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낡고 오래된 1t트럭 한 대가 있다. 나의 생에서 처음으로 구입해 본 중고차다. 등록증에 기록되어 있는 최초등록연도가 2006년 5월이니, 액면으로만 보아도 꽤나 낡았음을 알 수 있겠다. 눈으로 확인할 필요가 전~혀 없이. 대한민국에서 1t트럭 한 대가 상징하는 이미지는, 자영업이나 소상공인이 떠오른다. 하지만 5대 이상을 보유한 사업자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매출이 꽤나 높은 사장님일게다. 1톤트럭은 코로나19시국에도 판매댓수로 상위를 차지했고, 지금도 판매량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기아현대차가 독점하고, 따라서 나는 제작수준이 함량미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트럭은 활용목적에 따라, 생긴 것과 적재함의 사이즈 등이 굉장히 다양하다. 탑차도 있고, 크레인도 달려 있고, 뒤쪽 문짝에 리프트가 장착되기도 하고 한때는 캠핑차로, 얼마전에는 선거유세차 등등으로 쓸모가 다양하다.
사실 나는 어찌어찌하여 밭을 경작할 상황이 되었다. 정작 결론은 나오는 돈은 없고 들어가는 것은 소소하게 꽤나 많다. 오늘날의 농촌현실이다. 그래도 트럭이 꼭 필요한 것이라 판단이 되어 고민을 많이 한 후에, 중고로 구입했다. 이유는, 나는 내 농기계가 없으니 관청에서 빌려서 써야 하는데, 운송수단까지 빌릴 수는 없었다. 그때가 2017년 8월 쯤이다. 트럭의 내부에는 늘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아 식구들은 옆에 타기를 원하지 않는다. 자고로 농민차인 1톤트럭은 세차를 않는다나 뭐라나!
친구들, 1톤트럭 세차하는 광경을 목격한 사람이 있는가? 보기 힘든 광경일걸! 그리고 이 차는 우리 집에서 나만 운전이 가능한 차량이다. 그러고 보니 나한테 온 햇수도 꽤나 된다. 지금이 2024년이니...... 구입할 당시에 8백만원 정도에 구입하였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조금 비싸게 주었나 싶다. 지금은 보험사기준으로 97만원이다. 에구구 ㅡ. 그 사실을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그 친구는 아마도 데후-4륜구동장치-가 장착되었기 때문일거라 했다. 그리고 PTO-트럭의 동력을 트럭 외부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장치-라고 하는 장치도 있어서, 내가 농약살포용 펌프등도 구입하여 추가로 장착을 하였다. 트럭의 겉모습만으로만 보면 완전 농부전용이다.
차량이 낡은 경유차이니 매년 환경부담금이란 세금과 같은 것을 납부해야하는 대상이다. 사실 이 연식이면 국가에서는 폐차를 유도하고, 신규차량구입 시 금전적지원도 일부 해준다. 이 부담금을 피하려면 매연저감장치(DPF)를 장착해야 한다. 하여 시청의 기후변화과에 DPF를 신청하고 직접 공업사에 방문했었는데, 결론은 차량이 부실하여 장착불가판정을 받았다. 방법이 없단다. 나는 봄가을로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예보가 있으면, 하루 전에 정부로부터 문자메세지를 받는다. 이런 저런 이유로"(귀하가 소유한)차량은 운행이 불가함". 그래도 소시민을 위하여 영양가있는 Tip도 살짝 알려 준다. 시내 출입 시, 어느 동네 카메라를 조심할 것! 즉, '돌아서 다닐 것' 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동네친구 2명이 있다. 한 명은 그래도 경제적여유가 있는 A, 그리고 다른 한 명은 금전적인 여유까지는 아니지만, 그러저럭 잘 살아가는 B다. 둘 다 출신초등학교는 다르지만, 같은 중학교를 나왔다. 물론 고등학교도 제 각각이다. A는 농고에 농과, B는 원주의 한 인문계 고등학교출신이다.
