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본을 고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먼저 공연하고자 하는 공연 준비자들의 실력과 준비 가능한 여건등을 정확히 분석하고 판단하는 길입니다
성극을 준비하는데 있어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는 대본을 선택하는 문제인데 이것은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좋은 대본에서 좋지 못한 연극이 나올 수는 있어도 나쁜 대본에선 좋은 연극이 나올 수 없다는 말이 있는 것 처럼 아무리 연기실력이 뛰어나고 연출실력이 뛰어난다 할 지라도 연극의 기본이자 바탕이랄 수 있는 대본의 내용이 신앙적이지 못하거나 구성이 탄탄하지 못하다면 수준 낮은 촌극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일반 연기자들이 대본을 검토해 보고 출연여부를 결정한다는 말이 있듯이 연기자가 작품에 매료 될 수 있을만큼 재미있는 작품이라면 벌써 연습하는 동기와 과정이 즐거워 질 뿐만 아니라 훨씬 힘있게 진행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엔 의욕도 생기지 않게 됩니다. 그만큼 성극에서 대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더라도 좋은 대본을 선택하는데 소홀히 해선 안됩니다. 앞서도 얘기한 것처럼 성극은 신앙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관객들로 하여금 극을 끝까지 지켜 볼 수 있도록, 다시 말해서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재미와 흥미가 함께 겸비된 내용도 생각해야하는등 이것 저것 고려해야 할게 많습니다. 성극에 있어서 좋은 대본은 과연 어떤 것이며 어디에 기준을 두어야 하는 것인가를 함께 생각해 봅시다. 성극의 대본을 선택하는데는 크게 내용적인 면과 연습적인 면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내용적인 면)
소재와 줄거리 작품의 길이가 짧건 길건간에 우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보아 흥미있는 소재로 재미있게 이끌어 가고 있는 지를 살펴 보아야 합니다 아무리 진지한 내용이고 훌륭한 소재라 할지라도 한번 읽어 보아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알아 들을 수 없을 만큼의 난해한 전개로 이어진다던가 아니면 지루해서 읽기도 싫어질 정도의 내용이라면 우선 문제가 됩니다. 아무리 연출이 뛰어나고 연기실력이 있는 연기자일지라도 대본이 지루하다면 흥미있는 성극은 기대하기 곤란한 것입니다. 더군다나 연극을 많이 보아오지 못한 교인들에게 있어서 어렵고 지루한 연극은 일단 흥미를 불러 일으킬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경의 내용을 소재로 한 대본이라면 아무리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잘못 해석하여 성경지식에 혼동이 오는 내용은 아닌가를 살펴 보아야 합니다 어떤 성극대본들 중에는 간혹 성경을 재해석 한다며 예수님의 신성(神性)을 부정하고 인성(人性)만을 강조 하거나 또는, 건전한 신앙으로는 쉽게 판단이 안서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장황하게 사건을 나열하기는 하는데 끝마무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성극이 끝난 후에도 무얼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를 알 수 없는 작품들도 있습니다. 먼저 줄거리가 과연 얼마나 재미 있으며 흥미있게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대본으로 공연하였을 경우 어떤 문제 의식을 갖게 하는 것은 좋지만 관객들의 신앙에 도움이 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믿음이 흔들리게 한다거나 신앙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면 물론 곤란 하다.
