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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기본반(10강)
주제: 진짜와 가짜, 표절 문제
[동영상]
1. 지식채널: 눈의 착각
2. 자료 읽기
-김민수 교수의 글
-대중 문화 관련 자료
-저작권과 표절(카피레프트와 카피라이트)
3. 논술 수업 정리하기
이슈&테마 : 저작권과 표절
옛날에 어느 도둑이 남의 슬갑(膝甲)을 훔쳤다. 슬갑은 바지 위로 무릎까지 내려오도록 껴입는 겨울 옷이다. 하지만 도둑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몰라 이마에 붙이고 밖으로 나왔다. 사람들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비롯된 말이 슬갑도적(膝甲盜賊)이다. 글을 잘 모르는 사람이 남의 글을 제가 지은 것처럼 훔쳐 쓸 때 자주 활용하는 말이다.
눈 밝은 독자라면 이쯤에서 한 마디 할 만하다. 여기까지 설명은 '우리말 유래사전'의 내용을,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출처를 '우리말 유래사전'이라고 밝힌 어느 포털 사이트의 검색 내용을 각색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런 글은 표절일까, 인용일까, 재창작일까?
우리 사회가 표절 시비로 홍역을 앓고 있다. 한때 빈발했던 대중문화 표절 시비가 이제는 유명 작가의 작품과 대학 총장의 과거 논문으로까지 번졌다. 문제는 표절 시비 당사자들의 반응이 당당하다는 점이다. 내가 먼저 썼네, 함께 썼네, 몰랐네, 관행이네 하면서 변명을 해댄다. 누구 하나 흔쾌히 "내 탓이오" 하는 사람이 드물다. 그만큼 표절을 대수롭지 않게 보는 것이다.
표절 행위는 흔히 도둑질로 간주한다. 훔치는 대상이 물건이 아니라 지적 정보긴 하지만 남의 것을 허락 없이 사용하는 것은 범죄로 보는 것이다. 세계 각국이 법으로 저작권(copyright)을 보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표절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법적 처벌도 미약해서다. 또 손쉽게 빨리 성과를 얻으려는 현대인의 심리와 사회 풍토 탓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 가시적인 성과물을 남보다 먼저 창출하려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또는 의도적으로 표절을 일삼게 된다는 얘기다.
주목할 것은 인류의 지적 자산인 지식과 정보가 소수에게 독점돼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있다는 점이다. 지적 창작물을 향유할 권리를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 한다는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이 그것이다. 이 운동은 저작권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학문과 문화, 예술 분야의 창작물이 널리 이용될 수 없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문화 발전과 창작물의 이용 확대를 추구하는 저작권 본래의 목적을 살릴 수 없게 한다는 것이다. 최근 '열린 접근'이란 관점에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지식접근권조약'을 적극 논의하는 것은 카피레프트의 정신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증거다.
그럼 표절은 허용돼야 할까, 허용된다면 창작 행위가 원활하게 이뤄질까? 전문가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무분별한 베끼기 행위를 방치하면 창작욕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싸구려 문화만 양산해 결과적으로 모든 사람이 사회.경제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피라이트와 카피레프트가 조화롭게 만날 수 있는 지점을 생각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지점은 어디일까?
표절 시비 자주 생기는데 …
학계 출신 저명 인사들의 표절 시비가 최근 자주 일어난다. 그러나 한국의 지식인 사회에서 표절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다. 사회가 투명해지고 공인의 자격 기준이 높아져 과거에는 그대로 넘어갔던 일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표절이 문제가 된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사회가 발전한다는 증거다. 표절은 남의 창작물을 베껴 자신의 것처럼 발표하는 행위를 말한다. 간단하게 말해 '지식 도둑'이다. 법적으로는 저작권 또는 지적재산권의 침해 행위이며 민.형사적 책임이 따르는 범죄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표절이 잦은 데는 그럴 만한 문화적 배경이 있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근대화라는 목표를 빨리 달성하기 위해 선진국의 지식을 수입해야 했다. 지식인의 중요한 임무는 번역과 소개였다. 그 과정에서 후진국이라는 핑계를 내세워 저작권료를 내지 않고 버티다 보니 표절에 관대한 문화가 만들어졌다. 결국 국내에서 만들어진 지적재산도 존중하지 않게 됐다.
