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학습자에 대한 한국어 발음 지도법
-입문 단계를 중심으로-
하세가와 유키코(長谷川由起子)
(오사카 외국어대학)
1. 머리말
일본에서의 한국어 교육은 뿌리 깊은 서양 지향적인 풍토와 한일간의 역사적 사회적인 복잡한 관계로 인해 등한시되어 온 시기가 길었으나 한국의 국력 신장과 국내외의 여러 가지 여건 변화로 요 10~15년 사이에 놀랍도록 활발해지고 있다1). 그 동안 한국어 교육 기회와 학습자 수는 꾸준히 늘고 있고 학습자 타입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어 교육이 좋은 조건 하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다. 학습 인구가 늘었다고는 하지만 영어(의무교육을 제외함)에 비하면 백분의 일, 중국어와 비교해도 십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기관에서나 경영상의 이유에서라도 질적 및 양적으로 충분한 교육을 실시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일본인에게 한국어는 모어(mother tongue)인 일본어와 문법 및 어휘적인 공통점이 많고 문화적인 배경도 비슷하기 때문에 배우기 쉬울 뿐만 아니라, 그 배움을 통해 기대 이상의 소득을 얻을 수 있는 드문 언어라 할 수 있다. 즉 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면 다른 나라 말을 배웠을 때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성취감이 커서 영어를 배울 때 느꼈던 좌절감이나 외국어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할 수 있고, 외국어 학습의 보람과 기쁨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일본어, 일본 문화와 비슷한 한국어, 한국 문화이기 때문에 그것을 배움으로써 자기 나라를 보다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도 될 것이다.
다른 나라 말을 배우면 그 나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많은 것을 알게 되면 친근감이 생겨 호의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다. 아직까지 많은 일본인이 한국에 대해 알게 모르게 거리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제 세계 전체가 블록화돼 가고 있는 추세에 언제까지나 그런 식의 태로를 취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본인이 한국어와 한국을 앎으로써 한국인과 친해지고 서로 오해와 불신을 없앨 수 있게 된다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또 국가적으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한국어는 전체적으로 볼 때는 일본인에게 배우기 쉬운 말임이 틀림없는데 입문단계인 “글자와 발음” 만큼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일본인에게 한글은 낯선 기호일 뿐만 아니라 일본 글자인 가나(假名)로도, 익숙한 로마자로도 그 소리를 옮겨 쓰기가 어려운데다, 그 발음인즉 모음이나 자음이나 다 일본어보다 훨씬 복잡한 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배워 볼까 생가하다가도 그 글자 때문에 겁이 나서 결심이 나지 않는다거나 배우기 시작한 사람이 “글자와 발음” 단계를 넘기지 못하고 그만둬 버렸다는 이야기를 필자도 많이 들어왔다. 그러므로 모처럼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한 학습자가 이 단계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조리 있고 알기 쉽게 지도하는 것이 한국어 교사들의 중요한 역할이라 믿는다.
본고에서는 일본에서의 한국어교육 특유의 사정과 일본어라는 학습자의 모어의 특성을 전제하여 한국어 교육과정 중에서 중요하면서도 어려움이 많은 입문단계의 및 지도방법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2. 일본에서의 한국어 교육 현황
일본에서의 한국어 교육 과정은 몇 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
a) 대학의 전공 과정1)
b) 전문직 양성 과정2)
c) 기업체 및 조직체내 어학연수3)
d) 대학 및 고등학교의 제2 및 제3외국어
e)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한 강좌4)
f) 민간 어학학원5)
g) 민족단체에서 주최하는 일반인을 위한 강좌6)
h) 한국학교 및 조선학교7)
위에 제시한 타입 중 a, b 및 h는 각각 전문성 또는 특수성이 강하고 교사 및 컬리큘럼 내용에 어떤 특정 틀이 있기 때문에 문제점들은 각 분야 조직내에서 해결될 일로 생각된다. 그보다 더 일반성이 있고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d 및 e로(c, f, g도 공통된 조건을 가진 경우는 이에 포함시킬 수 있음), 본고에서는 이들을 논의 대상으로 삼는다.
표 1) 일본에서의 한국어 교육 과정의 전형적인 예
|
1회당 수업시간 |
주당 수업 회수 |
연간 수업 주수 |
연간 수업시간수 (개수) |
대학교 제2외국어 |
90분 |
2회 |
24~28주 |
72~84시간 |
대학교 제3외국어 |
90분 |
1회 |
24~28주 |
36~42시간 |
고교 제2외국어 |
50분 |
2회 |
25주 |
41.6시간 |
시민강좌A |
120분 |
1회 |
48주 |
96시간 |
시민강좌B |
90분 |
1회 |
44주 |
66시간 |
시민강좌C |
60분 |
1회 |
40주 |
40시간 |
3. 전형적인 한국어 교육 과정의 문제점
이상과 같은 한국어 교육 과정에는 일반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정리해 보기로 한다.
3.1. 수업 밀도
가장 큰 문제점은 수업 밀도가 낮다는 것이다. 주당 1번이라는 경우가 많은데 학습자들이 그 전 수업의 내용을 거의 다 잊어버릴 때쯤 돼서야 다음 수업시간이 돌아오는 셈이다. 시간 수로 따지면 대학교의 1학기(4개월) 분이 연세대 한국어학당 정규반의 1주일(20시간) 분에 해당된다.
