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유라시아 횡단 자전거 여행
우리는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파미르에
본격적으로 입성했다.
동상으로부터 대략 1.6km만 내려가면
타지키스탄 국경
국경 앞에 도착 했을 때
지키고 있는 인원이 아무도 없어 육성으로 우리가 왔다는 걸 알려야 했다.
'하긴 4000m 이상에 위치한 국경을 우리 같은 자전거 여행자가
오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고 보통 자동차가 오는 소리에 직원들이 반응하겠지'
1분쯤 지났을까?
건물에서 중년의 남성 한 분이 걸어 나온다.
복장이 평소 국경에서 보던 차림이 아니었다.
바지는 군복에 상의는 평상복이라니
'이거 왠지 키르기스탄처럼 손쉽게 통과 하겠네'
그 사람이 문을 열어주었고 우리는 심사대로 향했다.
'여기 국경 허술하네''
우선 상엽이가 먼저 심사대에 들어갔고 나는 밖에서 기다렸다.
심사대 안에는 우리에게 문을 열어준 군인 한 명하고 또 다른 젊은 군인 한 명이 있었다.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심사대 건물 유리창에 밖에서 그 군인들과 상엽이의 대화 나누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있었다.
상엽이에게 심사대 직원은 비자가 프린트된 종이를 보여 주었고
상엽이는 타지키스탄 E-VISA가 저장된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여기는 컴퓨터가 없어 그러니깐 너희는 E-VISA를 프린트 해서 가지고 와야 돼''
''비자를 발급해주는 사이트에는 이것만 가지고 있어도 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요?''
''안돼 프린트해서 가지고와''
그러다가 그 직원은 상엽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둘이 합쳐서 100달러 지불하면 통과시켜 줄게''
'이놈들 일부러 트집 잡고 우리에게 삥을 뜯는거네'
기가찬 그들의 행동에 상엽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들은 100달러에서 1000솜으로 내렸다.
(우리돈 1만 5천원)
(100달러는 아마도 한번 떠본 게 아닌가 싶다.)
''지불하기 싫으면 프린트를 해서 가지고 와''
그리고 나서 젊은 남성은 자리를 박차고 건물 밖으로 나간다.
상엽이는 절대로 지불하기 싫은 기색이었다.
계속 버티면서 신랑이를 벌이고 싶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이 너무 안 좋았다.
여기는 해발 4000m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고 인터넷, 전화도 안 되고 춥다.
다시 돌아가는건 상상할 수도 없다.
''상엽아 그냥 지불하자''
1000솜을 지불한다고 말하니 중년에 군인은 밖에 있는 젊은 군인을 불렀고
그제서야 그는 심사대 건물 안으로 들어온다.
그는 승리에 기쁨이라도 만끽하듯 미소를 띠며 입국 도장을 찍어 주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미소를 지을 수 있나 봅시다.
그렇게 우리는 국경에서 삥을 뜯기고 타지키스탄을 입국에 성공했다.
오프로드 다운힐을 내려가면서
과연 무사히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국경에서부터 처음 만나는 마을까지는 53km
그곳에는 게스트 하우스가 있었기에 그곳을 오늘의 목표로 잡았다.
30분정도 라이딩 했을까?
오프로드에서 아스팔트로 바뀌었다.
이렇게 일찍 만날 줄은 예상 못 했는데
이 포즈는 조금 용기가 필요합니다.
마을까지는 어느덧 22km 남았는데
해가 슬슬 지기 시작했고 한 시간이면 갈 수 있었지만
우리의 파미르 라이딩 원칙
무리하지 말고 해가 지기전에 텐트를 칠 것
우리는 파미르를 한겨울에(12월 22일) 입성 했기에 저 원칙을 꼭 지키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은 '카라쿨'호수 옆에서 캠핑 자리를 펼쳤다.
더 추워지기 전에 얼른 밥을 먹읍시다.
그런데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모든 물이 돌덩이처럼 꽁꽁 얼었다.
뭐 별수있나 녹여야지.
그렇게 물녹이기 실험 시작!
눈이 녹아 물이 돼서 끓기 시작하면 얼었던 페트병을 넣고 지퍼락으로 감싼다.
-끝-
라면한번 먹기 참 힘드네
그렇게 라면을 끓여 먹고
후식으로
밖에있는 눈을 퍼 온 다음 그위에
상엽이가 사온 연유 내가 가지고 있던 초콜릿, 오레오, 젤리를 뿌려 먹었다.
이게 바로 파미르 빙수랍니다.
한겨울 파미르에서 빙수를 만들어 먹는 사람이 우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점점 미쳐가고 있어요'
그리고 내일 마실 수 있는 물도 미리미리 녹여놔야 하는데
눈을 퍼 와서 또다시 그 짓을 반복하기에는 지쳐
사과껍질 깎듯이 페트병을 깎았다.
그렇게 내일 라이딩하면서 마실 물도 확보완료
반드시 끓인 물은 얼지 않게 침낭속에 집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마주한 파미르의 밤하늘
너무나도 멋있었다.
