 과한 인물(거의 변화없는 고정인물이다.)의 술주정 등 동일한 인물에 동일한 과정을 소재
삼아 기존의 나열식 후기 쓰는 것에 대한 싫증도 제법 됐다.
그렇다고 변화없는 일상에서의 소재로 맛깔스런 에세이를 잘 엮어내는 '김훈'같은 글재주는 애시당초
없었다. 이번 모임에서 옆자리에 앉아 있는 상수에게 말을 건넸다. 모임후기는 누군가는 써야겠는데,
이번 후기는 자네가 쓰는 건 어떠냐고 물은 미남. 돌아온 답변은 부정이었다.
모임 끝난지 삼일 지나 명수에게 궁금한 걸(사과즙건) 을 물어 봤다. 그리고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
(위스키 건)도 알려 줬다. 오고간 짧은 대화 후 명수 입에서 나온 뚱한 한마디, " 너 후기는 다 썼냐?"
라는 기본예의 조차도 존재치 않은 막가파 조직내에서나 나옴직한 협박성 윽박지름.
마땅한 쓸거리도 없노라고 핑계성 대답을 했더니, 이 인간(진작에 인간 간에 오갈 뻔한 문리에
달통된듯한 듯) 평소 쓰지도 않던 미려하고도 달콤한 표현을 앞세워 순식간에 무너뜨린 미남의
고집스런 순진무구. 으이~ 씨~ 또 ~ 당했다.
별도의 준비도 없이 주위의 힘쎈 주먹 쥔 강권에 후기를 쓰게 됐다.
항상 모임에 참석하는 정해진 인물에 같은 방식(주어진 짧은 시간에 다른 방식은 불가하다)으로
진행되 온 동기 모임.
굳이 후기가 없어도 모임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꿰고 있는 동기들.
이런 정해진 입장에서 동기들이 늘상 찾는 후기의 매력을 찾아 본 미남.
혹, 정리된 글을 통해 그날의 재미와 흥미를 반복해 느껴보려는게 그들이 원하는 후기의 매력일까?
그동안 (12년간) 후기를 써 온 사람의 입장에도 변하지 않고 지속되 온, 가슴 아프고도 아쉬운,
유일한 안타까운 사실이 하나 있어 왔다.
그건 읽을이들에게 전할 푸릇푸릇하고 때로는 농익은 상큼함을 그럴듯하게 꾸미는 재주가 없다는
것을, 글쓰는 이부터 애초부터 알면서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사실이다.
마지막으로 어디선가 얻어 들은 '돈키호테'의 의미 깊은 대사를 전하며 졸문을 마치련다.
"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
* 홍천 모임 개최 일시 : 2024.4.19.金
* 개최장소 : 홍천군 내촌면 어은동골 이시영 자택
* 홍천 모임 참석자 명단
이시영, 김미경(시영의 처), 김명수, 이희곤, 최길주, 전찬문, 서영준, 이호, 최승호,
오문일, 김재길, 이만금, 김상수, 전호국, 금정남, 박찬봉, 황철중
後 記
(1) 작년 11월에 시행됐던 태국여행이 있어서인지 유달리 모임 날을 고대해 온 동기들의 일치
된 심정. 이런 심정은 없으면 그즉시 목숨을 내놀 정도인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서만, 있을
사랑의 징표가 확실하다.
(2) 오랜만에 쓰게 된 글인지라 수정할수록 곱절 이상씩 늘어나는 수정될 글귀들.
희한한 현실이지만 엄연한 진실이다.
초고( 초벌로 쓴 원고) 를 살펴보면 사방에서 드러나는 수정할 대상( 단어, 어휘, 오자, 구절
~~. ) 들. 이것을 수정하다 보면 아예 초고를 쓰는 이상으로 드는 시간과 신경쓰임. 끝없는
수정을 하다가 수정된 페이지를 다시 읽어보면 처음과는 완전 다른 글이 되고만 황당스런
현실. 그럼에도 원고를 반복해 살펴보면 여전히 나타나는 수정될 글귀들.
이럴때마다 글 쓰는 작가들의 글을 쓰는 실제 상황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미남이 쓴 한줄의 문장을 마음에 들도록 서너번 씩이나 고쳐 쓰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3) 여전히 모자라 뵈는 글이라도 쓰다보니 내용상 쓰게된 6명의 인물만 어느정도 자세히 다루
게 됐다. 또한, 스스로 정한 무리 안 갈 정도의 공간이라 모든 사항을 줄일 수 밖에 없었다.
무한정 시간과 무리없는 쓸 공간이 주어진다면 쓰면서 아쉬워할 그런 모자람은 안 보게 될
것이다.
(4) 4월 27일에 서울에서 있었던 문일이 딸내미 결혼식에 춘천 친구(찬봉, 호국)들과 다녀왔다.
처음으로 서울에서 있었던 결혼식에 참석해보니 만면에 가득 웃음 띠며 반가이 접해주는
혼주인 동기를 보면서 오길 잘했다는 마음이 계속 반복됐다. 가급적이면 직접 참가하는 것
이 옳고 바람직 한데, 그동안 그러지 못했던 자신을 나무랜 미남.
첫댓글 이름이 좋다!
어은동골.(첨엔 어우동으로 읽었다^^;)
한적한 카페가 잔칫집마냥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반갑다.
같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 처럼!
예전엔 83동기(남자)들이 안 멋있었는데 나이들어가면서 멋져보인다.
겉모습은 늙고 초라해져도 마음은 늘 건강한 청춘들이길 바래본다.