대학교 제2외국어와 같은 경우에는 주당 2번이지만, 각 수업 담당자 간에 서로 연락이나 협조관계가 없는 경우도 많아, 그럴 경우 결국 비슷한 내용을 두 선생님이 따로 따로 가르치게 되어, 이해도나 정착도는 약간 낫다 하더라도 진도상으로는 주당 1번 하는 경우와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3.2. 전체 과정의 시간 수
전체 시간 수의 부족도 문제다. 한 기관에서 한국어 과정을 1년으로만 잡는 경우가 꽤 있다. 대학교의 제2외국어라면 주 2회로 2년간 이수하게 돼 있고 그 다음 단계를 선택 이수할 수 있는 경우도 있어 나은 편이지만, 제3외국의 경우는 주 1회로 1년간 이수하면 끝나는 경우가 많다. 10~20년 이상의 오랜 전통을 가진 시민강좌의 경우는 적어도 2~3년 이상 배울 수 있게 다양한 코스가 마련돼 있는 경우도 많으나, 최근에 늘어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주최하는 것은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학습기회를 제공한답시고 일주일에 1번씩 1년간 배운 수강생을 내보내고 다시 새로 모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총시간수가 부족한 경우 교사의 입장에서는 그 한정된 시간 안에 학습자들이 어느 정도 만족감이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어떻게든 해 줘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가 항상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3.3. 한국어 학습에 전념할 수 있는 정도
대부분 학습자들은 다른 직업이나 전문분야를 가지고 있어서 한국어학습에 전념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복습 예습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진도를 너무 빨리 나가면 못 따라가서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속출할 수도 있다. 숙제는 적당히 내주면 대부분 해오려고 노력을 하지만 지나치게 가정학습에 무게를 주면 역시 부담스러워한다. 제2외국어와 같이 필수과목이라면 몰라도 특히 제3외국어나 시민강좌 등 강제성이 없는 과정일 경우 부담이 지나치면 학습의욕을 잃어 버리고 학습을 포기해 버릴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거의 없다. 따라서 학습내용을 실생활 속에서 재확인하거나 연습할 기회를 갖기 힘들다. 여유와 열의가 있는 사람은 NHK-TV와 라디오의 한국어강좌를 시청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매일 같은 시간에 TV나 라디오에 매달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대부분 학습자들에게 일주일에 한두번의 수업시간이 유일하게 한국어를 접할 수 있는 기회이므로 수업을 진행시키는 데도 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3.4. 학습자 간의 학습능력 차이
대학교나 고등학교의 경우 학습자의 언어학습 능력 및 적성은 학교나 대상 학부마다 어느 정도 평균화가 기대되지만, 시민강좌의 경우 학습자의 연령에서부터 성별, 학력이나 학습경험, 사회적 경험, 학습목적 등등 각양각색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습능력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들이 섞여 있어 교사는 애로를 느낄 때가 많다. 어떤 교실에서는 대학교수와 가정주부, 간호원, 회사원, 공장 노동자 등이 함께 공부를 하고, 나이도 10대, 20대에서 60대, 70대까지가 모든 연령층이 섞여서 공부한다. 그러나 학습자들의 학습동기나 강좌 개설의 취지, 한국어 교육의 의미 등을 생각할 때 어떤 학습자에게나 알기 쉬운 수업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3.5. 외국어 학습에 대한 적성
일본에서 한국어 학습자가 아직까지 소수인 만큼 한국어를 현재 배우고 있는 사람들은 일단 다른 외국어가 아닌 한국어를 특별히 선택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나 목적의식이 있으며 나름대로 학습의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어 학습자들은 이른바 “외국어 지향적인 사람”보다 언어를 통해 문화나 역사를 알고 싶다든가 우호적인 인간관계를 맺고 싶다는 “문화 교양파”나 “우호 친선파”가 많다는 인상을 받는다. 언어 자체보다 그 주변적인 사항에 관심이 더 높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외국어학습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나 적성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일부 대학이나 고등학교에서는 “한국어가 서양 언어보다 배우기 쉽다”는 소문을 듣고 안이하게 한국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고 심시어는 제1 지망에서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한국어를 선택한 학생들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학교도 있다고 한다.
물론 어쩌다가 외국어 학습능력과 적성이 높고 가정학습도 열심히 하는 학습자들로 반이 구성되어 일주일에 1번의 수업으로도 큰 성과를 올리는 경우도 없지는 않으나 많은 교사들이 적성이 부족한 학생들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표 2) 한국어의 학습동기 조사 결과
*대학교 제2?제3외국어로 한국어를 선택한 학생과 시민강좌를 다니는 학습자들에게 “왜 한국어를 배우기로 했습니까?”라는 질문을 한 결과(자유회답, 단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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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총 103명) |
일반시민 (총 58명) |
이렇다 할 이유 없이 |
16 |
- |
배우기 쉽다고 듣고 |
1 |
- |
새로운 언어?아시아의 말에 관심이 있어 |
9 |
- |
한글을 읽어 보고 싶어서 |
3 |
- |
한국에 대한 막연한 관심?호기심이 있어서 예전부터 배워 보고 싶었다 |
13 |
8 |
한국의 역사?문화에 대한 관심에서 |
14 |
8 |
인권문제?시사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
7 |
4 |
자신이 한국사람이기 때문에 |
3 |
12 |
한국사람이 일본어를 아는데 일본사람이 한국어를 모르는 것이 부끄러워서 |
5 |
7 |
한국 친구?친지가 있기 때문에 |
16 |
10 |
한국을 여행하고 싶어서 |
16 |
- |
일 때문에 필요해서 |
- |
9 |
표 3) 영어의 학습 목적 조사 결과
*위 대학생들 중 36명에게 “왜 영어를 공부합니까?”라는 질문을 한 결과(자유회답, 단위: 명)
필수과목이기 때문에?할 수 없이 |
12 |
필요하기 때문에?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에 |
21 |
교양으로서 |
2 |
좋아하기 때문에 |
1 |
4. 한국어와 일본어의 음운 비교
한글 자모와 발음 도입과 그 지도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목표언어인 한국어와 학습자의 모어인 일본어의 음운체계를 비교해 보기로 한다. 단, 본고의 목적은 일본인 학습자에게 한국어 발음을 보다 낫게 교육한다는 데에 있기 때문에 한국어 음소를 중심으로 이에 해당되는 일본어 음소가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정리한다. 두 언어의 음소는 해당 글자(한글 및 가나)가 있는 것이 있고 없는 것이 있는데 있는 것은 해당 글자로, 없는 것은 음소 표기로 표시하기로 한다.
