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무등산은 부드러운 어머니산에서 신화 속 상서로운 배경으로 다시 태어났다. 수정 기둥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입석대와 서석대의 설경, 이른 새벽 눈썹달처럼 피고 지는 증심사의 눈꽃은 겨울 무등산의 진경이다.
순백의 바탕 위에 새로이 그린 무등산의 설경은 다른 무엇과 견줄 데가 없는 '무등(無等)'의 세계. 눈꽃이나 설경이 뭐 유별(有別)할까 싶지만, 하늘로 신나게 솟구친 돌기둥의 역동적인 모습은 무등산(無等山)의 이름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대표할 만한 산행 기점은 무등산 서쪽 품 안에 옴팡지게 들어앉은 증심사. 통일신라시대 사찰인 증심사는 광주를 대표하는 불교 도량이자, 무등산 눈꽃 여행의 첫 관문으로 통한다. 절이 웅장하고 화려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소박하면서도 기품 있는 품이 무등산의 정취와 참 닮았다. 눈이 내려 소복이 쌓인 겨울에는 그 조촐한 아름다움이 눈꽃 장식에 빛을 발한다. 새벽, 눈꽃 보러 나선 사람의 부지런함이 새색시처럼 곱다 했더니, 부처를 향한 불자의 눈에서 빛이 난다. 고즈넉함 속에서 마주친 눈꽃처럼 아주 형형한 빛! 아직 푸른 기운이 남아 있는 증심사 앞마당에는 어김없이 꽃이 피었다 져버렸다.대웅전을 에두른 대나무 숲 위에, 대웅전 처마 위에, 풍경의 맑은 소리 위에도 약속이나 한 듯 하얀 눈썹달이 날씬하게도 앉았다가 사라졌다. 새벽녘에만 볼 수 있는 눈꽃이다. 증심사의 눈꽃이 이렇게 귀해진 것은 예년에 비해 푸근한 날씨 탓. 하지만 눈이 자주 내리는 12월 말부터 1월 말까지는 증심사 눈꽃을 보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다. 증심사에 눈꽃이 핀 날은 무등산 정상에서 설화나 빙화를 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산책 코스에 가까운 이 길은 봉황대 약수터를 지나 중머리재-장불재-입석대·서석대까지 약 2시간 30분이면 최고의 눈꽃 포인트에 도착한다. 반나절 코스에서 무등산 일주 코스까지 다양한 등산로가 개발돼 있어 가족 눈꽃 산행지로도 추천할 만하다. 원래 무등산의 눈꽃은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말이나 2월에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올해는 아직 본격적으로 겨울이 시작되지 않아서 1월 초순쯤에나 눈꽃다운 눈꽃이 만발할 듯하다. 무등산의 특징인 너덜지대에 눈이 내려앉은 모습과 주변의 수풀에 앉은 설화의 모습은 섬세하기 그지없다. 다음날 아침 눈꽃이 만발할 것 같은 안개 낀 밤이면 광주 인근의 사진 작가는 입석대와 서석대까지 올라 여명 무렵을 기다린다. 입석대와 서석대의 눈꽃은 알알이 작고 반짝거리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다.
산사 음악회
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풍경소리>는 당시 증심사 주지 스님이었던 일철 스님을 주축으로 무등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들었다. 한 달에 한 번 <풍경소리>를 듣기 위해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의재 문화 유적지 증심사 계곡의 부드러운 경사를 따라 지은 미술관은 그 외형도 산을 닮았다. 남종 문인화의 대가인 의재 허백련을 기념하는 미술관으로 의재의 작품과 무등산의 조화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건물 구석구석에 창을 내어 미술관 안에서도 무등산의 자연을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 뒤로는 의재가 가꾸던 5만 평의 녹차밭이 있으며, '봄눈'이라는 뜻의 춘설차가 지금도 이곳 특산품으로 재배되고 있다. >> 의재 루트를 따라서 증심사 계곡 입구 → 의재미술관 → 문향정 → 춘설헌 → 의재 묘소 → 관풍대 → 춘설차밭 → 약사사 무등산 만남의 광장 증심사 루트를 이용하는 등산객이 가장 많이 쉬었다가 가는 코스가 이 두 곳이다. 올라갈 때는 봉화대 약수터에서 만나고 내려올 때는 당산나무삼거리에서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그런데 두 곳 모두 나무와 인연이 있다. 봉화대 약수터 직전에는 다소 기괴한 형태로 자란 나무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이곳을 통과할 때에는 묘한 기운이 느껴지지만 반대로 시원한 마루 위에 그늘을 드리운 당산나무는 마음마저 편안해진다는 것.