수량적 성과를 중시하는 대학의 시스템도 창조성을 소홀하게 평가하는 풍조를 만들었다. 더구나 연고와 의리를 중시하는 우리 조직 문화에서는 표절을 고발하려면 '왕따'가 될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사실 지적재산이 많은 선진국일수록 표절에 엄격하다. 어느 미국 대학에서 최근 남의 논문을 표절한 한국 유학생의 박사 학위를 취소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사자는 국내 교수직도 상실했다.
일본에서 공부할 때 한 학생이 필자가 작성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불과 3~4행 인용하려고 정중하게 허가를 요청하면서 논문에 출처를 밝히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지식이 사적 재산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며 신선한 충격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첨단기술을 포함해 국내 지적재산의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 됐다. 중국에서는 실제로 한류 스타의 작품을 담은 해적판 DVD와 CD가 넘쳐나고 있다. 외국인에게 지적재산권을 지키라고 요구하려면 우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인터넷 시대에는 특히 원본과 구분할 수 없는 복사물이 순식간에 퍼진다. 따라서 지적재산권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지식.정보.문화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 이종구 / 성공회대 교수, 사회학
☞ 생각 플러스 : 인터넷에서 자주 등장하는 패러디를 표절과 비교해 차이점을 밝히고 패러디가 처벌받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라.
카피라이트 창작물 권리 보호 … 지적 자산 독점 반대 카피레프트
◎ 카피라이트
저작권을 의미하는 카피라이트는 1557년 영국 국왕이 인쇄업자들에게 책을 출판(copy)할 수 있는 독점권을 허가한 데서 유래했다. 이때 저작권은 책의 저자가 아니라 인쇄기를 소유한 출판업자에게 돌아갔다. 1710년이 돼서야 카피라이트는 '앤 여왕법'에 따라 저작자의 권리로 규정됐다.
저작권이란 '저작물의 이용을 금지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러므로 저작권자는 대가를 지급하는 자에게만 이용을 허락함으로써 이윤을 얻는다. 결과적으로 저작권은 학문과 예술 분야의 창작에 재능이 있는 자들이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것을 막는다. 또 이들에게 사회적 수요가 큰 작품을 창작할 동기를 제공한다. 그러나 저작권이 보장하는 것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지 이윤 자체는 아니다.
저작권 제도를 이해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저작권법은 문화의 향상과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창작물은 보호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 대표 축구팀이 평가전에서 그리스를 이겼다'는 단순한 사실을 보도한 기사는 보호되지 않는다. 그러나 평가전에 나타난 대표팀의 문제점을 비판한 기사는 보호받을 수 있다. 저작권법은 또 문화의 향상과 발전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저작권을 이용하지만 그 목적을 위해 오히려 저작권 보호를 제한하기도 한다.
저작권 침해 유형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자기 창작물로 보이게 하는 행위다. 또 교과서나 컴퓨터 프로그램, 음반의 불법 복제처럼 다른 사람의 창작물을 '소비'하는 행위를 들 수 있다. 디지털과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자주 거론되는 저작권 침해 행위는 이 유형에 속한다.
문제의 핵심은 기술 발달로 새롭게 생긴 이윤의 배분에 있다. 적은 대가를 지급하려는 소비자, 많은 대가를 바라면서 인터넷 서비스업자를 이용하려는 창작자, 이에 저항하며 이용자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인터넷 서비스업자들은 각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저작권법을 해석하며 저작권 정책을 주장한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는 비난 대상이 될 수 없다. 결국 문화의 향상과 발전에 더 많이 기여하는 자에게 창작물에서 나온 사회적 이윤이 더 많이 배분되도록 법적 도구를 마련해야 한다.