4.1. 단모음
한국어:ㅏ, ㅓ, ㅗ, ㅜ, ㅡ, ㅣ, ㅔ, ㅐ (ㅚ, ㅟ)
일본어:ア, オ, ウ, イ, エ
먼저 모음체계의 큰 차이는 단모음 음소수가 일본어는 5개, 한국어는 8개(또는10)로, 한국어가 더 많다는 점이다. 음소수가 많다는 것은 변별 특성의 종류도 많다는 것을 뜻한다.
“ㅏ, ㅣ”는 각각 “ア, イ”와 거의 같은 음성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엄밀히 말하면 “ㅏ, ㅣ”가 “ア, イ”보다 더 넓고 좁다)
한편 “ㅓ, ㅗ”는 둘 중 어느 것도 “オ”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으면서 둘 다 “オ”의 이음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일본어 “オ”의 변별 특성은 엄격하지가 않다. 즉 일본어 “オ”는 “ㅗ”와 마찬가지로 후중설 원순 모음이긴 하나, 한국어의 “ㅗ”만큼 현저한 원순이 아니며 “ㅓ”처럼 발음해도 무방한 것이다.
“ㅜ, ㅡ”도 모두 “ウ”의 이음이라 할 수 있는데 일본어 “ウ”는 선행되는 자음에 따라서 그것이 순음라면 “ㅜ”에 가깝게, 치음이라면 “ㅡ”에 가깝게 발음된다.
“ㅔ, ㅐ”(덜 열림과 더 열림)와 “エ”에 관계도 원칙적으로 마찬가지라 할 수 있으나, 이에 대해서는 최근 한국의 젊은 세대에서 그 구별이 없어졌다고 하므로 “ㅔ, ㅐ” 모두 “エ”로 대신해도 무방하다고 하겠다.
어쨌든 일본 학습자에게는 한국어에 일본어의 “ウ, エ, オ”가 각각 2개씩 있는 셈이다.
“ㅚ, ㅟ”에 대해서는 표준어에서 단모음으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중모음으로 발음하는 것도 허용되며, 한국어 교육계에서는 대체적으로 이를 중모음으로 인정하고 있고 필자도 그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므로 여기서는 제외한다.
4.2. 한국어의 중모음과 일본어의 반모음+모음
한국어:ㅑ, ㅕ, ㅛ, ㅠ, ㅖ, ㅒ, ㅘ, ㅝ, ㅙ, ㅞ, ㅚ, ㅟ, ㅢ
일본어:ヤ, ヨ, ユ, (イェ), ワ, (ウォ, ウェ, ウェ)
일본어에서 중모음이란 개념이 사용되지 않으므로, 여기서는 한국어의 중모음에 해당되는 일본어 음을 열거했다. 괄호내의 표기는 외래어나 의성어 등을 표기할 때 사용된다.
여기서도 단모음 “ㅓ, ㅗ : オ”와 마찬가지로 “ㅕ, ㅛ”가 “ヨ”의 이음이 된다. “ㅒ, ㅖ”는 “ㅐ, ㅔ”와 마찬가지로 “イェ”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ㅑ, ㅠ, ㅘ, ㅝ”는 각각 대체로 “ヤ, ユ, ワ, ウォ”와 흡사하고 “ㅙ, ㅞ”는 “ウェ”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단모음으로서의 “ㅚ, ㅟ”와 같은 원순 모음은 일본어에 없으나 “ㅚ, ㅟ”를 중모음으로 발음할 경우 “ウェ, ウィ”와 가깝다고 할 수 있다. “ㅢ”는 단어 첫글자에 자음을 동반하지 않고 나타날 때는 “ㅡ”와 “ㅣ”가 연이어 발음되고 자음이나 모음이 선행될 때는 “ㅣ”로 발음되며 조사로 쓰일 때는 “ㅔ”로 발음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발음 자체는 일본어에도 흡사한 것이 있어 별로 문제가 없다.
4.3. 음절초 자음
한국어:ㄴ, ㅁ, ㄹ, ㄱ, ㄲ, ㅋ, ㄷ, ㄸ, ㅌ, ㅂ, ㅃ, ㅍ,
ㅅ, ㅆ, ㅈ, ㅉ, ㅊ, ㅎ
일본어:/n/, /m/, /r/, /k/, /g/, /t/, /d/, /q/, /b/, /s/, /z/, /h/
비음과 설측음 그리고 ㅎ : /h/는 한국어와 일본어 간에 음운상 큰 차이가 없으나, 폐쇄음, 파찰음 및 마찰음은 그 변별 특성에 큰 차이가 있다. 즉 한국어의 폐쇄음, 파찰음, 마찰음에는 유성음과 무성음의 대립이 없는 대신 평음(무성무기 및 유성), 격음(무성유기), 경음(무성성문폐쇄)의 대립이 있는 반면, 일본어는 유성음과 무성음의 대립이 있으나 유기?무기?성문폐쇄 등의 특징이 뜻을 구별하지 않는다.
무성음과 유성음의 차이가 뜻을 구별하는지 여부와 함께, 글자상 일본어의 淸音(청음:무성음)과 탁음의 대응관계의 일부가 음성학적인 체계와 일치되어 있지 않아 더욱 혼란스럽다. 즉 일본어에서는 “バ[ba]”의 청음은 “パ[pa]”가 아니라 “ハ[ha]”이며 이는 한국어에서 [p]와 [b]가 한 묶음인 것과 모순된다.
