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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14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0114수] 한 물리학도의 고통스러운 직업 갖기
직업에 귀천이 있을까마는, 그래도 환경미화원이 되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어깨에 둘러메고 뛰는 물리학도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했다. 혹한이 맹위를 떨친 12일 서울 강서구 가양동 강서중학교에서 치러진 환경미화원 공개채용 체력 심사장에서 그는 20㎏짜리 모래주머니를 들고 왕복 50m를 힘껏 달렸지만 낙방했다. 나이 서른 일곱. 비록 공부하는 틈틈이 공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기록이 좋을 리가 없어 합격선보다 4초나 느렸다.
그가 환경미화원에 지원한 이유는 단순했다.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고 초봉 3,100만~3,300만원이라는 직업의 안정성과 비교적 후한 보수 때문이라고 했다. 박사과정까지 수료했지만 척박한 고용현실 앞에서 그는 전공지식을 버렸다. 순수과학도로서의 열정과 꿈도 접었다. 그 사람만이 아니다. 전문대 이상을 졸업한 23명도 환경미화원이 되려고 그와 똑같이 모래주머니를 메고 뛰었다.
대학원까지 나온 사람은 환경미화원을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더없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직업일 수 있다. 솔직히 고학력 인플레로 인해 우리 젊은이들의 직업에 대한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은 것도 문제다. 누구나 쉽게 구직난을 말하지만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도 많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 취업의 고통을 겪었던 당시의 서울대 졸업생이 후배들을 위해 애정어린 코치를 하고,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두산그룹 회장)이 대학생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에서는 일자리 늘리기 자체가 우선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자리가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 얻은 젊은이들의 지식과 능력을 활용하지 못하는 곳이라면 이 또한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고 비극이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 단순한 숫자 늘리기에 머무르면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가 미래 한국경제를 이끌어 갈 17개 신 성장동력을 선정해 집중 투자, 10년 동안 350만 명의 일다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니 기대를 걸어 본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0114수] 국세청 전·현직 청장의 뇌물 추문
전군표 전임 국세청장의 부인인 이아무개씨가 한상률 국세청장 내외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값비싼 그림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한 청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2007년 초 국세청 1급 인사를 앞두고 부부동반 저녁자리에서 그림을 받았다는 이씨의 진술은 일관성이 있고, 상당히 구체적이다. 전 전청장은 다른 인사청탁과 금품수수 혐의로 수감 중이다. 이씨가 남편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일부러 꾸며서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씨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국세청 전·현직 청장 사이에 전형적인 공직비리가 버젓이 벌어진 충격적인 일이다. 이씨는 한 청장 내외가 경쟁자의 사퇴압박 시나리오 같은 것을 만들어 왔다고 주장했다. 복마전이 따로 없다. 신뢰가 생명인 세정기관이 뇌물과 상납, 인사청탁에 오염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사정 당국은 사건의 전모를 낱낱이 밝혀야 한다.
한 청장은 지난해 새 정부 출범이후에도 유임이 되자 “온몸을 던져서라도 인사청탁을 막겠다”고 강조했던 사람이다. 전임 청장들이 이권과 청탁 비리로 줄줄이 구속된 터라 한 청장의 결단은 관행처럼 굳어진 국세청의 인사비리를 깰 것으로 기대됐다. 그런데 전임 청장이 인사청탁 비리로 구속된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현직 청장이 뇌물 상납 의혹에 휩싸였으니 할말이 없게 됐다.
이씨는 한 청장의 유임을 저지하고자 폭로한 듯한데, 청장 인사와 관련해 벌써 특정지역 인사를 앉혀야 한다는 등의 얘기들이 나돈다. 청장부터 정치권에 줄을 대면 능력과 신망은 뒷전이고 줄대기 인사가 판을 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의 인사 외압부터 막아야 한다.
