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현대문예 2020 오뉴월호(5,6월호) 110호 발표작
해와 달과 별님들
전 세 준
“띵 동 띵 동!”
하루 종일 피곤한 듯 해님은 있는 힘을 다 해 산 넘어가면서 손 전화번호를 누릅니다.
“....”
“?”
아무 대답도 없습니다.
“어디 아픈가?‘
해님은 높고 푸른 하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달님에게 전화를 합니다.
달님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습니다.
‘어다 아픈가?’
해님은 또 걱정이 됩니다.
매일 이때면 전화를 하지 않아도 먼저 출발한다고 소식을 전해 오는 달님이 오늘 따라 아무 대답도 없습니다.
“띵동 띵동”
다시 또 ‘달님’ 문자를 보냅니다.
해님은 푸른 바다 물속에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 종일 높은 하늘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온 세상에 보내주고 이제 집으로 가서 잠을 자야 합니다.
해님은 언제나 하루 일과가 끝나면 피곤합니다.
물속에서 잠을 자고 일어나기 무섭게 여기 저기 해님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없이 바쁩니다.
“해님, 여기요 여기.”
“응, 알았어.”
해님은 앞동산에 눈을 뜬 산속의 나무들을 향해 따뜻한 햇살을 후욱-하고 날려 보내 줍니다.
“해님! 여기요 여기.”
“알았다 알았어!.”
푸른 산 우거진 수풀에 따뜻한 햇살을 보내주기 바쁘게 여기저기서 해님을 부르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사방에서 들려옵니다.
바닷가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집에서 해님을 부릅니다.
해님은 다시 마을로 향해 집집마다 찾아다니면 밝은 빛을 나누어 줍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정신없이 바쁘게 같은 일을 하루 종일 계속합니다.
아침 일찍 고기잡이 나가는 배들의 길을 밝혀주고, 높고 높은 파란 넓은 하늘 길을 따라가며 밝고 따뜻한 햇살을 나누어 줍니다.
높고 푸른 운동장 위에서 이곳저곳 밝은 햇살을 보내주는 일이 해님이 해야 할 일입니다.
하루라도 같은 일을 하지 않으면 자기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세상이 어둠에 덮여 야단법석입니다.
예쁜 꽃밭에서 꽃들이 해님을 바라보며 싱글벙글 자랍니다.
전깃줄에 앉은 참새들은 밝은 햇살이 밝혀주는 수풀이나 들판으로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아 먹습니다.
어둠속에 숨어있던 씨앗들은 노랗게 새 싹이 트고, 사람들은 여기저기 밝은 길로 자기가 일 할 곳을 찾아 갑니다.
아침의 시작은 해님이 올 때부터 시작됩니다.
언제나 하늘 높이 떠올라 재미있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혼자 싱글벙글 웃기도 합니다.
“해님, 피곤하지도 않아요?”
푸른 벌판을 어슬렁어슬렁 지나가던 구름이 해님 옆으로 다가옵니다.
“이리 오지 마!.”
“아니, 난 지금 여행을 떠나는 길이에요.”
해님은 역시 하늘의 왕자임이 틀림없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던 구름은 음칠 놀란 듯 해님 옆으로 물러섭니다.
“그래 그래, 내 옆에 있는 것은 괜찮지만 내 밑에 있으면 알고 있지?”
“나도 알아요. 그래서 해님 옆으로 가까이 가지 않아요.”
구름은 자기가 반갑다고 해님 밑으로 찾아가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기가 깜빡 잊고 해님 밑으로 다가가면 해님이 보내주는 밝은 햇살이 사라집니다. 그러면 지구는 온통 희미하고 추운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 것을 구름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님을 만나면 옆으로 살짝 피해가고 또 그 자리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너는 참 좋겠다.”
해님은 갑자기 흰 구름이 부러운 듯 바라봅니다.
“나는 해님이 더 좋은 것 같은데...”
“뭐, 내가 더 좋다고?”