4.4. 한국어의 종성과 일본어의 撥音(발음) 및 促音(촉음)
한국어:ㄴ, ㅁ, ㅇ, ㄹ, /k/, /t/, /p/
일본어:ン, ッ
종성(음절말 자음) “ㄴ, ㅁ, ㅇ”은 모두 “ン”의 이음으로 상보적 분포를 나타낸다. 즉 후속 자음이 /t/, /d/, /n/, /s/, /z/일 때는 “ㄴ”에 가깝게 발음되고 /k/, /g/, /h/일 때는 “ㅇ”에 가깝게, /p/, /b/, /m/일 때는 “ㅁ”와 같이 발음된다. 한국어의 종성 /k/, /t/, /p/도 마찬가지로 일본어 “ッ”에 있어 상보적 분포를 나타낸다. “ㄹ”에 해당되는 소리는 일본어에서는 후속 모음 없이 나타나지 않는다.
5. 한글 자모 도입과 그 발음 지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한국어의 음운은 일본어의 그것과 상당히 다른 체계를 이루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우선 일본어에 있는 소리로 대신할 수 있는 것은 그것으로 대신하고, 일본어에 없는 변별 특성을 집중적으로 지도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할 수 있겠다. 보다 더 자연스럽고 정확한 발음을 위해서는 한국어 음소 하나하나의 특징을 객관적으로 설명하고 훈련시켜야 되겠지만, 지금 전제하고 있는 조건에서는 당연히 그럴 필요가 없고 또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다. 한편 일본어에 없는 음운 특성에 대한 언급 없이 무조건 따라 하게 한다면 시간 낭비가 될 뿐만 아니라 학습자에게 필요한 분별 특성을 놓치고 말 우려가 있다.
그리고 학습자에게 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일본어 음운체계와 비교하기 쉬운 순서로 글자와 소리를 제시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적인 한글 순서는 사전을 찾을 때 꼭 필요하며 무엇보다도 나름대로의 체계성을 갖춘 전통을 전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겠으나, 사전을 찾을 필요성은 시간이 훨씬 경과한 후에야 생기는 일이며, 무엇보다도 시간 절약과 최대한의 효율성을 위해서도 입문단계의 전통적인 순서에 의한 한글 도입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필자가 일반시민 또는 일반학생을 대상으로 90분 수업을 일주일에 1번 하는 경우에 실제로 쓰고 있는 교안(일부)에 따라 그 절차와 지도시의 유의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5.1. 첫째 주: 한국어의 개요와 기본모음
① 한국어의 개요
자모 학습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어의 역사적 사회적 및 언어적 개요를 간략하게 설명한다. 특히 언어적인 개요에서는 일본어와의 문법구조 및 어휘적인 유사점과 차이점에 주목하며 언어 구조의 특징을 부각시킴으로써 한국어 학습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
② 한글의 구조
알파벳 기능을 가진 자모가 한자의 부수처럼 결합되어 하나의 글자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처럼 한국사람들이 매우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실도 외국인 학습자들에게는 생소하고 신기한 일이므로 이는 꼭 지적해 둘 필요가 있다.
③ 기본모음 자모 “ㅏ, ㅓ, ㅗ, ㅜ, ㅣ, ㅐ, ㅔ”와 그 발음
필자는 이를 “한글의 アイウエオ”라고 부르는데 이는 복잡한 설명 없이도 누구에게나 알기 쉽고 친근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학습자의 대부분은 말소리를 모음과 자음으로 나눠 생각하는 습관이 없기 때문에 “모음” “자음”이라는 말의 뜻을 개념상으로는 알고 있어도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도입과 설명 순서는 먼저 “ㅏ, ㅣ, ㅔ(ㅐ)”와 같이 일본어 발음과 흡사한 것부터 소개하고 “ㅓ, ㅗ”, “ㅜ, ㅡ”는 각 발음을 들려주며 입모양을 보고 따라하게 하면서 각 발음 간의 차이와 특징을 학습자 스스로 깨닫게 한 다음, 각 발음의 요령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즉 “ㅓ”는 입을 세로로 벌려 “オ”라고 발음한다, “ㅗ”와 “ㅜ”는 입술을 한껏 좁혀서 각각 “オ”“ウ”라고 발음한다, “ㅡ”는 “イ”라고 할 때와 같은 입모양으로 “ウ”라고 발음한다는 식이다. 이 때 구체적인 발음요령을 설명하면 모범 발음만 들려주고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고 안정감 있게 발음을 습득시킬 수 있다.
그리고 참고로 “ㅐ”와 “ㅔ”는 각각 원래는 “입을 크게 벌린‘エ’”와 “입을 좁게 벌린 ‘エ’”였지만 실제로는 이 2가지를 똑같이 일본어 “エ”처럼 발음해도 문제가 없다, 단지 맞춤법상 구별하는데 그것은 마치 일본어 “オ”와 “を”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개별 발음을 지도한 다음에는 쓰기 연습을 시키는데 “ㅇ”과 조립해서 쓰는 방법과 필순을 설명한 다음 발음하면서 써보게 한다. 글자를 이상한 모양이나 순서로 쓰고 있으면 그 자리에서 고쳐준다.
마지막으로 단모음만으로 된 단어 몇 개를 읽어 보게 한다.
④ 일본어를 한글로 써보기
일본어의 “ア, イ, ウ, エ, オ”를 한글로 써 보게 함으로써 모음자모의 발음과 모양을 재확시킨다.
5.2. 둘째 주: 기본모음(초성)
① 기본자음 자모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ㅈ, ㅎ”와 그 발음
이를 “한글의 アカサタナ”라고 부름으로써 자음자모의 기능을 짐작케 하고, 한글 자모가 로마자의 단음표시 기능과 일본어 假名(가나)의 음절표시 기능을 다 갖추고 있음을 설명한다. 여기서는 기본자음 자모의 모양과 그 초성 발음을 일치시키며 외우게 하는 것이 최대 목표이다.
