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가 인간에게 말할 수 있다면,
이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 뭐? 나보고 미련하고 욕심꾸러기라고? 남 말 하시네!”
그리고 계속해서 할 말이 많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동물심리학 전문가도 아닌 어떤 분이 들은 이야기라면서 나에게 하는 말이,
돼지는 100% 먹으면 물러서는데, 인간은 120%까지 먹으면서 더이상 먹으면
배탈 날까봐 더 먹지못하고 멈춘다는 것이다.
식탐이 있는 나에게 뼈있게 하는 말 같았지만,
요즘 적게 먹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므로 웃고 말았다,
그날 3,500원 어치되는 점심은 돼지생각을 하면서도 반찬마저
별로 남기지 않고 맛있게 다 먹어치웠다.
돼지에 대한 인간의 오해는 많아도 너무 많았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돼지의 명예 회복을 위한 돼지 대변인은 아니지만,
경험적 오해를 주관적으로 말 하고 싶은 충동을 적고 싶다.
어릴 때 우리 마을에 돼지를 몇 마리 키우는 허씨네가 있었는데,
보리쌀 씻은 뜨물을 받아 모아주면 몇 일만에 가지고 갔다
그리고 가끔 달걀로 우리 어머니에게 사례를 하는 것이었다.
지방 도시의 변두리 빈민가 같은 마을에서,
터가 있고 돼지를 몇 마리 키울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집은
우리동네에서는 부자에 속했다.
가끔 어린 내가 그 집의 돼지우리를 들여다보면 그렇게 더러울 수가 없었고,
돼지 몸통도 더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사람소리만 나면 검불 속에서
벌떡 일어나 꿀꿀거리면서 먹이통에 앞발을 집어넣고
주둥아리로 구정물속을 휘젓다 뭔가 먹이가 없으면
머리통은 그대로 두고 삐딱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꿀꿀'거렸는데
“장난 하냐?” 하는 듯 신경질적으로 들렸다.
그런 돼지를 주인이 안보이면 긴 나무 작대기로 실컷 때려도
전혀 미안하지 않았던 추억이 있다.
그리고 주일학교에 가서는 반사 선생님이
"잘못한일 있으면 회개 기도하라” 하셨지만,
주인 몰래 돼지를 아프도록 폭행한 것은 회개할 일이라 여기지 않았었다.
아는 분 중에 돼지농장을 하는 분이 있어서 현대적 시설과
과학적인 생산관리의 현장을 보게 되었다. 시설은 대부분 자동화 돼 있어서
수많은 돼지 숫자에 비해 관리인은 몇 안 됐다.
사료는 먹는 만큼 자동으로 부어지고 물은 빨면 알아서 나오는
자동제어 장치가 되어있고, 돼지우리의 바닥은 난방이 잘 되어있어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샤워로 시원하게 돼지의 열을
내려주는 시설까지 되어있었다. 냄새는 나지만 상당하게 청결했다.
이곳의 돼지들도 어릴 때 보았던 그 멍청하고 더러운 이미지처럼,
아무곳이나 배설하는 줄 알았는데 많이 달랐다.
화장실의 위치가 눕는 자리와 먼 곳에 있고,
배설물이 여기 저기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릴 때 보고 경험 했던 돼지의 이미지와 너무나 달랐다.
그 때는 사람조차 비위생적으로 살았고 청결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시대였다.
당시만해도 화로가에서 이를 잡는 경제 문화수준 이었기에
돼지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말뚝으로 못 도망가게 울타리 를 쳐주고,
형편 따라 구정물이나 사람이 먹고 남은 버릴 쉰 음식 등을 주었던 시절 이었다.
그 시절 돼지가 더럽고 욕심꾸러기로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본성(?) 도 아니고 선택도 아닌,
인간들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그렇게 조성된 환경의 탓 아니었던가.
돼지는 먹을 것이 안정적으로 공급(자동공급)된다는 것을 인지 한 뒤부터는
식탐하지 않는다는 농장경영자의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돼지 새끼는 제 어미의 여러 개의 젖꼭지 중에서
자기 것을 정확하게 아는데 예를 들자면 12번 젖꼭지를 빨던 놈은
그 12번만 빨지 제 형제의 것인 9번이나 5번을 훔쳐 먹지 않는 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어미는 어느 새끼가 먼저 와서 빨아 댄다고 젖을
내주는 것이 아니며 다들 물었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불과 몇 초 동안에 젖을 내어 보낸다니 얼마나 공정한 새끼사랑인가?
일찍 온 놈이나 늦게 온 놈이 더 먹는 것도 덜 먹는 것도 아니어서
생존을 위한 스트레스가 별로 없이, 그 많은 돼지새끼들이 한 어미 아래서
그만 그만 하게 자라게 되며, 더 먹겠다고 물어 뜯고 싸우는 일도 별로 없다니,
돼지는 인간들에게 오해를 받아 억울한 이미지를 가지고 살았던 것 아닌가.
이쯤 되면 나는 뭔가. 돼지 앞에 부끄러운 것이 한둘이 아니다.
