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 축구, 삼바 축구
2010 남아공 월드컵대회 덕분에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축구 붐이 일었습니다. 전통의 강호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이번에는 결승에 오르지도 못했지만 브라질 팀은 ‘삼바 축구’로, 아르헨티나 팀은 ‘탱고 축구’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습니다.
아르헨티나가 독일에 4:0으로 패했을 때 ‘탱고 축구의 파산’이라고 언론에서 제목을 달았습니다. 브라질의 삼바 축구도 네델란드에 3:2로 져 탈락하면서 ‘삼바 축구 몰락’으로 제호를 달았습니다.
물론 아르헨티나의 공식 애칭은 유니폼의 흰색과 푸른색의 교차, 어울림을 뜻하는 ‘알비셀레스테스(Albicelestes)’입니다. 브라질도 유니폼 칼라에서 딴 '카나리아 군단'으로 더 잘 알려져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아르헨티나=탱고 축구’, ‘브라질=삼바 축구‘가 더 가까이 와 닿습니다, 댄스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왜 국가대표 축구팀에 애칭을 댄스 종목을 사용 했는가 하는 것입니다.
브라질은 ‘삼바 축제’로 유명한 나라이고 아르헨티나는 ‘아르헨티나 탱고’로 유명한 나라라는 것이 그 이유가 될 것입니다. 춤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축제 이름, 먼나라 민속춤인가보다 하겠지만 우리는 삼바라는 춤에 대해 알고 아르헨티나탱고라는 춤에 대해서 알기 때문에 더 이해가 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면 두 나라의 축구도 그렇게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브라질 팀은 삼바축제를 하듯이 즐기는 축구를 하는 편입니다. 골을 넣고 동료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할 때도 삼바를 추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최근 세계적인 추세가 개인 플레이 위주보다는 팀 플레이 방식이 더 강세를 보이면서 삼바 축구라는 애칭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으나 세계인들은 브라질 팀을 여전히 ‘삼바 축구 군단’이라고 부르기를 좋아합니다.
아르헨티나 팀도 마치 아르헨티나 탱고를 추듯이 현란한 개인기를 자랑합니다. 춤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저 그렇게 부르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연관이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 공격의 핵이라는 메시 선수의 공 다루는 기술을 보면 마치 아르헨티나 탱고를 추듯이 겹겹이 둘러 싼 수비수들을 비집고 눈부신 기량을 뽐냅니다.
댄스와 축구가 연관이 있을까요?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댄스는 리듬을 타야 하는데 축구도 다른 스포츠가 그렇듯이 리듬을 타야 합니다. 간단히 경기장을 누비며 뛰어 다니는 것 자체가 리듬입니다. 오른발에 체중이 실렸으면 다음엔 왼발에 체중이 실려야 리듬을 타는 것인데 그런 리듬을 잃고 질주를 했다면 자연스럽지 못하고 부상을 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모두 축구선수라 해도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탱고를, 브라질 선수들은 삼바를 어릴 때부터 익혔을 것입니다. 이것은 리듬감과 몸을 가볍게 하는 훈련에도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골 세리머니 때 텀블링하는 선수들이 많은 것도 그런 배경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멕시코와 16강전에서 2골을 넣은 아르헨티나의 테베즈 선수는 실제로 정규음반 3장을 발매한 가수 출신 선수라고 합니다. 테베즈는 2005년부터 2006년까지 친동생과 함께 힙합그룹 ‘Piola Vago’로 3장의 앨범을 발표해 래퍼로 활동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어린 시절부터 축구에 전념하기도 바쁜데 불과 몇 년 전까지 가수를 하다가 축구선수로 그것도 대표선수까지 하게 된 것은 그들이 축구를 접하는 분위기가 우리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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