먼저 위 자음 자모에다 모음 “ㅏ”를 붙여 읽고 그 소리를 소개한 뒤, 제일 윗줄에 가로로 기본모음 자모를, 제일 왼쪽 줄에 세로로 기본자음 자모를 열거해놓은 표에다가 자음과 모음을 조립해서 쓰게 한다. 이 때 한 자를 쓸 때마다 반드시 발음시킨다. 그리고 “ㄱ, ㄹ, ㅂ” 등을 이상한 모양으로 쓰지 않도록 주의시킨다. 다 된 표를 가로로, 세로로, 대각선으로, 임의로 등등 몇번 읽혀 나가면 자모 모양과 그 발음을 대체로 익히게 된다.
이러한 작업을 다 숙제로 내주면 학습자마다 작업내용에 차이가 나게 되고 이해도와 정착도에도 차이가 날 것이기 때문에 번거롭더라도 반드시 교실에서 교사가 체크하면서 함께 하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본자음과 기본모음만으로 된 단어를 읽히는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일은 유성음화되는 “ㄱ, ㄷ, ㅂ, ㅈ”가 들어간 단어를 섞어서 읽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어에서는 무성음과 유성음에 엄연한 구별이 있기 때문에 학습자들은 발음된 소리가 무성인지 유성인지에 매우 민감하다. 만약 이 단계에서 이들을 섞어서 다루게 되면 반드시 의문을 가지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글모양과 발음의 일치인데 학습자에게 혼란과 불안감을 줄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ㄱ, ㄷ, ㅂ, ㅈ”의 유성음화는 꼭 다음 단계에 독립된 항목으로 가르쳐야 된다. 또 한국어에서 유성이냐 무성이냐가 뜻을 구별하지 않으니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면 자연스롭지 못한 한국어를 가게 될 원인이 될 것이며, 나중에 경음화현상 등이 나왔을 때 또 다시 혼동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나중에는 “ㅅ”까지 유성음화시켜 버리기게 될 것이다. 또 유성자음 뒤에서 경음화되는 폐쇄음과도 나중에 헷갈리기 십상이다.
② 일본어를 한글로 써보기
먼저 일본어의 음절표(五十音圖)의 일부를 한글로 써보게 한다. 이는 한국어와 일본어의 음운체계의 차이를 인식시키고 발음과 글모양을 정착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이는 숙제로 내주어도 된다.
그리고 아직 정확하게 다 쓸 수는 없지만 자기 이름과 주변 지명 등 일본 단어를 한글로 쓰게 한다. 새로 배운 글자로 뭔가 뜻있는 말을 쓸 수 있다는 것은 큰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게 한다.
모든 자모와 발음을 배우지 않은 이 단계에서 무리하게 일본어를 쓰게 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도 있겠으나, 학습자가 새로 배운 글자를 써보고 싶어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욕구이며, 이를 이용해서 당면 목표인 자모와 그 발음을 습득할 수 있다면 결코 무의미하거나 해로운 일은 아닐 것이다. 만약 잘못 쓰더라도 교정은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너무 조심스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교사는 기습사항인 기본모음과 기본자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익혔는지에만 주목하면서 지도하고 다른 부분은 상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또한 과제로 내주어도 좋을 것이다.
5.3. 셋째 주: “ㄱ,ㄷ,ㅂ,ㅈ”의 유성음화와 파생모음
① “ㄱ, ㄷ, ㅂ, ㅈ”의 유성음화
“무성음” “유성음”이라는 개념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를 “한글의 濁音(탁음)”이라 부른다. 여기서는 일단 “한국어에도 탁음과 같은 것이 있으나(예 : “저고리” “아버지”), 일본어처럼 탁음 표시는 없으며 같은 글자라도 한 단어의 어디에 위치하느냐에 따라서 발음이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탁음화되는 위치에 대해서는 여기서는 “단어 첫글자가 아닌 곳”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한다. “유성음 사이”와 같은 표현은 웬만하면 피하고, “갈비”처럼 받침을 동반하는 단어를 예로 삼는 것도 피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일본어의 탁음과 한국어의 그것과는 똑같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즉 일본어의 경우 “か, さ, た, は” 등에 탁점 “?”이 붙음으로써 “/k/:/g/, /s/:/z/, /t/:/d/, /h/:/b/”라는 대립관계를 이루는데 비해, 한국어의 경우 “ㄱ, ㄷ, ㅂ, ㅈ”가 출현위치에 따라 “[k], [t], [p], [t ]”로 읽거나 “[g], [d], [b], [d ]”로 읽어 의미상의 대립관계를 이루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다 설명할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ㅅ, ㅎ’은 탁음화되지 않으며, ‘ㅎ’ 대신 ‘ㅂ’이 탁음화된다”는 점은 다짐해 놓을 필요가 있다.
이상과 같은 설명과 함께 유성음화된 “ㄱ, ㄷ, ㅂ, ㅈ”을 포함한 단어 몇 개를 읽어 보게 한다.
쓰는 연습을 할 때는 일본어 단어나 이름 중에서 ヤ行 및 “ワ, ン, ッ”가 들어가지 않고 단어 첫글자 이외에 무성음이 들어가지 않는 말(예: “サラダ”“雨具(あまぐ)” 등)을 골라 쓰게 하는 것이 좋다.
② 파생모음 자모 Ⅰ “ㅑ, ㅕ, ㅛ, ㅠ, ㅒ, ㅖ”와 그 발음
이를 “한글의 ヤ行”라 불러 학습자의 이해를 돕는다.
