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리의 형님 거위
요즘에는 거위를 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예전에는 농가의 앞마당이나 개울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개 대신 집도 지키고 오리의 형님 노릇도 하던 거위..... 거위가 그립다. 오리에게는 형님이 하나 있다. 바로 거위다. 거위는 몸집도 훨씬 크고 성질도 제법 사나워 오리의 보호자로서는 아주 제격이다. 오리와 거위를 함께 기르는 곳에 가보면 거위의 그런 의젓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위험한 상황이 닥치기라도 하면 동생 뻘인 오리들을 이끌고 얼른 도망치고, 어떤 때에는 소리를 꽥꽥 지르며 사납게 덤벼들기까지 한다. 옛 사람들은 거위의 이러한 습성 때문에 흔히 개 대신 길러 집을 지키게 했다. 이것은 주로 고기를 먹기 위해 거위를 기르는 서양 사람들과 매우 다른 점이다. |
| ||
풀밭을 무리 지어 가는 거위들. 아무래도 땅 위에선 걷기가 불편하다. | ||
|
무리 지어 다닌다 오리의 형님 뻘이라 그런지 거위는 생김새도 오리와 비슷하다. 넓적한 부리며 물갈퀴가 달린 발, 길쭉하고 납작한 몸매는 오리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행동이나 습성도 비슷하다. 주로 물가에서 생활한다는 점, 헤엄을 잘 치고 곤충이나 작은 물고기, 풀, 곡식 따위를 즐겨 먹는 것..... 다만 몸집이 오리보다 훨씬 크고, 중국거위인 경우에는 부리 윗부분에 커다란 혹이 나 있는 게 다를 뿐이다. |
| |
가끔씩 따로 떨어져 혼자 쏘다니는 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위도 오리처럼 물에서나 땅에서나 대개 무리 지어 다닌다. 이 무리 속에는 언제나 대장격인 거위가 한 마리 있어서 무리 전체를 이끈다. 대장은 대개 힘세고 용감할 뿐 아니라 동료를 사랑하는 마음도 넉넉한 거위가 된다. 대장 거위는 적을 만나면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여 무리를 이끌며, 무리에서 떨어지거나 뒤에서 머뭇거리는 거위가 있으면 일단 전부 멈추게 한 다음 그 거위가 합류하기를 기다려 함께 가는 따뜻한 마음도 베풀 줄 안다. |
깃털 다듬는 모습. 기름샘에서 기름을 찍어다 깃털에 골고루 발라놓아야 물 속에 들어가도 몸이 젖지 않는다.
|
수영의 명수 거위의 수영 솜씨는 정말 뛰어나다. 물갈퀴가 달린 발을 앞뒤로 내저으며 마치 날렵한 배처럼 물살을 가르고 나가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먹이를 잡으려고 물 속으로 자맥질하는 모습이란! 서너 마리가 동시에 자맥질하는 것을 보면 마치 수중발레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거위의 몸통 끝 부분에는 기름샘이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기름이 나오는 샘이다. 거위는 틈틈이 부리로 기름을 찍어 내 깃털 여기저기에 바른다. 이것이 바로 거위가 물에서 온종일 시간을 보내면서도 몸이 젖지 않는 비결이다. 곧 깃털엔 언제나 기름기가 묻어 있기 때문에 물기가 스며들지 못하는 것이다. 물에서는 이렇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땅 위에 올라온 거위는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다. 그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걷는 모습을 보노라면 옆으로 넘어져 버리지나 않을까 불안할 정도다. 그렇게 품위 없이 걸을 수밖에 없는 까닭은 다리가 몸통에 비해 매우 짧고, 그나마 납작한 배 뒤편에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애를 써서 걸어도 도무지 폼이 나지 않는 것이다. 모두 다 알다시피 이런 걸음을 우리는 흔히 '오리걸음'이라고 부른다. |
| ||
"앞으로 갓!"
눈 쌓인 들판에서 |
[주: 사진이 스캐너보다 커서 스캐닝하면서 대장 오리만이 나오고 줄지어 뒤따르는 나머지 무리가 나오지 못함] | |
|
서툰 날갯짓으로 급히 도망가는 거위 두 마리. 무엇에 놀랐을까? |
겨울이 와도 끄떡없다.
거위의 암수는 어떻게 구별할까? 먼저 몸집을 보면 알 수 있다. 거위는 대체로 수컷이 암컷보다 몸집이 크다. 암수 두 마리가 나란히 걸어갈 경우 몸집이 큰 놈을 수놈으로 보면 틀림없다. 그리고 또 하나, 중국거위의 경우에는 부리 윗부분과 턱밑에 주황색 혹이 나 있다. 그 혹이 더 큰 놈이 바로 수컷이다. |
거위는 유난히 밤눈이 밝고 귀가 예민하다. 밤에도 이상한 물체가 나타나거나 이상한 소리라도 들리면 야단법석을 피운다. 이것은 아마도 가축으로 길들여지기 전의 야생 상태에서 가지고 있던 능력과 습성이 아직까지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추운 겨울이 오고 눈보라가 몰아쳐도 거위는 끄덕 없다. 오히려 신이 나서 눈밭을 돌아다니기까지 한다. 발의 살갗이 매우 두껍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돌부리에 채여도 쉽게 상처가 나지 않고, 하루 종일 눈을 밟고 돌아다녀도 동상에 걸리지 않는다. 게다가 섬세한 깃털이 온몸에 빽빽하게 나 있으니 아무리 세찬 바람이 불어와도 추운 줄을 모른다. 이것들 또한 모두 겨울철새인 거위의 조상,개리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
|
"나만 두고 가면 어떡하니?" 화가 난 거위의 날갯짓. |
보기힘들어진 거위 그런데 안타깝게도 거위는 닭이나 오리처럼 쉽게 볼 수가 없다. 예전에는 시골에 가면 농가 마당이나 냇가에서 뒤뚱뒤뚱 걸어다니거나 천천히 헤엄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주인 없는 집을 지키고 있다가 낯선 사람이 오면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며 덤벼들곤 하던 모습이 나이 많은 어른들은 누구나 기억할 것이다. 이제 거위를 보려면 대규모 농장이나 동물원에 가야 한다. 농장에서는 주로 거위의 깃털을 이용하려고 키운다. 섬세하고 가벼운 깃털이 이불 속이나 겨울 외투의 속으로 아주 그만이기 때문이다. 동물원에서는 커다란 연못에 오리와 함께 풀어 놓고 키운다. 물론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다. 농장이나 동물원이 아닌 곳에서 거위를 보기가 이제는 정말 힘들어졌다. 오리들의 형님 노릇과 함께 개 대신 집을 지키기까지 했던 거위의 옛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 애교스러운 걸음걸이와 꽥꽥거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그리울 것이다. 글/문명식 기자 사진/권태균 |
"이것 좀 먹어 보렴." 거위들은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진/강성철 기자] |
첫댓글 울지베 거위 있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