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나는 오직 한 몸이었으며, 이 세상의 우리 모두는 하나이다. 우리들중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니다. 우리의 인생은 아무렇게나 떠 다니는 보잘 것 없는 먼지들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위해서 이곳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에 존재하는 목적은 서로에게 기적이 되어주기 위함이다.
<엄마와 딸, 그리고 하버드의 기적>은 브루크 엘리슨의 감동적인 실화이다. 열한살 때 차 사고로 한 순간에 목 아래부터 전신 마비가 된 브루크. 그러나 그녀는 그러한 장애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도 충만한 삶을 살았으며, 휠체어와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장애인으로서는 최초로 하버드 대학을 최우수 성적인 수마쿰라우드(라틴어. 졸업장에 기입되는 최고 우등 점수)를 받고 졸업하는 기적을 이루어 냈다. 브루크의 어머니 진 엘리슨은 딸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그날부터 하루 스물네시간을 함께 지냈으며, 하버드 입학과 4년후 졸업 축하회에서 감동적인 연설을 하게 되기까지 브루크의 간호사이자 룸메이트였다. 뿐만 아니라 언제나 변함없이 헌신적인 동반자였다.
이 책은 한 어머니와 딸의 감동적인 체험기이며,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한계상황들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속에서 모녀관계를 초월하여 이룩해낸 참된 인간승리의 일부분을 여러분들께 소개할까 합니다..........
(본문중에서)
엄마가 나와 함께 하버드에 다니는 것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이 일년 365일 하루스물네시간, 거의 잠도 자지 못한채로 뭔가에 정신을 집중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리고 당신 자신의 일상적인 용무들을 병행하면서 다른 누군가의 모든,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들을 돌봐야 한다고(씻기고, 먹이고, 이를 닦아 주고, 머리를 빗겨주고, 어딘가가 가렵다면 긁어주고, 눈과 코를 닦아 주고)생각해 보라.
당신이 병이나서 의자에서 몸을 일으키기조차 힘들때에도 그 모든 일들을 어김없이 해야 한다고 상상해보라. 어떤 프라이버시도 가질수 없고. 당신이 지쳤다고 느낄 때 잠시 쉬는 것은 물론 혼자서는 잠깐 동안의 산책조차 할수 없으며, 오랜기간동안 가족들과 당신이 사랑하는 연인과 멀리 떨어진 채로 그들을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해 보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인생의 모순들에 맞서서 투쟁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 쓰라린 마음의 고통들을 이겨 나가야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리고 미소와 희생과 무조건적인 사랑으로 그 일을 해나간다고 상상해 보라. 그러나 이것은 엄마가 나와 함께 하버드에 다니는 것에 관해서 내가 느끼는 감정의 극히 피상적인 묘사에 불과하다. 우리가 하버드로 돌아왔을때 나는 최종학년이 힘든 과정이 될거라는 것을 알았다. 엄마는 나의 욕창을 치료하기 위해서 매우 힘들게 매일 아침 저녁으로 씨름하셨다. 엄마는 염증을 치료하고 소독하며, 온 힘을 다해 내가 그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 주셨다.
전날 억수같이 비가 쏟아진 후 졸업 축하회 날 아침에도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졸업축하회는 항상 공식적인 하버드 학위 수여식 하루전날 개최된다. 나는 식이 시작되기까지 이십분 정도가 남아 있었다. 나는 무대위에 앉아 메모리얼 교회의 계단으로부터 야드의 끝에 위치한 와이드너 도서관의 계단에 이르기까지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물결을 바라보았다.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터센테너리 극장 건너편까지 운집하여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내 뒤에 있는 엄마에게, 제 연설이 이들을 실망시키게 될까 겁이나요.
제가 준비한 건 대단한 연설이 아니예요. 단지 내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던 말을 하려는 것 뿐이예요.
그 순간 엄마가 내 뒤에서 나를 부축하기 위해 무대앞으로 나오시는 것을 느꼈다. 군중들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힘들게 침을 삼킨 후 연설을 시작했다.
[ 4년전 하버드에 도착했을때 저는 다른 대부분의 신입생들과 마찬가지로 제 부모님과 함께 이곳에 왔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모든 학생들과는 달리,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셨지만, 어머니는 그때부터 오늘까지 이 하버드에서 제곁을 떠나시지 않았습니다.
테이여 홀의 212호실 문에는 <브루크와 진 엘리슨>이라는 명패가 붙어 있었습니다.
저와 제 어머니가 함께 생활하는 우리의 모습에 대해 사람들은 처음에는 대체로 당혹스러워 하거나 아니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이 보통이었습니다.
자기 어머니와 함께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 다닌다는 것은 대부분의 신입생들에게는 쉽게 받아들여질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머니가 항상 옆에 계시면서 신입생 필수 과목들에서부터 졸업논문 발표에 이르기까지 저의 모든 수업들에 항상 참석하셨습니다. 저는 대학입학허가를 받은 학생입니다. 그러나 제 어머니는 그렇지 않습니다. 내일이면 저는 학위를 받게됩니다. 그러나 제 어머니는 그렇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그 두가지 사실 때문에 어머니가 제가 이루어낸 것보다 조금이라도 덜 이루셨다고 말할수 있을까요? 아니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처음 뉴욕에서 이곳에 왔을때 우리 두사람중 누구도 앞으로 어떤 일이 얼어날 것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저는 열일곱살이었고, 어머니는 마흔네 살이셨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다니기 위해 고향에서 이처럼 멀리 떠나온건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두려웠습니다. 어머니와 저는 우리가 하버드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습니다.