국세청은 십수년째 쇄신을 다짐하고 있지만 걸핏하면 비리가 터져 나온다. 고질적인 세무 관련 부패 역시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주성 전청장은 업체에서 고가의 아파트를 뇌물로 받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방식으로 금품을 챙겼다. 비리와 부패의 관행이 뿌리가 깊으며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살 만하다.
개혁을 다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시민단체들은 민간 감독기구 설치, 세무공무원 청렴성·투명성 의무 확대 및 처벌 강화 등 세무당국의 우월적 위치를 견제할 방안을 제안해 두고 있다. 국세청이 근본적으로 쇄신하자면 이런 권고를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 사설-20090114수] 미디어융합 시대의 ‘거짓말 천국’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감자탕 식당에서 ‘평범한’ 시민에게 모욕을 줬다는 손수제작물(UCC)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됐다. 실제로는 쇠고기 집회에 참석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수십 명이 거꾸로 홍 원내대표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목격자가 없었다면 꼼짝없이 ‘인터넷 마녀사냥’에 걸려들었을 거짓말 동영상이다. 쇠고기 시위 당시 포털 사이트에 ‘여대생 사망설’과 사진들을 퍼뜨린 최모 씨는 작년 말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는 지금도 허위사실이 넘쳐난다.
인터넷만이 아니다. 지난해 광우병 관련 핵심 내용을 ‘왜곡 보도’해 쇠고기 시위를 촉발시킨 MBC ‘PD수첩’에 대해 재미교포 1020명이 12일 “미국 현지인들에게 조롱을 당하는 등 정신적 피해를 보았다”며 10억2000만 원의 손해배상과 정정 및 사과방송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인터넷 이용자가 인터넷으로, 공중파 중개자가 공중파로 거짓과 증오를 퍼뜨려 나라가 흔들릴 지경이라면 미디어융합 시대가 온 것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
사람에게는 사실과 상관없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 하는 ‘확인 편견(confirmation bias)’이 있다고 한다. 쇠고기 시위 때 왜곡된 정보를 담은 ‘미디어 바이러스’가 일파만파로 퍼진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지식과 정보의 보고(寶庫)로 쓰이는 인터넷이 왜 우리나라에선 유독 심하게 거짓과 증오, 분열의 매개체가 되는지 안타깝다.
‘여대생 사망설’을 퍼뜨린 최 씨처럼 단순히 ‘뜨고 싶어서’였든, 이른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외환위기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 진심이든, 의도적으로 거짓과 증오를 퍼뜨리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세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엄연한 거짓이 미디어 공간에 난무하는데도 진실이 탄압받는 양 국민을 오도하려는 일부 누리꾼과 매체도 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특정 상대를 해코지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유포할 수 있고 피해자가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을 언제까지나 방치할 수는 없다. 누구든 정보발신자가 될 수 있는 웹 2.0이 한국에서는 ‘거짓말 천국’으로 굳어진다면 피해는 사회 전체에 돌아온다. 인터넷이든 미디어든 허위사실로 사회에 피해를 끼치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와 관행을 확립해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090114수] '미네르바'를 다시 생각해 본다
인터넷 속의 '미네르바' 박대성씨는 "나는 나의 개인 시각을 온라인으로 알리는 블로거(blogger·인터넷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일 뿐이다. 나는 정치인도 아니고 연쇄살인범도 아니다. 정치적 사건으로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씨의 변호사가 13일 인터넷에 올린 접견록 내용이다. 박씨는 "IMF사태 때 친구 부모님이 자살을 해 친구와 동생이 어려움을 겪는 걸 봤다. 내 가정은 내가 지킨다는 취지의 선제 방어적 차원에서 (2007년부터 경제) 공부를 시작했다"며 "서울대 이준구 교수의 '경제학 원론'을 이론적 토대로 삼았고 실물경제는 잡지·서적, 인터넷사이트와 블로그 등을 통해 습득했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경제학 원론을 한 권 읽고 잡지·책 그리고 인터넷 속의 경제기사와 해설을 읽고 익힌 뒤 그걸 토대로 2008년 4월부터 12월까지 280편가량의 글을 썼다는 것이다. 박씨가 썼다는 280편의 글은 인터넷에서 모음집으로 묶여 마치 무슨 성전(聖典) 같은 대접을 받고 있다. 그의 글은 '가진 자들'이란 표현이 수도 없이 등장하는 데서 드러나듯 이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이나 대기업에 대한 욕설과 저주, 증오로 가득하다.
