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의 그림에서 나타낸 연평균 상승률은 기준시점을 아파트 가격이 대폭등하기 시작하는 초동기로 잡았을 경우의 수치이므로 장기적인 상승률 계산에서 매우 유리한 수치에 해당합니다.[아파트, 정말 대단한 투자대상인가(상) 보기] 다음 그림은 비교의 기준시점을 88년 10월로부터 2년 반 뒤인 91년 4월로 잡은 것입니다. 아파트매입 시점이 2년 반이 달라졌을 경우에 그 뒤로의 수익률 변화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잘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아래 그림에서 세로축의 상승률은 앞의 그림에서와는 달리 로그값이 아닌 정상값으로 나타내었습니다. ◇ 91년4월 대비 매매가 상승률 ◆ 91년 4월에 아파트를 매입했다면, 그 뒤로는 4년 동안이나 자신이 산 아파트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감수하면서 지내야했습니다. 30%정도의 하락률까지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30%의 하락률이라면, 아파트 구입 시에 절반을 대출받았다고 가정한다면, 자신이 아파트를 살 때 들인 원금의 손실률이 무려 60%가 됩니다. 더욱이 대출금에 대한 이자도 나가고 있으므로 총체적인 손실률은 더욱 불어납니다. 전 재산을 투여하면서 대출을 절반을 끼고 아파트를 산 경우라면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나마 대출금 이자를 매달 잘 내고 원금도 꾸준히 갚아나갈 능력이 있으면서 묵묵히 살았다면 2000년대 들어서 드디어 원금회복 이상의 가격 상승 기회를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91년부터 2004년까지 13년간 복리로 계산한 연간 평균 상승률은 가장 가격 상승이 컸던 최고 인기지역인 대치동의 선경아파트가 7.6 % 이고 상대적으로 비인기지역은 13년 전에 투여하였던 원금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정도입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거의 모든 아파트의 가격이 다 올랐지만, 13년 전에 비해서는 원금 회복조차 못하고 있는 아파트들이 꽤도 있습니다. 단순히 투자목적이라면 기회비용을 감안할 때 상대적인 손실을 크게 본 셈입니다. ◆ 때로는 급하게 추격 매수해야 하는 때도 있고, 잠시 조정기를 기다려야하는 때도 있고, 막차 탈 가능성이 너무 높은 시점에서는 아쉽더라도 일단의 상승기를 흘려버리고 훗날 다음 기회까지 기다릴 필요도 있습니다. 물론 자산이 많아서 여유자금의 일부를 투여하는 경우라면 매입한 뒤 예상과 달리 조정기간이 길게 이어지더라도 버티면서 시간과의 싸움을 하면 나중에 다시 가격이 올라가서 보상을 받게 되기도 하지만 여유자금이 많기보다는 아파트를 완전 현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자산의 규모가 안 되면서 대출을 받아서 구입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빠듯한 자금으로 아파트를 구입하다보면 미래에 가격이 더 잘 올라갈 수 있는 아파트를 잘 골라서 사기보다는 손쉽게 살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의 아파트를 구입하게 되곤 합니다. 나중에 가격 상승기가 오더라도 상대적으로 상승률은 뒤처지면서 조정기간 동안 기다린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기회비용은 더욱더 커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예금, 채권, 주식 등과 달리 아파트와 같은 부동산은 일반 서민에게는 자신의 자산의 대부분을 투여하는 투자대상이 되므로 부동산불패 신화라는 말에만 너무 매달리면서 신중을 기하지 못하고 아무 때나 아무 부동산이나 구입하였다가는 상대적인 손해를 보거나 무리수를 둘 확률도 꽤 있음을 명심하면 좋겠습니다. 아파트를 자주 사고파는 투자자들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사람들은 오랫동안 주거를 할 목적으로 구입합니다. 특정 기간 동안이 아니라 장기적인 기간을 대상으로 바라본다면 아파트 가격의 상승률이 연평균으로는 아주 높은 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고 오랫동안 거주할 주택의 구입을 아무 때나 서두를 필요는 없겠습니다. ◆ 그러면 지금이 아파트 구입하기에 적절한 시점인가 여부를 첫 번째 그림으로 되돌아가서 살펴보겠습니다. 88년도부터의 본격 상승기 이후에 수년 동안의 긴 조정기간이 뚜렷이 있었습니다. 이글에서 그래프를 보여드리지는 않지만 그 이전 80년대와 70년대에도 본격적인 대상승기가 나타난 다음에는 최소한 수년 이상의 긴 조정기간이 항상 있어왔습니다. 지금은 2001년 이후 나타난 대상승기가 아직 진행 중이거나 또는 이미 지나갔을 시점입니다. 그런데 첫 번째 그림에서 장기적인 추세선을 그어본다면 대상승기가 계속 이어질 확률보다는 본격 조정기간이 도래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 감지됩니다. 