은빛 파도 넘실대는 늦가을의 중불재도 황홀하지만, 설경은 모든 걸 덮어버릴 듯 순백의 세상을 이룬다. 스키장의 매끈한 슬로프 같기도 하고 대관령의 부드러운 설경을 보는 듯도 하다. 여기서 가방을 풀어 헤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입석대와 서석대의 설경은 하늘로 솟은 은색 고드름이다. 높이 20m가 넘는 40개 남짓한 돌기둥이 햇살에 반사되어 수정처럼 반짝거린다. 곧은 '수정 병풍'은 서석대요, 석주가 3~4개씩 얹혀져 보기에도 아찔한 것이 입석대. 눈이 내려 쌓였다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해 빙화가 생기는 날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석주를 가까이서 감상하기에는 입석대가 더 좋고 탁 트인 전망은 서석대가 더 좋다. 입석대에서 서석대까지는 약 10~15분 거리. ▒ 중급자를 위한 눈꽃 트레킹 코스
서울 강남에서 한 시간 거리. 도심에서 가깝지만 고맙게도 여전히 조용하고 소박한 사찰이다. 한강이 한눈에 굽어보이는 수종사의 전망이 계절을 가릴 리 없지만 눈꽃 만발한 가지 사이로 보이는 겨울 한강은 확연히 느낌이 다르다. 쉽게 갈 수 있는 것이 장점. ㅇ 도보 코스 송촌리 → 운길산 입구 → 대불상 → 탁주집 → 찻집 → 대웅전 2.2km 왕복 1시간 30분 | 눈꽃 시간 06:00 ~ 10:00 | 031-574-8411 ㅇ Point 경내 찻집인 삼정헌에 들르거나 불상 앞의 주차장 부근의 쉼터에 들러 겨울 탁주를 꼭 맛볼 것. 1인당 1잔밖에 팔지 않는다. 묵은 김치와 함께 겨울의 맛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진달래능선 따라 눈꽃이 핀다 서울 사람에게 가장 친근한 산. 도심을 둘러싼 부드러운 능선이지만 산이 깊고 등산로가 발달해 어렵지 않게 눈꽃을 볼 수 있는 특징을 지녔다. 눈꽃이 피거나 눈발이 날릴 때 아름답기로 소문난 등산로는 진달래능선. 완만해 쉽게 오를 수 있지만 손에 넣을 수 있는 운해와 눈꽃 장관은 한번 보면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눈꽃에 파묻힌 도심 풍경을 안는다
신원사 들머리 쪽의 한적한 등산로도 눈꽃 감상에는 제격인 코스. 갑사 계곡에는 모양이 세밀한 수풀이 우거져 기온이 낮은 날에는 아름다운 상고대를 만날 수 있다. 대부분 4~6km 정도라 초보 산행자도 무리 없이 올라갈 수 있다. ㅇ 도보 코스 동학사 → 은선폭포 → 연천봉 → 갑사 5.1km 왕복 4시간 | 눈꽃
시간 06:00~09:00 | 042-825-3002 writer 박수운 photographer 이한구, 현일 수 발췌 : 애니카 라이프 > 자동차로 떠나는 여행 > 혼자 떠나는 여행 |
첫댓글 무등산 잼나개 조 ~오~제 특히 여름 무등산 수박 ~~죽여줘^^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