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수 목사
죽음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을 없을 것입니다. 민중서관에서 2000년 2월 25일자로 발행된 최신판 국어사전에 보니까 죽음에 대해서 정의하기를 "세포내의 연속적인 생리적인 변화가 불가역적으로 되어 정지되는 상태, 죽음을 '입몰'이라고도 하며 죽음에는 편작할 수 없다" 하였습니다. 여기서편작(扁爵)이라는 말은 천하의 이름난 의사라도 죽은 사람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즉, 다시 살릴 수 없다는 뜻으로 죽음이란 인력으로는 이를 저지할 수 없다라는 것입니다. 요즈음 내가 제일 많이 생각하는 것이 이 죽음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왜 내가 죽음을 생각하는가 '죽음이 내게 다가 오고있기 때문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편90편 10절에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라고 말씀했습니다. 사람의 연수가 70이요 건강할 경우는 80인데 아마 내가 내일 모레가 70세가 되어서 그런가 아니면 곁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아서 그런가를 생각했던 것입니다.
다음달이면 창훈대교회가 설립된지 36주년이 됩니다. 그러니까 1964년 4월 26일이 설립일이었는데 처음에 와서 많은 비극적인 일이 성도의 가정에 있었는데 그것은 죽음이었습니다.
재활원 주택에 사셨던 지금은 경상북도에 가서 사시는 김용진 집사의 아들이 엄마가 잠깐 밖에 나간 사이에 끓는 물 솥에 머리를 박아서 수원의료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으나 끝내 숨져버렸는데 그 모습은 눈뜨고는 정말 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그 부모가 보아야 했고 그 아들은 그렇게 죽어가야 했는데 죽은 아들을 땅에 묻는 것을 보고 참 마음이 슬폈습니다. 그 때부터 우리 교회는 36년동안 수많은 죽음을 보았습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젊은 남자와 여자, 모진 목숨을 살기 싫다고 자살하는 사람들, 병으로 갑자기 죽은 사람들, 차사고로 죽은 사람등등....
지난 3월 2일 목요일에 미국에서 사위되시는 황근석 목사님께로부터 한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박정희 권사님의 부고 소식이었는데 나에게 제일 먼저 전화를 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헤어진 것이 2월 17일이니까 헤어진지 14일만에 받은 소식입니다.
내가 지난 2월에 미국에 가기전 한달 전 아마 1월 초순이 되었을 때 박정희 권사로부터 장문의 편지 한통을 받았습니다.
깨알같이 박아 쓴 3장의 편지인데 내용을 몇가지로 요악하면 권사님이 위암에 걸리셨다는 것이며 매우 쇠약해 져서 얼마를 살지 못할 것같으며 내가 너무나도 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뭐 잡수실 것을 드리고 싶은데 할 수는 없고 실컷 잡수시고 싶은 것을 사먹으라고 200$을 동봉해 온 것입니다. 그래서 찬송가 공회일을 서둘러서 뉴욕에서의 회의를 소집하였고 급히 도미하여 권사님 가정을 방문하여 가정예배를 드렸습니다. 아침에 일찍 불편하신 몸인데도 불구하고 권사님께서 공항에 나오셔서 "권사님 부디 건강하세요" 라고 인사한후 헤어졌는데 그래도 한 번 더 뵈어야 할 것같아서 집으로 갔더니 웃으면서 반가히 맞으며 하시는 말씀이 "우리 목사님이 다녀 가실 것같아서 나와서 기다렸습니다"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이별한 14일 후 꼭 두 주일만에 부고를 들었을 때, 나는 권사님께 이렇게 글을 써서 Fax로 보내주었습니다.
그리운 권사님!
기어히 가셨습니다.
지난번 떠나올 때 나는 마지막 이별임을 예감하고 많이 슬펐습니다.
가실줄 알았지만 이렇게 속히 가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더좋은 곳에서 기다리세요.
딸과 사위! 그리고 어린 손자 다섯 형제를 키우시느라 고생도 많으셨는데....
이제는 그 인자하심과 사랑스런 모습을 볼 수 없어서 필라가 먼땅이 되어버렸습니다.
편히 쉬세요.
그리고 주님과 더욱 즐기세요.
나는 권사님을 그리움속에 여기서 간직하다가 그곳에서 영광가운데 다시 뵙겠습니다.
주안에 영원히 잠드소서.
2000. 3. 2.
박정희 권사님이 그렇게 아끼던 한명수 목사 드림
본문은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인 솔로몬이 쓴 것입니다.
