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342)
조 흥 제
북악산은 경복궁 뒷산으로 경기 5악(京畿五嶽)중에 으뜸이다. 경기 5악은 북악(북岳), 관악(冠岳), 감악(紺岳), 송악(松嶽), 운악(雲岳)이다. 북악은 청와대 뒷산으로 68년 1월 북한 무장공비 124군 부대원 31명이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하려고 북한산맥을 타고 와 청와대 뒷산인 북악산을 넘으려는 순간 자하문 파출소에서 검문을 받자 그들은 특수부대라고 하면서 비밀히 행동하여 군이나 경찰에 알리지 말라고 했다. 경찰은 그들을 보내놓고 아무래도 이상해서 관할인 종로경찰서에 전화했더니 종로경찰서장이 부하들을 데리고 나와 검문했다. 신분이 탄로나자 그들은 경찰서장을 사살하고 흩어졌다. 서울 시내는 경비계엄이 내려져 경찰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퇴근 때 버스에서 경찰이 승객들의 몸수색을 했다. 나는 그때 신혼 초였는데 패물을 도적맞았다. 파출소에 신고했더니 경찰 혼자 있어서 와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들 대부분이 사살되고 몇 명은 북한으로 넘어 가고 한 명은 생포됐다. 그가 김신조다. 김신조가 기자회견을 했는데 기자들이 “뭐하러 왔느냐”고 물었더니 “박정희 모가지 떼러 왔다”고 했다.
그 후에 예비군 제도가 생겨 200만이 넘는 예비군이 유사시를 대비해 한 달에 한 번씩 소집하여 훈련을 받았다. 나는 그때 동아출판사에 적을 두고 있었는데 미동국민학교에서 훈련받다 독립문까지 구보로 갔다 왔다. 북악산은 일반인의 출입금지 명령이 내려졌다. 서울 북부를 지키는 수도경비사단이 2중,3중으로 북악산을 에워싸고 지켰다. 김영삼 대통령이 90년대 자하문 성벽으로 북악산에 오르는 길을 해제하였다. 2023년 윤석열대통령이 대통령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등산객이 청와대쪽에서도 올라갈 수 있게 하여 어디서나 자유롭게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2016년에 창의문(자하문)에서 한양성벽 옆으로 북악산에 올랐었다.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철을 내려 청와대쪽으로 나와 7022번 버스를 타고 가다 자하문 고개에서 내렸다. 우측으로 가는 계단이 있어 올라가니 군인이 지켰다. 입산신고서를 작성하여 주민등록증과 제출하니 목에 거는 출입증을 주었다. 처처에 군인들이 지켰다. 등산로는 한양성벽 안쪽으로 난 나무계단의 연속이었다. 한 시간 정도 올라가니 널찍한 평지가 나오고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곳이 나온다. 거기가 정상으로 백악산(白岳山· 342m)이라는 흰 비석이 보인다. 너무 시내가 가까워 다 보이지가 않았다. 서울시내 전망은 인왕산 건너 안산(鞍山)에서 볼 때가 가장 잘 보인다. 정상이 오뚝하게 일어서고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서다.
북악산의 원 이름은 백악산이다. 북악산 정상 옆의 비석에는 ‘이곳은 북한군의 공중 위협으로부터 청와대를 보호하기 위해 1979년 10월15일부터 발칸 진지를 설치, 운용한 자리이며 2000년 9월9일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을 위해 다른 곳으로 이전하였다. 민족의 정기가 서려 있는 이곳 북악산을 우리가 살고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영원한 삶의 터전으로 가꾸기 위해 옛 모습으로 복원하다. 민족과 함께 영원히 살아 숨 쉬기를 기원하며. 2001년 새해 아침’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60년대 중반 한국은행 뒤인 북창동에 직장이 있었다. 어느 날 저녁때 기관총 소리가 연거푸 들려 모두가 의아해 했다. 이튿날 들려 온 소식은 헬리콥터가 청와대 쪽으로 날아가서 위협 사격한 것이라고 했는데 이 근방에서경고 사격한 것인가 보다. 시내를 내려다보는 앞쪽에는 ‘진달래’라는 김소월 시비가 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 약산의 진달래 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조그만 앉은뱅이 시비(詩碑)인데 언제 해 세웠는지 모르겠다. 반대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삼청동 쪽과 성북동 쪽이 있는데 삼청동 쪽을 택했다. 조금 가니 숙정문(肅靖門)이 있다. 한양성은 4개의 큰 문과 4개의 작은 문이 있다. 네 개의 큰 문은 남대문(숭례문), 동대문(흥인문), 서대문(돈의문), 숙정문 이고, 작은 문 4개는 동소문, 광희문, 서소문, 창의문이다. 숙정문은 성북동 쪽에서 산으로 오르는 험한 산에 있다. 자동차 길에서 숙정문은 안 보인다.
더 내려오니 삼청공원이 나온다. 한참 내려오니 5·16 혁명 후 살았던 친구네 집이 거기 있었는데 지금은 헐려 어디 사는지 모르겠다. 경복궁으로 나와 민속박물관에 들어 가 구경하고 나와 3호선 경복궁역에서 전철 타다. 지금은 청와대에서 직접 올라간다니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