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용 KAIST 한글공학연구소장
자판 수 15개로 줄인 문자입력 시스템 개발… 10월 6일 연구발표회
신부용(67) KAIST 문화과학대 한글공학연구소장은 며칠 전 용산전자상가를 돌아다녔다.
자판의 문자 입력키가 15개인 UMPC(울트라모바일PC)를 구하기 위해서다.
그는 키 12~15개만으로도 불편 없이 한글 입력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점자를 사용하는 시각장애인에게도 유용하다.
"현재 컴퓨터 문자 입력키는 35개입니다. 컴퓨터는 주머니에 넣을 만큼 작아지는데 말이죠.
알파벳과 달리 한글은 적은 수의 키로도 쉽게 소통돼요.
전 세계 스마트폰에 알파벳 아닌 한글 자판이 깔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그는 이런 내용으로 10월 6일 대전 KAIST에서 연구발표회를 연다.
신 소장은 키의 수를 줄이는 것 외에, 맞춤법 자동교정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차카게 살자'라고 잘못 입력했어도 모니터에는 '착하게 살자'로 제대로 뜨는 식이다.
맞춤법에 서툰 외국인도 소리 나는 대로만 입력하면 사용할 수 있다.
또 한글 단어를 입력하면 영어·중국어·일본어 등으로 변환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예컨대 '엄마'라고 입력하면 'mother' '����' 'お母さん'으로 뜨는 것이다.
"한글만큼 배우기 쉬운 글자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세 살배기 아이도 자음과 모음을 조합시켜 다양한 글자를 읽고 만들 수 있어요.
외국인에게도 마찬가지예요. 아직 그 편리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특히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 그리고 아직 로마자 영향에서 자유로운 나라 사람들에게 유용하죠."
신 소장의 원래 전공은 교통공학이다.
서울대 토목공학과 출신으로, 교통개발연구원장과 교통영향평가협회장을 역임했고
지금도 카이스트에서 강의한다. 한글에 대한 관심은 20~30년 전, 캐나다 유학시절에 갖게 됐다.
외국에 오래 살아도 물건 하나 제대로 못 사는 한국인들을 보고 뭐가 문제일까 고민하다가
외래어 표기법부터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실제 발음에 가깝게 표기해야 하는데 당시 국립국어원은 관심도 없더군요.
F·R·V·Z 같은 발음은 훈민정음 순경음 표기를 되살리면 가능해요.
그래서 외국 선교단체와 '온누리 한글'이란 걸 만들었는데 이내 무관심 속에 묻혀버렸어요.
그래도 그때 훈민정음부터 주시경·최현배 선생 연구를 엄청 했어요.
한글이 얼마나 과학적인지 제대로 배웠습니다."
교통전문가 신 박사는 그 후로도 20년 가까이 자신의 작업을
'한글공학'이라 부르며 뜻을 함께할 사람들을 찾아왔다.
국문학이 아닌 과학기술 쪽에서 응답이 왔다. 2008년 만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이
그의 '한글 세계화' 방식에 공감해 지원하다가,
지난 7월 연구소까지 마련해주었다. 최근엔 KT도 개발비 5억원을 지원하고 나섰다.
"우리 문자 한글이 로마자를 대체하면서 여기저기서 '한글 좀 가르쳐달라'고 조를 날이 올 겁니다.
'한글의 세계화'가 시작되는 거죠."
첫댓글 물론 한글은 배우기 쉽습니다.....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파생어 생각하면 끔찍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