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베스트셀러를 접수하러 왔다 - audi a6

[임철환]

하반기 수입차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울 전망이다. 베스트셀러 자리를 다투는 BMW5시리즈와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에 아우디가 신형 A6로 도전장을 던지기 때문. 다이어트에 성공한 아름다운 자태, 강력하면서도 효율이 높아진 신형 구동계는 많은 매력의 일부분일 뿐이다.
* 글 이수진 편집위원 사진 최진호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카테고리는 준대형 클래스다. 이것은 그랜저, SM7, 알페온이 포진한 국산차뿐 아니라 수입차 역시 마찬가지. 올해 들어 수입차 베스트셀러 자리는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의 각축전이었다. 유럽 베스트셀러 골프, 미국 베스트셀러 토요타 캠리를 제쳐두고 가장 싼 모델이 거의 6,000만원에 달하는 독일산 프리미엄 세단들이 판매 수위를 다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양강체제가 아우디의 신형 A6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가벼우면서도 더욱 아름답게
지난 8월 초. 인천 송도 신도시에서 아직 국내에 정식 론칭도 되지 않은 신형 A6들이 줄줄이 목격되었다. 1,600명 이상을 초청한 아시아 지역 대규모 사전 시승회가 열렸기 때문인데, 대부분 동남아나 중국에서 열려왔던 아시아 행사가 한국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A6이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고 또한 아우디 코리아에 얼마나 중요한 모델인지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연산 100만 대를 돌파하며 프리미엄 브랜드 빅3으로 완벽하게 자리를 잡은 아우디. 프리미엄 분야에서는 메르세데스 벤츠나 BMW보다 후발주자지만 지금의 상승세는 두 선배에게 충분히 위협적이다. 유럽시장 판매에서 아우디는 이미 10년 전부터 BMW나 벤츠를 능가했을 뿐 아니라 더 높은 판매증가율을 유지해왔다. 특히 판매량이 많은 중형과 준대형 클래스는 치열한 싸움의 판세를 가르는 중요 전장. 신형 A6 등장에 많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A6의 역사는 1968년 등장한 아우디 100에서 시작되었다. 지금까지 여섯 세대를 거쳤는데, 세계 최초 5기통 가솔린 엔진(2세대)을 얹고, 양산차 최초로 공기저항계수 0.30을 달성했으며, 콰트로 시스템과 터보 엔진, 디젤 터보 TDI(3세대) 그리고 V6 TDI와 직분사 가솔린 FSI 엔진, 멀티트로닉 CVT(5세대)을 적용하는 등 항상 시대를 선도하는 하이테크로 화제를 모았다.
4세대 100은 마이너체인지와 함께 A6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지금 판매 중인 현행 모델은 ‘A6’이라는 이름으로는 3세대가 된다. 2005년 등장한 현행 A6은 싱글 프레임 그릴의 풍만한 보디에 직분사 터보 엔진(TFSI)을 얹고 등장해 월드 카 오브 더 이어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세계시장, 그 중에서도 특히 한국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다. A6 판매시장 중에서 한국이 5위였다고 하니 아우디 코리아의 비약적인 성장은 A6의 성공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형 A6은 외모부터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거대한 싱글 프레임 그릴과 범퍼 흡기구 형태만 비슷할 뿐 새로운 헤드램프에 노즈도 한결 날렵해졌다. 약간 작아 보인다는 느낌은 길이가 12mm 줄어들었고 보디라인 역시 풍만함보다는 날렵함을 중시했기 때문. 반면 19mm가 넓어지고 휠베이스는 무려 69mm나 늘어나 실내공간 확보에 주력했다. 새로운 헤드램프 디자인은 강렬한 첫인상을 주는데, 시승차는 데이타임 라이트가 네온처럼 한 줄이었지만 A8이나 A7 같은 LED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날렵해진 몸매에서 연상되듯 공기저항계수(Cd)는 0.26.

화려한 인테리어는 최신 아우디의 특징 중 하나. 대시보드와 도어가 완만한 곡선으로 연결된 랩어라운드 디자인에 우드나 알루미늄, 크롬 장식이 어우러져 멋스러움을 뽐낸다. 이번에 마련된 시승차는 실제 국내에서 판매될 사양과는 차이가 있으니 참고만 하도록. 3.0 TDI는 완전 기본인 플라스틱, 3.0T 다이내믹은 알루미늄 트림이 사용되었는데, 국내 판매 모델에는 우드가 들어갈 예정이다. A7에서 이미 확인되었듯이 아우디 우드 트림은 높은 품질과 고급스러운 질감을 자랑한다.
새로운 MMI 시스템은 팝업식 대형 모니터가 달리고 터치패드를 도입해 조작성이 한결 높아졌다. 라디오 선국이 빨라졌을 뿐 아니라 내비게이션에서는 직접 글자를 써 넣어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다. 노브를 돌려 자음, 모음 하나씩 입력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다.

