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누군가 그러더군요.여행은 3박 4일 정도가 적당하다고 말입니다.더 짧으면 아쉬움이 남고 더 길면 지루함이 남는다며 야구의 케네디 스코어 비슷한 일정을 얘기해서 공감한 적이 있는데 이제 그 적정선을 넘어선 5일차입니다.모두의 피로가 서서히 그 몸과 마음을 잠식해 들어갔고 자는데도 그와 반대되는 피곤이 쌓이면서 부상의 위험성과 미묘한 긴장감이 올라갔습니다.
사실 이때부터 모두가 열심히 찍어대며 많은 기록을 남겼던 사진의 양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갑니다.피로가 쌓이고 기력이 떨어지면서 변화가 생겼던 것이라고 봅니다.5일차 드디어 그동안 하루 1경기만 하면서도 힘겨워 했던 경기가 이제 이기면 하루 2경기가 되어 갑니다.한국으로 치면 하루 4경기를 두경기 연이어서 하고 두경기 연이어서 하는 지옥의 일정입니다.
사실 전날 저녁에 많은 얘기가 오갔습니다.진지하게 또는 가볍게 이어지는 대화들이었지만 내용은 대동소이했습니다.잔부상이 이어지고 있고 피로가 쌓여 이대로 가면 큰 부상의 위험성이 높아지는데 이제는 경기에 연연해하지 말고 포기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조심스레 흘러나왔습니다.모두들 그렇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질까라는 말에는 침묵이었습니다.이기자는 거였습니다.
전날 연회를 마치고 주포였던 명근이와 형근이를 포함한 꽤나 많은 인원들이 바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내일 경기를 위해서 체력적으로 힘겨운 것을 이겨내기 위해서였습니다.친선을 위해 교류전을 하러왔는데 그 교류전의 장이 전일본 대회여서 거친 경기의 한가운데 섰고 이기다보니 부상의 위험성이 점점 올라가는 어려움 속에서의 치열한 한일전이 되가고 있었습니다.시간이 지나다 보니 화목과 친선이 중요한 교류전과 승리가 중요하고 치열해질 수 밖에 없는 한일전의 경계에서 선수들이 서 있었습니다.한국에서는 교류전이라 할테고 서울이 위주로 참가했지만 역대최고급의 멤버들이 참가해 역대 2회전을 통과한 적이 없다는 일본 협회의 말(전남이 3회전까지는 진출했다고 얘기해주셨습니다만 당시에는 저희는 2회전이 역대 최고인 줄 알았던 거죠)에 한번 기록을 남겨보자라는 분위기가 남겨졌습니다.
아 그래도 경기는 이겨야 한다라는 게 최종 결론이었는데 보는 저도 뛰던 선수들도 마음이 미묘해졌던 것 같습니다.아키타와 일본농구인들은 좋은데 일본농구에는 꼭 이기고 싶다는 역설적인 마음이 들었던 겁니다.이율배반적인 그 다짐의 기저 민족을 넘어선 승부의 추가 마음에 그림자를 짙게 드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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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타 캐슬 호텔의 로비와 조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 사이에는 이렇게 현황판이 써 있었습니다.최초에는 14개 종목의 일정이 써 있었는데 시일이 지나갈수록 그 숫자가 줄더니 5개만 남았습니다.단체구기에는 이번 대회 축구 배구 야구 소프트볼 그리고 농구등이 참석했는데 대회 개막일 축구가 7:0으로 충격적으로 진것을 시작으로 줄줄이 탈락했습니다.야구에서는 프로에서 활약했던 최향남과 SK에서 뛴 유명했던 투수였던 모 선수(이름이 기억나지 않더라구요)등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무너졌습니다.일본의 생활체육 저변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느껴졌고 유일하게 남은 농구가 뿌듯하게 느껴졌던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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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째날 아침의 연꽃의 풍경입니다.더러운 진흙탕위에 피면서도 그 새초롬이 화려한 그래서 더욱 더 단아하게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속세의 그것같지 않습니다.꽃이지면서 열매가 생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만물의 생장은 인간의 생로병사를 닮은 그것이 있습니다.불가에서는 연꽃이 여러의미로 나뉘는데 그중 하나가 모든 신자가 연꽃위에 신으로 태어난다고 믿었다고 하는데 그래서일까요?