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맛 담긴 스포츠 세단
인피니티 G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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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 G35 세단이 한국에서 첫 인사를 했다.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는 G35 세단보다 닛산 스카이라인이 더 익숙한 이름일 수도 있다. 닛산의 대표적인 스포츠 세단으로 이름을 날렸던 스카이라인의 다른 이름이 바로 인피니티 G35다.
그 차가 일본도, 미국도 아닌 한국에서 처음으로 판매를 시작한 건 매우 뜻깊은 일이다. 이 땅에 자동차역사가 시작된 후 이 같은 일은 처음이다. 세계시장에서 팔리는 해외 브랜드의 차종이 한국에서 처음 소개되고 시판된 예는 지금까지 없었다. 인피니티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한국시장이 그 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시장에 대한 배려” 등으로 그 이유를 밝힌다. 자동차산업 언저리에서 지켜 보는 입장에서도 어깨가 우쭐해진다. 한국이 그 만큼 컸구나. 꼭 인피니티만이 아니다. 혼다 CR-V는 일본과 동시에 한국에서 출시했으니 역시 한일 공동으로 세계 첫 공개를 한 셈이고, 볼보 S80은 아시아시장 발표무대로 한국을 택했다. 기분 좋은 일이다.
신차발표회를 막 마친 G35 세단을 경기도 안산 스피드웨이에서 만났다. 한국닛산이 기자단 시승을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 안산 스피드웨이는 카트 그랑프리 경기를 유치하기 위해 만들었으나 정작 대회 유치에 실패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경기장이다. 카트 달리라고 만든 트랙에 G35가 먼저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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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앞이 길고 뒤가 짧은 모습. 스포츠 세단의 전형이다. 차를 감싸는 선과 면이 간결하다. 어느 방향에서 차를 봐도 단순함 그 자체다. 보닛의 굴곡과 스포일러를 달아 놓은 듯한 트렁크 라인은 절묘한 맛을 낸다. 단순함 속에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아냈다. 깊은 맛을 담은 맑은 국물같다.
두가지 모델, 스포츠와 프리미엄이 있다. 스포츠 모델의 18인치 휠은 차의 당당함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17인치 휠도 물론 멋있지만 18인치와 함께 있으면 제대로 대접받기 힘들다.
인테리어에서 돋보이는 건 차가운 금속에 따뜻함을 담아낸 부분이다. 차가운 금속 알루미늄으로 따뜻한 한지 느낌을 표현했다. 창호지를 발라 놓은 듯 한 번 더 손길이 간다. 동양적인 신비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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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인텔리전트 키와 이지 엔트리 시스템, 푸시버튼 시동은 차에 오르고 시동을 걸기까지의 과정을 단순화한다. 키를 몸에 지닌 채 문을 열고 자리에 앉아 버튼을 눌러주면 된다. 잠금장치를 풀거나 키를 열쇠구멍에 꼽는 과정은 생략해도 된다. 똑똑해진 게 하나 더 있다. 인텔리전트 포지셔닝 시스템이다. 시트를 조정하면 여기에 맞춰 미러와 스티어링 휠도 자동 조정된다. 물론 미흡하면 직접 마무리 세팅을 하면 된다. 급한 마음에 대충 시트만 조정하고 출발한 후 미러를 맞췄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옆과 뒷시야를 자동으로 확보해주는 셈이니 무척 편리해졌다.
시동을 걸면 낮게 으르렁거리는 엔진소리와 만난다. 닛산이 자랑하는 VQ 엔진이 진화한 최신버전으로, VQ35HR 엔진이다. 르노삼성자동차의 VQ 엔진과 뿌리는 같지만 G35의 엔진은 후륜구동에 맞게 만들었다. 315마력의 최고출력, 36.5kg·m의 최대토크를 자랑하는 엔진은 V6 DOHC 방식이다. 흡배기에 가변밸브 타이밍을 채용했다. 흡배기장치를 2개로 구성해 효율을 높였고, 소리도 듣기 좋게 만드는 효과를 얻었다. 비틀림 강성과 차의 전면부 휨 강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유럽산 경쟁차종 대비 손색없는 성능을 보인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트랙을 돌면서 느낀 차의 움직임은 안정적이었다. 헤어핀같은 급코너에서 순간적으로 미끌림이 일어나지만 금세 안정을 되찾는다. 강성이 좋아진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후륜구동 방식으로 앞뒤의 무게배분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후륜구동 방식은 부드러운 주행을 할 때 승차감이 탁월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대신 거칠게 다루면 한계성능을 넘어서는 순간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미끄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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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트랙 한가운데서 마음놓고 이리저리 운전대를 돌려가며 스티어링 특성을 살폈다. 차량자세제어장치인 VDC를 끄면 후륜구동 특성이 그대로 나타난다. 약한 언더 스티어링을 보이던 차가 속도를 높여가면서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순간 급격한 오버 스티어링으로 변하며 턴한다. 타이어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보기에 멋있지만 실제 도로에서라면 위험한 장면이다. VDC를 작동하면 이 같은 장면은 연출되지 않는다. 차의 출력이 적절히 조절되면서 선회각에 비해 출력이 너무 클 때는 출력을 조절한다. 가속 페달을 깊이 밟아도 그 만큼 반응하지 않는다. 당연히 차가 도로 상에서 미끄러지는 일을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다.
