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11월 3일(금)*
▲낙엽 이야기 ①
◾고엽(枯葉:Les Feuilles Mortes)
⇨Autumn Leaves
◀Les Feuilles Mortes(고엽)
◼이브 몽땅
(Yves Montand)
◼줄리에트 그레코
◼우테 렘퍼(Ute Lemper)
◀Autumn Leaves
◼Roger Williams
(피아노 연주)
◼Eric Clapton
◼Eva Cassidy
◉나무와의 작별을
남겨놓고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단풍의 잔치가
화려합니다.
나뭇잎 덕분에 한해를
온전하게 살아낸 나무들도
헤어지는 나뭇잎이
찬란하게 빛을 내며
떠나가도록 배려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건넵니다.
‘한 해 동안 우릴(나무를)
먹여 살리느라 수고했어.
정말 고마워’
떠나는 나뭇잎도 홀가분하게
훌훌 털고 인사를 건넵니다.
‘너무 서운해 하지마!
멀리 가지 않아
바로 근처에 있을 거야’
낙엽은 그렇게
찬란한 임종을 하고
나무뿌리 옆 땅에
자리 잡습니다.
◉낙엽귀근(落葉歸根)
래시무구(來時無邱)!
‘나뭇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가고
돌아올 때는 아무 말이 없다’
송나라 고승 도원(道原)이
전등록(傳燈錄)에 기록한
말입니다.
불교의 윤회설을
바탕에 둔 불서(佛書)이지만
나무와 나뭇잎의 관계를
이미 천 년 전에
그렇게 읽어 냈습니다.
◉뿌리로 돌아간 낙엽은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우선 나무뿌리를 덮어서
겨울에 얼지 않도록 해줍니다.
또 나중에 오는 생명을 위해
밑거름이 돼줍니다.
미생물의 활동을 도와
좋은 거름이 돼줘야
나무가 새봄에 새잎을
싹 틔우는 게 쉬워집니다.
그러니까 나뭇잎은
살아서 광합성으로
나무를 성장시키고
죽어 낙엽이 돼
나무가 봄을 향해
새 그림을 그려가는 것도
온몸으로 도움을 줍니다.
◉정작 낙엽은 이렇게
의젓합니다.
그런데 단풍을 즐겼던
사람들은 대부분
땅에 뒹구는 낙엽을 보면
마음이 그리 편치 않습니다.
그래서 낙엽을 보면서
인생과 사랑이 덧없다고
시 쓰고 노래하곤 합니다.
또 낙엽에 빗대어
지난 사랑을 되돌아보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리워
하기도 합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을마다 소환되는
구르몽의 시도
우리도 언젠가 낙엽이라며
낙엽에 인생의 황혼을
그려 넣고 있습니다.
노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 대표적인 노래가
가을마다 등장하는
‘Autumn Leaves’입니다.
가사는 몰라도 멜로디는
누구에게나 익숙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처음 등장했을 때
‘Les Feuilles Mortes’란
제목을 달았습니다.
영어로 옮기면
‘The Dead Leaves’입니다.
그래서 우리말 제목은
‘말라 죽다’는 의미의
‘枯’(고) 자를 사용해
‘고엽’(枯葉)이라고 붙였습니다.
이 노래는 파리에 살던
헝가리 출신 작곡가
조셉 코스마(Joseph Kosma)가
작곡한 뒤 영화 ‘밤의 문’에
넣기 위해 시인 프레베르
(Jacques Prevert)에게
노랫말을 부탁했습니다.
이때 만난 두 사람은
이후 80여 곡의 음악을
함께 만들어 내는
명콤비가 됩니다.
◉영화 속에서는 이브 몽땅이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브 몽땅은 이 데뷔작으로
자신도 노래도 유명해졌습니다.
어릴 때 이탈리아서 탈출한
이브 몽땅은 무학(無學)의
부두 노동자였지만
에디트 피아프와 연이 닿아
배우와 가수의 길이 열리고
그녀의 연인이 됩니다.
하지만 이름을 얻자 곧바로
헤어집니다.
평생 여자 문제로 구설수가
많았던 인물이었습니다.
그래도 프랑스 국적으로
처음 아카데미상을 탄
대배우 시몬 시뇨레와 결혼해
그녀의 임종까지 지켜주고
나중에 자신도 그녀 곁에
묻혔습니다.
◉남편 이브 몽땅이
마릴린 먼로와의
염문으로 시끄러웠을 때
아내인 시몬 시뇨레는
‘마릴린 먼로의 품에 있는데
무감각할 남자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해
시끄러웠던 언론을
잠재운 일화를 남겼습니다.
’고엽‘의 출발 인물이니
이브 몽땅의 노래를
빠뜨릴 수는 없습니다.
◉죽은 잎, 고엽을 불러와
덧없는 인생과 사랑을
노래하지만 타고 남은 재가
거름이 되듯이 마냥
덧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메시지가 깔려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낙엽귀근‘의
이야기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1991년 일흔 살로
고엽이 되기 얼마 전
60대의 이브 몽땅입니다.
https://youtu.be/3k9Zv06Ub3I?si=N9b-hKe8PyGSR9qJ
◉에디트 피아프도
레오 마르잔도
전설적인 샹송 가수
줄리에트 그레코도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면서 이 노래는
자연스럽게 1950년대
샹송의 명곡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특히 줄리에트 그레코는
1949년에 사랑하는 남자가
세상을 떠나면서
파리의 술집 ’빨간 장미‘에서
이 노래는 불렀습니다.