기본모음 “ㅏ, ㅓ, ㅗ, ㅜ, ㅐ, ㅔ”을 구성하고 있는 짧은 선을 두개로 늘리면 일본어 “ア행”이 “ヤ행”으로 된다고 설명하면 대부분 바로 이해한다.
쓰는 연습으로서는 윗줄에 이들 모음 자모를 가로로, 왼쪽 줄에 기본자음 자모 중 몇 개를 세로로 열거해놓은 표에다 각 자모를 결합시킨 글자를 발음하면서 쓰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들 모음을 포함한 단어 몇 개를 읽어 보게 한다.
③ 파생모음 자모 Ⅱ “ㅘ ㅝ ㅙ ㅞ ㅚ ㅟ ㅢ”와 그 발음
이를 “한글의 ワ行”라 불러 학습자의 이해를 일차적으로 돕는다. 그러나 학습자들은 이 항목을 매우 어려워한다. 그것은 일본어 “ワ행”은 사실상 “ワ” 하나밖에 없고 “ウォ, ウェ, ウィ”와 같은 발음은 외래어에서나 쓰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글모양 자체도 혼동하기 쉽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들의 단독적인 발음 자체는 그렇게 크게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자음과 결합될 때는 일본어에 있을 수 없는 발음들이 대거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어에서도 이들 파생 모음의 사용 빈도와 자음과의 결합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므로 그 점을 고려해서 학습자들이 편한 마음으로 배울 수 있도록 “당장 모든 파생모음을 완전히 익히지 않아도 된다, 일단 몇 개 대표적인 단어만 외우면 된다”는 정도로 지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학습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ㅘ, ㅝ”는 “ワ, ウォ”와 거의 같은 발음이라고 설명하고, “ㅚ, ㅟ”를 단모음이 아닌 중모음으로 취급하면서 “ㅙ, ㅞ, ㅚ”는 대체로 “ウェ”와 같고 “ㅟ”는 “ウィ”와 같다고 설명한다. 다만 “ㅚ, ㅟ”는 자음(초성)을 동반할 때는 단모음에 가깝게 발음하는 것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그 점을 간단하게 설명하고 몇 개 대표적인 단어만 발음해 주면서 몇 번 따라하게 하는 것이 좋으나 그 이상은 필요없다고 본다.
“ㅢ”는 “ワ행”이라 하기 어려우나 편의상 여기서 함께 다루도록 한다. 이 모음자모는 환경에 따라 읽는 법이 복잡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애로를 느끼는 사항이기도 하다. 일단 단어 첫글자에서는 “ㅡ”와 “ㅣ”를 연이어 발음하고(이 때 입술을 도중에서 움직이지 말고 처음부터 “ㅣ”발음을 할 때의 입술 모양을 유지하면서 발음하도록 지도함) 단어 첫글자 이외에 나타날 때나 자음(초성)을 동반할 때는 “ㅣ”처럼 발음한다고 설명한다. 조사로 쓰일 때는 “ㅔ”처럼 읽기도 하고 그대로 “ㅢ”로 읽기도 하는데 이는 나중에 조사를 배울 때 설명하기로 하고 교과서에 자세한 기술이 있더라도 여기서는 그냥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쓰는 연습으로는 윗줄에 이들 모음을 가로로, 왼쪽 줄에 기본자음 중 몇 개를 세로로 열거해놓은 표의 빈칸을 발음하면서 쓰게 한다. “ㅢ”는 “ㄴ, ㅎ, ㅌ, ㄸ, ㅆ” 이외의 자음과 결합하지 않으므로 이 표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그리고 “ㅘ, ㅙ”를 쓰려다가 “ㅜ+ㅏ”, “ㅜ+ㅐ”와 같은 존재하지도 않는 글자를 만들어내지 않도록 주의시킨다. 이는 나중에 가서도 상기시켜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들 모음을 포함한 단어 몇 개를 읽어 보게 한다.
5.4. 넷째 주: 파생자음(초성)
① 파생자음 자모 Ⅰ “ㅋ, ㅌ, ㅍ, ㅊ”와 그 발음
이는 일반적인 명칭대로 “激音(격음)”이라고 부른다. 일본어에서 유기음과 무기음은 뜻을 구별하지 않으므로 처음에는 학습자들이 평음인지 격음인지 알아듣기 어렵고 구별해서 발음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유기음의 특징을 약간 과장해서 발음해주며 따라 하게 하면 대부분 그 특징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발음할 수 있게 된다. 발음을 연습시킬 때는 화장지를 길게 찢어서 코 앞에 늘어뜨려 숨이 나오는 정도를 눈으로 확인시키면 효과적이다.
그리고 정착 연습으로 이들 자음과 기본모음 및 “ㅚ, ㅟ”를 결합시켜 발음하면서 쓰는 연습을 시키고, 마지막으로 이들 모음을 포함한 단어 몇 개를 읽어 보게 한다. 단어 읽기 연습으로는 평음과의 minimal pair 연습을 꼭 시킨다. 일본 고유어의 단어 첫글자 이외의 청음을 표기할 때 격음을 사용한다는 것을 설명해 주면서 학습자 자신의 이름이나 주위의 지명 등을 다시 쓰게 하고 그 완성도를 확인시키는 것도 좋다.