A는 객지에서 몸도 망가지고 손에 쥔 돈도 없이 고향으로 돌아와 한동안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여러가지 아르바이트도 전전했다. 그러다 시작한 사업이 잘 되어 죽어라 12년정도 운영하고, 회사명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사업체를, 자기가 쓸 공구 몇 점만 남기고 고스란히 다른 인수자에 넘겼다. 계속하면 죽을 것 같았다 라는 것이 그 친구의 말이다. 아픈 몸을 추스리느라 지금은 그냥 놀고 있다. 다만 꾸준히 걷기운동을 한다. 하여 몸도 많이 좋아졌나 보다.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는 것으로 보아하니ㅡ. 그리고 그는 트랙터와 포크레인, 대형트럭, 캠핑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촌에서 매우 중요한 "1톤 화물트럭"은 없다
B는 설비쪽 기술자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1톤 더블-캡의 공구함에는 각종 공구가 가득 실려 있다. 호스를 자르고 조이는 공구, 볼트와 너트를 조이고 푸는 각종 스패너들. 친구들의 보일러나 펌프등에 이상이 발생하면 늘상 도움을 준다.
그리고 나는 1톤 화물트럭 그리고 농촌에서 꼭 필요한 관리기가 있다. 이 관리기는 4촌 형님이, 본인이 농사를 짓던 토지가 아파트건축부지로 매입되면서 기분 좋게 나에게 주신 것이다. 더 이상의 농사는 아웃이라면서 ㅡ.
매년 3월 중순이면 우리 셋은 같이 모여서 하는 일이 있다.서로의 밭갈이와 검정비닐을 씌우는 일이다. 우선 트랙터를 소유하고 있는 A가 우리 셋의 밭 전부를 순회하며 로터리를 친다. 필요하면 포크레인도 본인의 트럭에 싣고 와서 밭주변작업도 한다. 허리가 좋지 않은 그는, 상체를 구부리지 않는 일과 의자에 앉아 손으로 조작이 가능한 일 위주로만 가능하다. 그리고 B는 걸어다니면서 하는 기계조작이 셋 중에서 제일 낫다. 마지막으로 나는 삽자루와 낫자루를 들고 빠르게 이리저리로 이동이 가능하다. 그리고 허리를 숙였다 폈다 하는 일을 맡는다.
모두가 전업농부가 아닌 일명 날라리 농부다. 그래도 본인들 입으로는 필요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강력하게 농부임을 주장할 때도 있다. 상황에 따라ㅡㅡ. 1년에 봄철에만 잠깐씩 기계를 운전하다보니, 밭고랑의 결과물은 삐뚤빼뚤, 흡사 검정뱀이 기어가는 것 같다. 뒤돌아보며 서로가 웃는다. 지나가는 사람도 웃고, 옆의 밭 주인장되는 한참 후배녀석도 팔짱을 끼고 짝다리를 한 채로 웃고 나무란다. 그래도 해가 지날수록 뱀의 허리가 펴지고는 있다. 나도 잘 몰랐었는데 관리기로 작업을 하면서, 똑-바로 이랑과 고랑을 만들며 가는 것이 보통 어렵지 않다. 특히나 뒷걸음질을 치며 기계를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그리고 돌에 툭ㅡ 걸리면서 두발자국만 틀어져도 영-파이다.
A는 농협조합원이고, 기계임대를 실시하는 농업기술센터 직원 중에 알고지내는 사람들도 많다. 그리고 시간이 누구보다도 많아 주중에 대여가능한 기계수배를 전담하고, 대여와 반납을 담당한다. 횡성군내에는 임대사업소가 5군데에 있다. 하지만 원하는 곳에, 원하는 날짜에 기계가 없으면 다른 곳으로 가야만 한다.
내 차에 비닐피복기와 관리기를 모두 싣고 1박 2일간 이 밭, 저 밭으로 순회를 한다. 같이 모여 작업을 하는 동안은, 초등생들과 같이 상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그것은 필시 환갑쟁이들의 대화수준이 아니다. 그냥 초등학교도 아닌 초딩수준이다. 낄낄거리면서 작업을 하고, 도중에 점심으로 탕이며 국수며 두부찌개를 먹는다. 그렇게 5월까지 서로가 가지고 있는 차량이며 손재주며 시간을 같이 나눈다.
파종하고 남은 종자는 서로 나누고, 밭에서 나오는 부산물 중에서 소나 염소가 먹을 만한 것도 서로 나누면서 그렇게 서로의 시간이 간다. 혼자한다면 하지 못하거나 돈이 꽤나 필요한 것을, 친구끼리 도우면서 해결해 나간다.
나도 관리기가 새로 생겼다. 그러니 관리기만큼은 기술센터에 시간에 맞추어 반납해야 한다는, 즉 시간에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친구들에게 빌려줄 수 있어 좋다. 사실 농기계대여를 예약하고 비가 오거나 하면 다시 뒤로 미루고, 다시 예약하고 하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특히 농번기에, 더구나 주말은 말 할 것도 없다.
A는 가끔 나에게 전화를 건다.