“그...그래요. 아침에 일어나 높은 하늘에서 빛을 이곳저곳 보내주고 시간이 되면 집으로 돌아가 쉬 면 되잖아요.”
“그건 그렇지... 내가 할 일이 바로 그런 일을 매일 하는 거란다.”
“그러니 좋지요.”
-딩동 딩동!-
“아! 조금만 기다려 전화가 왔어!”
구름과 이야기를 하던 해님이 갑자기 구름을 향해 쉿! 하면서 전화를 받습니다.
“조금전에 전화 했어요?”
달님의 목소리가 하늘에 가득찬 공기 줄을 따라 들려옵니다.
“그래, 내가 전화했어.”
“왜요?”
“왜긴 왜야....네가 나올 시간인데 미리 알려주려고 전화했지.”
“아...그래요? 난 깜짝 놀랐는데.”
“놀래긴 왜?”
“안하던 전화를 하니 웬 일인가 하고...”
“하하하 네가 또 늦잠을 자고 있을 줄 모른다는 생각이...”
“해님! 전 갑니다. 다음 또 만나요.”
구름이 해님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자기가 가던 길을 다시 천천히 천천히 흘러갑니다.
“응, 그래 그래 다음 또 만나.”
해님은 옆을 스쳐가는 구름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누가 있어요?.”
달님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옵니다.
“응? 으응...지나가던 흰 구름 녀석이 잠시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이제 간다고...”
“아, 그래요. 난 또...”
“오늘도 늦지 말고 제 시간에 꼭 나와야 한다!”
해님은 멀리 사라지는 구름을 바라보며 달님에게 다짐 합니다.
“알았어요. 그것 때문에 전화했어요?”
“응, 그래.”
달님에게 매일 나올 시간을 알려주고 가야만 합니다. 그래야 별들이 속삭이는 동화나라가 열림니다.
“걱정 마세요. 시간되면 나갈게요. 해님이나 집에 돌아 갈 시간되면 돌아가 쉬세요.”
“알았어. 그럼.”
‘뚜 뚜뚜 뚜 뚜뚜’
달님이 먼저 전화를 끊은 모양입니다.
“녀석..”
해님은 전화기를 다시 품에 안고 살금살금 천천히 늘 다니던 길을 다시 가기 시작하며 늘 보면서 지나가는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언제나 까마득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가는 해님은 매일 같은 길로 집을 찾아가지만 재미가 있어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가끔 다리가 아파 조금 앉아 쉬고 싶었으나 해님이 가는 길 도중에는 해님이 앉아 쉴 자리는 없습니다.
까마득한 아래 이곳저곳에서 벌어지는 재미있는 일들을 구경하며 해님은 혼자 웃기도 하고 혼자 박수도 칩니다.
“어어...저기..저 차가 왜 저러지?”
모든 자동차들이 조심조심 다니는 큰 길로 급하게 달려가는 자동차를 발견한 해님은 또 두 눈을 크게 뜨며 혼자 중얼거립니다.
“속도 위반이다! 조심 조심!”
마음이 조마조마 해진 해님이 소리치는 순간 ‘꽝’하는 소리와 더불어 손살 같이 달려가던 자동차가 앞차와 충돌하면서 길 옆 언덕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갑니다.
“어이구...내, 저러줄 알았지...그렇게 달려가면.. 쯧쯧.”
해님은 또 혀를 찹니다.
아침에 일어나 집으로 가는 저녁시간 무렵이면 하루에도 같은 사고를 몇 번 씩이나 봅니다.
“왜 그렇게 빨리 달려가는지...쯧쯧”
그때마다 해님은 혀를 찹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높은 빌딩에서 치솟는 연기와 불꽃을 보기도 하고 늘 푸른 산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기도 합니다. 잠자리비행기가 물을 실어 나르고 붉은 소방차가 달려옵니다.
“좀, 조심들 하지...”
그때마다 해님은 물을 품고 다니는 검은 구름을 불러주고 싶었지만 검은 비구름은 넓은 하늘 어디에도 볼 수 없어 안타까워합니다.