볼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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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룸메이트였던 윤여원씨는 자는 자세가 잘못된 건지 경기중에 맞아서 그런건지 오른쪽 어깨가 제대로 올라가지 않는다며 통증을 호소했습니다.그러자 경국형이 불러서 그의 방에서 마사지를 해주는 장면입니다.30분에 2000엔이라며 받을 사람 오라고 했는데 표정을 보면 아시겠지만 누구도 받기 어려웠을 겁니다.형근이가 이날 두번째로 받았는데 죽을 것 같았다며 좋아진 게 아니라 더 안좋아졌다는 말에 다들 입을 닫았습니다.몸도 아프고 마사지의 공포도 대단하고 여러모로 고통스러운 표정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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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도 동경과의 경기가 아침부터 열렸습니다.하얀색이 한국이고 파란색이 일본입니다.이번 대표팀이 서울의 스피드와 닥터바스켓 멤버들을 위주로 짜여져 있어서 서울을 대표하는 성향이 짙었다면 일본 동경은 일본의 수도로 대도시가 강팀인 한국처럼 일본도 대도시가 강팀이라고 해서 긴장했습니다.도쿄는 2008~2011년을 모두 우승하며 4연패했고 2013년 우승 그리고 2014년 준우승을 차지한 강호였습니다.슬램덩크에서 본 인타하이(일본 고교농구 전국대회)의 절대강자 산왕공고 일본말로 하면 도시로고의 마스터즈 판이었는데 점차 노쇠화가 진행되면서 치바와 카나가와 사이타마등에 밀리는 추세라고 했는데 만만치 않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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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지만 모두가 파이팅을 외치는 장면입니다.모두의 눈이 초롱초롱한 가운데 형근이가 눈이 아픈지 피곤한건지 눈을 꼬옥 감고 있습니다.파이팅하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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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내용은 동영상을 참고하시고 경기결과는 한국이 동경(도쿄)에 대승했습니다.전반 이미 승부가 갈렸다고 보았을 정도로 점수차이가 벌어졌고 덕분에 멤버들을 돌리면서 다음 경기를 대비할 수 있었습니다.동경은 가드라인이 50대가 많았고 포워드진과 센터진이 컸지만 한국의 포워드라인과 센터라인에 밀리면서 해법을 찾지 못하고 무너졌습니다.경기중에 상대 50대 가드가 거친 수비를 구사하던 우리 선수에게 빠가야로라며 화를 냈다고 하는데 그동안 차분한 일본 선수들만 보다가 동경 선수들을 보니 조금 달랐습니다.경기 후반에 동경선수가 항의를 하다가 T파울을 맞는등 경기양상은 격화되었는데(그야 한국의 항의에 비하면 거의 애교수준이었습니다.그런데도 T파울이 나오더군요) 마지막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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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동경의 스코어 용지입니다.매 경기 30점을 넘거나 30점에 육박하는 점수를 넣은 에이스 명근이가 또다시 29점을 넣었군요.같은 팀이고 동생이고를 떠나서 그 체력과 자기관리가 정말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같이 먹고 자면서 감탄을 넘어 존경의 염까지 생기더군요.술은 거의 안먹고 담배는 안피고 항상 헬스와 농구를 달고살더니 일본에 와서 몸관리 잘한 일본선수들조차 감탄할 정도로 몸관리의 극한을 보여주고 있습니다.필자의 배와 그의 런닝을 보면서 한숨이 나오더군요.
경기가 끝나고 잠시 미팅을 가진 후 도쿄팀은 체육관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 자리를 잡았는데 공교롭데도 근처에 아무도 없어 필자가 찍어주었습니다.졌을 때의 의기소침함은 잠시였고 모두들 즐거운 추억을 남긴 듯 환하게 웃으며 사진을 찍더군요.동경에서 아키타까지는 신칸센으로 3시간 20분 가량 버스로는 8시간이 넘는 거리라고 하던데 그 먼거리의 장도에 와서 지기 싫었을 한국과의 경기에서 패했음에도 그들은 승부의 존엄함에 박수를 보내고 자신들의 경기력에 스스로 박수를 보내는 것 같았습니다.