- 박준우 / 서강대 교수, 법학
☞ 생각 플러스 : 문화의 향상과 발전을 위해 저작권을 제한할 수 있는 상황을 생각하고, 저작권 제한 기준을 제시하라.
◎ 카피레프트
카피레프트(copyleft)는 복제(copy)할 권리(right), 즉 저작권을 뜻하는 카피라이트(copyright)를 비틀어 만든 신조어다. 지적 재산권에 반대한다는 뜻을 갖고 있으며, 지적 창작물을 향유할 권리를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피레프트를 이해하려면 저작권의 의미부터 알아야 한다. 저작권은 저작물의 권리를 보호할 뿐 아니라 저작권의 대상인 문화.예술 분야의 창작물이 사회적으로 널리 이용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카피레프트 역시 '창작물의 사회적 이용'을 추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카피라이트와 카피레프트가 대립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카피라이트는 다만 창작물에 대한 사적 권리를 보장해 창작물의 생산을 늘리려는 것이고, 카피레프트는 사적 권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창작물을 확산시키려고 한다. 카피레프트는 사적 권리를 통해 창작물, 나아가 지식을 독점하게 만드는 카피라이트 제도의 한계와 모순을 지적한다.
모든 창작물의 사적 권리를 인정하면 미래의 창작자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축소되므로 창작물의 사회적 이용이 어려워지고, 결국 창작물의 생산 자체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용 가능한 자원이 모두 사유지로 편입돼 생기는 '사유지의 비극'이야말로 카피라이트가 갖는 가장 큰 한계라는 얘기다.
카피레프트가 남의 지적재산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거나 지적 저작물을 모두 공짜로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인류의 지적 자산인 지식과 정보가 소수에게 독점돼서는 안 된다는 데 근본 취지가 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점차 지식에 대한 '열린 접근(open access)' 운동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의회에 공적 자금으로 이뤄진 연구 성과는 6개월 내에 인터넷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공중 접근 법안'이 제출됐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04년 공공기금으로 제작한 연구 데이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가 지금 지식에 대한 접근 방식에 무게를 둔 '지식접근권조약(A2K)'을 적극 논의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 남희섭 / 변리사, 정보공유연대 대표
☞ 생각 플러스 : 카피레프트를 허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찾고,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라.
영역별로 짚어 보는 표절
◎ 심리
완벽하게 새로운 것을 창작하기는 매우 어렵다. 인간의 창작물이 누적돼 있고 타인과 영향을 빈번하게 주고받는 현대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표절이 잦은 이유는 완벽한 창작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표절의 심리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의식하지 못한 표절과 의도한 표절이다. 하버드대 교수였던 유명한 심리학자 스키너(1904~90)는 어느 날 독특하고 참신한 표현을 생각해 내고 스스로 감탄했다. 알고 보니 오래전 자신이 이미 쓴 글이었다. 이처럼 의식하지 못한 표절은 언젠가 경험한 누군가의 작업이 기억 속에 남고 이것을 내 것이라고 생각해 자신의 결과물로 내놓는 기억 왜곡에 의한 표절이다. 반면 의도적 표절은 남의 창작물을 자기 것인 양 가장하는 표절이다.
표절은 남을 따라 하려는 모방처럼 인간의 본능일 수 있다. 인간은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을 잘 따라 한다. 태어난 지 사흘된 아기도 그 앞에서 혀를 내밀거나 입을 벌리면 흉내를 낸다. 이렇게 타인을 모방하는 이유는 생존하는 데 더 유리한 결과를 가져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좀 더 안전한 결과를 얻으려는 본능이 작용해 표절이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표절은 타인에게 인정받고 빨리 결실을 얻으려는 욕구 때문에 일어나기도 한다. 성공 욕구가 강한 사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빨리 성공하려는 사람, 어떤 것이 성공으로 가는 길인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 의도적인 표절을 하기 쉽다. 특히 표절은 빠른 결과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자주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눈에 보이는 분명한 결과를 중시하고 끊임없이 경쟁을 유도하는 사회에서 표절은 자주 일어나게 마련이다.