속 좁은 나는, 별 볼일 없어 보이던 친구-그러니까
코 질질 흘리며 나에게 숙제 보여 달라고
허구헌날 신세진 초등학교 때 동창이 중년이 돼 어떻게 불렸는지
어머어마한 재산가가 돼 큰 차 굴리고 밖으로는 골프 치러 다닌다는
소문을 낳고 다녔다. 배가 아팠다. 우주의 주인이신 아버지 하나님이 복,
특히 물질의 복 좀 내게도 팍팍 주셔서 마누라 눈치 좀 덜 보고,
대책 없이 나은 자식들에도 용돈 두둑하게 주면서 큰소리 한번 쳐보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리고 교회에 봉헌을 많이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총회장소 로비에서 어느 병원이 홍보차 가지고 나온 건강검진기계에
공짜로 건강 체크를 했더니 과체중이라고 표시돼 나왔다.
키 대비 과체중이라는 것이다. 한동안 남들도 지켜봤더니
단 한명도 프린트에 정상으로 표기되어 나오질 않자 위로가 되었다.
120%? 먹고 뱃가죽이 두꺼워 진 것에 대해 돼지에게만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또 있다. 내가 사랑하는 그분에게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진심으로...
몇 년 전 미얀마에서 얻은 기억이 있다.
불과 한 달 전 사흘간 방문했을 때도 느꼈지만,
수 년 전 수도 양곤의 일본 대사관 건너편 뷔페식당에서
현지 목사들의 자녀 여럿을 점심식사 자리에 초대했다.
20대 중반의 이 남녀들은 모처럼 외국사람의 초청이라 나름대로
고유의상(눙지)을 깨끗하게 차려입고 나왔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그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화 3달러짜리 고급 레스토랑에 온 것 이었다.
당시 목사 아들이 받는 월 급여는 5달러 정도.
신학대 교수의 동생은 그나마 나았지만 10달러에 그쳤다.
그런 그들에게 뱃살이 있을 수 있겠는가?
패션모델 지망생을 방불케할만큼 마르고 외소했던 그들.
하지만 멋을 따로 부리지 않아도 화려할 20대 중반의 그들은 피부가 매우 거칠였다.
그 분의 존재를 믿고 그 분의 가르침을 따르며
그렇게 살려고 흉내를 내는 삶이라면 마땅이
'나를 위하여 비싼 고급 음식 사먹는 것이 죄(sin)라고' 느낄 것이다.
식탐에 감투 탐에 찌들어,
청지기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주인인양 행세하는 우리.
이런 우리가, 성령의 세미한 소리가 안 들리고 가까이
또는 멀리서 주려 죽는 형제의 모습이 안 보인다면,
돼지보다 낫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소망을 버리지 않는 것은,
돼지어미가 젖을 내 보내 주어야 새끼들이 그 젖을 먹고 자라듯,
부끄럽고 부끄럽지만,
혹시 그분이 불쌍하게 여겨 쓸데없는 정보로 가득한 귀에도,
보지 말아야 좋았을 것을 너무 많이 봄으로 침침해진 눈에도,
능력의 말씀과 새롭게 하는 치유의 은혜로 고쳐 주실지,
염치없지만 기도 할 수밖에 없다.
철들지 못하고 늙어가는 자신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말이다.
지난 한 해도 돼지보다 못한 심성으로
말로 붓으로 이웃을 휘 저으며 살다보니 마음이 진흙탕 반죽되어 뒤틀렸고,
지식을 식탐하고 우선가치가 아닌 정보를 탐닉하면서
어느새 마음의 뱃살마저도 몸을 무겁게 하고,
영혼의 건강 훼손되어 균형 감각 잃었고,
말씀에 기반한 순수는 세상정보의 구정물에 더렵혀져 중병을 중병인줄 모르고,
탐심에 취하여 제정신 나간 나는 돼지보다 뭐가 나은가.
착각 오만 위선으로 옷 입고 말 따로 행동 따로의 삶이 관습화 되고,
둔하여진 영성이 수치를 수치로 못 느끼면서 하나님께 영광 돌리지 못하고,
자신을 위하면서 앵무새처럼 '하나님께 영광' 입만 열면 조잘대지만,
삶이 받쳐 주지 않는 언밸런스한 행동으로 살다가 한 해를 실속 없이 보내고,
게으른 영혼으로 준비하지 못한 체 새해에 던져진 나는.
돼지보다 못한 인간 아닌가.
돼지보다 못한 인간....
첫댓글 저 자신도 종교가 없습니다. 이 글을 읽으실때 종교적인 측면보다는 우리 이웃을 어떡해 생각해야 할까를 우선적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오늘부터 다이어트 들어갑니다...
이 글을 쓰신 분의 마음이 참으로 곱습니다. 마음이 이미 병들어있다면 우리는 돼지보다도 못한 인간임에 틀림없겠지요~~좋은 글에 한참 머물며 사색하게 됩니다. 파이란님 가장 효과빠른 다이어트는 채식이랍니다. 한 달에 3킬로 보장합니다용~~ㅎㅎㅎ^^*
야채값이 얼마나 비싼데요... 음식은 고루고루 맛있게 먹는게 중요하다고 우리 엄니(?)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식사량과 술 줄이고 열심히 운동하렵니다!
푸힛~~채식하는 것이 고통이기도 하지요~~ㅎㅎㅎ육식좋아하시는 분께 채식하라고 하면 지옥일겁니다용~~~ㅎㅎㅎㅎㅎ 그런데 고기보다는 야채가 더 싸욤~~야채를 많이 드시면서 육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