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 나 는 널 원 해 】-10-
새로운 시작...
그리고 만남...
잊지못하는 추억...
찾는 미련한 사람...
죽도록... 아픈 사랑....
"하하하- 정말 같이 일하게 되어서 기뻐요-"
꽤 어린 남자애였다. 많이 쳐줘봤자 20살 정도?
정말 어려보이는 남자였다. 아니 남자애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듯 싶었다.
'한천명이란 녀석 입니다. 아직 어려보여도, 꽤 실력이 있는 놈이고,
또 자기가 최성희씨를 돕겠다고, 하도 성화를 부려서 그래도 실력은
임원급의 녀석이니 걱정 마세요-'
청화회 임원급의 손상없는 실력인 녀석이 저렇게 어린단 사실에
성희는 앞서 가면서 그녀의 사무실로 인도하는 천영을 뚫어지게 쳐다 보았다.
"희야, 나 빨리 보고 싶어- 한성구룹 딸 말이야- 어떤 앤지 궁금해-"
"뻔하지, 어리광이나 잔뜩 피우는 여우같은 온실속 화초 겠지..."
앞서가는 천명이 듣지 못하도록 조용조용 속삭이는 그녀들이였다.
아까부터 유심히 천명이 하는 짓을 살펴봤는데,
자꾸만 유리를 힐끔 거리는게 웃음이 나왔다.
"이름이 천명이라구 했지?"
"네?! 네!!"
다소 지나치게 쾌활한 녀석이다. -_-;;
아마 성희가 자신에게 말을 시킨것에 대해 굉장히 놀란 투였다.
복도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소리로 대답한 그의 행동에 유리는 장난스럽게 쿡쿡 거렸고,
그런 유리를 힐끔 본 그 녀석의 볼이 다시 붉으스름하게 변하고 있었다.
"우리 희야는 좀 까다로운 편인데 같이 일할 수 있겠어?!"
"네!!! 그럼요! 정말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한번 꼭 만나뵙고 싶었느데 이런 기회가 올줄은 저도 몰랐거든요!
두분 실망 시켜 드리지 않게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아직도 복도가 울릴 정도로 큰소리로 말하는 그의 순진함에 성희는 왠지 그리움을 느꼈다.
젠장...
왜 모든게 너로 인해 맘아파 지는지 모르겠군...
유수영...
.
.
.
.
"여기 이방이 최성희 님께서 쓰실 방입니다."
천명이 활복문을 열자 지나치게 커다란 방이 나왔다.
꽤 높은 층에 자리 잡고 있는 성희의 방은 그 공명을 맘껏 즐기라는 듯 한 벽면이
다 창문일 정도로 환한 채광이 되는 곳이였고,
다소 고풍스럽고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벽면이며 바닥이며 모두 원목과 대리석으로 되어있었다.
너무나 공적하고 큰 방이어서 방 한가운데 굉장히 큰 녹주각으로 된 굵고 큰 사각 기둥이 있었다.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놓고 천천히 방을 둘러보는 성희는 뭐가 그리도 마음에 안드는 지 커다란
창 앞에 놓여져 있는 커다란 서재용 책상으로 다가 갔다.
두어번 손으로 쓸고,
한 세번쯤 발로 차더니-_-;
이윽고 튼튼하다고 중얼거리고선 성희의 눈치를 살피느라
정신없는 천명에게 차갑게 내뱉었다.
"난, 이런 책상 필요 없어-_- 한천명, 넌 이 책상이 무슨 용도로 쓰인다고
생각하냐?"
"... 그... 그럼 치워 드릴 까요?"
"눈치 보지 말고 말해라, 난 눈치 보는 새끼가 제일 싫어-"
그녀 역시... 내 눈치는 아랑곳 하지 않았거든....
"음, 업무를 보라고, 서류 같은거나...컴퓨터 같은 것도...."
"난, 그런거 않해, 앉아서 서류 보고 있을 체질도 아니고, 컴퓨터 및 재정이나 기록 관리는 내 체질이 아니야,
난 움직여 행동하는 것 뿐이지... 내가 이 책상을 무슨 용도로 사용할지 알고 싶지 않아? "
"네?!"
"유리야, 이리 온^-^"
"응~**^-^**"
성희가 부르자 기분이 좋아진 유리는 꽃도 달고 한껏 예쁜 미소를 띄고 성희가 걸터 앉아 있는 책상으로 간다.