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찾던 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발견했을 때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거나 자기 능력에 비해 좀 더 많은 것을 얻으려 할 때도 표절은 쉽게 일어날 수 있다.
표절은 범죄다. 따라서 표절을 막으려면 결과만 중시하는 분위기를 지양해야 한다. 동시에 다른 사람의 것보다는 나 자신의 생각과 작업에 더 가치를 둘 때 표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 곽금주 / 서울대 교수, 심리학
☞ 생각 플러스 : 눈에 보이는 결과만 중시하고 끊임없이 경쟁을 유도하는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 세 가지를 들어라.
◎ 법률
표절 문제로 지식인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표절의 심각성은 어문 분야뿐 아니라 음악과 미술 나아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발생한다는 데 있다. 각 분야에서 빈발하는 표절을 방지하려면 현실적으로 저작권법의 규정부터 바꿔야 한다.
저작물을 권리 대상으로 하는 저작권법은 두 가지를 목표로 삼는다. 저작자의 권리 보호와 저작물의 이용 촉진이다. 저작물의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경우에 따라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게도 한다. 따라서 저작권법에서 허용하는 제한 사유를 합리적으로 따지면 표절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문제는 표절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규정이 현행 저작권법에 있음에도 법 적용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저작권법은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이용된 저작물의 출처를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이를 강제하기 위해 '출처 명시 위반죄'를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죄로 처벌된 예를 찾기 어렵다. 그만큼 비현실적이라는 얘기다.
사실 출처 명시만 제대로 이뤄져도 표절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그럼에도 출처를 제대로 명시하지 않는 것은 이 죄가 친고죄 형태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친고죄 또는 반의사불벌죄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친고죄로 돼 있던 것을 신저작권법에서 비친고죄로 개정했다.
또 다른 문제는 출처 명시의 방법에 관한 것이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이에 대해 "저작물의 이용 상황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이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간단해서 그런지 이 방법이 확립되지 못한 상태다. 그러므로 법에 출처 명시의 구체적 방법을 제시하도록 개정하는 것도 좋겠다. 이 분야에서 앞서 가는 독일 저작권법이나 일본 저작권법을 참고할 만하다.
법 개정이 이뤄졌다 해도 법의 기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저작권에 관한 일반의 인식이 낮은 상태에서는 저작권법도 제구실을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저작권과 표절에 관한 문제 의식을 일반인에게 지속적으로 알려 나가야 표절의 악순환이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저작물을 생산하는 당사자의 학자적 양심과 직업윤리 의식이 사회 밑바닥에 형성돼야 한다.
- 박영길 / 한국저작권법학회 회장
☞ 생각 플러스 : 표절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효성이 높은 법적 조치를 근거와 함께 제시하라.
◎ 교과서에 나타난 실마리
서울대 2008학년도 통합 교과 논술 1차 예시 문항은 '카피라이트와 카피레프트'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지식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며 중요한 자원으로 부각된 정보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보도록 한 것이다. 그만큼 저작권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다. 여러 교과서에서도 이 문제를 다룬다.
'도덕'(교육인적자원부) 교과서는 '현대 사회와 도덕 문제' 단원에서 정보가 디지털 기술과 결합해 사회의 변화를 주도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정보가 일반 공산품과는 다르다는 설명은 유념할 만하다. 정보는 사용해도 없어지거나 줄지 않으며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며 변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새로운 시각으로 정보에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 예시 문항이 도덕 교과서 내용을 제시문으로 활용한 것도 정보의 이런 특성 때문이다.