두릅,도토리묵,엄나무,참나물,겉절이,너무 내 취향인 곳.😅😀
어은동골은 꼭 한번 가보고 싶네.
"너 후기는 다 썼냐?"는 명수회장님의 일갈이 유쾌하다.
덕분에 맛깔난 후기를 읽어본다.^^
사진의 꽃은 앵초.
꽃말은 '천국의 열쇠'
글에 대한 선물이다.^^
시영이의 신축된 집은 좋은 위치에 가급적 편하게 살려고 생각 많이해
지은 시영이의 작품이었다.^^
그런 집으로 동기들을 불러 다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아주 행복한
모임이었다.
차후 그 집에서 모일 기회가 한번쯤은 더 생길것이다.
그럴 기회가 오면 그때는 초청의 기회가 올수도 있겠다^^
후기 잘 읽었다.
이렇게 잘 쓰니까 자꾸 미남에게 회장님이 주문을 하지 않겠나?!
우리의 보배일세! 참가한 사람, 베푼 사람, 기쁨을 받은 사람, 다음에 참석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두로 생각하고 배려해서 글을 쓰니 ......
가을모임 후기도 당첨일세.
후기에 대해 있었던 대화를 괜히 올려 당사자였던 그대 에게도 실례의 폐해가 간건 아니였었는지~~쓰는 글의 범위를 넓히다 보니 신경 쓸 것도 자꾸 생기네 어쨌건 좋은 곳에서 좋은 시간을 함께 했으니 소중한 우정도 더 돈독해진 좋고 귀중했던 기회였던 것 같다 여름이 왔다. 하는 일과 겯들인 농사일을 현명히 분배해 무탈한 여름을 보내시게.
철중이의 4월 모임 후기는
그의 치졸함의 끝판왕이다
협박과 회유와 봄에 복숭아 가지고 오라는 그의
의자왕급 당돌함 그리고 모임 후기 글 작성을 위하여 뇌물 공여자들에게 후한 점수를 주는 등
이루 다 말 할 수 없는 그의 언행에 치를 떤다
양주 2병과 사과쥬스건도 그의 협박의 결과물이다 아마도 뇌물도 엄청 쳐 먹었으리라 생각이
든다
다음 모임의 희생양은 누가 될지 심히 걱정이 된다 몸들 조심하시요
가금적 눈을 마주치지 말고 후기 글에 댓글을 많이들 달면 그 후한으로 부터 자유로울듯
그동안 써 오면서 챙긴 뇌물도 제법 되 그걸로 마련한 40평대 아파트만 세채가 됐다. 글 쓰면서 자연히 붙은 권력 덕에 뒤늦게 호의호식하는 누림을 누리게 됐다. 동기들의 눈감아 준 덕에 부귀를 누리게 돼 진심으로 고마움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숨겨졌던 알려진 비밀을 근거삼아 금전적 혜택 볼 목적으로 절대 접근치 마라. 혼자서만 챙기는 꿀재미는 나 혼자만 즐길테니 그런줄로만 아시고 차후의 비리를 보게 될 지라도 지금까지 모른채 해준 것과 똑같게만 계속 유지하시게~~최길주에게도 뒤늦게 고마움을 전한다. 그 긴세월 동 안 비리를 모른척해 거금을 모을 수 있게 주도적 역할 해준 그대의 고마움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해 주시게 다음에 또 보세. 그때는 음성복숭아를 꼭 챙겨 오시게~~
-그냥 지나치기 거시기한 몇 장면 보태기
무엇이든 불태워버릴듯 다소 위험한 자유영혼, 시영의 안정적 성공의 이유--배우자의 힘과
숨겨둔 성실성- 를 엿본듯. .
행사 시작부터 뒷마무리(고기굽고 청소등) 까지 시종일관한 재길, 호이 등의 헌신--되게 미안했음.
83모임의 비공식 중추 미나미의 무의식적 활성화 노력--성공적 협찬유치를 자축한 과음에 무너져가는 몸을
소파에 기애어 반실신상태임에도, 두 귀는 쫑긋 세우고 있던 그 책임감은.. ..이렇듯 쫄깃한 후기로..ㅎ
모처럼의 등장, 유쾌한 음주, 상큼발랄한 재담 --만금의 재발견!
음ㄹㅏ ㄴ 교수 승호야! " 나의 일생에 남은 것 이라고는 음악(대중)과 술밖에 없었던 것 같았다" 이 대사는
조용8 행님이나 김건M 가 남길만 한 것임을 괜히 알려주고싶구나
흐흐~.~정남의 날카로운 덧글덕에 멏 사람의 불편이 만만치 않겠다~~~흐흐~ 승호에까지 날라간 정남의비수는 심장에 제대로 꼽힌듯 하다. 승호야,진작부터 그대의 치부를 가릴것을 지적했건만,방치된 그 치부가 드디어 밝혀지고 말았다~~흐~~마지막으로 요번 후기에 달린 그대의 댓글에 대한 답글식으로 제시했잖아역사적 방랑자인 김삿갓 흉내를 적당히 내라고 말한 내 의도를 진작에 수옴했다면 의외의 동기가 비판하며 던진 비수에 급소를 제대로 맞는 일은 피할 수 있었는데~~~ 몇년만에 보게된 만금이의 재롱잔치는 끊기지말고 계속 동기모임에서 보여 줬으면~~
이호와 재길의 쉽지 않았을 봉사활동도 모른채 오른 주기와 닥친 수면욕에 그런 바람직한 봉사활동도 캐치 못 했네. 호이와 재길의 따듯한 마음씀을 제대로 취재할 때가 분명히 올 날이 있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