(영하 18도에서 사진 찍는다고 벌벌 떨었다.)
얼굴이 아주 까맣게 탔네
그렇게 우리의 파미르 첫날밤을 기념하며 사진 한 방 찍었다.
''한밤중에 늑대가 나타나지 않겠지?''
그렇게 파미르의 첫날밤은 무사히 흘러갔다.
다음날 아침
자면서 나오는 입김에 침낭 지퍼에 서리가 생겼다.
그리고 침낭 지퍼 열기가 무섭게 아침이 추웠다.
출처 상엽이 인스타 gkstkdduq1 텐트 실내 온도 영하 20도
아침은 대충 머핀 빵으로 때우고
어차피 22km만 가면 마을이기 때문에 거기서
본격적인 식사를 하려고 했다.
물은 침낭에 넣고 자니깐 안 얼었는데 치약이 꽁꽁 얼었네?
다행히 상엽이는 치약도 침낭 안에 넣었었다.
''상엽아 치약 조금만''
추우니깐 빨리 라이딩해서 몸을 달구고 싶었다.
그렇게 파미르 2일차 라이딩 시작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식당 주인 아주머님께 두통약을 구했다.
고산병의 증세인지 상엽이는 머리가 지근지근 아프다고 한다.
(아직까지 나는 괜찮았디.)
그리고 나서 추워지기 전에 얼른 출발했다.
출처 상엽이 인스타 gkstkdduq1
''상엽아 머리아픈건 어때?''
''두통약 먹으니깐 좀 괜찮은데요''
''나는 두통 같은건 없는데 숨이 차네''
매끈한 아스팔트는 아니더라도 이건 정말 최고의 길이다.
찰칵
그런데 여기 정말로 고요하다.
차도 거의 다니지 않았다.
소리도 바람 부는 것 빼고는 아무것도도 들리지 않는다.
여긴 어제보다 조금 더 높은 4100m
이런 곳에 캠핑을 할 수 있는 경험을 행운이라 생각하자.
어젯밤은 첫날보다 더 추웠지만 그래도 잘만은 했다.
내 침낭은 중고나라에서 15만원주고 구입한 침낭인데
저기 보이는 영하 15도 표시는
'영하 15도까지 따뜻하게 잡니다'가 아니라
그때까지 죽지 않고 생존만 시켜주는 것이었다.
따뜻하게 자는건 영하 6도 정도 될려나?
다행히도 상엽이가 키르기스스탄에서 침낭을 하나 구입하고
자신의 하계용 침낭을 나에게 주었기 때문에
내가 가지고 있는 침낭과 같이 결합해서 썼다.
아침도 아주 고요하다.
그러고 보니 늑대는 코빼기도 안 보이네
하긴 주변에 잡아먹을게 없는데 있을 리가 있나.
이제 파미르 3일차 라이딩 시작
아스팔트 길이 끝나고 오프로드로 들어섰다.
덜컹거리는 진동으로 내 더플백은 빠지기 일보 직전
짐받이 끈을 다이소 2000원짜리로 사서 왔는데
딱 그 가격만큼 하는 것 같다.
쓰다 보면 끊어지고 다시 끊어진 부위를 묶어 쓰고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짐받이 끈은 튼튼한 걸로 사길 추천합니다.
''그래도 평지 오프로드라 다행이다 그치?''
먼저 이곳을 지나간 우리의 한국인 자전거 여행자분들이 보인다.
왜이리도 반가운지 그들에 이름을 보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팬이 있으면 남기고 싶지만 없기에 그냥 올라간다.
업힐을 올라가니
나도 슬슬 두통이 오기 시작했다.
산소결핍으로 오는 두통
나는 고산병이 없는 행운의 사나이인 줄 알았는데 똑같은 인간이었다.
두통보다 더 큰 문제는 숨을 쉬어도 허파에 구멍 난 것 마냥 갑갑하다.
숨이 너무 차서 20초 정도 페달링하고
페달링한 시간만큼 멈춰 서서 핸들바에 기댄 채로 고개를 푹 숙이게 된다.
오프로드 + 업힐 + 눈 + 두통
=@##☆*&* !!!
가뜩이나 숨찬데 바퀴가 헛돌기까지하면 있는 힘도 쑥 빠진다.
조금만 더 가면 조금만 더
파미르 중 가장 높은 패스를 넘는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마지막까지 힘을냈다.
무끌바로 라이딩 하고 싶었지만 그건 도저히 안되겠더라.
끌바 20% 라이딩 80%
그러다 어느덧 아크바이탈 정복!
아직 파미르 3일차 지만 가장 높은 구간을 넘었다는게
우리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파미르를 넘기 전에 생각했던 두려움이 깨지는 순간
부딪혀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런 역경을 부딪히고 그것을 극복하는 도전 욕구는
자전거 여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기게 되었다.
아직 파미르 첫 발을 디딘 거나 마찬가지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우리는 그 시작을 무사히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