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23년4월15일 10시
만난곳 : 미사리 조정경기장후문 버스정류장
참여자 : 남영우,이성열,구영보,권중배,김상희,신동규심달섭, 엄형섭,유관영,이계혁,이민우,이정우,이종구,
이종기,정찬인,조천욱,최해관,추호석,한성철(이상19명)
기 록 : 이종기
봄비 내리던 날
하남시 미사동에 이르는 길은 용이하지 않았다..
3호선을 타고 오금에서 방화행 5호선으로 갈아탄 후, 다시 강동역에서 검단산행 5호선으로 바꾸어 미사역에서
내리고 그 지점에서 버스를 갈아탄다. 눈 어두운 노인네는 길 잃기 십상이다.
미사역 앞에서 여럿이 합류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이에 고층 빌딩과 세련된 현대도시가 형성된것을보고
여기가 미사리 맞아? 감탄이 쏟아졋다.영보가 말한다.아들녀석 집을 마련할때 미사리냐 서울쪽이냐
저울질하다 서울쪽 주택을 택했는데 미사리아파트는 집값이 몇배 오르고 서울쪽은 안 올랐단다.
이런 경험은 영보뿐 아니라 우리 인생에 널려있다.
인간은 깜장으로 모든 순간에 통박을 굴리지만 결과는 실망스럽다.
미사리 경정공원의 봄은 물러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가로변에 벗나무들은 밀집해서 도열해있는데,
그 화려해했었을 꽃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연분홍으로 시작했던 봄의 환영은 녹색의 세계로
변모해가고 있었다.일장 춘몽, 말 그대로 한바탕 봄의 꿈이 끝나고 덧 없는 봄날들이 사라져가는 즈음이었다
봄비.
4월의 어느 주말에 대학 동창생들이 모여 행락하는 날, 봄비는 내리는듯 멈추는 듯하여 우산을 써도
그만 안써도 그만이었다.새풀옷 갈아 입은 연두빛 싱그러움 속에 보슬비가 내린다.
누군가 이렇게 봄비가 내리는 날은 김추자의 봄비를 듣고싶다고 말했다.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섹시녀 김추자가 그립다.
이동네 터줏대감이자 초청자인 달섭이는 19명의 인원 점호를 끝내고 10 Km의 도보행진코스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점호; 성열, 달섭, 동규, 찬인, 영우, 호석,관영, 종기, 종구 상희, 영보, 천욱, 해관, 성철, 정우, 계혁,
중배, 형섭, 민우
출발하는 지점은 경정공원의 산책길인데, 끝이 안 보일정도의 곧은 길이 단정하게 펼쳐져 있다.
길을 따라 겹사구라(왕벛꽃)의 분홍빛이 전개된디. 이동네 왕벛꽃은 시절이 늦은지 아직 봉우리가
활짝 펴지 않은 꽃들이 많았다.
겹사구라는 화사하여 주막집 여인같고 홑사구라는 청순하여 여염직 규수같다.
나는 홑사구라의 정갈함이 좋다.겹사구라가 끝없이 늘어선 길 중간 중간에는 꽃사과 나무의
해맑은 흰색꽃들이 드문드문 섞여있다.
그리고 샛노란 황매화의 강렬한 빛이 눈에 들어온다. 찐 노란색이다.
사라진 벛꽃대신 봄의 마지막 자락을 장식하고 있는 것인가?.
보슬비 내리는 우중의 행군은 정다웠다. 여기저기서 세상사는 얘기가 끝이 없다.
호경대신 카메라를 잡은 성절이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늦게 생산회에 합류하여 상산회의 보배가 되었다.
꽤 행군이 어지간히 진행된 지점에서 아담한 정자에 도달했는데 . 여기서 소음악회가 열렸다.
언젠가 달섭이 보러 여기 왔을때 달섭이는 바로 이자리에서 나를 위해 나의 애청곡
"내맘의 강물"을 불러주었다
" 수많은 날은 떠나갔어도, 내맘에 강물 끝없이 흐르네, 그날 그땐 지금은 없어도 내맘에
강물 끝없이 흐르네 ..."
일번 타자. 권중배의 클라리넷 연주로 대니보이가 우중 공기를 휘감았다. 앙콜은 모짜르트 곡으로
꽤 길고 고난도였는데 이를 멋지게 소화하여 세월 갈수록 연주실력이 는다는 찬사가 이어졌다.
언제나 차분하고 선량함이 배인 그 모습.
2번 타자 심달섭. 불어인지 라틴어인지 원어로 April이라는 곡을 불럿다. 노년의 면모에서 울려나오는
목소리는 다감.했고 그 자세는 열정적이었다. 맘씨좋고 헌신적이고 베푸는 기쁨을 아는 인물,
달섭이가 있어서 69는빛난다.
3번타자는 의외였다. 버팔로같이 우람한 체구를 자랑하는 관영이가 걸어나오는 것 아닌가.
슈베르트의 가곡 겨울 나그네중, 보리수부분, der lindenbaum을 부르겠다는 거였다.
거구에서 나온 소리는 뜻박에도 섬세하여 실연의 비탄에 빠진 겨울 나그네의 서정을 충분히 담아냈디.
그것도 독일어 원문으로 꽤나 긴 곡조를 기억하다니 신통하기 그지없다.
다음에는 69야의 핵심멤버인 찬인의 "봄이오면'이 이어졌고 피날레는 찬인과 달섭의 두엣으로
"내마음에 아이가 산다" 는 곡이 대미를 장식했다. 위트에 넘치는, 분위기 메이커 찬인은 노래도 잘한다.
목사님은 아니다...정자 안에서 노인네들이 신명을 내고 있을떼 정자의 둘레는 진분홍 박태기꽃과
샛노란 황매화가 피크였다.
힌비탕 음악회를 끝네고 다시 행진은 계속 되는데 조정경기장의 호수가 그림처럼 누워있었고 그 옆으로는
자전거길이 시원하게 뚤려있다. 대한민국 어디를 가나 정갈하게 설치되어 있는 산책로, 차도,
자전거길이 놀랍다.인프라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환경이라는 공감이 이어지는데 산책로 중간쯤에는
어디를 가나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어 한국인의 간강관리에 기여한다.
아. 조국의 문명은 여기에 이르렀는데. 정치는 분열과 대립을 마음껏 조장하니 마음 아프구나...
평지길이지만 한참을 걷고나니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플 것이엇다.
마침내 달섭이 준비한 닭갈비집에 도달하여 소맥에 몸을 맡겼다. 닭갈비는 닭다리, 몸통, 목살, 닭발가락등
부위별로 제공되었고 양념도 달라서 우리는 다양한 미각을 즐길수 있었댜.닭의 몸뚱이를 이렇게 다양하게
찢어 발기는 구나.
실컷 즐기고 나오는데 동규가 달섭에게 고성으로 간청한다. " 심감사, 가을에 미사리 한번 더오자..".
조오치.상쾌한 16000보를 즐겨 겯고 조선땅 최고의 닭갈비를 배터지게 믐미하니 가을에 또 안오고 배기겠는가?
이런 햄복의 조건을 제공해준 달섭에게 모두들 감사. 밥값도 감사.
노후에 서울 가까운 자연속에 쾌적한 삶을 즐기려고 한다면 여기 하남 미사리가 답이 될거라고
모두들 공감했다,심달섭과 고명희 여사가 입증하고 있질 않은가 !
몰려다니는 건 엔돌핀 생성에 좋고 치매를 늦추는데 특효일거다.
오늘 이 행락으로 다음주는 내내 기분좋은 한주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믿는다.
(이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