유리가 가까이 다가오자 만족한듯 성희는 씨익 한번 웃더니, 그녀만의 알 수 없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_-;
이윽고 쿵 하는 소리가 나더니 유리를 책상위로 쓰러트린 후 재빨리 그녀를 덮쳤다.
유리의 하얀 손목이 갈색의 그녀의 손에 잡히고...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짖궂게,
성희는 유리에게 얼굴을 바싹 붙였다.
"난, 책상을 이런 용도로 밖에 안써- 옆방에서 민망한 소음 듣기 싫으면,
이 걸리적 거리는 덩치 좀 치워주길 바래-"
"네?!....네! -///-"
이미 얼굴이 붉혀져 딴 곳에 시선을 어색하게 두고있는 천명에게 성희는 못됐다 싶을 정도로 더욱 집요한 시선을 퍼부었다.
그 와중에도 계속 유리를 힐끔거리는 그...
저 녀석 스타일이.. 유린가?
쿡... 귀여운 녀석...
"야-! 한천명-!"
"네?!"
"나가 보지 않고 뭐해?"
"죄... 죄송해요-//-"
"아참, 너 유리가 니꺼야?"
"네?!"
"최유리가 니꺼냐구-_- 왜 자꾸 쳐다보니?"
"죄. 죄송합니다!!!"
황급히 후다닥 나가버리는 그의 목덜미도 새빨게 져 있었다.
".. 하하하하"
날렵한 몸놀림으로 유리에게서 떨어진 성희는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크게 웃기 시작했다.
웃겨 죽겠다는 듯 마치 아이처럼 깔깔 거리는 그녀는 사뭇 많이 밝아 지고,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차가우면서, 다정하고, 차가우면서, 다정한...
최유리가 기억하는 최성희의 그런 옛날 모습으로...
성희야... 많이 밝아졌지? 너...
그렇지..? 그게 나 때문이 아니라도 좋아... 아파하지만 말아줘...
하지만, 그녀역시 모르는게 하나 있었다.
아직은 최성희가 아니라고..
정말 최성희는 지금 이렇게 겉으론 웃지만,
속으로는... 그녀 생각에 괴로워 미치겠다고....
"희야, 그만 웃어-_- 이미지 손상 돼- 그리고 장난을 왜 그렇게 심하게 쳤어?"
아직도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배를 쥐고 있는 성희였다.
얼마나 웃었는지 쓰고 있던 푸른색 썬글라스를 살짝 올리고 손가락으로 눈주위를 얼추 두들 기고 있었다.
"푸히... 아니 걔가 널 자꾸 힐끔 거리잖아- 내 이쁜 동.생.을.. 푸훗 알지도 못하는
그런 꼬맹이 한테 함부로 인수인계 할수야 없지- 안그래? 크큭..."
"...... ......"
유난히 동생이란 말에 억양을 줘서 강조하는 최성희...
그리고 그 작은 한마디에 가슴 아퍼 가만히 있는 최유리..
아파도 함께 아플 사람은 여기 있는데...
성희 그녀는 다른 누구를 위해서만 아프다.
"희야, 근데 너 책상 치우면 뭘 이 넓은 곳에 넣으려고?"
"저 기둥만 있으면 돼..."
"기둥....?"
넓은 방을 벽대신 지탱해 주는 커다란 기둥이 방 한가운데 있었다.
성희는 만족스럽게 사각의 초록빛 대리석으로 되어있는 기둥은 한번 쓴다.
.
.
.
"저기.. 희야, 이게 모야?-_-;;;;;"
"수. 납. 장."
하루종일 자신의 사무실에 처박혀 있던 성희였다. 들어오지 말라고 유리에게 하도
신신 당부를 해둔 터라 들어가지도 못했지만 안에선 시끄러운 기계음이 났다.
무얼 하나 궁금했지만 성희의 속은 언제나 꿰뚫기엔 깊고 엉뚱한 면이 있었다.
한동안 나던 시끄러운 기계음이 멈추나 싶어 들어갔더니....
참 황당한 광경이였다.
어제까지만 해도 속이 꽉찬 사각 기둥의 창가쪽을 향한 면이
오늘은 그 사각 기둥이 뻥- 뚫려있었다.
게다가 성희의 모습도 가관이다.
아침엔 깔끔했던 머리엔 뽀연 먼지가 가득 쌓여 있고, 그녀가 쓴 보라색 고글위에도
먼지가 뿌옇게 앉았다. 성희가 입고 있던 회색 나시티와 얼룩바지 위에도 먼지가 잔뜩 묻어있었다.