격음의 문제점은 의식하면 제대로 발음할 수 있는데도 다른 발음이나 문장 구조 등에 마음이 팔려서 유기음의 특징을 잊어버리고 평음처럼 발음해 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후 격음이 나올 때마다 의식적으로 발음하도록 주의를 환기시켜 주는 것과 동시에 단어나 문장 속에서 격음이 포함된 음절에 액센트가 주어지고 발음되는 시간이 약간 길어진다는 점에도 주목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② 파생자음 자모 Ⅱ “ㄲ, ㄸ, ㅃ, ㅆ, ㅉ”와 그 발음
이는 “濃音(농음)”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소리 이미지를 떠올리기에 제일 적당하지 않나 싶다. 이 소리는 한국어 소리 중에서도 일본인에게 제일 생소한 소리로 몇 번 들어도 그 소리의 특징이 뭔지를 알아내기 어려울 정도다. 제일 쉽게 설명하자면 “‘マッカ(眞っ赤), マッタ(待った), マッサオ(眞っ靑), マッチャ(抹茶)’ 등의 밑줄친 부분”과 같은 발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농음이 단어 중에 나타날 때의 설명으로서는 충분하나 단어의 첫글자로 나타날 경우에는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즉 “목에 힘을 주고 잠깐 소리내기를 참다가 숨이 새오나오지 않도록 하며 발음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을 듣고 또 시범발음을 들어도 제대로 발음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격음의 경우 연습만 적절하게 하면 한 반 중 80% 이상은 대개 제대 로 발음하게 되는데 농음만큼은 끝까지 잘 안되는 사람이 절반 정도 될 것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지도하고 연습시켜도 안되는 사람에게는 너무 무리하게 강요하지 말고 나중에 문장을 발음할 때 해당 발음이 그럴듯하게 들리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정착 연습으로는 이들 자음과 기본모음 및 “ㅚ, ㅟ”를 결합시켜 발음하면서 쓰는 연습과 이들 모음을 포함한 단어 몇 개를 읽어 보게 한다. 단어 읽기 연습시 격음이나 평음과의 minimal pair 연습을 꼭 시킨다.
5.5. 다섯째 주: 종성
① 종성
파생모음 Ⅱ나 농음 못지않게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종성이다.
이는 그냥 “받침 발음”이라 부른다. 그리고 “받침”이란 한 글자 밑에서 받침대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자음으로, 모든 자음 자모 중 “ㄸ, ㅃ, ㅉ”을 제외한 나머지 자음이 다 받침으로 쓰일 수 있으며, 그 발음은 모음 앞에 오는 경우와 거의 같은 것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고 설명해 준다. 겹받침에 대해서는 당분간 고려하지 않는다.
받침 발음은 실질적으로 7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필자는 이를 다시 2가지로 나눈다. 즉 “ㄴ, ㅁ, ㅇ, ㄹ”을 “울림이 있는 받침”, /k/, /t/, /p/을 “울림이 없는 받침”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다시 “울림이 있는받침” 중 “ㄹ”을 제외한 나머지 3가지 소리는 일본어 “ン”에 해당되고 “울림이 없는 받침”은 “ッ”에 해당된다고 설명해 준다.
“울림이 있는 받침”은 말 그대로 울림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분간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그 차이를 귀를 통해 구별할 수 있으나, “울림이 없는 받침”은 귀에 들리는 것이 없고 오직 입모양만이 서로를 구별할 특징이기 때문에 후자가 전자보다 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울림이 있는 받침”부터 먼저 도입한다.
먼저 “ニホンニ(日本に), ニホンモ(日本も), ニホンガ(日本が)” 등 “ン”가 “ㄴ, ㅁ, ㅇ”으로 발음되는 일본어를 제시하여 일본어에서 같은 소리로 인식되고 있는 이들 “ン”가 사실은 미묘하게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식시킨 다음 그것들을 한국어에서는 서로 다른 소리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린다. 이들 3가지 받침 소리를 개별적으로 발음하는 연습을 한다.
다음으로 단어 레벨에서 발음 연습을 하는데 일본어의 “ン”은 후속 자음이 무엇인가에 따라 어느 소리로 나타날지가 결정되지만 한국어의 경우 후속 자음이 어쨌든 글자대로 발음해야 된다는 것을 확인시킨다. 그런 면에서 학습자에게 발음하기 어려운 것은 “신문, 환경, 밤낮, 공부, 형님” 등이다.
“ㄹ”은 일본어 /r/에 가까운 위치에서 발음되는데 일본어에서는 이를 후속 모음 없이 발음되지 않기 때문에 발음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으나 따라 하기 연습을 거듭시키면 어느 정도 잘 하게 된다. 이 발음은 격음과 마찬가지로 의식적으로 발음하기만 하면 대개 제대로 하는데 방심하면 모음을 곁들여 “ル”로 발음하기 쉽다. 따라서 역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 점을 계속 주의시켜 줄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울림 없는 받침”을 도입한다. 이것 또한 일본어에서 이들 발음이 나타나는 단어 즉 “さっき, 去った, さっぱり” 등을 제시하여 어떤 소린지 인식시킨 다음 “ㄴ, ㅁ, ㅇ”과 마찬가지로 각 소리를 개별적으로 발음하는 연습을 한다.
이런 과정에 학습자 중에서 감각이 발달된 사람은 “ㄴ”과 /t/, “ㅁ”과/p/, “ㅇ”과 /k/의 공통점을 눈치 채게 되는데 바로 그것이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목적의 하나이기도 하다. 즉 앞에서 제시한 분류 이외에 치음과 순음 그리고 연구개음이라는 분류가 가능하다는 것인데, 이처럼 입모양을 의식하게 함으로써 종성 발음을 더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것과 동시에, 나중에 학습자들이 무엇보다도 제일 어려워할 “울림 없는 받침”의 비음화를 이해하고 익히는 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단음 발음으로서는 가장 어려운 종성을 도입하면서도 이러한 복선을 깔아 또 하나의 난관인 비음화를 극복할 수 있게 미리 준비해 놓으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방법을 취한 이래로 그렇게 학습자들이 어려워하던 폐쇄음의 비음화를 복잡한 설명 없이도 수월하게 습득하게 되어 놀란 바 있다.
