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20일 연중 제20주일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5,21-28 그때에 예수님께서 21 티로와 시돈 지방으로 물러가셨다. 22 그런데 그 고장에서 어떤 가나안 부인이 나와,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23 예수님께서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제자들이 다가와 말하였다.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 우리 뒤에서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 24 그제야 예수님께서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25 그러나 그 여자는 예수님께 와 엎드려 절하며,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26 예수님께서는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 하고 말씀하셨다. 27 그러자 그 여자가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28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바로 그 시간에 그 여자의 딸이 나았다.
암과 싸우는 사람들을 대하면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답니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 것도 의지할 수 없는 사람은 무언가 의지할 것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암이 정말로 활개를 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의학이 발전하면서 암을 더 잘 발견하게 되어서인지, 음식이나 여러 가지 환경 조건이 암을 더 많이 발생하게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 조건이 확실하게 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암이 더 잘 발병할 수 있는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암 병동에 가보면 사실 어지간한 사람은 명함을 내밀지도 못할 만큼 심각한 암에 걸린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도 한 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의 암 수술을 하거나 항암치료를 견디느라고 사경을 헤매는 사람들을 대하게 됩니다. 그 사람들이 암과 같이 살면서 암을 이겨내느라고 정말 힘겨운 싸움을 하면서도 의연하게 버티고 사는 모습을 대하면서 존경심도 들게 되고, 인생의 스승을 만나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암 병동에서 간병에 지친 가족들이 서로 위로하면서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의 신심이 부끄러워지는 때가 많이 있습니다.
내가 암수술을 받고 통증에 시달릴 때 소아암 병동에 몰래 내려가 본적이 있습니다. 해맑은 어린 아이들이 머리카락이 전부 빠진 채 기운이 하나도 없이 병실에 누워있고, 엄마들이 묵주를 손에 들고 정성을 다해 매달리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통증을 견뎌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손에 매달린 묵주 알에 침묵으로 응답해 주시지 않는 하느님이 밉기도 하였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아기 엄마의 묵주 알은 아기 엄마의 온 몸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나도 사경을 헤매며 이를 악물고 견뎌냈습니다. 그렇게 기적적으로 수술을 받고 나서 우연만해졌습니다. 그러자 금방 하느님의 은혜를 잊어버렸습니다. 그 은총에 감사함을 잊고 살았습니다. 그렇게 매달리던 묵주 알에 힘이 가지 않았습니다. 초롱초롱하던 소아암 어린 아이들의 그 눈동자도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다시 교만해지고 다시 내가 잘해서 암을 견뎌낸 것처럼 착각 속에 빠져 살고 있습니다. 꼭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내 주었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고 한다.’는 격으로 이제는 시치미를 떼고 오히려 내가 언제 매달렸느냐고 대어들 판입니다. 작년에 임파선에 재발 기운이 있다고 했을 때는 다시 초비상이 되어 수선을 피우고, 치료가 끝나고 나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하느님의 은총을 잊고 살고 있으니 도대체 나라는 사람은 왜 그 모양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암뿌리가 조금씩 머리를 들어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에 다시 암에 걸린다면 어떻게 견뎌낼 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은 내게 좋은 음식을 추천도 해주고, 주의를 환기시켜주면 들을 때 잠시 뿐이고, 금방 식생활이나 생활 습관이나 기도생활이나 마음가짐이 아직도 잘 정비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의사선생님을 방문해서 진단을 받을 때 잠깐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가 금방 해이되는 자신의 모습을 대하면서 스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살면서 벌써 13년이 지났습니다. 경각심을 가지고 살 필요는 없지만 절대적으로 조심해야 합니다. 다시 병원신세를 지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도 모르게 나를 잠식해 들어오는 악마의 신묘한 침투는 나를 다시 해이하고, 무신론자보다 더한 반그리스도 신자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내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악마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합니다. 암을 이겨낼 때의 자세로 이겨내야 합니다. 그러면 주님께서 은총으로 나를 낫게 해 주실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