휠체어를 탄 저와 제 뒤에서 책들과 다른 소지품들을 든 채 휠체어를 미시는 어머니가 하버드 야드를 오가는 모습은 하버드의 풍경속에 전혀 융합되지 못했습니다. 존 하버드의 동상이 우리를 똑바로 바라보면서 “ 도대체 당신들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는 존 하버드는 우리와는 다른 시대에 속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항상 남의 이목을 끄는 우리의 조건이 그다지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온 개인적인 관계들을 통해서 사람들간에는 그다지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버드는 능력있는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였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든,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든, 또는 누구와 함께 잠을 자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그러므로 하버드는 그런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이며, 우리모두는 그 사실을 매우 분명하게 느낄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관점에서 볼때 인상적인 아이러니의 한 가지는, 우리는 각자의 차이점을 인정함으로써 우리가 모두 같은 인간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한 기본적인 필요와 욕구는 우리 모두에게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버드 경험의 요체는 바로 우리가 여기서 만들어 낸 인간 관계들속에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곧 학위를 받을 것입니다. 그것은 수년간의 힘든 공무의 결과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감히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일단 그 졸업장이 액자에 넣어져 여러분의 집벽에 걸리게 되면, 그것은 단순한 학위증명서가 아니라 많은 기억들을 여러분에게 상기시키는 기념물이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여러분은 야드와 쿼드에 관해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하버드 스퀘어와 여러분이 살았던 기숙사를 회상하게 될 것입니다. 과학센터를 기억하고, 샌더스 극장을 추억할 것이며, 로커 카페에서 마셨던 한잔의 커피를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분이 사람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들과 그 장소들을 함께 공유했던 사람들을 말입니다. 제가 가진 기억들, 제 어머니가 가진 기억들, 제가 만들었던 관계들, 제 어머니가 만들었던 관계들, 교수님들과 학생들에서부터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들과 식당 직원들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은 우리가 만난 그 모든 사람들에 의해 풍요로워졌습니다.
만일 제 어머니가 아니었더라면 저는 이곳에 있을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제 어머니는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이곳에 계시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이 있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이 성취한 업적들에 대해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들 그 누구도 우리를 지속적으로 도와 주었던 분들의 수고와 배려가 없었더라면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거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우리 서로 간의 신뢰와 의지의 결과는 흔히 자기 혼자만의 성과로 착각되곤 합니다. 그러나 부모중 한 분이든, 형제 자매중 한 사람이 든, 아니면 친구 또는 선생님, 아니면 그저 필요한 시점에 올바른 충고를 해 줄수 있었던 어떤 사람이든 간에 타인들의 사랑과 배려를 받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제 어머니와 저는 또한 여러분들 역시 우리로부터, 그리고 서로로부터, 여러분이 인생을 살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아무런 목적없이 그냥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그리고 서로 함께 보내는 순간들 속에 큰 기쁨과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배울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시간은 대단히 유한하고 소중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인생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지 알수 없습니다.
십년 전, 제가 열한 살일때, 저는 자동차 사고를 당했었습니다. 처음에 의사 선생님들은 제가 뇌사 상태로 지내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제가 살아나리라고 기대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목 아래에서부터 전신이 마비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인공호흡기에 의지하면서 휠체어도 누군가가 밀어주어야 하는 삶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내일, 저는 제 어머니와 함께 하버드를 졸업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사람들인 여러분 모두와 함께 이 대학의 문을 나서게 될 것입니다. 기적은 일어납니다. 기적은 저에게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기적은 여러분들에게 지금 일어나고 있는 중입니다. 기적을 만나기 위해서는 단지 여러분의 삶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졸업을 축하드리며, 신의 가호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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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내 옆으로 다가오셨다. 엄마는 울고 계셨다. 엄마는 내가 휠체어에 다시 편하게 자리잡도록 고쳐주셨다. 내 옆의 저스틴을 보았다. 그는 나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나는 그때서야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두 번째 열을 내려다 보면서 할머니를 보았다. 나는 할머니가 키스튼 언니와 내 동생 니드를 얼마나 잘 보살펴 주셨던가, 할아버지가 편찮으셨을때 얼마나 극진하게 간호를 해 주셨던가를 생각했다.
눈물이 뺨위로 흘러내리면서 선 채로 미소를 짓고 계신 아빠를 보았다. 그리고 나는 아빠가 이 모든 일을 해내기 위해 쏟으셨던 노력에 관해 생각했다.
그런 다음 내뒤의 엄마를 올려다 보았다. 그리고 엄마와 나에관해 생각했고, 우리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되어 왔으며 어떻게 변해 왔는가를 생각했다. 그분은 나의 어머니이셨다. 그리고 나는 그분의 딸이었다. 그러나 그분은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었으며, 나의 둘도 없는 동반자가 되어 주셨다. 나는 우리가 함께 헤쳐 나온 그 모든 슬픔들과 기쁨들에 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 두 사람이 사실상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이제 세상을 매우 선명하게 볼수 있었다. 어머니와 나는 오직 한 몸이었으며, 이 세상의 우리 모두가 하나였다.
우리 사이에 쌓여진 유대감은 우리 모두를 묶고 있는 끈과 다르지 않았다. 우리들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위대하고 뚜렷한 목적없이 아무렇게나 떠다니는 작은 먼지들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위해서 이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나는 어머니가 늘 품어 온 질문에 대한 해답을 마침내 알게 되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여기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목적은 서로에게 기적이 되어 주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