박씨가 30대 무직의 비(非)경제전문가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를 국민 경제의 스승으로 떠받들어 왔던 좌파 경제학자, 좌파 언론인 등이 박씨의 '예언'이 맞았던 사례(事例)라고 호들갑을 떨며 들먹이는 지난해 7월 19일의 환율 관련 글만 봐도 "개 사기극을 하는구나" "또 돈 지랄" 같은 욕설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쥐×× 정부'라는 표현을 자주 썼고 대한민국을 "이 개 ××× 놈의 나라" "이 나라는 완전 돌았어"라고 했다. 걸핏하면 "살기 위해서라도 나가야 해"라며 '이민' 타령을 했다. 좌파 지식인들은 박씨의 논리나 예측의 정확성 여부보다 그가 구사하는 이 나라와 가진 자들을 향한 저주(詛呪)의 수사학에 더 끌렸다고 할 수 있다.
박씨를 숭배했던 사람들은 그가 작년 9월 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을 닷새 전쯤 예측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당시엔 이미 리먼브러더스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달아 나오고 있었고 자신의 주장이 틀렸다 해서 잃을 게 아무것도 없는 박씨가 눈 감고 내지른 말이 운 좋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박씨 글의 특징은 이 나라 경제 상황이 무조건 최악의 상황으로 몰릴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박씨는 지난해 7월 물가 폭등을 예고하면서 "각자 쌀이나 참치통조림 휴지 생수 비누 라면 등 생필품을 반년치 사서 보관하라"고 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은 8월 이후 꺾였다. 8월 말 글에서 "국제원자재 가격이 오를 것이니 원자재 펀드에 투자하면 최소 25% 이상 수익률이 보장된다"고 했다. 그러나 원유 값은 4분의 1로 떨어지고 원자재 펀드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큰 손실을 봤다. 그는 "이스라엘이 이란을 7월 하순에서 8월 초 선제 공격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박씨는 영국계 은행 HSBC의 이름에 '홍콩 상하이'가 들어간다는 이유로 '중국계 은행'으로 오해하고는 "HSBC의 외환은행 인수는 (중국자본 침투의) 시발점"이라고 했다. 그가 인용한 수치들은 어디가 출처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박씨는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파생상품이라는 시한폭탄에 발을 담근 인간" "30세 넘어 미국에 건너가 학사·석사 과정을 밟았다"는 식으로 자신의 경력을 속였지만, 냉철한 지적(知的) 판단 능력을 갖춘 진짜 경제학자, 진짜 언론인, 진짜 지식인이라면 박씨가 구사하는 허점투성이의 논리, 말세론(末世論)적 극단주의, 부정확한 경제 지식과 경제 상식을 뚫어 봤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은 드물었다. 특히 좌파 지식인이나 언론인, 경제학자 중엔 한 사람도 박씨에게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경제 지식이 부족해서 그랬다면 경제학 선생을 접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그리고 그 나라의 그래도 성공한 사람이나 기업들이 막판에 몰려 몰락하리라는 박씨의 저주에 홀렸던 것이다.
정치권은 미네르바를 정권 반대 투쟁의 불쏘시개로 삼아보려는 욕심에 눈이 멀었고, 박씨 구속 이후에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마도 정부가 경제 문제에 대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로 유능했더라면 미네르바라는 눈먼 동물은 애초에 태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태어나선 안 될 것을 태어나게 한 것은 정부다.