급등 도중에 잠시 쉬어가는 장세라면 1년 정도로 조정이 끝날 수 있지만 본격 조정기간이라면 1~2년 정도로 끝나기는 힘들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아파트 가격은 급등기에는 거품에 가까울 정도로 크게 오르기도 하지만 그것은 항상 잠시 몇 년 동안 나타나는 현상일 뿐, 급등기가 나타났다면 그이후로는 의례히 수년 이상 조정기간을 수반하여서 결국은 장기적인 추세로는 경제의 전반적인 팽창속도와 국민들의 소득증가 속도에서 크게 빗겨가지를 않습니다. 그림에서 빨간색으로 나타낸 선인 도시근로자소득의 증가율이 장기적으로는 아파트가격의 상승률과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소득이 늘어나면서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더라도 올라간 가격에 기꺼이 구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으로서 지극히 정상적인 현상이라 하겠습니다. 정부가 부동산경기 부양의지를 가지고 있는 시기에 가격상승이 실제로 계속 이어지면 무주택자들의 불안심리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투기심리까지 가세하여 일시적으로는 가격이 오버슈팅됩니다. 그러나 소득에 비해서 너무 가격이 비싸짐에 따라 실제 구매능력이 떨어지게 되고, 가격폭등기 이후에는 정부에서도 의례히 시장개입을 통해서라도 무리한 가격상승을 조절해가려는 의지를 나타내게 되어 상당기간 동안의 조정기로 접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앞으로의 수요공급 여건을 보더라도 아파트 입주 물량이 향후 크게 이어지게 되어있고, 경제상황도 우리나라가 갑작스레 호황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낮아 보이며,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주거비용의 상승을 야기하면서 아파트 시장의 조정이 이어지는데 영향을 줄 것입니다. 다만 아무리 조정기라도 개별적인 재료에 의한 시세움직임은 나타나므로 전문성을 가지고 투자하는 사람 중에는 틈새시장을 찾아내면서 수익을 올리거나, 개발정보를 잘 입수하여 이용하는 투자를 하거나, 불경기에 쏟아져 나오는 경매를 잘 활용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 위 그림 속의 표로부터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최고 인기아파트는 변해간다는 사실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88년도에는 서빙고동의 신동아아파트가 1억3천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대치동의 선경아파트가 1억원, 목동의 아파트가 9천만원이었습니다. 반면 97년도에는 목동의 아파트가 3억5천만으로 가장 비쌌고 대치동과 서빙고동의 아파트는 3억3천만원이었습니다. 2004년도에는 대치동의 아파트가 8억3천만원으로 가장 비싼 가격으로 올라섰고, 목동의 아파트는 7억5천만원, 88년도에 가장 가격이 높았던 서빙고동의 아파트는 6억5천만원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주택가격 상승기마다 가장 인기있고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아파트가 변해왔습니다. 위 표에 열거한 10개 아파트 중에서는 88년도 → 97년도 → 2004년도에 서빙고동 → 목동 → 대치동으로 가장 비싼 아파트가 변해왔습니다. 이보다 훨씬 이전인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가장 인기있으면서 최고 가격의 아파트가 반포동, 여의도, 압구정동 등의 아파트였던 시기도 있습니다.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생겨나기 이전인 60년대나 그 이전으로 더욱 거슬러 올라간다면 가장 인기있는 최고급 주택가는 성북동, 혜화동, 북아현동, 한남동, 장충동 근처였고 당대의 최고 부잣집들과 권력가, 재벌회장 집들은 대부분 이런 동네에 있었습니다. 이렇듯 최고의 인기 주거지역도 시대에 따라서 변해가므로 과거 어떤 시기에 가장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고 해서 미래에도 반드시 그러리라고 예상할 ! 수는 없습니다. 그림에서 또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주택가격의 차별화 현상입니다. 88년도에는 불광동의 미성아파트가 8천5백만원으로서 그 당시 목동아파트의 9천만원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만 2004년도에는 불광동의 미성아파트는 2억7천5백만원인 반면, 비슷한 크기의 목동의 아파트는 7억5천만원으로서 가격이 3배 가까이 엄청나게 벌어져있습니다. 이러한 주택가격 차별화 현상의 가속화가 부익부빈익빈을 강화하여 계층간 양극화를 심화시켜왔습니다. 미래에 어떤 지역이 인기를 얻어갈 것인가, 주택가격 차별화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가 등에 대해서는 다음의 적당한 기회에 얘기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