“ㄴ, ㅁ, ㅇ, ㄹ, ㄱ, ㄷ, ㅂ” 이외의 자모의 종성에 대해서도 정리해 줘야 할 것이다. 특히 “ㅅ, ㅊ”등의 종성 발음이 “ㄷ”과 같다는 점이 이해하기 힘든 것 같은데 이는 “옷, 꽃” 등 몇 가지 대표적인 단어를 제시하고 외우게 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종성의 후속 자음의 유성음화(“한국, 일본” 등), 농음화(“학교, 국밥” 등), 후속되는 “ㅅ”에 의한 종성의 외파음화(“학생, 접시” 등) 등에 대해서도 정리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는 격음화나 비음화, 설측음화와 같은 동화현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여기서는 어디까지나 각 종성의 음가를 확실히 익히는 것이 제일 큰 목적이기 때문이다.
여섯째 주에 연음화(종성의 초성화)를 익히고 겹받침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한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문장을 다루는 과정으로 들어간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히 가세요.”,“감사합니다” 등 가장 기본적인 인사말은 상기의 단계와 상관없이 수업을 시작할 때나 끝낼 때 수시로 쓰고 따라 하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익힌다.
6. 자모의 도입 순서에 대해
위에서 전통적인 자모 순서 “ㅏ, ㅑ, ㅓ, ㅕ....”로 도입하지 않는 것은 단모음부터 도입하는 것이 음성학적으로도 합리성과 타당성이 있다8)는 점과 함께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 수 있다.
① 일본어 음운체계와의 대응관계상 단모음부터 도입하는 것이 이해가 빠르고 안정감을 준다. 일본어에서 “ㅑ, ㅕ, ㅛ, ㅠ”에 해당되는 “ヤ, ユ, ヨ”는 모음이 아니라 자음과 모음이 결합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왜 모음과 섞여서 나오는지 막연한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설사 그 점은 그냥 넘어간다고 해도, 다음에는 한국어에는 “エ”와 같은 모음이 없는 것으로 속단해 버릴 수도 있다. 전통적인 자모순서에 따르면 “ㅐ, ㅔ”는 기본적인 자음이 나온 뒤, 그러니까 빨라야 다음 다음 시간에 나오게 되는데 지금 논하고 있는 과정에서는 거기까지 가는데 적어도 2주 내지 3주가 더 지나야 한다. 새로 배운 글자로 자기 이름이라도 써보고 싶은 게 학습자 심리인데 그 때까지 “エ”없이 지내야 한다면 오히려 혼란스럽고 비능률적이라고 하겠다.
② 전통적인 자모순서에 따르면 “ㅐ, ㅔ”는 다른 중모음과 같이 취급하게 되는데 학습자들은 중모음을 상당히 “어려운 것들”로 보는 경향이 있다. 자음은 아무리 체계와 발음이 복잡하다고 해도 글모양만은 쉽게 외워지는데 중모음만큼은 글모양 자체가 좀처럼 외워지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래서 그 “어려운 것들” 중에 “ㅐ, ㅔ”가 포함된다면 다른 중모음보다 훨씬 사용빈도가 높고 중요성이 높은데도 “좀처럼 외워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로 묶어버려 한참 후에까지 거리감을 갖게 될 수 있어 곤란하다.
다음으로 격음 자모 “ㅋ, ㅌ, ㅍ, ㅊ”을 기본자음 자모와 동시에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한글이 학습자에게 너무 생소한 글자이기 때문에 첫단계에서는 10개의 자모와 음절 구조를 익히는 것만으로 벅차다.
② 다른 기본자음을 익히기도 전에 일본인이 구별하기 어려워하는 평음과 격음을 동시에 도입하면 혼란에 빠질 것이 틀림없다.
7. 맺음말
위에서 논한 바로도 알 수 있듯이 발음상 일본인에게 학습기간을 ㅌ오해 극복하기 어려운 사항은 ① “ㅓ”와“ㅗ”, “ㅡ”와“ㅜ”의 구별, ② 평음-격음-농음의 개별 발음 및 구별, ③ 종성 “ㄴ, ㅁ, ㅇ(특히 ㄴ과 ㅇ)”, “/k/, /t/, /p/”의 개별 발음 및 구별, ④ 종성 “ㄹ”의 발음 등이다.
요즘은 의사소통 능력을 중요시하는 나머지 발음이 약간 어색하거나 정확하지 않아도 상황에 의존하여 통하기만 하면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또 학습자들도 그것이 더 편하기 때문에 그런 경향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막상 의사소통을 하려는 장면에서 오직 발음 때문에 의사를 소통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위에서 논의한 바와 같은 교육 조건 하에서는 발음의 정확성을 강화해 주는 다른 조건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수업 중에 발음을 소홀하게 다루면 이는 더욱 심각해질 수가 있다.
그렇다고 가뜩이나 짧은 수업 시간 내에 항상 발음에만 신경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도입 순서와 지도 절차를 따라 짜임새 있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을 해주면 최소한의 부담으로 보다 나은 발음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상은 일본이라는 환경 속에서 주로 일본인을 대상으로, 충분치 못한 조건하에서 이뤄지는 한국어 교육을 전제로 한 논의였으나 어떤 부분은 다른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이나 한국 국내에서의 한국어 교육 현장에서도 참고할 만한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참고 문헌
大村益夫, 1984. “大學における朝鮮語敎育の現狀”, 季刊三千里 ’84年夏號
유상희, 1997. “일본의 한국어학과 또는 한국어 강좌 개설 대학 실태”, 여덟번째 한국말 교육 소식. 한국말 교육 학회.
센츄럴대학연합의 정규대학교인 써든크리스챤, 센츄럴, 팰러디움 대학교 외에도, 아메리칸 리버티 대학교는 한국 학술진흥재단에 등록이 되는 캘리포니아 교육국에 등록된 대학으로서 한국 영어교사 수업능력 향상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TESOL 학위(학사, 석사,박사) 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입니다. www.cuckorea.com www.tesol.tv ,< 문의 : kentopes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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