[서울신문 사설-20090114수] 신성장동력 성패 투자에 달렸다
이명박정부가 10년 후를 겨냥한 먹거리 청사진을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기술 분야 6개와 방송통신융합 등 첨단융합산업 6개, 글로벌 헬스케어 등 고부가서비스 분야 5개 등 모두 17개 사업을 신성장동력 산업으로 선정하고 집중 육성키로 했다고 한다. 이들 산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부가가치 창출규모는 10년 후 700조원대로 3배 이상 늘어나고 일자리 창출규모는 3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주요 선진국들이 글로벌 경제위기를 타개하는 방편으로 환경친화적인 산업 육성에 매달리고 있는 가운데 녹색과 고부가가치를 융합한 신성장동력 발굴은 시의적절한 대응으로 평가된다.
경제위기 이후의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행사하려면 한발 앞선 투자가 필수적이다. 또 민간투자를 유발하려면 위험도가 높은 첨단기술 분야에서는 재정의 연구·개발(R&D) 투자 및 인프라 구축이 담보돼야 한다. 그래야만 고질적인 대일무역 역조현상 및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심화현상을 극복할 수 있다. 정부가 강조했듯이 R&D 전략도 ‘선진국 추격형’에서 ‘글로벌 주도형’으로 탈바꿈해야 함은 물론이다. 특히 글로벌 헬스케어와 방송통신융합 분야 등에서는 획기적인 규제 완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우리는 이명박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내놓았던 녹색 뉴딜사업 등에서도 지적했지만 이번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 역시 투자가 성패의 관건이라고 본다. 더구나 투자 재원의 90% 이상을 민간부문이 떠맡는다. 정부는 오는 4월까지 구체적인 재원조달 계획을 제시한다지만 급격한 경기 침체로 세수와 기업 순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10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신성장동력 산업은 국가 지속성의 전제조건인 만큼 재정 건전성에 다소 무리가 가더라도 투자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0114수] 엔貨강세 어디까지 갈 것인가
새해 들어 주요 통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다시 오름세를 타는 모습이다. 한때 달러당 1200원대로 떨어졌던 원 · 달러 환율은 1300원대 중반으로 뛰어올랐고 원 · 엔 환율의 경우는 100엔당 1500원선을 오르내린다. 지난 연말 일시 억제됐던 외화 결제수요가 다시 늘고 있는데다 향후 경제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는 점 등이 주요 원인이다. 급격한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하게 마련이다. 수입 상품 가격을 밀어올려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加重)시키고,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 효과를 제대로 누릴 수 없게 만드는 점이 무엇보다 우려된다. 특히 대일 부품 의존도가 높은 업체들의 경우 불과 1년여 만에 2배 수준으로 치솟은 원 · 엔 환율의 영향으로 고통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며 비관하고 있을 일은 아니다. 급등한 환율은 다른 한편에서는 국제시장에서 우리 상품의 가격경쟁력을 크게 강화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까닭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일본상품을 따라잡고 추월하기에 지금처럼 좋은 기회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상대적 가격이 단시일 내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고 보면 주요 시장에서 한국상품의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신흥개도국 등 신규시장 개척에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과 일본은 산업구조 자체가 상호대체적 성격을 띠면서 경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번 기회를 잘만 활용하면 경제활력 회복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신규시장 개척 및 기술개발에 더욱 박차(拍車)를 가하는 등 엔고를 수출확대로 연결시키는데 총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 수출 없이는 버틸 수 없는 게 우리 경제의 현실이지만 실제 수출은 두자릿수 하락률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정부 또한 다양한 수출지원책과 부품산업 육성책을 마련해 기업들의 노력을 지원하고 매년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대일 무역적자를 줄여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 같은 수출부진이 계속될 경우 정부가 목표로 잡은 올 수출 4500억달러는 그림의 떡에 지나지 않을 것이란 점은 명심하지 않으면 안될 대목이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예영준(정치부문 차장)-20090114수] 다산의 일본론
일본 대마도의 역사자료관 앞마당에는 ‘성신지교린(誠信之交隣)’이라고 새긴 큼지막한 바위가 세워져 있다. 평생을 조선과의 교류에 바친 유학자 겸 외교관 아메노모리 호슈(雨森芳洲·1668~1755)의 가르침을 새긴 비석이다. 일본에서도 잊혀져 있던 아메노모리를 재발견한 사람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다. 1990년 5월 방일 당시 국회 연설에서 성신외교 정신을 인용하며 한·일 우호를 강조한 뒤 아메노모리를 재조명하는 연구와 기념사업이 활발하게 일어난 것이다.