"야, 네가 트럭으로 어디가서 무엇 좀 실어서 어디에다 갖다 놓을래! "
"알았어, 그런데 너는 지금 어딘데?"
"나? 서울"
" ------ "
나는 그의 요구를 거의 다 들어 준다. 이유는 A는 조금이라도 무거운 것을 들을 수 없는 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캠핑카와 트랙터는 소유하고 있지만 트럭이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두서너번 정도 거절하면 이 친구는 곧바로 1톤 전기트럭을 사고 말 것이다. 자존심이 쎈 친구니까! 또 그가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은 내가 편해서 임을 나도 잘 알고 있다. 나도 그에게 늘고마움을 갖고 있다. 그는 내 트럭보다 몇 배나 크고 무거운 트랙터로 포장도로를 달려 나를 도우러 오기 때문이다.
B의 전화도 받는다.
"야, 언제 관리기 좀 쓸 수 있니?"
"그래, 열쇠번호는 OOOO이야, 천천히 쓰고 넣어 놔"
아무튼 이 두 친구들 덕분에 올 한해도 그냥저냥 잘 버틴다. 그리고 낡았지만 아직 효용이 있는 1t트럭으로 친구들 밭에 비료등을 싣고 언덕길도 올라간다. 이게 다 4륜트럭 덕분이다. 그래서 기분도 좋고 보람도 있다.
첫댓글 힘든 농사일이 왁자지껄 재미나보인다.근데 무슨밭일까?수확할 때 뿌듯하겠다.올 여름은 네 농작물을 얻어먹을 희망으로
살아보자😁😁
참,1톤 트럭이면 얼마만한 크기니? 사진 좀 올려줘라ㅎㅎ
이거이 1톤 트럭이니?ㅋ
지금 버스타고 대치동 왔는데
한정거장 잘못 내리는바람에 걸어가다가 마주친 트럭이다.ㅋㅋ
맞음. 그런데 노란 넘버로 영업용이라 장축이네. 많은 짐을 실을려고 큰 적재함이 장착되어 있는... 잘 걸으니까 한 정거장은 No problem 일듯 ㅡㅡ.
약간은 상스러운(?) 나이-18years old-의 1톤 트럭을 둘러싼 썰을 이런식으로 푸는구나 ㅎ
읽다보니 '전원일기'의 양촌리 풍경이구나!
서로의 아쉬운 점을 메워줄수 있는 삼총사! 서로에게 고마워하는 친구덜..부럽구나.
근디. .상수..정말 부지런하다. 농사일도 지대로 하는듯..
지대로는 아님! 그냥 ~척 임.
상수는 부지런한 친구라는 건 확실한듯.
보면 늘 뭔가를 하고 있다. 휴일날 연락주면 치악산에 올라있고,한때 마라톤을 할 때는
어딘가를 달리는 중이고,2년 전 부터는 밭을 얻게되어 연락주면 호미질 중이었다.
휴일날 또 연락주면 부인과 장보는 중이고,어떤 휴일날 연락하면 모임에 가는 중이라며
교통비 아낄려고 거의 4키로되는 길을 걷는 중이었다.
좌우지간 모처럼 휴일날 아껴둔 이바구래도 할 욕심으로 연락주면 그마저도 뭔가 하기
때문에 아쉽게 일찍 끊을수 밖에 없었다.
이 친구는 지인과 한담 나눌 여유도 없는 것 처럼 보일 수 밖에....
정남아,상수는 제대로 농사를 짓는건 아닌것 처럼 보인다
이 친구는 경작하는 작물에 제대로 영양제(비료,두엄~~)도 주지않고 아낀다~~^^
영양제를 제대로 줘봤자 결실은 그만 못하기 때문에,즉 투자한 만큼 얻는게 부실해서이다.
농사에 투자하는 열성으로 봐서는 진작 부농이 됐을텐데~~~~
부지런히 글도 열심히 쓰고있는 상수에게
뭐래도 힘이래도 보탤려고들어왔건만 괜한 흉이나 보고있는 미남~~~^^
상수의 글에 뭔가 도움 될만한 얘기래도 해야겠는데,괜한 말만 했다가 외려 얻어터질까봐
조용히 나간다.
상수야,보니 글 씀에 잔뜩 신바람이 든것 같다.
바람이 충만할때 자꾸,자주 쓰다보면 뭔가를 얻을게 있지 않을까?
바람이 들어간 글임이 들켰군!
언제 유월경에 횡성에 한 번 오시게. 얼굴은 미남, 마음은 훈남임을 보여주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