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올 7월 끊이지 않는 재개발·재건축 비리 근절을 위해 도입한 ‘공공관리자 제도’가 점점 자리를 잡고 있다. 공공관리자 제도는 구청장이 정비업체를 직접 선정해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 및 승인을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정비구역 지정 단계 이전부터 정비업체가 주민 동의서를 매매하고, 추진위와 조합, 정비업체와 설계자, 시공자, 철거업체 간에 금품이 오가는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았던 문제들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첫 시범지구인 성수지구 본격 사업가동서울시는 성동구 성수지구를 첫 시범지구로 지정하고 지난달까지 4개 지구를 추가해 총 11개 지구를 시범지구로 선정해 놓았다. 현재 공공관리자 제도 시범지구로 선정된 곳은 성수지구와 한남뉴타운, 방화뉴타운 등 뉴타운 6개 구역과 단독주택 재건축 3개 구역, 재개발 2개 구역 등 총 11개 구역으로 확대돼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구역들은 본격적인 사업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작용해 사업에 탄력을 받고 있다. 일부 구역들은 공공관리제도 시범지구로 지정된 후 추진위원회가 구성되는 등 본격적인 사업진행이 되고 있다. 또 지분시세 또한 단기간 급등하기도 했다.
우선 공공관리자제도 시범지구 중 가장 빠른 사업 진행을 보이는 곳은 처음으로 지정된 성수지구다. 성수지구는 지난달 성수 전략정비구'의 추진위원장 및 감사 선거가 치러졌다. 성수구역에선 4개 지구로 나눠 개발이 진행되기 때문에 추진위원회도 4곳이 구성된다.
성수지구는 총 53만6391㎡로 약 16만평이 넘는 대단위 사업지로 공동주택 문화시설 공원 녹지 등 여가시설이 어우러져 들어설 예정이다. 바로 옆에는 서울시민의 허파 역할을 하는 서울숲이 있고 한강을 남쪽으로 바라보는 천혜의 주거지역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주거명작'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분시세 또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에서 직접 재개발을 주도해 조합원 분담금을 낮춘다고 하니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재개발 사업이 투명하게 추진되면 사업 속도도 빨라지고 각종 비용이 절감되면서 조합원 분담금이 1억원 이상(99㎡ 기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구역에 위치한 동양메이저 80㎡ 시범지구 지정 후 3000만원의 호가가 올라 현재 5억5000만원에 달한다. 4구역 임광 82㎡도 5000만원이 넘게 올라 현재 5억5000만원선을 보이고 있다. 지분가격도 급등했다. 지역에 따라 틀리지만 지분가격은 3.3㎡당 최고 7000만원 선으로 올해 초보다 2배가 넘게 뛰었다.
성수 S공인 관계자는 "재개발 지분의 투자가치는 향후 조합원 분담금이 얼마나 될지에 달려 있다"며 "조합원 분담금이 줄면 투자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에 재개발 구역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남뉴타운도 지분시세 부쩍 올라그 다음 사업 속도에 가속이 붙은 곳이 한남뉴타운이다. 최근 ‘한남 재정비촉진계획’이 확정돼 사업이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한남지구는 서울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남산과 한강이 어우러지고 반포로, 한남로로 둘러싸여 있는 입지적 강점이 있다.
또 올 8월 서울시는 한남지구 전체를 서울시 주거환경개선대책의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공공관리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주요 세부 계획 내용을 살펴보면, 한남지구는 보광동, 한남동, 이태원동, 서빙고동 일대 총 111만205㎡의 부지에 주택용지 75만4109㎡(67.9%)와 도로, 공원·녹지, 학교 등 공공시설 35만6096㎡(32.1%)로 조성돼 기반시설이 획기적으로 확충될 예정이다.
또 지구내 도로는 반포로와 한남로를 동서로, 이태원로와 두무개길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각각 1km에 이르는 간선도로와 이를 그물망으로 연결하는 집산도로, 국지도로 등이 체계적으로 정비된다.
아울러 공원·녹지계획으로는 4만3355㎡에 이르는 글로벌 파빌리온 파크 등 대형공원 2곳, 어린이공원 2곳, 소공원 2곳도 들어선다. 이외에도 한남지구에는 전체부지 대비 평균 용적률 220%를 적용해 4층 이하 89개동, 5∼7층 117개 동, 8~12층 33개 동, 13~29층 43개 동, 30층 이상의 초고층형 4개동 등 총 286개동 1만2710여 세대에 이르는 다양한 공동주택과 업무 및 판매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남뉴타운도 공공관리 시범지구 지정과 재정비촉진계획이 확정돼 지분시세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또 해당지역 중개업소들은 “결정고시가 난 후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한남 제3구역 단독주택은 대지면적 42.9㎡는 5억7000만원, 빌라는 대지면적 46.2㎡가 6억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도로변에 위치한 대지 지분 42㎡의 경우 5억4000만~6억원 선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금융 위기 이후로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던 지분 투자 수요가 이번 서울시 발표로 소폭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투자금액이 큰 만큼 철저한 투자분석으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 밖에 지역도 호가 상승성수지구, 한남뉴타운 이외에도 공공관리자제도 시범지구 중 움직임을 보이는 곳이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금천구 시흥동 일대다. 이 일대는 재건축 사업이 예정돼 있긴 하지만 아직 재건축 조합은 물론 재건축 추진위도 구성되지 않는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아파트들이 많다.
하지만 공공관리자제도 시범사업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재건축 개발 바람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이 일대 아파트 들이 공공관리자 시범지구로 선정된 것으로 계기로 재건축 추진에 속도가 붙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작용한 때문이다.
시범지구 지정 후 이 일대 아파트들은 평균 2000만원의 호가가 뛰었다.
이 아파트 한 채 값이 평균 2억~3억원 선인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가격 상승 폭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시흥동 럭키아파트는 올해로 입주한 지 27년이 되는 낡은 단지다. 총 9개 동에 986가구(59~92㎡)의 대단지다. 재건축 계획만 잡혀있을 뿐 추진위도 구성돼 있지 않다. 이 단지 59㎡는 올 초 1억5000만~1억8000만원에서 지금은 1억9000만~2억1000만원을 호가한다. 73㎡는 한달 전보다 3000만원 가량 올라 2억7000만~2억85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인근 예스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을 염두에 두고 소형 위주로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지만 매물이 많지 않아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시흥동 무지개공인 대표는 “현재 재건축을 염두에 두고 소형 위주로 매입하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현재 거래가 성사되기가 어렵다”고 시장 상황을 전했다.
한편 최근 선정된 동대문구 신설동 일대, 서대문구 홍제동 일대, 강북구 수유2동 일대, 성북구 돈암동 등은 다소 호가가 뛰긴 했지만 아직 별다른 사업 진척은 보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