아침에 잠이 깨 하늘로 올라 저녁 집으로 돌아 갈 때까지 해님은 하루에도 그런 광경을 몇 번씩이나 봅니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데....’
타 오르는 불길에서 솟아오르는 검은 연기가 하늘로 솟아오르며 갈 길을 어둡게 할 때마다 해님은 혼자 중얼거립니다.
매일 매일 해님이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라보면서 근심걱정 마음가득 담고 스르르 서산을 넘어 잠자리로 찾아가는 일은 계속되어옵니다.
해님은 산봉우리를 넘으며 자기 집으로 찾아 갑니다.
피곤합니다.
새벽을 열면서 매일 매일 조금씩 옮겨지는 오솔길을 따라 밝은 햇살을 보내주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산봉우리를 넘어 잠자리를 찾아갑니다.
“어이구 매우 피곤하구나.”
언제나 잠을 자는 집으로 돌아 온 해님은 솜털같이 부드러운 흰 구름을 덮고 피곤한 몸을 쉽니다.
해님이 사라진 이곳저곳에서는 하나 둘 전등불이 켜지기 시작합니다.
“그래, 그래 고맙구나.”
해님은 자리에 누워 자기가 걸어 온 오솔길을 뒤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햇살이 사라진 어두운 하늘에는 약속을 잊지 않고 하나 둘 어둠속을 찾아오는 별님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소곤거리기 시작합니다.
해님이 돌아간 검은 무대에서는 별들의 이야기 대회가 시작됩니다. 서로서로 마주보고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눕니다.
“하하하 재미있네. 다른 이야기 또 해줘!”
이야기를 듣고 난 별들이 다시 큰 별에게 조릅니다.
‘그래 그래 알았어. 이번엔 가끔 우리를 스쳐가는 불꽃 로켓 이야기야!“
“와! 신난다.”
아기별들은 초롱초롱 눈빛을 반짝이며 엄마별 곁으로 바싹 다가갑니다.
여기서 소곤소곤 저기서도 소곤소곤 해님이 쉬러간 하늘에는 별님들의 이야기 잔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두운 밤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합니다.
둥근달이 생글생글 웃으며 어두운 하늘에 나타납니다.
“야, 이제야 둥근 달님이....”
“응, 달님이 올 시간이야.”
“해님이 또 전화했겠지!”
“아니야, 해님이 전화하지 않아도 달님은 자기가 올 시간이면 틀림없이 찾아와 어둠을 내 쫓아버리고 온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지... ”
“그래, 그래 해님대신 달님이 찾아 와야지 집집마다 밝은 세상 속에서 아름다운 밤 세상을 보며 쉴 수 있지.”
“밤도둑도 지켜주고.”
“응, 그래”
“달님이 없는 밤이면 너무 무서워.”
“해님도 자러가고 달님도 안 나오면 너무너무 어두워.”
“어둡기만 한 것 아니야... 무서운 밤손님들이 몰래몰래 집안에서 물건을 들고 나와 자기 집으로 가져가는 게 더 무서워.”
“그러니까 밤에 달님이 나타나는 거야. 해님대신 달빛이 자고 있는 집들에게 환한 달빛을 보내주면 도둑도 마음대로 나쁜 일을 못해!”
“맞아, 맞아. 낮에는 해님이 온 세상을 밝혀주고 밤이면 달님이 마음 나쁜 도둑을 지켜 주는거야.”
“그럼, 우리는 뭣 하는 거야?.”
아기별 형제들이 엄마별에게 물어봅니다.
“응, 우리?... 우리는 해님이 쉬러간 사이 달님이 심심할까 동무 해 주려고 나들이 나오는 거지.”
“우리도 매일 이야기 대회를 열고 반짝반짝 손뼉치고 노래도 부르잖아. 이 바보야.”
“응, 맞아 달님 친구도 하고 우리들도 모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잖아.”