정말 한참 동안이나 자신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길래 도대체
성희가 무슨 일을 꾸미나 했다.
근데 그 일이 기둥을 파내고 수납장을 만드는 거라니..
성희가 크고 텅빈 공간을 좋아하지만 이런 것까지 할줄은 유리도 예상치 못했다.
입이 딱 벌어졌다.
하지만 벌린 입으로 먼지가 들어왔기에 금방 손으로 입을 막아야만 했다.
"어때 멋있지?"
"-_-;"
"멋있지? 여기 이렇게 홈을 파 놓았어. 이곳에 유리만 몇장 끼워 넣으면 수납장이 된다구..."
"다 좋은데... 너 이꼴을 어떻게 치우려구....-_-;"
그제서야 성희는 쓰고 있던 보랏빛 고글을 벗고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뿌옇게 쌓인 먼지, 그리고 아직도 미세히 남아있는 날리는 먼지들.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였다.
방에 있는 큰 창을 열었는데도 먼지는 쉽게 가지 않았다.
돌가루라 그런지 좀 무게감이 있어서 그런것일까..
어떡해 할꺼냐며 걱정스럽게 묻는 유리 앞에 성희가 씨익 웃으며 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한테 충성을 맹세한 놈이 치워야지... 후후....!"
사악한 웃음,
성희가 쳐다보며 싱글싱글 웃는 곳에는 천명이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지저분한 방에
놀라 벙찐 표정으로 서있었다.
.
.
.
.
이렇게 격렬하게 움직여 본게 3년 만에 처음이였다.
그동안 운동은 쭈욱 해서 체력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이렇게 격렬하게 움직여 본건,
3년 만에 처음이였다. 몸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고, 그동안의 쌓아놓았던 에너지를 한번에
폭발시켜서 시원한 느낌이다.
단단하던 대리석이 성희 자신의 손에 들린 기계에 의해 고운 가루가 되어 흩어지는 모습,
무언가를 파괴해 다른 것으로 돌린다는 것...
그것이 그녀에게 묘한 쾌감을 불러 일으켜 진다.
그녀안에 들어있는 어쩔 수 없는 살의..
너무나 큰 고통에 쓰라려 그녀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그녀의 잔혹한 살의가 눈을 다시 뜬다.
묘한 감정에 잊혀져 자신도 모르게 죽여왔던 그녀의 본능적 살의가 눈을 뜬다.
갑자기 타는 듯한 갈증이 느껴졌다.
목에 무언가가 걸린듯 갑갑해져 오고, 몸은 알콜을 원한다.
"깨끗이 치워놔- 알았지?"
"네! 걱정말아요-"
청소기를 들고 허겁지겁 건물의 청소부 아주머니 들과 함께 먼지를 치우는 천명에게
나즉히 속삭인 후 성희는 유리의 눈을 피해 자신의 차로 갔다.
차 트렁크 안에 몰래 숨겨놓은 술을 꺼냈다.
작은 물병에 담은 보드카..
많은 량은 아니였지만, 성희가 느끼는 갈증을 풀어주기엔 충분했다.
너무 급하게 들이킨 나머지 목안으로 뜨거운 덩어리가 내려가 가슴을 타게 만드는 듯 하다.
거울을 내려 머리에 묻은 먼지를 살짝 털어낸 성희는 고글을 내려 목에 걸쳤다.
음악을 들을 요령으로 차안을 뒤지다가 담배를 찾게 되었다.
체력에 중요한 폐활량을 저하시킨다고 생각해 한동안 피지 않았지만,
갑자기 그 하얀 막대에 불을 붙여 보고 싶어진다.
사르르... 하얀 종이가 타들어 가고, 그 안에 담배가 타면서 나는 회색의 투명하고
보드라울 것 같은 연기..
입으로 깊게 마셨다가 다시 한줄기로 깔끔하게 뽑아낸다.
목에 갈갈한 담배향이 맴돈다. 하지만, 그 연기의 모습에 취해 멈출수가 없다.
그 연기는 잡으면 보드러울 것 같고, 천천히 흩어지는것이 투명한것 같기도 해
손으로 잡아보고 싶어진다.
성희는 천천히 손을 연기로 뻗어 잡아보지만, 그새 흩어지고, 흩어지고...
