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자동차 가족여행기 11 : 짤츠부르크(1)
2005년 7월 26일(화)
☞ 헬브룬 궁전 -> 호엔 짤츠부르크 성 -> 유람선
다른 때보다 조금 늦게, 9시 넘어 숙소 출발.
짤츠부르크 근처의 헬브룬 궁전으로 먼저 간다. 대주교의 여름 별궁이라는데,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은, 노란색 건물이다. 짤츠부르크 24시간 카드 4장을
66유로에 샀다. 이 카드가 있으면 유람선을 포함해 짤츠부르크 시내와
근교의 모든 곳이 무료이기 때문이다.
성 내부는 소박한 박물관이어서 간단히 구경을 하고는 헬브룬 궁전의
유명한 물의 정원을 보러 나갔다. 가이드 투어인데, 나는 정원에 분수 몇 개
있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아주 재미있는 체험을 했다.
우선 정원을 바라보는 연회장. 앉는 자리에서 갑자기 분수가 솟구쳐 나온다.
그 다음은 작은 동굴들. 동굴마다 특징적인 조각과 그림들과 분수로 꾸몄는데,
여기저기에 트릭이 숨어있다. 갑자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구석에서 물줄기가
솟구쳐 나와 옷을 적신다.
왕관이 물줄기를 내뿜고 요정들이 물길을 타고 빙빙 회전한다.
정원을 흐르는 물길 곳곳에는 작은 움직이는 인형들이 장치되어 있다.
물줄기를 안 맞으려고 최고 속도로 물줄기 사이를 빠져나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앞에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조금이라도 젖지 않은 사람이 없다.
30여 명들의 투어 인원들은 (반쯤은 양로원에서 단체로 온 할머니들이었다)
자기가 물을 맞는 것에도, 남이 물을 맞는 것에도 모두 깔깔 거리고 웃어대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다. 투어 중 이렇게 재미있게 깔깔 웃으며 한 것은
처음이라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한다.
헬브룬 궁전을 나와 짤츠부르크 구시가지로 왔다. 시가지 초입에 목적지인
호엔 짤츠부르크성이 보이는 주차장이 있어 주차를 하려고 하는데,
차 한 대가 나올 때마다 한 대가 들어가는, 줄이 나래비로 서 있는 곳이었다.
주차전쟁이 장난이 아니다. 30분 넘게 기다렸는데 그냥 가기도 억울하고,
날은 덥고, 은하는 배고프다고 징징대고... 휴....
40분만에 겨우 주차. 성 피터 사원 앞이 아니라고 투덜대는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작은 카페에 들어가 점심을 시켜 먹는다.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다.
먹고 나니 좀 인생이 즐거워진다.
케이블카를 타고 1분만에 호엔 짤츠부르크성에 올라갔다.
요새로 지어진 성이어서 매우 튼튼하고 곳곳에 대포가 있다.
영어 오디오 가이드 투어로 성 내부를 구경한다. 각종 가구 집기와 성의 모형,
고문실들을 보고 탑 꼭대기로 올라간다. 햇살은 뜨거운데 그늘은 시원해
그늘을 자꾸 찾는다. 성안은 두꺼운 벽돌벽으로 인해 매우 시원하다.
1시간 30분쯤 머물다가 유람선을 타기 위해 내려왔다.
시간에 맞추기 위해 구시가지를 급하게 걷는다.
곳곳에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있다. 피아노, 플루트, 첼로, 기타....
음악회 선전물을 나누어 주는 바그너 분장의 사람들.
거리엔 사람들이 가득한데, 큰 도시답게 인스부르크보다 이곳 사람들이
세련되고 날씬하다.
유람선 타는 곳에 도착은 했는데, 5시 유람선은 방금 전에 출발해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다른 곳을 구경하고 오기엔 시간이 어중간해서
그냥 강변 노천 까페에서 피자와 아이스크림을 시켜 먹으며 기다리기로 한다.