아메노모리보다 한 세기 후세 사람인 다산 정약용(1762∼1836)은 실사구시의 자세로 일본을 연구했다. 『여유당전서』 가운데 ‘일본론’이란 제목으로 남긴 두 편의 글이 그 결과물이다. 조선통신사가 일본에서 가져온 서적을 정독한 다산은 일본을 학문 수준이 낮은 나라로 얕보던 조선 지식인의 통념에서 탈피한다. “일본은 원래 백제에서 책을 얻어다 보았는데 처음에는 매우 몽매하였다. 그 후 중국의 장쑤·저장 지방과 교역을 트면서 좋은 책을 모조리 구입해 갔고, 과거를 통해 관리를 뽑는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학문을 할 수 있었다. 지금 와서는 우리나라를 능가하게 되었으니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다산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의 일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학문과 문화가 발달하면 남의 나라를 침략하는 악습은 사라질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산의 일본론이 오류였음은 훗날 역사가 증명하는 바다. 다산이 일본을 제대로 보지 못하여 그의 사후 70여 년 만에 한국을 삼킬 줄은 미처 예견하지 못했다는 평을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박석무『다산 정약용의 일일수행』)
11일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참석한 만찬장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다산을 언급했다. 만찬사에서 “다산은 편견과 명분론에서 벗어나 일본을 보고 배우려 했다”고 말한 것이다. 일본에 대한 편견을 깨고 배울 건 배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라면 백번 옳은 말이다. 하지만 다산의 일본론을 언급할 때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국제 정세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없으면 훗날 큰 화를 입게 된다는 교훈이 그것이다. 천하의 대학자 다산조차 판단을 그르친 경우가 있었으니 학문 수준이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 위정자들에게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교훈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위원)-20090114수] 환율조작과 미네르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올린 글 때문에 지난해 외환보유액이 20억달러 이상 추가 소진됐다”. 미네르바에게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씌워 구속한 검찰의 계산이다. 쉽게 말해 미네르바 때문에 정부가 환율방어를 위해 안 써도 될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며칠 새 탕진해야 했다는 것이다.
미네르바 구속을 계기로 새롭게 조명받게 된 용어가 환율조작, 환율개입이다. 그 전까지만 해도 예사롭게 쓰던 이 말이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한 신문의 해설을 보자. “미네르바의 글이 해외로 전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한국 정부가 외환 거래를 금지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정부가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질 경우 ‘환율조작 국가’로 낙인 찍히면서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그의 글은 국제신인도와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공익을 해칠 것을 알면서도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미네르바는 씻을 수 없는, 엄청난 죄를 지은 것이다. 외환시장을 교란시키고 외환보유액에 큰 손실을 끼친 죄다.
반면 경향신문은 정반대 입장이다. 우선 미네르바의 글 때문에 20억달러의 외환보유액이 소진됐다는 논리에 허점이 많고 비약이 심하다. 그의 글이 환율 상승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계산 자체가 불가능하다. 개연성만으로 법을 논할 수는 없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바둑에서 자기가 놓은 돌로 자기를 불리하게 하는 수를 자충수(自充手)라고 한다. 검찰이 미네르바 구속을 위해 둔 수가 바로 자충수다. 구속과정을 통해 정부가 달러를 푸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조작 수준의’ 개입을 한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적으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돼 무역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는 행위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는 구두 개입 등 미세조정을 통한 개입 이상의 행위를 자제하고 있다.