줄레트 그레코가 대중 앞에서
부른 첫 노래였습니다.
30년이 지난 1979년 부르는
그녀의 노래입니다.
https://youtu.be/PFT4-jD71_A?si=BKAXpKMUDV0XnTZA
◉우테 렘퍼(Ute Lemper)는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매력적인 삶을 살아온
아티스트입니다.
그녀의 ’고엽‘를 만나볼
차례입니다.
독일 출신 뮤지컬 배우이자
가수로 올해 환갑을 맞았습니다.
뮤지컬 ’시카고‘로
올리비에 여우주연상을,
’카바레‘로 몰리에르상을
받는 등 실력을 인정받아
왔습니다.
40년 경력에 서른 장의 CD가
그녀의 이력을 말해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화가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고
디벨트와 가디언지 등에
기고하는 컬럼리스트로도
활동해 온 전천후
엔터테이너입니다.
◉바쁜 가운데서도 네 아이를
갈러 내는 등 엄마로서의
역할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그런 얘기를 담아
올해 펴낸 자서전은
첫날부터 슈피겔 베스트셀러
목록 3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녀는 음악적으로
독보적인 ‘카바레 송’ 가수란
평을 듣습니다.
2차대전 당시 자조적이고도
암울한 분위기를 재현하는
가수를 그렇게 부릅니다.
◉영어와 독일어 프랑스어로
자유롭게 노래하는 그녀에게는
지적이면서도 관능적이고
퇴폐적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뒤따릅니다.
뉴욕을 거주지로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그녀가
한국에서는 별로 잘 알려 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2017년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 ‘고엽’입니다.
성적 매력과 지성미가
잘 어우러진다는 평이
적절한지 만나봅니다.
https://youtu.be/fcdn64VZzf8
◉유럽에서 유명해진
이 노래가 미국으로
건너가지 않을 리 없습니다.
1950년대 들어 미국의 작사가
자니 머서(Johnny Mercer)가
원곡과 달라진 내용의 노랫말로
재포장했습니다.
좀 더 부드러워진 제목
‘Autumn Leaves’도
이때 달렸습니다.
조니 머서가 가사를 쓰고
제목을 다는 데는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바람에 우수수 떨어지는
나뭇잎을 연상시키는
아르페지오 방식의
피아노 연주로
미국 땅에 이 음악을
널리 알린 피아니스트가
바로 로저 윌리엄스
(Roger Williams)였습니다.
빌보드 hot 100 싱글차트
3주 1위에 2백만 장의
앨범이 팔렸습니다.
2011년 여든일곱 살로
낙엽 따라 떠난 그의 연주를
만나봅니다.
2008년 여든네 살의
로저 윌리엄스입니다.
https://m.youtube.com/watch?feature=youtu.be&v=YiUWK8HK1bA
◉이후 ‘Autumn Leaves’란
제목의 영화가 만들어지고
냇 킹 콜이 주제가를 부른 것을
시작으로 많은 재즈 가수가
이 노래를 커버하면서
프랑스의 샹송이 재즈 명곡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이 노래는 기타의 신으로
불리는 에릭 크랩턴
(Efic Clapton)의 연주와
노래로 만나봅니다.
12억 장 이상의 앨범을 판
가장 성공적이고 영향력 있는
음악인이지만 술과 마약으로
얼룩진 삶이 평탄하지는
않았습니다.
일흔여덟 살인 그는
재활센터를 운영하는 등
과거의 얼룩을 지워가는
단풍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https://youtu.be/OJpP21KO4X8?si=bWe6Dz5fYaWRX3Td
◉서른세 살의 젊은 나이에
이미 낙엽이 돼 버린
에바 캐시디(Eva Cassidy)를
올가을에도 만나보고 갑니다.
일찍 병으로 떠났지만
거의 무명 가수로 살아온
그녀의 독창적인 음악은
많은 사람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워싱턴 교외에서 그림을 그리며
살다 무명 가수로 떠난
그녀를 찾아내
세상에 알린 BBC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덕분에
그녀의 노래를 편안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에바의 ‘낙엽’입니다.
https://youtu.be/XTkUplF5VIE?si=gGQfXZzr67c6-yJF
◉중남미 영화음악의 대부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어네스트 코르타자르
(Ernest Cortazar)가 연주하는
‘고엽’으로 마무리합니다.
그의 연주는 편안하고 따뜻합니다.
그러면서도 이 곡이 담고 있는
우수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4백여 편의 영화음악을
만든 그는 멕시코에서
국민 영웅으로 존경받기도 합니다.
그의 연주를 만나봅니다.
https://youtu.be/1bJLwwkymUo?si=_WnTqOADmq-Zpi7q
◉11월의 첫 주말이 옵니다.
뒷산에 올라보면
단풍절반, 낙엽절반
정도됩니다.
단풍이 다 질때까지
시간이 아직 좀 남았습니다.
그래서 숲길에 들어서면
위로 한번 눈맞추고
아래로 한번 귀 기울이게
됩니다.
바스락거리고
사그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가 정겹게
들리기도 합니다.
얘기했다시피
낙엽은 발에 밟히는 것을
서운해하거나
억울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발로 스킨십해도
잘 받아들여줍니다.
주말에 낙엽쌓인 숲길로
한번 나가보시지요.
(배석규)
옮겨온 글
첫댓글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