그 주제는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입니다. 손으로 잡을 수 없고, 거의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 한가닥 연기와 같은 한차례 부는 바람이라 가느다란 숨과 같은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그것이 삶이든지, 주택이든지, 부모나 남편, 자녀등 식구들이든지, 하늘과 땅, 바람과 물.. 사람들이 좋다는 모든 것, 그리고 슬퍼하는 모든 것, 보이든지 보이지 않든지, 또한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헛되다라는 것입니다.
'헛되다'라는 뜻은 대수롭지 않다, 스쳐지나 간다, 부질없는 것이다. 완전한 공허와 허무를 뜻하는 것입니다.
무엇이 헛된 것인지는 3절에 나와 있습니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무엇이 유익한고",
4절에 "한 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다",
5절에 "해는 떳다가 지며 그 떴던 곳으로 빨리 돌아가고",
6절은 "바람은 남으로 불다가 북으로 돌이키며 이리 돌며 저리 돌아 불던 곳으로 돌아가고",
7절에 "모든 강물은 다 바다로 흐르되 바다를 채우지 못하며 어느 곳으로 흐르든지 그리로 연하여 흐르느니라"라고 말씀합니다.
사람들은 공부, 장사, 정치, 건강 이 모든 것에 힘을 씁니다. 내가 내일 원자력 병원에 검사를 하러 가게 됩니다. 그런데 병원에 가기가 싫습니다. 소변겸사, 피검사, CT 촬영, PET 촬영, 단층촬영 등을 받아야 합니다. 병원에 가면 웃옷을 벗어라, 이리 와라, 저리 가라, 약을 입에 물어아, 삼켜라, 숨을 들여마셔라, 숨쉬지 말고 참아라 등등... 한 번은 X-Ray를 촬영하는데 나는 한 번만 찍길레 "남들은 몇번씩 찍는데 왜 난 한번만 찍어요?"라고 묻자 퉁명스럽게 하는 말이 "위 없는 사람은 됐어요"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병든 놈이 죄인이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큰 집을 사면 '축하합니다', 당선이 되면 '기쁘시겠습니다'. 사업에 성공하면 '부럽습니다'. 장수하면 '큰 복이십니다'라고 생각하지만 글쎄요 전도자의 말처럼 지나고 보면 다 헛된 것입니다.
전도서 2장 11절에 "그 후에 본 즉 내 손으로 한 모든 일과 수고한 모든 수고가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며 해 아래서 무익한 것이로다"라고 하였고 1장 8절에는"만물의 피곤함을 사람이 말로 다 할 수 없나니 눈은 보아도 족함이 없고 귀는 들어도 차지 아니하는도다"라고 하였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림을 감상하며 관광하며 세상의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보아도 만족함이 없다는 것이며 음악회에 가서 마리오 란자나 1세기에 한명 나올까 말까하는 마리안 앤더슨과 같은 훌륭한 가수의 노래를 들어도 음악회가 끝나고 막이 내려지면 참으로 허망함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본문 10절에 보면 "무엇을 가리켜 이르기를 보라 이것이 새것이라 할 것이 있으랴 우리 우래 전세대에도 이미 있었느니라"라고 말씀합니다.
사람은 집을 짓고, 또 헐고, 현대식이니, 복고풍이니 말들 하지만 모든 것이 새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건축도 의상도, 풍습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여기 수원에 100년전에는 누가 살았는지 알 수 없고 100년 후에도 여기 연무동에 누가 살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나는 지난 연말에 새천년을 맞이하는 글에서 100년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천년을 말하는 허무를 논하였습니다. 다 소용없는 일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후손을 모르듯이 우리의 후손들도 조상인 우리를 전혀 기억함이 없을 것입니다. 매우 짧은 시간 한 순간, 한 경점에 있을 뿐이며, 사람이 사는 것, 죽는 것, 흥하는 것, 망하는 것이 다 헛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지금 이제 밤의 한 경점에 살고 있으며, 순간을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만남도, 헤어짐도 다 한 순간이요, 다 헛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헛되지 않은 것입니까?
헛되다고 하는 하나님 말씀만이 헛되지 않고 영원한 것입니다.
전도서 12장 13절에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니라" 라고 말씀하심에서 오직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키는 것 즉, 하나님 말씀대로 순종하는 삶이 사람의 마땅히 행하여야 할 직분이라는 것입니다.
사람의 본분은 전도자가 말한 해 아래서의 하는 모든 일이 헛되며, 새 것이 없다고 하는 인생무상의 깊은 고뇌와 허무가운데에서도 순간 순간 하나님 말씀을 순종하여 사는 것이며, 바로 이것만이 헛되지 않고 영원한 것임을 깨달으시기 바랍니다.
출처:은혜목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