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선 시간이 어느새 12시...방음리에서 딱 2시간 걸려 올라왔네요...
정상 아래 내려서니 큰 바위 아래로 널찍한 터가 있어서 여기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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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물을 끓여 전투식량 비빔밥에다 컵국, 그리고 몇 가지 반찬을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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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식량 고추장 비빔밥은 120g이고 앞의 것은 70g짜리입니다...
사이즈에 따라 취향에 따라 골라먹는 재미도 있습니다...컵국도 어묵탕 된장국 미역국 등등등...종류가 다양합니다...
내 친구는 처음 본다고 하며 엄청 신기해합니다...ㅎㅎㅎ
처음에는 영 맛이 별로였는데, 요즘은 맛도 좋아지고 질도 좋아져서 한끼 대용으로 충분할 듯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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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디 푸른 맑은 하늘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에 귤도 먹고...뭐...거의 신선놀음입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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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넉넉하면 더 놀다가도 될만큼 푸근하고 바람도 없는 좋은 날씨였지만 겨울의 산은 시간을 그다지 많이 허락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얼른 사탕 하나 입에 물고서 다시 길을 나섭니다...
가는 길에 본 잘생긴 소나무...근데 가지가 도대체 우째 저리도 많이 달리고 휘어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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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거의 없어 딱 두 사람 반갑게 인사하고 지나쳤을 따름입니다...
까치산 이후로는 오르락내리락 하며 능선종주를 하지만 그다지 힘든 길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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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봉오리를 한 세 개쯤 지나쳤을까...?
그런데 봉오리마다 전에는 붙어있었다는 표지가 하나도 없어서 긴가민가...여기도 지나칠 뻔했는데, 우측으로 내려서는 곳에 리본이 많이 펄럭이고 있어서 GPS느님께 물어봅니다...여기가 정거고개냐? 아니냐? 맞...다...
하마터면 저 멀리 해들게봉까지 걍 달려가서 졸지에 껌껌한 저녁에 박실로 내려갈 뻔했습니다...
좌측을 조망해보니 전혀 사람다닌 흔적이 최근에는 없고 간벌흔적에다 아무래도 사태까지 난 듯합니다...아래 이끼계곡은 역시...폐쇄된 것으로 간주!!!
우리는 이제 이 정거고개서 아래 임당리로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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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낙엽이 많고 길이 좁아 전에 사고를 당했던 대구 팔공산 칼날능선의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어서 천천히...조심스럽게 진행해봅니다...
하지만 앞서의 옹강산이나 내원암 내려가는 길에 비하면 그닥 어려운 길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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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내 아래 금천 출신의 친구랑 고향이야기를 두런두런 하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내려오다보니 어느새 비탈길이 오솔길로 바뀌고 제단이 나타납니다...
아따...그넘의 소나무 참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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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유심히 살펴보더니 이게 자기 집안 한 분파의 합장제단이랍니다...
옆에 밀양박씨 28세손 이름이 바로 내 친구의 이름 항렬자와 같군요...친구는 아래 금천 사람인데, 여기도 자신들의 분파가 세거하여 있었다고 하면서 상세한 설명을 해줍니다...
그리고 오랫만에 이곳에 온 기념으로 한 장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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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박씨 제단을 지나 잠시 내려오니 등산로가 끝나고 콘크리트 길이 마을로 이어집니다...
잠시 뒤돌아보면서 한 장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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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길은 임당리로 이어져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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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말로는 옛날 어릴적에는 포도를 심어 돈을 많이 벌었고 다음으로는 사과와 복숭아를, 그리고 다음으로는 대추를 심었다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때부터 청도반시가 유명해졌다고 합니다...
지금 여기 이 나무들도 대추나모이고 무척 수령이 오래되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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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를 널어 말리는 광경은 이제 대도시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모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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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임당리에는 또하나의 특이한볼거리가 있습니다...그것은 바로 조선시대 가장 높은 벼슬을 한 내시집안의 99간집입니다...
김씨 성의 내시는 통정대부 정3품의 벼슬을 하였고 그래서 이렇게 자신의 세거지에 떡하니 엄청난 집을 지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잡의 뒤편으로는 오늘 우리가 줄창 달려왔던 까치산과 그 능선이 일목요연하게 죽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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솟을대문입니다...아무나 할 수 없는 대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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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들어서면 대문에 연이어 좌측으로는 마굿간, 우측으로는 행랑아범의 거처인 행랑채가 있고 중정 왼편으로는 당당한 모습의 사랑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기둥이 두리기둥이라는 것...조선시대 법도가 엄연할 때는 궁궐이나 사원 등의 특별한 경우에만 '하늘'을 뜻하는 두리기둥을 쓸 수 있었지 아무리 고위직이라도 일반인들의 집은 사모기둥을 사용해야만 하였습니다...하지만 이 경우는 지방의 아주 먼 구석에 있다는 이유로 슬쩍 두리기둥을 써서 권위를 표현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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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으로는 안채로 들어가는 좁은 문이 있는데, 대개 아무리 경북지역이라 해도 남쪽은 대개 튼 입구(口)자의 배열로 조금은 개방적인 안채구성을 하는데 비해 여기는 안채가 완전히 폐쇄되어 있습니다...이는 아무래도 내시집안이라는 특수성과도 연관되어지는 것이 아닌가...싶네요...