인물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극이 성경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일 경우 그 연극에 등장하는 사람역시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일텐데 이럴 때 성서중의 인물이라면 그의 행적이 잘못 왜곡되어 있지는 않는가,그리고 성서중의 인물이 객관적 형태를 떠나 작가의 주관적인 개념에 의해 재창조된 사람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시대극이 아니라 하더라도 극에 등장하는 사람이 우리의 실생활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성격의 사람인가 그래서 연극을 보고 난뒤 저런 사람이라면 우리가 신앙적으로 본받을 만한 사람이다 라고 얘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가를 살펴 보아야 합니다
언어 간혹 성극의 내용중에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전도가 되거나 자신의 지난날을 회개하여 결말부분에서는 신앙심이 좋은 신자로 변화되어 아름답게 끝나는 줄거리의 연극을 하게 되는데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회개하기 전의 방탕한 생활을 하는 사람의 대사나 행동입니다. 방탕한 생활을 실감나게 연기하다 보면 심한 욕도 해야 하고 때로는 술병을 들고 주정을 하거나 비틀거리는 장면을 연기해야 하는데 공연장이 극장이 아니고 교회라면 그런 장면을 좋아할 목회자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비록 결말 부분이 아름답고 은혜스럽게 끝난다 하더라도 공연장소가 교회라면 교회의 분위기나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 대사나 연기는 아무리 실감나는 연기를 위한다고 하더라도 절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에 오리지날 대본에 심한 욕설이나 지나친 행위가(가령 예를 들어서 술주정을 심하게 하는 장면이나 옆에 여자를 앉혀놓고 술을 마시며 음담패설 하는장면 그리고 담배를 피워대는 장면 - 돌아온 탕자라는 성경의 예화를 소재로 한 연극을 공연할 때 이런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있다 할지라도 지도교사는 적당히 고쳐 쓸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할 것입니다. 특히 성극대본을 교회에서 학생들이나 선생님같은 아마츄어들이 썼을 경우 간혹 대사에 현재 유행하고 있는 유행어나 비속어 같은 것이 종종 등장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아무리 현실적인 감을 주기 위한 것도 좋지만 성극의 공연장이 대개가 교회라는 점을 명심하고 될 수 있으면 그런 것들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음은 교회 공연용의 성극 대본으로서 선택하기에 앞서 생각해 볼 만한 내용들입니다.
- 대본에 욕설이 등장하는 경우 지민:(무릎꿇고 기도한다)이렇게 두손을 모아서 하는 거지. 예수님,안녕하세요.저는 개구장이.심술통,욕심장이 지민이예요. 늘 엄마,아빠 말씀 안듣고 싸움만 하는 나쁜 새끼, 나쁜놈이예요. (혼잣말로)아니지, 기도할 때 욕하면 안되지. 예수님, 저는 나쁜 새끼가 아니라 나쁜 개새끼예요... -김은주 지음 ‘지민이의 소원’ 중에서-
- 대본에 건전치 못한 대사가 나오는 경우 거지:에 씨구씨구 들어간다. (두손을 호호 불며) 어 추워 염병할! 얘 문둥아! 좀 벌었냐? 문둥이:개부랄도 없습니다. 넌? 거지:난 개부랄 비슷한 것도 없습니다. 지랄 염병 빌어 먹다 꼬꾸라질 새끼들이 어디 지나가야 해먹지. 계집끼고 술이나 처먹고 있으니 그림자도 안보여. (중략) 문둥이:(떨리는 목소리로)그...그것은...당신이 더 잘알고 계십니다. 가짜들 꼴이 보기싫어 10년동안 성당에 안나긴 했지만, 전...당신을... (예수의 입에다 소주병을 대면 예수가 받아 마신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드세요. 안주가 없어서 죄송해요. 예수:(소주병에서 입을 떼며)아아, 이제야 내 혈관에 피가 다시 도는구나 (문둥이에게)날 믿소? 문둥이:(병을 내밀며)더 드세요, 예수님. -이동진 지음‘금관의 예수”중에서-
- 대본에 은어가 너무 많이 등장하는 경우 술꾼갑:둘째놈이 돈갖고 토껴 부렸다. 강털보:(자조의 빛을 띄우며 중얼거리듯)이 등신을... 이천댁:에이구,팔자들두 지지리 박색이지. 허긴 나두 당신들과 다를 바가 하나두 없다구요. 과부 이 나이 되도록 변두리 달동네서 술꾼들 오바이트 한거나 치우고 앉았으니... (중략) 강털보:뭐야? 이 기집애가 환장을 했나? 혜 옥:아버진 인간이 못돼요! -최종율 지음 ‘해돋는 골목길’ 중에서-
