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를 전하고 싶어, 센베노* 외 1편
장한라
몸을 낮추고 게르에서 나온 아침이
홀로 초원을 떠돌던 야크를 데리고 밤의 시간으로
들어온다 발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초록의 물결이
쓸쓸함을 맞이하는 시간
옴나위없이 어둠은 간기의 바람을 몰고 와
나뭇가지 걸쳐진 돌무더기 오색천을 휘날리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초원을 달리고 달려와
희고 푸른 게르의 하늘 위로
말들의 푸르릉거리는 소리
홀로 멈추지 못하는 말들과
내리지 못하는 안장의 무게 사이
말들의 미소는 만족스러운가
쇠파리에 뜯긴 엉덩이 쓰담쓰담 쓰다듬으며
살아 있거니와, 라는 말씀에 새살이 붙기를
허르헉 뜨겁게 달구어진 돌을 품어 잠드는 밤
추위를 위로하며 온기 품은 야생의 돌이 그러네
가지지 못한 것에 정신을 쏟다가
진작 자신이 뭘 가졌는지 잊어간다네
아무렇게나 양들의 무리를 보게나
좋은 것을 보면 눈이 순해져
내일은 센베노
순한 눈으로 너무 멀리 내다보지도 않기를, 센베노
*센베노 : 몽골어로 안녕하세요
절영마(絶影馬)
오늘 당신의 우울을 안장에 얹고 달려요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건 감춰진 모습으로 드러나는 발굽쐐기에 낀 모래알 같은 것, 이별을 예고한 바람과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바람을 맞서며 푸르디푸른 바다로 내달려요
깊고 굵게 파인 발굽자국 파도에 씻겨가듯
이십일 세기를 위로하며 하얗게 흩날리는 눈발들
한순간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날리고
당신의 품격을 발산하세요
굴레의 모서리가 바닷속으로 잠기는 사이
허공을 비추던 불빛, 천길 어둠에 잠길지라도
행여 멀리 당신의 계절을 헤매다 고삐를 놓칠지라도
그림자의 그림자 흑암을 달려
적당히 위로받는 한때
우리, 불어오는 숨결을 뜨겁게 껴안아요
분명해지는 세계의 좁은 틈
돌이킬 수 없는 가난한 영혼에 물린
재갈을 풀고 재갈을 묶고
장한라
1965년 부산 출생. 제주대학교 말산업학과 석사과정 졸업.
2007년 지리산문학으로 문단 활동.
시집 철원이, 그 시정마 외. 디카시집 딴지를 걸고 싶은 고백 외.
현재 시와실천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