“그래 네 말이 맞다. 하루 종일 낮잠만 자다가 이렇게 넓은 밤하늘 운동장에 모두 모여 노래잔치도 하고 저 아래 사람들이 사는 동네도 구경한 얼마나 즐겁니!.”
엄마별은 아기별들을 보며 반짝반짝 윙크를 합니다.
“참 우리들은 행복해!”
아기별이 엄마 별 옆으로 다가오며 속삭입니다.
“그렇지? 우리가 어두운 밤하늘에 나와 즐겁게 속삭이며 불빛으로 가득찬 마을들을 볼 수 있으니...”
별님들과 달님은 밤하늘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자장가 노래입니다. 까마득하게 보이는 마을 이집 저집에서 저녁을 먹고 있는 즐거운 모습을 내려다봅니다.
“맛있겠다!”
“나도 먹고 싶다.”
아기별들은 가족들이 모여앉아 늦은 저녁 밥상 앞에 앉은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한마디씩 합니다.
“엄마! 배가 고파요.”
“뭐? 저녁 먹고 나온지 얼마나 된다고...”
“참 맛있겠다!”
여기저기에서 아기별들이 소곤소곤 속삭입니다.
“먹고 싶다.!”
아기별들은 모두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마을을 내려다 보며 한마디씩 합니다.
바로 그때 입니다.
“너희들 배가 고프니?”
어디선가 예쁜 목소리가 어둠을 타고 들려옵니다.
아기별들은 소리 나는 쪽을 바라봅니다.
둥근 달님이 아기별 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벌써 배가 고프면 어쩌니?”
둥근 달님 품속에서 떡방아를 찧고 있던 토끼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아기별들을 바라봅니다.
“배가 고파요.”
“나도요.”
“나도요”
아기별들은 여기저기서 달님을 향해 큰 소리로 한마디씩 합니다.
아기별들 갸날픈 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던 둥근 달님이 잠시 쉬고있는 토끼를 바라보며 소곤거립니다.
“얘. 토토야, 아기별들이 몹시 배가고픈 모양이다. 좀 힘들겟지만 네가 좀 먹을것좀 만들어 나눠주렴.”
둥근 달님은 잠시 쉬고 있는 토토를 바라봅니다.
“네. 알았어요. 내가 맛있는 떡을 만들어 나눠 줄게요.”
토토는 다시 떡방아를 찧기 시작 합니다.
“조금만 참고 있어라. 우리 토토가 방아를 찧어 맛있는 떡을 만들어 준단다.”
달님은 눈만 깜박이는 아기별들을 바라봅니다.
“와, 토토님이 떡을 만들어준데!”
“고마워요 토토님!”
“고마워요 토토님!”
여기저기에서 아기별들이 달님을 바라보며 반짝반짝 윙크를 보냅니다.
달님은 빙그레 웃으면서 토토를 보면서 한 마디 합니다
“좀 힘들지만 맛있는 떡을 만들어 주렴.”
둥근 달님은 해님이 하던 그대로 마을을 내려다보며 혼자 중얼거립니다.
“우리들이 지켜 줄 테니 모두모두 편히 쉬세요!.”
까마득히 내려다보이는 마을의 불빛이 하나 둘 사라지며 깊은 잠에 스며듭니다.
온 세상이 조용한 꿈나라로 사라집니다.
해와 달과 별님들은 매일매일 만나고 헤어지면서 예쁜 세상을 지켜줍니다.*
*강원일보 신춘 소설 입선
*한국아동문학연구회(아동문학세상) 동화 당선
*강릉문학상. 관동문학상. 아름다운 글 문학상. 14회 한,중<옹달샘>아동문학상. 불교동요 당선
*한국문인협회. 강원아동문학회. 강릉문인협회. <솔바람>동요문학회. 강릉사랑 문인회.외
*<아동문학세상>에 장편 동화 연재 중
*지은책: 동화집 5권. 회고록. 꽁트집. 동요가사 집2.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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