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들보가 고장으로 심각한 모양이다.
도대체 허리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통증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다.
서서 있기도 힘들고 앉아있어도 힘이 들어 누워있어야만 한다.
공동묘지로 가야하나 어쩌나 걱정이고 휴가도 없어 다음날 당장 출근을 해야 하는데 야단이 났다.
공동묘지로 가봐야 유통기한이 지나고 다 썩어 빠진 것뿐이 내 것보다 성한 게 있을법하지도 않고 그래서 병원엘 찾아갔었다.
MRI를 찍어보니 협착증으로 척추의 뼈와 뼈가 붙어있어 신경이 압박을 받아 아프다고 그런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하니까 뼈와 뼈 사이를 갈아내어 공간을 넓혀주든지, 아니면 연골 가공품을 사이사이에 집어넣고 빠져나가지 않게 볼트로 채워야 한다고 그런다.
뼈를 갈아내다니 내 허리뼈가 무슨 나무토막이라고 갈아내고 깎아내고 어쩌고 한단 말인가?
그리고 가공품을 집어넣고 볼트를 채우다니, 이 사람들이 내 허리가 무슨 기계 부속품으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이놈들이 의대를 나왔다고 마치 타이어 펑크 터지는 소리를 한다.
그러니까 젊었을 때 좀 아꼈어야 하는 건데 작신 나게 부려먹었으니 고장이 날만도 하다.
고장이 났으니 어쩐단 말인가? 할 수 없이 서울로 올라가서 진료를 받아보기로 했다.
지방에서 돌 파리 의사들의 오진과 기술 부족으로 척추를 아예 반 토막이나 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는다고 무조건 서울로 올라가 티비에 많이 나오는 강남의 고도일 병원을 찾아갔었다.
서울이라는 곳은 왜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지 알 수도 없고, 또한 병원이라는 곳은 아픈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밀려드는 사람들 틈에 끼어서 검사를 하는데, 허리가 아프다고 하면 허리만 검사를 해야지 왜 다른 검사를 그렇게 많이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혈압검사, 혈액검사, 열 반응검사, 통증 반응검사, 아무튼 저희들 하고 싶은 대로 검사를 하고 야단이 났다.
내 귀하신 몸을 저희들 마음대로 벗으라고 하더니, 무슨 장난감을 가지고 놀듯이 놀아대는데 기가차서 말이 나오지가 않는다.
결국은 협착증이라고 하며 치료를 한다는 것이 풍선 요법 이라고 하는데, 꼬리뼈에다 관과 봉을 쑤셔 넣고 부풀려서 붙어있는 척추 뼈를 넓혀놓고, 신경을 당겨놓고, 불순물을 녹여내야 한다고 그런다.
그런 치료법을 수술이 아니라 시술법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염병 지랄하고 자빠졌네,” 라고 한마디를 하려다가 점잔은 체면에 꾹 참고 말았다.
결국은 더위 먹은 황소가 도살장으로 끌려 들어가듯 약 2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는 시술실로 마치 서리 맞은 호박잎처럼 송충이 씹은 인상을 하며 끌려 들어갔다.
귀하신 몸을 들것에 올려놓고 개구리처럼 엎어지라고 하는데, 겁먹은 강아지 꽁지를 사리듯 하고 있는 나를 뻐드렁니를 들어내고 웃어가며 링거를 매달아놓고 부분 마취를 하고 바쁘게들 움직이고 있다.
내가 지금 대그빡이 나빠 공부를 못하여 너희들한테 끌려와서 당하기는 하지만, 내 대그빡이 좋았더라면 의사가 되어 너희들의 병을 고쳐주고도 남을 사람이다. 라고 중얼거리며 오기로 버티기로 했다.
꼬리뼈에 관을 집어넣을 때 처음에는 그런대로 참을 수가 있었는데, 심줄을 당기는 데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찢어지게 당기는 통증에다 전신이 다 울리고 있다.
내가 화약을 짊어지고 불구덩이로 들어 왔나? 나는 마치 장마 비에 젖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처럼 옹뚱거리고 있었다.
“이놈들아 내가 그물에 걸려들은 감숭어도 아니고 덧에 걸린 노루도 아닌데, 나를 아예 잡아먹으려고 하느냐?” 고 고함을 지르려다가 그만 꾹 참아내고 있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이 박혀서 돌아가시면서 마취도 안하시고, 그냥 참으셨지 않은가? 라고 되새기며 참기로 했다.
그래도 그렇지 전신이 당기고 찢어지는 전율로 떨어가면서 참아내려니 정말로 고약한 상황이다.
고압전기에 감전된 사람처럼 찌릿찌릿한 당김 때문에 사지가 울리고 있다.
“이놈들아 나를 아예 잡아가지고 분해해서 근수로 팔아먹어라” 고 고함을 치고 싶었지만 점잔은 체면에 어디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영웅호걸이면 무엇을 하나 염라대왕 앞에 가면 호랑이 앞에 쥐새끼인 것을, 만약에 의사들이 성질나면, 야 이 개밥에 도토리 같은 놈아 얼른 꺼져버려 라고 하기 전에 찍소리 못하고 있었다.
무식이 최고로 발달하면 결과에 가서는 뻔할 뻔자이기 때문에 말이다.
시술을 마치고 약 1시간정도 안정을 취하라고 하더니 이제 집으로 가도 된다고 그런다.
약 한달 간은 몸조심 하고 앞으로 15일에 한 번씩 약 1년간 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몇 백 만원을 털어가더니 이제는 통장까지 쇠고리로 엮어놓을 모양이다.
어쩐지 강남의 유명한 건물이 자꾸만 높아지더니, 모두 다 선량한 허리 병 환자들의 통장을 털어다가 올려놓은 빌딩이 아니란 말인가?
그런데 퇴원을 하는데 하필이면 퇴근시간이라서 전철에 사람들이 어떻게 많은지 아예 콩나물시루와 같다.
밀려 나가고, 밀려들어오고, 그저 사람들의 틈에서 꼼짝 달 싹을 할 수가 없다.
병원에서는 바른 자세로 앉아서 가야 한다고 그러는데, 이거 원 내가 환자라고 누구한테 말을 걸 수도 없고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할 처지가 안 된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아예 아들놈의 차에 실려서 올라올 것을, 그냥 검사만 하고 내려가려고 하였다가 시술까지 하였으니 그야말로 야단이 났다.
야, 젊은이 이놈들아 내가 인도에서 요가를 하듯, 전철 안에서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서 고행을 하면서 가야 한단 말이냐?
아무리 속으로 궁시렁 거려도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서울의 지하철은 편리하고도 지옥 철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날 출근을 하기 위해 세상없어도 지방으로 내려와야 한다.
휴가도 없는 근무, 다음날 출근을 하지 않으면 당장 모가지인데 각시는 누가 먹여 살린단 말인가?
용케 내려와 다음날 출근을 하여보니 통증이 가신데다가 그런대로 일을 할 만한 상황이다.
돈도 좋기는 하라지만 기술도 참 좋다고 하는 생각이 든다.
다 썩어가는 고목나무에 새 순이 돋아나려는가? 순 띨띨이 같은 인생, 미라 같은 나의 대들보가 성해지다니 누가 그러는데 낙화의 끝은 꽃의 시작이라고 했다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