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츠씨, 죄송하지만 스위트를 옮겨 주셔야겠습니다. 약간 문제가 생겨서요. 얼마를 환불해드리면 되겠습니까.” MS 회장 빌 게이츠가 몇년 전 라스베이거스의 한 카지노에서 당한 수모이다. 냉정한 라스베이거스 업주들의 셈법에 따르면 게이츠는 잔챙이에 불과하다. 기껏해야 25달러짜리 칩으로 소일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반면 ‘고래’로 통하는 큰손들을 확보하기 위한 카지노 업계의 마케팅은 상상을 초월한다. 고래로 분류되려면 적어도 한번 체류에 평균 2백만달러를 도박판에 던지면서 1년에 서너번씩 고정적으로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사람. 카지노 업계가 사활을 걸고 관리하는 이런 고객은 200∼250명 정도라고 한다. 특이한 점은 고래의 70%가 아시아계이고, 10%가 남미계라는 것이다. 이들을 모셔오기 위해 ‘걸프 스트림’으로 불리는 전용기를 동원하는 업소에, 또 다른 업소는 보잉 727기를 개조해 수영장까지 갖춘 전용기를 보낸다.
하지만 백미는 ‘카지노 3무(無)’이다. 시계가 없고, 창문이 없고, 거울이 없다는 3무이다. 고객을 외부의 변화로부터 철저히 격리시켜 도박에만 몰두시키기 위한 것이다. 도박을 몇시간이나 했는지, 날이 밝아왔는지, 도박으로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초췌해졌는지 알 수 없게 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도록 코인박스를 설치한 것도 고객들이 느낄 쾌감과 ‘나에게도’라는 기대를 노린 것이다. 붉은색 일색의 인테리어도 손님의 이성을 마비시켜 비이성적인 베팅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란다. 모두가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카지노업계의 노하우이자 전세계 100여개국 1,800여 카지노의 불문율이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 업소가 도박중독의 예방을 위해 객장 한가운데에 대형시계를 설치키로 했다고 한다. 카지노업계에서는 ‘파문’당할 일인지 모르겠지만, 한번 들어오면 빈털터리로 내보낸다는 ‘빨대전략’을 극복한 진정한 ‘고객 제일주의’를 실천하는 것 같아 느낌이 색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