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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data-ke-size="size20">등나무 / 김수영</span></p><p> </p><p>두 줄기로 뻗어올라가던 놈이</p><p>한 줄기가 더 생긴 것이 며칠 전이었나</p><p>등나무</p><p> </p><p>밤사이에 이슬을 마신 놈이</p><p>지금 나의 魂을 마신다</p><p>등나무 등나무 등나무 등나무</p><p> </p><p>얇상한 잎</p><p>그것이 이슬을 마셨다고 어찌 신용하랴</p><p>나의 魂, 목욕을 중지한 詩人의 魂을 마셨다고</p><p>炎天의 魂을 마셨다고 어찌 신용하랴</p><p>등나무? 등나무? 등나무? 등나무?</p><p> </p><p>그의 주위를 몇번이고 돌고 돌고 돌고</p><p>또 도는 조름같은 날개의 날것들과</p><p>甲蟲과 쉬파리떼</p><p>그리고 진드기</p><p> </p><p>「엄마 안 가? 엄마 안 가?」</p><p>「안 가 엄마! 안 가 엄마! 엄마가 어디를 가니?」</p><p>「안 가유?」</p><p>「안 가유! 하……」</p><p>「으흐흐……」</p><p> </p><p>두 줄기로 뻗어올라가던 놈이</p><p>한 줄기가 더 생긴 것이 며칠 전이었나</p><p>난간 아래 등나무</p><p>넝쿨장미 위의 등나무</p><p>등꽃 위의 등나무</p><p>우물 옆의 등나무</p><p>우물 옆의 등꽃과 활련</p><p>그리고 철자법을 틀린 詩</p><p>철자법을 틀린 人生</p><p>이슬, 이슬의 合唱이다</p><p> </p><p>등나무여 指揮하라 부끄러움 고만 타고</p><p>이제는 指揮하라 이카루스의 날개처럼</p><p>쑥잎보다 훨씬 얇은</p><p>너의 잎은 指揮하라</p><p>베적삼, 옥양목, 데드롱, 인조견, 항라,</p><p>모시치마 냄새난다 냄새난다</p><p>냄새여 指揮하라</p><p>연기여 指揮하라</p><p>등나무 등나무 등나무 등나무</p><p> </p><p>우물이 말을 한다</p><p>어제의 말을 한다</p><p>「똥, 땡, 똥, 땡, 찡, 찡, 찡……」</p><p>「엄마 안 가?」</p><p>「엄마 안 가?」</p><p>「엄마 가?」</p><p>「엄마 가?」</p><p> </p><p>등나무 등나무 등나무 등나무</p><p>「야, 영희야, 메리의 밥을 아무거나 주지 마라,</p><p>밥통을 좀 부셔주지?!」</p><p>등나무? 등나무? 등나무? 등나무?</p><p>「아이스 캔디! 아이스 캔디!」</p><p>「꼬오, 꼬, 꼬, 꼬, 꼬오, 꼬, 꼬, 꼬, 꼬」</p><p>두 줄기로 뻗어올라가던 놈이</p><p>한 줄기가 더 생긴 것이 며칠 전이었나</p><p> </p><p><1961. 6. 2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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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등나무여 指揮하라 부끄러움 고만 타고
이제는 指揮하라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쑥잎보다 훨씬 얇은
너의 잎은 指揮하라
베적삼, 옥양목, 데드롱, 인조견, 항라,
모시치마 냄새난다 냄새난다
냄새여 指揮하라
연기여 指揮하라
등나무 등나무 등나무 등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