'사회'(대한교과서)는 '시민 사회의 발전과 민주 시민' 단원에서 카피라이트와 카피레프트를 현대 사회의 쟁점 가운데 하나로 뽑았다. 물 부족과 세계화 문제처럼 저작권 분쟁도 현대 사회에서 새롭게 나타난 갈등 요소라는 것이다.
이처럼 이해 관계가 충돌하는 사회적 문제는 타협의 정신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민윤리'(교육인적자원부)의 '현대 사회 문제와 시민 윤리' 단원에서는 정보 윤리를 소개했다. 지적재산권 문제는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생기는 윤리 문제이므로 타인을 존중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사회문화'(대한교과서)는 '정보 사회의 전개와 대응' 단원에서 정보 사회를 정보와 지식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회라 정의했다. 정보가 곧 부와 연결되는 시대이므로 정보 저작권 분쟁을 해결할 뚜렷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 한입정보
◎ 오마주(hommage)
프랑스어로 존경과 경의를 뜻한다. 영화 제작자가 존경의 표시로 선배 영화인의 작품에 사용된 주요 대사나 장면을 본뜨는 행위를 가리킨다.
미국 영화감독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향을 받은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은 '사이코'(1960)에 등장하는 샤워실 살인 장면을 자신의 영화 '드레스드 투 킬'(1980)에서 그대로 오마주했다. 우리나라 영화감독 이명세도 '개그맨'이라는 작품에서 영국의 영화감독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 스타일을 본떴다.
영화뿐 아니라 음악 장르에도 쓰이는 오마주는 존경을 표현하는 점에서 패러디나 표절과는 다르다.
◎ 패스티시(pastiche)
원작을 모방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낸 것. 원작의 분위기를 그대로 차용해 새로운 효과를 노린다.
영국의 소설가 코넌 도일이 창조한 셜록 홈즈를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자신의 작품 '괴도 루팽'에 등장시킨 것이 그 예다. 탐정이라는 직업.외모.성격을 비슷하게 차용해 별다른 설명 없이 극적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문학 작품에서 주로 사용되며, 원작의 성격과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희화화를 목적으로 하는 패러디와 다르다.
◎ 학생들 짜깁기 리포트 표절 하버드대선 '적발 프로그램'
미국 사회는 표절을 지적 도둑질로 간주해 엄격하게 규제한다. 그럼에도 대학 사회에서 표절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자료를 짜깁기해 리포트를 제출하는 대학생이 1999학년도엔 10%였지만 2001학년도엔 41%로 늘었다고 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대학생들의 표절을 방지하기 위해 하버드대가 팰라디엄 프로젝트(표절 적발 프로그램)를 도입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IBM, 인텔 등이 주도해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콘텐트 불법 사용을 막는 하드웨어다. 학생들이 파일 형태로 제출한 과제물을 인터넷 웹페이지 6000만 개, 데이터베이스에 내장된 기존 과제물 2200만 건, 정기간행물 1만여 권과 비교해 표절 여부를 가려낸다.
논 제
유명 작가의 작품과 대학 총장의 과거 논문이 잇따라 표절 시비에 휘말려 논란을 빚고 있다. 표절은 남의 창작물을 허락 없이 자기 것처럼 사용한다는 점에서 '지적 도둑질'이라는 비난을 산다. 표절은 창작자의 욕구를 꺾을 뿐 아니라 경제.사회적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그럼에도 표절이 잇따르는 것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성급하게 가시적인 결과물을 요구하는 사회 풍토 탓이 크다. 현대 사회에서 표절이 발생하는 원인을 여러 관점에서 분석하고, 저작권 보호가 표절의 부작용을 막는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 또 더 바람직한 대안은 없는지 1200자 안팎으로 논술하라.