5단 자동변속기는 팁트로닉 기능이 있다. 수동 기능인 DS 모드에서 시프트 다운할 때 차의 반응이 의외로 빠르다. 대개의 팁트로닉 방식의 변속기들은 시프트 다운을 할 때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보려면 잠시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시간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고 브레이크 페달에 발을 올려 놓는 순간 엔진 브레이크가 함께 걸리면 순간적으로 당황할 때도 있다. G35는 다른 차들보다 엔진 브레이크 반응이 빠른 편이다. 적극적인 운전을 즐기는 이들이 좋아할 만했다. 변속기에는 시프트 다운 시 힐앤토를 구사하는 것처럼 rpm을 조절해주는 기능이 있다.
300마력이 넘는 힘은 폭발적인 가속력으로 드러난다. 킥다운을 걸면 튀어나가는 짜릿함을 언제나 느낄 수 있다. 준마를 잘 다스릴 줄 아는 운전자라면 G35를 눈여겨봐도 좋겠다. 코너에서도 힘센 뒷바퀴굴림차를 잘 다스릴 수 있다면 매력적인 차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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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수입차에 관심이 많은 젊은 층은 G35의 출현소식에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BMW 320, 아우디 A4, 렉서스 IS250 등을 G35와 동급으로 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정도의 배기량과 파워에, 이 정도 멋있는 모습이라면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할 만한 카드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가격도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 프리미엄 버전 4,750만원, 스포츠 버전 4,980만원이니 말이다.
프리미엄 버전에는 17인치 알로이휠, 리어뷰 모니터, 전후방 주차센서,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 바이제논 헤드램프, 듀얼스테이지 에어백, 액티브 헤드레스트, 인텔리전트 키, 푸시버튼 스타트, 인텔리전트 포지셔닝 시스템, 알루미늄 트림 등이 적용된다. 스포츠 버전은 18인치 알로이휠, 스포츠 VDC, 스포츠 브레이크, 스포츠 서스펜션, 마그네슘 패들시프트가 추가된다.
한편, 닛산은 스카이라인에 얹는 2.5ℓ 엔진 모델을 들여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당장은 아니지만 있는 차종 들여다 파는 게 크게 어려울 일은 아니다.
인피니티 관계자는 “그렇게 되면 인피니티의 가치가 너무 낮아지지 않겠느냐”며 너스레를 떨지만 괜한 소리다. 결국 G35의 승패는 렉서스 IS250과의 싸움에서 결정나지 않을까 싶다. 넘어서면 대박이고, 박빙의 승부까지만 쫓아간데도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2.5 엔진의 도입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승을 마칠 즈음, 석양이 물들기 시작하는 안산 스피드웨이의 스카이라인이 인상적이었다.
시승 / 오종훈 기자 ojh@autotimes.co.kr
사진 / 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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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기자가 타본 인피니티 G35 세단>
인피니티의 신형 G35는 그릴에 붙은 마크로부터 퍼져 나온 볼륨감이 헤드 램프와 앞펜더를 거쳐 테일 램프 옆 마크에 도착할때까지 풍만한 볼륨감을 보여준다. 구형 G가 반듯하고 정제된 선을 보여줬다면 이제는 본인의 진가를 표현하기 시작한 셈이다. 헤드 램프는 한층 치켜세워졌으며, 앞펜더와 같이 근육질이다. 바이제논 헤드 램프가 장착돼 야간 시인성이 상당히 뛰어나다. M시리즈부터 적용한 L자의 테일 램프는 LED로 외각으로 둥근 원을 그려 불륨감을 나타내 보디의 볼륨과 잘 어울린다. 그릴은 사무라이답게 칼날을 모티브로 삼아 디자인했다.
