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여행에 관심을 갖고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글 내용이 좀 많지요?
요즘 여러분들이 올리는 여행기에 비해서 내용이 길고, 문장도 구어체가
아닌 문어체로 되어 있어서 여러분들이 읽기가 좀 지루하리라고 생각
됩니다.
이러한 단점을 상쇄시키려고 사진을 많이 올렸습니다. 3년전 사진을
스캔 해 놓은 것이 많지 않아서 이번 기회에 사진을 추가로 스캔했습니다.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여행기 시작합니다.
3) 셋째 날 (2000년 5월 1일 - 월)
* 오늘의 일정
파리 / 노틀담 성당 - 퐁네프 다리 - 포럼 데알 - 퐁피두 센터 -
몽마르뜨 - 세느강 유람선
* 노틀담 성당 - 퐁네프 다리
시테섬에 있는 노틀담 성당이 오늘의 첫 목적지이다. 전철역에서 내리자
갑자기 방향 감각을 잃고 성당으로 가는 길을 지도상에서도 찾지 못했다.
몇 차례의 해외여행에서 지도상의 목적지를 찾는데 일가견을 갖고 있다고
평을 들어온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어제 조금 무리를 했나?" 하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길 모퉁이를 돌자 노틀담 성당과 함께 눈에 들어온 풍경은 줄을 서 있던
엄청난 관광객들이었다. May Day에 관광을 다니려면 감수해야 할 상황
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들어간 성당에서는 "장미의 창"이라는 스테인드
글라스를 보며 내부를 천천히 둘러 보았다. 노틀담 성당은 고딕양식의
걸작품 다운 독특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특히, 마음에 든 곳은 성당 뒤편에 조성된 조그마한 공원에서 바라보는
노틀담 성당의 모습인데,성당 전면에서 본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부드러운
선과 정교한 조각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정원에 심어 놓은
튜울립과 이름 모를 꽃들로 인하여 더욱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여행이
끝난 후에 이곳의 풍경이 어느 남성복 광고 포스터의 배경으로 사용된
것을 보고 반갑기도 하였다.
<노틀당 성당 뒤에 있는 정원-튜울립...>
10년 전의 기억에 의하면, 노틀담 성당 위에서 내려다 보는 파리 시내의
모습도 좋았었다. 오른쪽에 있는 몽마르뜨 언덕 위의 사크레 쾨르 성당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개선문, 에펠탑, 몽파르타스 타워 등 파리 중심부에
있는 높은 건축물들이 한눈에 들어 오는 모습도 기억에 남았으며, 탑 상부에
설치된 종까지 올라가서 성당 안내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노틀담의 곱추"
라는 영화를 연상했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탑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찾을
수가 없어서 포기하고 말았다.
퐁네프는 노틀담 성당이 있는 시테섬에서 루브르 쪽으로 세느강을
건너는 다리이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로도 유명하지만 이 영화를 보지
못해서 영화의 내용과 퐁네프가 관련된 내용은 알지 못한다. 이 다리의
특이한 점은 다리의 보도 중간 중간에 반원형으로 강쪽으로 돌출된 부분이
있고, 그 부분에 다리와 같은 재질인 돌로 만들어진 반원형 의자가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 앉아서 세느강을 오가는 배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들을 볼 수가 있는 곳이다.
<퐁네프>
* 포렘 데 알 - 퐁피두 센터
퐁네프에서 조금만 걸어 가면 레알 지구에 닿는데 이곳에는 아주 독특한
건물인 포렘 데알과 퐁피두 센터가 있다.
포럼 데 알은 특이하게도 지하로만 건축된 종합 쇼핑 센터인데, 곡선으로
처리된 구조물과 유리의 조합이 특이한 건축물이다. 노동절을 맞이해서 문을
닫은 곳이 많았지만 겉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건축물의 세련미를 엿볼 수
있었다.
<포렘 데 알>
이 곳은 점심거리가 많이 있어서 좋았다. 닭고기를 먹고 싶다던 아이는
KFC를 발견하고 얼굴이 활짝 피었다. KFC에 자리를 잡고 아이는 프라이드
치킨으로, 우리 부부는 옆 가게에서 사온 바게트 샌드위치로 점심 식사를
하였다.
포렘 데알에서 길을 하나 건너면 바로 퐁피두 센터를 볼 수 있다. 파격
적인 건축물로 공사중인 줄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유명한 건물이다.
또한 프랑스 근.현대 미술을 볼 수 있는 국립 현대 미술관이 자리잡고 있는
곳이기도 하며, 도서관도 있다고 한다.
화요일에만 휴관한다는 정보를 듣고 월요일인 오늘 일정에 집어 넣었는데,
노동절인 오늘은 모든 출입구가 폐쇄되어 있다. 아이는 미술관에 또 들어
간다는 말에 무척이나 실망한 표정이었다가 굳게 잠겨진 문을 보고는 그렇게
좋아 할 수가 없었다. 아쉬웠지만 퐁피두 센터는 외부에서 기묘한 건물의
외관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퐁피두 센터 옆에 있는 분수에는
형이상학적인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는데 포스트 모더니즘을 표현한 작품
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분수 가장자리를 따라서 앉을 수 있도록 설계가
되어 있어서 사람들에게 좋은 휴식처가 되고 있었다.