암튼지간, 사랑채에서 이곳 안채로 드나드는 사람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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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입니다...안방마님과 뒷방마님의 방 사이에는 퇴마루가 있는데, 지금은 문을 닫아두어 마치 방처럼 보입니다...여름에는 문을 열고 위로 들어올리는 분합문이 되어 시원한 툇마루를 개방했겠지요...왼쪽은 안채 정주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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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 출입문에 서서 바라본 곳간입니다...
저 곳간 열쇠를 가진 사람이 안방마님이죠...좌측에는 사랑채로 음식을 만들어 내어가던 정주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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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용 정주간 옆으로는 이렇게 디딜방아를 놓았던 흔적이 선연히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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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과 디딜방아 있는 맨 끝 구석에는 화장실이 위치합니다...
건물의 맨 가쪽에 따로 두었던 것이 바로 측간(厠間)...화장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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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 입구에 붙어있는 이곳은 안채몸종이 기거하던 곳으로 보입니다...앉은뱅이 굴뚝이 참 정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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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로 들어가는 문 옆 막음벽입니다...내외가 엄충하게 달랐던 시절 여자의 흔적이 절대 보이지 않게 해두었던 것인데, 그래도 뭔가 슬적 봐야만 했는지 요런 구멍이 있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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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은 아닌 듯하고 별당채 앞에는 이렇게 연못이 있습니다...아마 그 주위로는 꽃나무들도 많이 심어 아름답게 가꾸었겠죠...
예로부터 사랑채 앞 중정에는 나무나 꽃을 심으면 한자로 큰 입구(口)자 안에 나무 목(木)자가 들어가 빈곤할 곤(困)자 형국이 된다고 해서 비워뒀습니다...물론 마을의 대소사에 필요한 공간이기도 했지만요...
하지만 이런 연못과 기암괴석의 꽃나무들은 장식적인 요소로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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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와 바로 이어진 저것은 별당채로 보입니다...
불천위를 모신 사당은 이쪽에 두질 않았을 겁니다...따라서 여기는 안채에 별서채로 아이들이나 특히 과년한 여식들의 공간, 혹은 소박맞고 온 딸이 거처를 정했던 기능을 지닌 곳이었습니다.
이러한 내시저택은 전국 어딜가도 보기가 힘든 곳이어서 여기에 왔다면 찬찬히 구경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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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길로 나와 걸어갑니다...벽화가 참 재밌군요...훈장 선생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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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발걸음의 종착역 임당1리 마을회관입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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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시간이 맞질 않아 우리는 저 멀리 강건너 운문면에 있는 대천공용터미널로 갑니다...한참을 걸어야합니다...
여기는 임호초등학교였는데, 폐교가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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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당동이라 불리우는 작은 동산인데, 노거수들이 만들어주는 그늘 아래서 마을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곳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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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당교를 건너가는데, 임당보 저 너머로 오늘 우리가 올랐던 까치산이 잘가라고 작별을 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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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장벽에 싸인 자두나무 저 멀리 운문댐이 보입니다...
바로 그 아래 마을이 운문면 대천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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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큰 길로 접어드는 순간, 길 반대쪽을 달려가는 경산버스...아이고...시간계산을 잘못하는 바람에 간발의차로 대구행 버스를 놓쳐버립니다...
원래는 대구로 가면 남부정류소에 후배 택이가 마중나와 함께 막창을 먹으려고 했었는데...작전실팹니다...
일단 대천공용정류소로 왔지만 정류소가 문이 잠겨 시간은 확인이 안되고...어쩔 수 없이 5시 쭘 들어올 언양행 막차를 타고 언양으로 가기로 합니다...
이때 친구의 일성..."여기까지 왔는데 동곡 막걸리를 안먹고 가면 돼나?"
그래서 수퍼에 가서 동곡동동주랑 막걸리를 사서 한 잔 씩 먹는데 동동주 맛을 보는 순간 모두들 띠~~~용~~~!!! 맛있다...!!!
그래서 순식간에 네 통을 마시고 5시 5분에 들어온 언양행 버스를 탑니다...
언양에 도착하여 말할 틈도 없이 언양시장 이모네집으로...
파전에 미주구리무침회, 그리고 고디탕을 안주삼아 비교시음하러 사왔던 동곡동동주랑 내 친구 집에서 생산되는 가지산 막걸리랑 태화루 막걸리랑 놓고 문화대토론을 벌이다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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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했던 그 마지막의 흔적입니다...ㅎㅎㅎ
이제 8구간은 마쳤고 이번 일욜은 9구간을 갑니다...박실고개를 넘어 대비골로 들어가 대비사를 보고 금천, 동곡으로 나오는 길인데, 산행은 아니지만 거리가 18km정도 되는 긴 길입니다...
다시 한 번 동곡 동동주를 품에 안을 수 있는 기회가...그리고 대구막창을 오랫만에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있겠군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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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점선과 정거고개-임당간 길이 원래의 길이고 붉은색으로 표시된 것이 수정된 이번의 발걸음입니다...
1월이 지나면 어느새 20구간 가운데 절반은 가게 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