스포츠패키지에 달린 18인치 알로이 휠과 브리지스톤 포텐자가 접지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전체적인 외형을 강인하게 보여주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그러나 이전의 밋밋한 G35에도 있던 크롬도어가 제외된 건 다소 아쉽다. 앞뒷 도어는 개방감이 뛰어나다. 특히 뒷도어는 90도로 열리고 C필러 공간을 도어로 많은 부분을 할애해 개방감을 더욱 느낄수 있다.
실내에서는 LCD 패널을 중심으로 꽉 찬 센터페시아를 만날 수 있다. LCD 패널은 7인치 터치스크린 기능과 내비게이션, 전후방 카메라, AV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사용할수 있다. 그 아래로 인피니티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편리성보다는 전체적인 시각 밸런스를 중시하느라 운전자가 보기 힘든 위치에 아날로그 시계와 6매의 CD체인저, 보스 오디오 컨트롤 버튼들이 위치해 있다. 계기판은 중앙에서 뿜어져 나오는 흰색과 파란색의 불빛이 운전자의 시인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세련된 느낌을 풍긴다.
실내 크기는 아반떼만 할 것이라는 예상을 쉽게 깨버린다. 먼저 눈으로 보기엔 시트가 빵빵하고 FR방식이어서 실내가 좁다. 그러나 실제 앉아보면 쏘나타와 비슷하다. 시트도 탑승자를 잘 받쳐주면서 편안하게 감싸준다.
VQ 엔진은 주요 부품이 80%나 바뀌었다. 흡기장치 개선으로 레드존은 6,600rpm에서 7,500rpm으로 높아졌다. 압축비 0.3 상승과 냉각장치 개선, 이리듐플러그 2개의 노킹센서 등 많은 부분들이 달라졌다. 그 결과 과거 G35는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6.0kg·m, 공차중량 1,589kg이었으나 신형 G35는 315마력, 36.5kg·m, 1,634kg으로 바뀌었다. 출력은 43마력이나 상승했고, 토크는 큰 차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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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아이들링 시 음색을 들어본다. "부풍~"하면서 낮은 음색이 약간 들려온다. 액셀 페달에 깊게 밟으면 그대로 반응을 한다. 시속 60km에서 금방 시속 170km까지 도달한다. 엔진 반응이 M45처럼 요란하기보다는 한 단계 걸러지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차가 책임감있게 운전자를 보호하면서 달리는 기분이 든다. 제동도 상당한 수준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밟았을 뿐인데 바로 서려고 한다. 수동으로 바꿔 F1 기어를 사용하면서 달렸다. 역시나 기어의 반응이 상당히 빠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라면 운전대와 기어가 같이 돌아가지 않는 점이다. 차선을 변경하면서 사용하기에는 불편이 따른다.
출력이 올라갔음에도 불구하고 승차감은 상당히 부드러워졌다. 과거 G35는 전체적으로 투박한 편이었으나 이젠 정제된 느낌이 강하다. 핸들 반응도 안락함에 치중하려다보니 약간 둔한 면이 있다. 그래서 커브길에서 운전대를 좀더 크게 돌려야 한다. 사실 구형처럼 투박하면서 사실적인 특성이 이 차엔 더 나은 것 같다. 또 고속으로 가면서 액셀이 운전자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주지 못한다. 액셀 페달을 깊게 밟았다 놓은 후 다시 살짝 밟으면 갑자기 울컥거린다. 액셀이 어떻게 해야 하나 헷갈리는 모양이다.
전반적으로 새 모델은 구형에 비해 확실히 승차감이 안락해졌다. 엔진이 부드럽게 강한 출력을 뽑아내니 다루기도 훨씬 수월해졌을 뿐 아니라 F1 기어를 사용할 수 있으므로 재미있는 주행을 즐길 수 있다.
새로 발표한 G35가 아무리 뛰어나다해도 국내에서 아직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게 큰 걸림돌이다. 따라서 지난번 동급의 외제차와 비교시승을 했던 것처럼 이번에는 국산차인 그랜저와 한 번 겨루는 행사도 해볼 만하다고 본다. 국내의 가장 큰 시장이 쏘나타급에서 그랜저급으로 넘어가는 상황이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승 / 이준우 객원기자 jun10woo12@hanmail.net
[20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