엔진은 2.0 TFSI 211마력(앞바퀴굴림 전용)과 V6 3.0 TFSI 310마력 그리고 3.0 TDI 245마력 세 가지. 이 중 콰트로 시스템을 선택할 수 있는 3.0 두 가지 모델이 국내에 수입된다.
3.0 TFSI는 V6 3.0L 수퍼차저 방식으로 310마력의 최고출력과 44.9kg·m의 최대토크를 낸다. 8단 자동 팁트로닉과 짝을 이루어 0→시속 100km 가속 5.8초의 순발력과 최고시속 210km의 성능을 자랑한다. 연비는 9.5km/L. 구형 A6에 비해 10마력 높고 연비는 16%나 개선되었다.

3.0 TDI는 듀얼 클러치 방식의 7단 S트로닉과 조합되는데, 최고출력 245마력, 최대토크 51.0kg·m로 0→시속 100km 가속 6.1초, 최고시속 250km를 내며 L당 13.5km를 달린다. 3.0 TDI의 정숙성은 매우 뛰어난 편으로 차 밖 보닛 바로 옆에서는 디젤 특유의 소음을 들을 수 있지만 운전석에 앉아 창문을 연 상태로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벌크헤드의 차음성이 무척 우수하다는 이야기.

신형 A6 개발의 중요 포인트는 환경성능과 스포티함의 양립이었다. 아우디는 이를 위해 경량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하이브리드 차체는 고장력 강판을 사용한 기본 골격에 보닛과 도어 등을 알루미늄으로 구성한 형태. 특히 열간압연된 초고장력강판을 A/B필러 부근에 사용해 캐빈룸의 안전성을 향상시켰다. 모노코크 상태에서만 구형보다 80kg 가볍고 3.0 TDI 완성차의 경우 135kg이나 가볍다. 사람 둘을 덜 태우는 셈이니 굉장한 변화다.

테스트 드라이브는 두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었는데 가로 360m, 세로 130m 규모의 포장노면에 마련된 슬라럼 코스, 또 하나는 인천대교를 포함한 도로주행 코스였다. 슬라럼은 3가지로, 두 군데에서는 경쟁 모델인 BMW 528i, 메르세데스 E300 CDI와 달리기를 비교하고 나머지 한 코스에서는 가솔린, 디젤 버전을 번갈아 몰아볼 수 있었다. 

신형 A6을 몰아 보고 느낀 첫인상은 이전보다 한결 가벼울 뿐 아니라 반응이 재빠르다는 점. 비교에 사용된 두 차종의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고 낡은 국산 타이어를 끼우고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A6의 달리기 성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선 액셀 페달에 대한 반응이 컴포트 모드에서조차 빨랐고, 스티어링 조작에 대한 움직임도 경쾌했다. 포장한 지 얼마 안 된 아스팔트에 비가 내려 무척이나 미끄러웠지만 콰트로 시스템 덕분에 안정감에 있어서도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콰트로 시스템은 RS5부터 쓰기 시작한 6세대인데, 토센식이 아니라 자체개발한 크라운기어식 센터디프가 달린다. 콤팩트하면서 반응이 빠르고 평상시 40:60의 토크배분으로 경쾌한 주행성능을 추구하다 상황에 따라 70:30부터 15:85까지 배분률이 조정된다.

MMI에서 ‘CAR’ 버튼을 눌러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 기능을 띄우면 컴포트, 오토, 다이내믹, 인디비주얼의 4가지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A4나 A8에도 사용 중인 이 기능은 에어 서스펜션과 엔진, 변속기 등을 조정해 차의 달리기 특성을 바꿀 수 있다. 3.0 TDI에는 맨 왼쪽에 이피션시 모드가 추가되는데, 엔진출력과 토크를 줄이고 에어컨 기능도 최소화해 모든 것을 연비 우선으로 맞춰준다. 약간 출력이 줄어들지만 굼떠서 답답할 정도는 아니었고, 차가 멈출 때마다 자동으로 시동을 꺼 스스로 연비낭비를 막는다.

베스트셀러는 이제 3파전이다
짧은 시간이나마 접해 본 신형 A6은 아름다운 디자인과 수준 높은 감성품질에 세련되고도 다이내믹한 달리기 성능을 갖추고 있었다. 드라이버의 의도를 재빠르게 반영하는 날렵한 반응성을 지녔으면서 너무 단단하다거나 신경질적이지 않고, 언제나 벨벳처럼 부드러우면서 우아한 질감을 보여준다. HUD(Head Up Display)나 언덕길에서 밀림을 막아주는 홀드 어시스트, 20GB 하드디스크가 내장된 주크박스와 고급 오디오(보스, B&O), MMI와 완벽하게 통합된 한국형 내비게이션 등 첨단 편의장비도 충실하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E클래스로 대성공을 거두고 BMW 5시리즈가 베스트셀러 왕좌를 탈환하며 치열한 격전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수입차시장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던 아우디가 신형 A6으로 출사표를 던졌다. 이전보다 더욱 강력하고 아름다워진 아우디 A6이 하반기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베스트셀러를 접수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