시원한 강바람이 불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여유작작 느리게 지나가고
강변 풀밭엔 연인들이 누워 도란거리며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은 좀 달고, 피자맛은 평범하지만 이렇게 주변을 바라보며 한가롭게
쉬는 맛도 좋다.
마침내 유람선이 도착하여 기대감을 가지고 탔다.
강 양쪽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으나 파리의 세느강변과 하이델베르크 네카르
강변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이미 보아 버린 눈이 만족해 하질 않는다.
큰일이다. 눈이 너무 높아진 것 같다.
약 40분 정도 탔는데, 머리가 하얀 선장이 여러 가지 설명을 해 주고,
어린애들을 불러 선장 모자를 씌워 주고 배를 운전하게 해 주는 등 재미있게
진행을 한다. 마지막으로 선착장으로 돌아 왔을 땐 배를 물결에 맡기고
왈츠를 틀어주어 모두들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유람선에서 내려 부지런히 걸어 주차장으로 와 5시간 주차에 13.7유로를
지불했다. 짤츠부르크 카슨 캠핑장은 ‘렌트 텐트’로 했는데, 캐러밴이 남는게
있다고 해서 변경했다.
그런데 짐을 정리하던 남편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깜짝 놀라 물어보니,
운전면허증(한국 것)을 인스부르크에 두고 온 것 같단다. 리셉션에서 여권이든
운전면허증이든 맡기라고 해서 면허증을 맡겼는데, 나올 때 받지 않은 것이다.
걱정을 하길래, 여권도 카드도 아니니까 그렇게 걱정하지 말고 내일 전화해서
폐기하든지 한국으로 부쳐달라고 하라고 했다.
저녁으로는 아침에 남은 찬밥에 김치찌개와 산적고기를 해서 먹었다.
빨래가 한 짐이라 ‘론드리’로 갔더니 내일 아침 8시에 시작이란다.
결국 또 빨래를 못했다.
이제 양말은 하나도 남지 않았고, 속옷도 거의 남지 않았다.
시급한 당면 문제는 빨래의 해결이다. 내일은 아침에 짤츠부르크 시내를 본 후,
짤츠 캄머구트를 거쳐 할슈타트 호수로 떠나기 때문에 시간이 없는데....
화장실을 못 가서(나는 이렇게 화장실을 공동으로 쓰는 곳은 어김없이 변비가 된다)
속은 더부룩하고 불쾌하다.
내일 할슈타트의 짐머(현지 민박집)는 과연 어떤 곳일까?
세탁은 할 수 있을까? 화장실은 공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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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교의 여름 별궁, 헬브룬 궁전>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ds19.cafe.daum.net%2Fdownload.php%3Fgrpid%3D1YQh%26fldid%3DMsG%26dataid%3D3973%26fileid%3D2%26regdt%3D20050909011026%26disk%3D12%26grpcode%3Ddrivingtour%26dncnt%3DN%26.JPG)
<예고없이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물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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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정원에 있는 수많은 분수들 중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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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호엔짤츠부르크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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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에서 내려다본 짤츠부르크 구시가의 모습>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pds19.cafe.daum.net%2Fdownload.php%3Fgrpid%3D1YQh%26fldid%3DMsG%26dataid%3D3973%26fileid%3D6%26regdt%3D20050909011026%26disk%3D31%26grpcode%3Ddrivingtour%26dncnt%3DN%26.JPG)
<유람선 투어하는 모습>
첫댓글 다음 여행 계획때 참조하겠습니다.
짤츠부르크에 가서 저도 24시간카드를 끓어야겠군요.물의 정원사진 잘보았습니다.그렇군요.화장실 변비문제는 상당수 분들의 공통적인 숙제입니다.저도 예외가 아닌데.빨래 어쩌나요.다음편으로 가겠습니다.
강이 안커 보이던데 유람선도 다니는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저도 잠시 흩고 지나쳤는데, 유람선도 있었네요, 고급스럽네요, 물살이 좀 빠른것으로 기억 하는데. 그곳에도 목련이 있었는데, 자목련... 감사합니다.
유람선도 타셨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