출처 : 중앙일보
날짜 : 2007년 2월 20일
*독자 투고 칼럼: 카피라이트와 카피레프트에 대한 의견
진정한 카피라이트(copyright) 를 위한 제안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후, 장관 임명 과정에서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의 논문 표절과 관련해 인사 청문회에서는 야당 의원들의 따가운 질책이 이어졌다. 그만큼 카피라이트(copyright)는 저작물 이용자의 도덕성을 판단하는 잣대가 될 만큼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문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카피라이트(copyright)는 앞서 언급한 도덕성과는 별개로 영리나 개인적 영달을 위한 수단이 아닌 원전 그대로의 이용에도 표절과 동일시되어 취급된다는 데서 정보 사용자의 권익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실례로 저작권법 단속대행을 주로 하는 법무법인의 무차별적 단속으로 저작권법의 인식이 부족한 10대 청소년들이 인터넷 상에서 작가의 소설을 내려 받아 단속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어린 학생들의 선도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6-70만원 선에서 합의를 종용하는 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국 저작권자는 자신의 지적 재산이 ‘지식’의 수준에서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데서 지적재산권(copyright)행사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다.
소유권은 창작자에게만 주어진 배타적인 권리가 아니다. 출판물에 한정해서 설명해보자. 출판업자는 저작자와 계약을 통해 저작권을 양도받는다. 이때 이 계약을 통해 작가의 권리는 출판업자의 저작권으로 둔갑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데, 이들은 합법적인 절차로 포장해서 저작자의 작품들을 자본주의 사회에 대량생산되는 하나의 상품으로 제공한다. 그러나 이들의 출판업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카피라이트는 정작 이들 정보의 향유자인 독자에게 주어지는 정보에 대한 권리는 무척 제한적이다.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는 독자에게 저작권을 문제삼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공익보다 저작권이 우선시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런 카피라이트(copyright)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카피라이트의 존재가치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러한 카피라이트의 한계와 적용 범위가 가진 문제를 카피 레프트(copyleft)에서 모색하고자 한다. 카피레프트(copyleft)란 저작권(copyright)에 반대하는 개념으로서, 저작권으로 설정된 정보의 독점을 거부하고 정보를 공유하자는 뜻을 갖는다. 일견 카피라이트의 개념은 무시한 채 정보의 무단 배포, 타인의 지적 재산권을 영리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면죄부 정도로 카피레프트(copyleft)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카피라이트(copyright)를 바탕으로 카피레프트(copyleft)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이 제기되었듯이 저작자의 권리 존중을 단서로 정보공유의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다.
카피레프트(copyleft)가 주목되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이것이 새로운 창조를 위한 바탕이 된다는 것이다. 카피레프트(copyleft)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도 카피라이트(copyright)를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는 창조성이 결여된 카피레프트(copyleft),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표절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을 모방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모방 충동이 예술을 낳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람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사람은 가장 모방적인 동물이며 사람의 최초의 지식은 모방을 통하여 이루어졌다는 데 있다. 이 시점에서 카피레프트(copyleft)의 영역이 단지 예술에만 국한되겠냐마는 카피라이트(copyright)적 사고방식으로는 절대 허용될 수 없는 새로운 발명의 기회가 카피레프트(copyleft)의 영역에서는 허용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할 것은 카피레프트(copyleft)가 창의성과 진보를 지닐 때에만 카피레프트(copyleft)가 단순한 표절로 인식되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이다.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은 강화되어야 한다. 그래서 좀 더 발전적인 정보 공유의 기반을 마련하여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인식은 카피라이트(copyright)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는 카피라이트(copyright)가 공익을 위한 지식(知識)이기 이전에 개인을 위한 재산(財産) 개념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를 위한 카피레프트(copyleft)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쉬운 지금이다.
-참고문헌-
교육정보저작권포럼 2007. 4. 28. VOL.01 정보화 사회의 저작권 이해 -한상희-
정보사회에서 저작권(copyright)과 저작권반대(copyleft)운동 -안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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