- 대사가 현실감이나 역사성이 없는 경우 헤로디아:스므고개예요. 맞춰 보세요. 헤 롯:난 무얼 맞추는 것은 질색이오.쉽게 편하게 살지. 어려서 선생님의 인솔로 소풍을 갔었어. 거 보물찾기라는 것 있잖소. 종이에 글자를 쓰고 나무 밑이나 돌틈에 숨기고 그것을 찾아오는 애들에게 상품을 나눠 주는... 언젠가 보물 찾기 시간에 난 혼자 남아 있다가 가장 좋은 상품들을 그냥 집어 들고 집으로 달려왔지. 애써 종이 보물을 찾고도 상품을 못받아 울음보를 터트 렸을 애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와. -김효진 지음 헤롯 안티바 중에서-
장면 연극은 텔레비젼의 드라마나 영화속의 연기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연극은 관객들이 보는 한공간에서 연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텔레비젼이나 영화와는 달리 많은 장면의 제약과 연기의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일반 연극과는 달리 성극의 경우엔 더 심각해 지는 문제입니다. 연극무대에선 영화와 달리 스펙타클하게 장면을 바꾼다거나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하는 클로즈업 연기같은 것은 곤란하다. 그리고 대개의 공연장소가 교회가 되는 성극의 경우 연극만을 위한 무대가 아닌 가설무대와 전문적으로 훈련 받지 못한 연기자들이 바로 연극의 특수성과 성극의 특수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성극 대본들 중에는 그러한 성극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반 연극적인 기술로도 해결하지 못할 엄청난 요구를 하는 대본이 있습니다.한마디로 말해서 연극적이지 못한 장면 성극적이지 못한 장면을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연극적이지 못한 장면을 예로 들어 봅시다.
베리엘:(상기된 얼굴로)메시아는 오신다. 꼭. (세사람 바쁘게 움직인다) 엘 만:(마차에 마지막 짐을 실으며)자, 다됐어. 어서 떠나자. (세 사람, 마차를 타려고 할 때 화살 하나가 날아와 베디아의 가슴에 꽂힌다) -김학인 지음 ‘메시아’중에서-
이러한 장면은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연극 무대에선 거의 불가능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연기자나 연출자가 전문가가 아닌 성극 공연에서 이러한 장면은 연출해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고 섬짓하기 까지합니다. 아무리 극의 흐름이 진지하고 더 나아가서 은혜스럽기까지 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장면은 아무 도움이 안되며 더구나 그러한 장면이 연극의 전체적인 구성상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때는 더 말할 것도 없어지는 것이죠. 다음에 성극적이지 못한 장면을 살펴 봅시다.
무대 중앙에 민대감댁을 꾸미고 좌편에 선교사의 집을 조?琉캅? 만든다. 막이 열리면 마님이 대청 마루에서 혼수감을 손질하고 있습니다. 마당을 쓰는 마당쇠 마 님:마당쇠야 살살 쓸어라. 혼수감에 먼지 묻을라! 마당쇠:네네 염려 마십쇼. -강정훈 지음 ‘기쁘다 구주 오셨네’중에서-
이 장면 역시 일반 연극이나 텔레비젼의 스튜디오에선 가능하지만 교회가 주공연장이 되는 성극의 대본으로는 많은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우선 민대감댁과 선교사의 집이 함께 설치 되어야 한다는 요구는 집의 크기가 강아지집 정도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루어지기에 힘겨운 요구입니다. 더군다나 민대감의 집에는 마님이 혼수를 다림질 해야 하는 대청마루까지 설치해야 하고 극의 중반에선 방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장면까지 요구하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청마루 대신에 마당쇠가 마당을 쓸고 있는 마당의 한쪽 구석에서 다림질을 할 수 도 없으니 역시 그림좋은 떡에 불과 할 뿐 전혀 성극적일 수 없는 대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