사방으로 분주히 그녀의 손을 피해 도망만 간다...
"안 잡혀..."
피식- 쓸쓸 하게 웃는 성희였다.
그러다 입안에 털어놓듯 보드카를 꿀꺽 삼켰다.
"누구처럼... 안잡히네..."
아른거린다. 연기 위로 누군가의 형상이 그려지는 것만 같다.
하지만 이내 흩어지고 마는데, 그게 성희는 더 미치게 함은...
그녀는 마치 중독 된것 처럼 담배 연기를 계속해 뿜어낸다.
그 위에 세겨지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싶다.
유수영...
이젠 기억에서 가물 거리는 그녀의 얼굴이..
하얀 연기가 스크린이 되고 성희의 눈이 투영기가 되어 수영의 얼굴을 비추는 것 같다.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한장에 폴라로이드가 성희의 손에 딸려 나와.. 그녀의 눈에 비친다.
자신과 다른 여자,
표정이 너무 생생해 옆에서 다시 조잘 거릴거 같은 여자.
언제나 투정이 심해서 한시라도 마음을 놓아선 안되는 여자.
조금 이라도 소흘히 대하는거 같으면 금새 울어버리는 여자.
유수영....
둘이서 처음 찍은 소중한 사진, 비록 흔하게 레스토랑에서 기습을 찍어주는 거였지만,
절대 버릴 수 없느 소중한 사진...
"안녕... 난 잘 있어.. 넌?"
사진에 대고 말을 거는 최성희...
"그렇게 맛있어? 많이 먹어.. 많이.. 그 모습이 제일 예쁘잖아..."
양볼에 가득 음식을 넣고 씹고있는 사진의 수영에게 말을 걸어본다.
"맛있니? 맛있니?.. 맛있니...?"
하지만, 그녀는 대답이 없다.
애타게 물어보지만 말이 없다.
애타게 만져 보지만 느껴지지 않는다...
성희의 눈물이 사진 위로 떨어진다. 정확히 수영을 바라보는 것이 찍힌 자신의 얼굴위로..
그녀의 손에 든 라이터가 갑자기 떨리고..
마찰음을 몇번 내던 라이터는 아까처럼 좋은 성능을 자랑하듯 불꽃이 일렁인다.
눈물어린 성희의 눈위로 불꽃이 비추이며...
천천히 그녀는 그 불꽃을 사진으로 가져간다.
녹아들어 가는 필름 냄새가 담배연기와 함께 섞인다. 성희는 조용히 창문을 열고,
타는 사진을 밖으로 던져 버린다.
"안녕...."
천천히.. 하나씩 널 보낼께..
한꺼번에 잡고있던 널 보내면, 내가 너무 슬퍼지니까..
하나씩, 네 생각이 간절할때 마다 하나씩만 지울께...
그러다 보면..
언젠가.. 너의 늪에서 빠져 나갈수... 있겠지...?
그렇지? 수영아.. 그렇지?
네 마지막 바램처럼, 난 살았으니까.. 이제 난 널.. 잊어야 하잖아...
하나씩만 지울께.. 용서해..
하나씩만, 조금씩 널 보낼게.... 미안해...
성희가 차에 시동을 걸었다. 무작정 달리고 싶은 마음에 그녀의 차는 도로로 빠져나가고,
텅빈 주차장, 그녀의 차가 서있던 곳에는 타다 남은 사진만 있다.
한참의 정적이후, 누군가가 주차장에 들어섰다.
성희의 차가 주차되었던 자리를 지나친 그 걸음은 타다남은 사진앞에서 멈추었다.
천천히 주워 드는 사진,
검게 그을려 졌지만,
반은 이미 탔지만,
거기엔..
한여자가 누군가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모습만이 남아있었다.
애절하고, 안타깝고, 사랑스럽게....
.
.
.
.
작은 폭발.
묘한 이끌림.
서로가 정해진 이야기.
모든 사람의 사랑 그 숨막히,
너무도 기이한 헤어짐.
그래, 그럼, 그런 이후는 그 죄를 받아야 하느니..
다 깨진 거울, 넘어 얼굴이..
그대가 절반인 날들.....
까만 눈물과 번진 입술에...
사랑은 불결함 입니까?
굳은 잠금과 죽은 다짐은... 고상은 순결함 입니까?
나혼자 일어난 미친 아침은,
맑아도... 눈물 입니다....
이소라의 -blue sky-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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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레버회원소설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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