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 간 곳은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이다. 앞 광장은 넓고 분수도 있다. 에펠탑은 높이 320m의 거대한 철탑으로 1889년에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한 만국박람회 때 추진위원회에선 300m에 달하는 철탑 설계를 공모했다. 100개가 넘는 응모작 중에서 교량 기술자인 에펠의 작품이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는데 문제가 생겼다. 예산은 150만 프랑 밖에 없는데 에펠이 계산한 금액은 650만 프랑이었기 때문이다. 에펠은 모자라는 금액을 자신이 부담하고 향후 에펠탑의 입장료, 관련 행사에서 나오는 돈을 20년 간 관리하겠다고 했다. 추진 위원회에서도 ‘오케이’하여 건조 되었는데 7,300톤의 철이 들어갔다. 4개의 벌린 거대한 기둥 위에 두 층이 있고 그 위에는 철골을 x자로 엮어 직선으로 올라가고 꼭대기에는 전망대가 있는 특이한 모양이다. 옥상으로 올라가려고 표를 사려는 사람들 뒤에 우리도 서서 1시간가량 기다려 표를 샀다. 표를 파는 옆에 금빛 흉상(胸像)이 있는데 이 탑을 설계한 에펠의 동상이다. 층계로 올라가니 45도 각도에서 엘리베이터가 미끄러져 내려왔다. 올라가면서 보니 젓가락 굵기의 철사에서부터 기둥 굵기까지 다양한 철제들이 어우러져 거대한 탑을 만들었다. 어쩌면 저렇게 세세한 곳까지 신경 썼을까? 2층에서 큰 엘리베이터로 바꿔 탔다. 거기서부터는 직선으로 올라가는데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났다. 옥상에서 내려 한 층 더 올라가니 사방이 탁 트인 전망대가 나온다. 가운데 첨탑이 있고 가에는 추락하지 않게 철망으로 둘렀다. 첨탑 가로 360도 돌아가면서 파리 시내를 보게 되어 있어 개선문 옥상에서 본 것 보다 더 멀리 볼 수 있다. 산이 없고 변두리에는 낮은 언덕 같은 검은 띠로 둘러 싸여 있고 탑 밑은 세느강이다. 한 곳에 높은 건물들이 있는데 그 곳이 신시가지로 빌딩들이 들어선 곳이다. 파리는 유네스코에서 보존지역으로 지정해 건물주라도 임의로 부수고 짓지 못하게 되어 있다. 모든 건물이 조각품이요, 예술품이어서 그렇게 된 것이다. 날이 어두워지자 파리 시내에 불이 들어오는데 사방이 불꽃 밭이다. 전망대 위에 있는 탑 꼭대기에선 한 아름이 넘을 거대한 탐조등이 360도로 빙글빙글 돌아가면서 빛을 쏜다. 9시가 넘은 이 시각 에펠탑은 탑신 전체가 불꽃놀이 하듯 번쩍여 장관이란다.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은 이 장면을 보기 위하여 밤에 에펠탑 근방으로 모여든다. 옆에 있는 세느강 유람선에서는 관광객들이 에펠탑을 사진 찍으려고 셔터를 마구 터뜨려 배에서도 불꽃이 일었다. 정작 그 위에 있는 우리는 그 장면을 볼 수 없으니 안타깝다. 눈을 안으로 돌려 전망대 가운데 있는 방의 창문을 들여다보니 정장을 한 노신사 두 분이 마주 앉은 석고상이 있다. 에펠과 에디슨이다. 에펠탑을 설계한 에펠과 미국의 발명왕 에디슨은 동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다. 에펠탑은 알아도 설계자 에펠을 모르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세계적인 발명왕 에디슨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프랑스 사람은 에펠도 에디슨만큼 위대한 사람으로 선전하고자 한 방에 앉힌 것은 아닐는지. 좁은 방에서 그들은 무슨 말을 주고받을까? 에펠탑 불꽃놀이를 10시에 또 한다고 하여 서둘러 내려와 300m 쯤 떨어진 광장에서 기다리니 10시가 되자 거대한 철탑 전체에 별 모양의 불꽃이 여기저기서 명멸하면서 탑 전체를 번쩍이게 한다. 옥상에 있는 탐조등에선 양쪽으로 긴 직사광선이 회전한다. 그것은 에펠탑 불꽃놀이의 절정이다.
첫댓글 즐감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