보수적인 월스트리트저널조차 미네르바 체포는 한국의 투명하지 못한 통화정책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공정책에 대한 비판에 관용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모든 죄를 미네르바에게 덮어 씌울 태세다. 미네르바의 죄라면 신뢰를 잃고 무능한 정부를 둔 죄가 아닌가 한다.
[매일경제신문 칼럼-기자24시/현경식(정치부 기자)-20090114수] 의원들의 해외방문 눈치작전
동양인과 서양인은 서로 사고방식이 다르다고 한다. 동양인은 전체 맥락에서 상황을 본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황이 바뀌면 재계약을 하거나 적어도 바뀐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치 못할 상황이 발생하면 약속을 깨거나 연기해도 상대방이 이해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서양인은 상황 하나하나를 객체로 본다고 한다. 상황이 바뀌었다고 계약을 파기하거나 재계약하지 않는다. 천지가 개벽해도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본다.
최근 의원들 외유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의원들은 폭력국회를 만들어 세계적인 조롱거리를 만들었으면서도 쟁점이 일단락되자 여야 할 것 없이 줄줄이 외국으로 나가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주 말에는 사생활이라고 하지만 민주당 의원 9명이 태국에서 골프를 쳐 국민적 비난을 한몸에 받고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국가 외교와 관련된 외국 방문까지 취소하면서 주요 인사와 잡아놓은 약속까지 파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위 소속 최경환 김성식 오제세 의원 등은 하와이 주지사와 만날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같은 상임위 소속 강봉균 박종근 의원 등은 동남아 산업시찰을 취소하면서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와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김형오 국회의장도 14일로 예정된 이집트 순방을 취소하면서 하원의장 대담 일정을 없던 일로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이 국내 사정을 이유로 외국 지도자들과 만나기로 한 약속을 줄줄이 깨고 있는 것이다.
관광만을 목적으로 하는 외유와 외유 일정이 포함될 수 있지만 지도자급 인사를 만나는 외교 방문은 구별돼야 한다. 특히 정서가 비슷한 동양권 국가가 아니라 외교를 목적으로 한 서양 국가 방문은 더욱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김영필(근융부 기자)-20090114수] 저축은행 부실 대출 누구 책임인가
“결국 사고를 터뜨렸네요. 안타깝습니다.” 부산저축은행 대표가 부실 대출문제로 구속되자 저축은행 관계자들은 이런 반응을 보였다. 부산저축은행은 투자은행(IB)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부실대출 문제로 대표가 구속되고 회장을 포함한 임원들이 불구속 기소된 데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다.
연초부터 저축은행 업계가 부실 대출문제로 시끄럽다. 현재 부산저축은행 임원들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물론 아직은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무죄로 봐야 한다.
또 해당 저축은행은 “대출을 해주면서 담보를 잡았고 나름대로 사업성 평가를 거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모든 PF 대출이 검찰 조사 대상은 아닌데다 저축은행업계를 선도하는 업체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파장을 던져주고 있다.
저축은행은 대주주의 입김이 지나칠 정도로 세다. 대주주의 말 한 마디에 대출 여부가 결정된다. 잇단 부실 대출 사건을 지켜보노라면 저축은행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와 관리감독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결국 공은 금융감독당국으로 돌아온다. 올해부터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특수목적회사(SPC) 등 실질 소유주에 대한 감독은 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아울러 유관기관과의 협조도 강화해야 한다.
검찰이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내사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10월이라고 한다. 금융위원회가 부산저축은행에 부실 저축은행 인수승인을 내준 것은 지난해 11월 초다. 대표가 구속되고 대주주가 불구속 기소될 사안이었다면 승인 연기 등의 조치가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저축은행업계도 자성해야 한다. 지방은행과 견줄 만큼 덩치가 커진 저축은행에서 아직도 부실 대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체계적이고 투명한 대출시스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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