<퐁피두 센터 옆의 분수>
때마침 이곳에서는 노동절을 맞이해서 어느 회사의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의 주장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결연하고 굳은 표정의
시위에 익숙해 있던 우리는 그들의 얼굴에서 즐거움과 편안한 표정을 읽을
수 있어서 다소 뜻 밖이었다.
다음 목적지인 몽마르뜨로 가는 도중에 파리 동역(Gare de l"Est)에
들렀다. 내일 밤 프랑크푸르트로 가는 야간열차의 침대 칸인 쿠셋을 예약
하기 위해서 였다. 쿠셋은 하루 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으며, 어린이 할인
요금도 없이 예약비로 1인당 88 FF이나 내야 했다.
* 몽마르뜨 (Montmartre)
몽마르뜨는 언덕 위의 사크레 쾨르 성당과 화가들이 그림을 그리는
테르트르 광장으로 유명한 곳인데, 피갈 역에서 내린 후에 성당 앞의 계단을
힘겹게 오르면서 몽마르뜨가 언덕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고도
한다.
우리 가족은 이 언덕을 올라가기 싫어서 피갈역에서 한 정거장 더 가서
Abbesses라는 역에서 내렸다. 이 역에서 몽마르뜨 쪽으로 경사가 비교적
완만한 길을 올라가자 테르트르 광장이 바로 나타났다. 그러나, 피갈 역에서
힘들게 올라오면서 몽마르뜨 언덕을 바라보는 감동을 느낄 수 없어서
이 길 보다는 피갈 역 쪽의 길을 권하고 싶다.
테르트르 광장에서는 몽마르뜨 만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화가들이
관광객들의 초상화를 자기만의 특이한 화풍으로 그리는 모습, 파리의 풍경을
그린 작품을 전시 해 놓고 그림을 살 사람을 기다리는 모습, 카페에 앉아서
즐겁게 먹고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
<몽마르뜨의 화가들>
사크레 쾨르 성당쪽으로 가는 길에 만난 거리 예술가들의 모습도 다양
하다. 꽃으로 장식된 파라솔 밑에서 아코디언 같은 악기를 연주하는 미모의
여 악사도 있었고 특이한 연기를 보여주는 연기자 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음악이나 연기를 감상하고 그 보답으로
아낌없는 돈을 자발적으로 내고 있었다.
<몽마르뜨의 미모의 악사>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사크레 쾨르 성당 앞
계단에서 하는 일인 가면극이었다. 소형 스피커가 설치된 1인용 무대 안의
연기자는 음악에 따라서 복장과 마스크를 변신시키면서 때로는 애절하고,
때로는 유쾌한 상황을 연기했다. 공연이 끝나자 땀 투성이의 연기자가
무대에서 나와 정중한 인사를 했고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하거나, 앞에
준비된 모금함에 돈을 내 놓았다. 우리도 공연관람에 대한 보답으로 10
FF
을 내면서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과 문화의 생동감이
넘치는 곳이다.
사크레 쾨르 성당은 지금의 독일인 프러시아와의 전쟁(보불 전쟁)에서
패배하고 치욕적인 항복문서에 서명하는 것을 경험한 파리 시민들을 위로
하기 위하여 약 100년 전에 지은 건물이라는 역사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큰
볼거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빛에 반사된 하얀색 석조 건물의 모습은
사진을 대충 찍어도 훌륭한 작품이 되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몽마르뜨의
대표적인 건물임에 틀림없다.
몽마르뜨 언덕을 내려오면 성인들을 위한 각종 가게들이 즐비한 환락가인
피갈역 주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족여행으로는 적당하지 않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들르는 곳이기도 한데, 멀리 피갈 역 주위의 호화찬란한 간판
들을 보면서 몽마르뜨를 떠났다.
카르네를 또 샀다. 10장 묶음이라지만 우리가족 3명이 사용하니까,
메트로를 3번만 타도 다시 카르네를 사야만 했다. 성인용 카르네는 55 FF
인데 비해서 9살 미만의 어린이용 카르네는 반 값으로 기억되는데, 이제
와서 어린이용 카르네를 사면 오히려 남을 것 같아서 그냥 성인용 카르네를
사용했다. 결국은 카르네를 4번 구입 했는데 처음부터 어린이용 카르네를
구입해서 사용했더라면 조금은 경비를 절약했을 것이다. 로마처럼 저렴한
1 Day Ticket 이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다.
가족여행 중에는 절대로 무임승차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이번 여행 중에
결심한 내용이기도 했다. 몇 푼 아끼려다가 더 큰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이며, 간혹 이루어지는 단속에 적발되면 그야말로 나라 망신, 집안
망신이기 때문이다.
* 세느강 유람선
세느강 유람선은 바토 무슈(Bateaux-Mouches)가 제일 유명하다. 알마교
밑의 선착장은 메트로에서 내려서 조금 걸어야 했다. 유람선은 낮 시간
동안은 거의 30분마다 출발하며 요금은 성인-40 FF, 어린이-20 FF이다.