이겼을 때보다 졌을때가 더 중요하고 승패를 떠나 농구는 즐겁다라는 걸 알 수 있던 그들의 모습이었는데 그 한컷을 남기지 못한 게 못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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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강전 사이타마B와의 경기 사진입니다.일본도 A팀이 주전이고 B팀이 백업팀이라고 들었는데 백업팀이 8강에까지 오다니 놀랐습니다.사이타마는 이미 전년도 우승도시인 카나가와B를 이긴 오사카를 깨고 8강에 진출했는데 저력이 대단했습니다.한국에서는 7분 4쿼터 흘러타임에서의 30대 경기에서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10분 4쿼터 전쿼터 올코트 프레스를 들고 나와 거친 수비와 빠른 역습으로 우리를 괴롭혔습니다.이기는 건 무리가 없는데 체력의 소모가 극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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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 벤치의 모습입니다.날짜가 9월 말인데다 아키타는 일본에서도 북부라 한기가 서울보다 더 했는데도 선수들이 지치고 열이 올라오니 모두 힘겨움을 극한으로 표출하고 있었는데 보시면 아 저 정도로 힘들었구나 싶은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저 차가운 얼음봉지를 머리와 목에 이고 힘든 표정으로 앉아있는 사진을 보니 너무도 애틋하네요.정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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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무난하게 승리한 점수지만 내용은 유례없이 치열했습니다.이번 대회 풀코트 프레스를 경기내내 쓰는 팀을 카나가와B로 봐서 가드라인의 층이 얇은데다 체력적으로 힘겨워 그팀을 안 만났으면 했었습니다.그런데 좋은 전력을 지닌 카나가와B가 오사카에 져 한숨을 돌렸더니 사이타마B또한 프레스였습니다.이겼지만 상처가 컸던 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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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중 타박으로 퉁퉁 부은 경국형의 손입니다.가드의 손이 이러니 농구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붓고 피가 몰렸습니다.이기기는 했지만 발목과 갈비뼈 그리고 손등이 부상이 이어졌고 체력적 소모는 극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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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난 후 찍은 사이타마B와의 사진 한 컷입니다.피로한 모습을 많이 노출하는 한국과 그렇게 수비하고도 지친 기색이 별로 없는 사이타마 선수들의 표정이 흡사 승자와 패자가 바뀐 듯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이겼지만 그들의 체력과 연습량이 보여 놀랐고 박수를 보냈습니다.한국의 30대보다 나은 체력과 자기관리는 배워야하고 누가 봐도 억울한 판정에도 수긍하고 바로 일어나 뛰어가는 그들의 심판 존중의 자세는 일부 경기장에서 상대 선수와 경기하는 게 아니라 입으로 심판들과 싸우는 분들이 생각나 더욱 더 박수를 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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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고 일본에 있는 종합 스포츠샵인 제비오에 들렸다가 숙소로 돌아왔습니다.그 중간 버스에서 피곤에 지쳐 쓰러져 자고 있는 경국형과 형근이의 얼굴에 센터인 허수영이 밤을 먹이는 모습입니다.웃기기도 했지만 얼마나 피곤했으면 하는 측은지심이 생각나는 사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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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달고 살았던 얼음비닐입니다.냉찜질하느라 참 많이도 사용했습니다.40대를 훌쩍 넘어 우리나이로 44인 명근이와 형근이가 막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부욕은 20대를 넘어섰나 봅니다.많이 아팠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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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사천에서 올라와 참여하신 기현이형 아버님의 기일을 맞아 그렇게도 좋아하셨다는 막거리와 구할 수 있는 조촐한 제상을 마련해 먼 이국에서 일부 인원이 참석해 명복을 빌었던 장면의 한 컷입니다.막걸리는 아키타 농구협회 분들이 구해주셨는데 진로에서 나온 막걸리였습니다.한국에서는 진로 막걸리를 본적이 없는데 이곳에서 처음 봤습니다.필자는 죄송하게도 카톡을 확인하지 못해 이자리에 있지 못했는데 아쉬웠고 죄송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들의 5일차가 지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