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됐던 지역의 강한 뒷심인가. 경기도 의정부ㆍ동두천지역 아파트값이 최근 1년 가까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들어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는 서울과 수도권의 다른 지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의정부ㆍ동두천시는 과거 수도권 아파트값이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낼 때도 좀처럼 시세 변동이 없었던 곳이다. 그래서 수도권의 대표적 집값 소외지역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이후 상황이 확 바꿨다. 경원선 복선 전철 개통(작년 12월)을 전후해 상승세의 첫발을 내딛고 난 뒤 최근 의정부 경전철 사업 착수 등 각종 개발 호재에 힘입어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개발 기대감에 매수세가 늘고 있지만 매물은 좀처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의정부시 신곡동 래미안공인 이지연 실장은 “대출 규제 강화와 분양가 상한제 실시 등의 변수로 서울ㆍ수도권 대부분의 지역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들 지역에선 집값 오름세가 꺾일 줄 모른다”고 말했다.
최근 1년간 얼마나 올랐나
의정부ㆍ동부천지역 아파트값 상승 행진은 시세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동산정보협회와 중앙일보조인스랜드에 따르면 의정부 아파트값은 최근 1년 새 37.54%나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서울(16.4%)ㆍ경기 전체 평균(22.94%)보다 훨씬 많이 오른 것이다.
올 들어서도 의정부시는 지금까지 19.9% 올라 서울(2.28%)ㆍ경기지역(3.91%) 상승률을 크게 웃돌았다. 동두천시도 올 들어 11.49% 오르는 등 강세를 탔다.
특히 의정부는 국민은행 시세 조사에서 올 상반기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으로 나타났다. 무려 14.3%나 올라 서울 평균 수준(2.7%)을 크게 뛰어넘었다.의정부ㆍ동두천 지역이 주간 상승률 조사에서 지난해 9월 이후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도 주목된다.
최근까지도 이들 지역은 집값은 오름세를 타고 있다. 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의정부와 동두천 아파트값은 이번 주 각각 0.48%, 0.42% 올라 서울(0.06%) 및 경기지역 평균 주간 상승률(0.11%)을 크게 웃돌았다.
“매수세 꾸준한 데 매물이 없어서…”
실제로 의정부 금오동 신도브레뉴 102㎡형은 2개월 전 1억8000억~2억1000만원 선이었던 시세가 현재 2억1000만~2억6000만원 선으로 4000만원이나 뛰었다. 호원동 신일유토빌 플러스 79㎡형도 2개월 전 1억6000만~1억8000만원선에서 2500만원 올라 1억8500만~2억500만원에 시세가 형성됐다.
용현동 세아2차 135㎡형의 경우 일주일 새 2000만원 올라 1억9000만~2억원 선이다. 의정부 녹양동 현대홈타운공인 관계자는 “서울ㆍ수도권 대부분 지역의 집값이 분양가 상한제와 비수기 영향 등으로 약세를 보이거나 보합세에 머물러 있는 것과는 달리 이곳 아파트값은 여전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고 전했다.
의정부 지행동 현진에버빌 115㎡형은 올해 초보다 2000만원 가량 올라 2억~2억2000만원을 호가한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매매값이 분양가 수준(1억6500만원)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1년 새 가격이 급등한 셈이다. 지행동 한 공인중개사는 “아직까지도 집값이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강해 매수세는 꾸준한데 매물이 많지 않아 거래는 거의 끊긴 상태”라고 전했다.
시장 침체에도 강한 뒷심 발휘…이유 있네
전반적인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들 지역 아파트값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우선 경원선 복선전철 개통이라는 호재가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의정부시 민락동 학사공인 관계자는 “경원선 개통으로 서울 도심권으로의 통근시간이 단축되는 등 교통 여건이 개선되자 주택 수요자들이 이 지역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지금은 수요가 지난 연말에 비해서는 다소 줄고, 호가 상승 폭도 둔화됐지만 가격 오름세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의정부의 경우 미군기지 반환과 경전철 사업(올 5월 착공) 본격화에 따른 기대감도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많다. 또 서울 외관순환 도로가 연말에 사패산 터널 구간을 포함해 완전 개통될 예정이다. 동부간선도로 월계1교~의정부시계(7.6km)구간의 확장공사가 계획돼 있는 것도 호재다. 또 신세계가 의정부 민자역사 복합쇼핑센터 내 백화점을 지어 2011년 개점할 예정이다.
아울러 2009년 초부터 광역행정타운 부지 조성 공사가 시작된다. 2008년 상반기 중 신세계가 의정부 역사 복합쇼핑센터 내 백화점을 착공해 2011년 개점하는 등 여러 지역 호재가 대기 중이다.
의정부 지역 훈풍은 옆동네인 동두천에까지 불고 있다. 경원선 복선 전철 개통도 이 지역에 큰 호재다. 복선전철 개통으로 지행역에서 서울 도봉산역까지 전철로 20분 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 경원선 복선전철 영향으로 생연지구와 지행지구 아파트값은 지난 1년 새 20~25% 가량 올랐다.
또 국도 3호선 대체우회도로 개설공사(의정부~양주~동두천~연천)도 계획돼 있어 교통여건이 더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동두천시 상패동과 양주시 은현면 등 미2사단 주변 500만평에 국제자유도시가 조성되면 주변여건은 더 좋아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집값 상승세 언제까지 갈까
의정부ㆍ동두천지역 아파트 값 상승세가 지속할 지 대해서는 전문가는 물론이고 현지 부동산 중개업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의정부 신곡동 래미안공인 정현숙 사장은 “각종 호재에다 그동안 집값이 저평가된 데 대한 주민들의 보상심리도 강해 현재와 같은 집값 오름세가 좀처럼 꺾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녹양동 장원공인 관계자는 “지역 내에서 ‘평수 넓히기’ 수요가 여전한 데다 서울 노원구 등지에서 이곳을 찾는 수요까지 가세하고 있어 오름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반론도 적지 않다. 동두천시 지행동 신시가지공인 관계자는 “집값 오름세는 대세 상승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저평가돼 있던 것이 회복되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저평가 상태가 해소되고 난 뒤에는 다시 오름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개발 기대감에 이미 오를 만큼 오른 곳이 많다”고 말했다. 매도 호가와 매수 희망가격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어 멀지 많아 주택시장이 약보합세를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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