세느강을 따라서 파리 시내 중심부를 왕복하는데 소요시간은 약 1시간
15분 정도 걸렸다.
<세느강 유람선 - 바토 무슈>
유람선에 탑승하는데 안내서를 전혀 주지 않아서 의아해 하는데, 일부
관광객들은 안내서를 갖고 있었다. 출입구의 직원에게 가서 한국어 안내서가
있는지를 묻자, 몇 부가 필요한지를 확인하고는 서랍을 열고 안내서를
찾아서 주었다. 비록 조잡한 번역이기는 했지만 한국어 안내서를 받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넉넉하게 받은 안내서는 앞쪽에 있던 한국 관광객
들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유람선은 위층에 마련된 좌석이 인기가 있는데,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많이 타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유람선이 출발을
해서 에펠탑을 왼쪽으로 보고 강을 따라 내려가자 축소된 자유의 여신상이
나타났고, 배는 그곳에서 유턴을 하였다. 유명한 미라보 다리가 보이는
곳이기도 했다.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파리 시내 중심부를 통과
하면서 어제와 오늘 돌아본 파리의 모습을 복습하는 시간 같았다. 시테섬을
지나 반환점이 있는 생 루이섬까지 가는 동안에 만나게 되는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다리들 조차도 구경거리였다. 반환점 근처의 강가 광장에서
벌어진 댄스파티에서 수 십 명이 춤을 추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었다.
유람선 출발부터 도착시간 까지 1시간 내내 중국인 관광객들은 시끄럽게
떠들면서 사진을 찍는데에 몰두하였다. 그 모습을 백인 관광객들이 경멸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는 모습 또한 잊혀지지 않는다. 일본인이나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도 같은 장면을 연출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서양의 정서가
차이가 나는 것일까? 하지만 사진 몇 장 찍고는 차분하게 앉아서 유람선
주위의 경치를 감상하는 백인들의 모습에서는 조급함 같은 것은 볼 수
없었다.
유람선 선착장이 있는 알마 다리에서 에펠탑은 멀지 않은 곳이다. 혹시,
어제 올라가지 못한 에펠탑을 올라갈 수 있을까 해서 에펠탑까지 걷기로
했다. 에펠탑으로 가는 길은 고급 주택가를 통과 하는데 집집마다 창가에
덧창이 있는 것과 창가에 걸린 많은 종류의 화분들이 특이한 곳이었다.
에펠탑은 어제 만큼은 아니었지만 역시 사람이 많아서 또 다음날로 미루기로
했다.
에펠탑을 떠나서 오페라가 있는 시내 중심부로 향했다. 원래 계획에
의하면 유람선을 타기 전에 오페라를 방문하여 내부관람을 할 계획이었다.
오페라 내부의 호화로운 장식과 오페라 극장 특유의 좌석배치를 보려고
하였는데, 내부관람시간이 오후 4시 30분 까지로 되어 있어서 내부관람은
포기하였다. 대신 저녁시간에 오페라 근처의 시내구경을 하기로 하고 먼저
유람선을 타러 갔던 것이다. 오페라는 수리 중인지 건물 외벽에 천막을
둘러서 아름다운 장식으로 치장된 지붕을 포함한 건물을 볼 수 없었던 것이
안타까웠다.
시내에 온 김에 여행책자에 나온 한국식당 "비원"을 찾아 나섰다. 오페라
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 노동절이라서 그런지 문을 열지 않았다.
바게트가 싫다면서 한국음식 타령을 하는 아이를 위해서도 오늘은 한국식당
을 찾아야만 했다.
메트로역으로 가는 도중에 쁘렝땅 백화점을 지나게 되었다. 아내는 그
유명하다는 쁘렝땅 백화점의 실제모습에서 초라함을 느끼고 실망한 듯
했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던 시절, 싹슬이 쇼핑을 하던 한국인 관광객의
모습이 텔레비전에 나왔던 그 쁘렝땅 백화점이 었다.
호텔에서 가까운 팡테온 근처에 위치한 한국식당 "가야"는 문을 열고
있었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이고 만두국, 육개장,
회덥밥으로 식사를 하자 오랜만에 포만감이 밀려왔다. 모처럼의 한국 음식을
먹고는 우리가족은 행복감에 싸였다.
* 지 출(5/1)
- KFC(점심) 39.4 FF
- 바게트 샌드위치(점심) 16 FF
- Carnet(2 회) 110 FF
- 쿠셋 예약(VISA Card) 264 FF (88x3명)
- 화장실(동역) 5.6 FF (2.8FFx2회)
- 아이스크림(몽마르뜨) 14 FF
- 공연 관람비 10 FF
- 기념품 5 FF
- 유람선 100 FF (40x2+20)
- 한국음식(저녁-Visa) 171 FF
- 슈퍼마켓 18.3 FF
----------------------------------------------
<소 계> 753.3 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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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들이 정말 귀여워요...볼이 터질것 같은데...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