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um
  • |
  • 카페
  • |
  • 테이블
  • |
  • 메일
  • |
  • 카페앱 설치
 
카페정보
카페 프로필 이미지
한의학 건강세상
 
 
 
카페 게시글
검색이 허용된 게시물입니다.
동의수세보원 강론(도올 김용옥) 스크랩 동의수세보원강론 3
청산아 세월아 추천 0 조회 59 12.08.05 12:5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동의수세보원강론 3 
 

 

도올) 조광 선생님의 강연을 들으면서 우리가 대학시절의 국사 시간에 강의를 들었던 역사 기술 방식하고 정말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역사라는 것은 보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 각도에서 볼 수가 있는 것인데 이제마라는 인간의 고민과 관련해서 19세기 역사의 숨길 수 없는 부분들을 너무도 객관적인 자료들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사회상을 조광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서 생생하게 전달받았다고 생각됩니다. 예를 들자면 격동기 문제도 말씀을 했지만 최근에 한겨레 신문에 칼럼으로 내 얘기를 인용해서 나온 적이 있었는데, 왜 요새 대형사고가 우리나라에 자주 발생하냐? 그러면서 기철학적으로 설명되는 방식이 없느냐 하고 나에게 한겨레 기자가 전화를 해서 너무 보수적으로 김영삼 씨가 개혁을 할려고 하는데 부덕해서 그렇다 이런 식으로 한겨레 같은 신문에서 칼럼을 쓰면 좋지 않겠느냐 하니까 그렇게는 얘기하지 말아라. 격동기에는 이상한 재난이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당연히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으로 터져야 될 것이 터지고 있는데 김영삼은 어떻게 되었든지간에 재수 없죠.

 

제가《개벽》이라는 영화를 만들었어요. 그 영화 자체는 굉장히 실패한 작품인데 시나리오하고 거의 반 이상이 다르기 때문에 내 책임은 아니라구. 영화를 만든다는 것에서 나에게 수확이 있는 것은 실제로 최시형이 다닌 곳을 내가 다녀봐야 되거든요. 학문(논문)을 쓸 때는 그런 짓을 안하거든요. 굉장히 생생하게 장면 장면을 연상해 보기 위해서 국토의 여러 군데를 다녔습니다. 그 때에 느꼈던 것은 19세기에 왜 동학이 일어났고 그런 고생을 하면서 처절한 삶을 살아야 했던가 하는 단편적으로 느꼈던 문제들을 오늘 조광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전체적으로 그림이 왔기 때문에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침 생각나는 얘기로는 제 장인의 어머니가 아주 특이한 분이에요. 평안도 산골에 화전민 부락에서 억세게 사신 분이에요. 장인은 평안도 산골 사람인데 일찍 개화하여 산동의 제남으로 가서 건축기사가 되었어요. 그런데 장모는 엄청난 현대 여성이라구. 동경에서 코란이라는 여학교를 다녔던 여성이었다. 장모의 아버지가 아주 대단한 분이에요. 박화서라는 분으로 근세의 우리 역사의 이면에 기록될 만한 인물이었다. 장인은 키가 180cm가 넘어요. 그런데 장모는 키가 150cm 정도 된다. 동경에서 졸업하자마자 산동에 좋은 신랑이 있으니 결혼하라고 해서 얼굴도 보지 못하고 결혼을 한 것이란 말이에요. 결혼 생활을 제남에서 하다가 시댁으로 갔어요. 그 산골에 서너 채 밖에 없어요. 동경에서 유학생이었던 여자가 산동에서 결혼식을 하고 시집이라고 해서 갔어요. 시어머니가 장을 보러 나가는데 마침 동이가 비어있던 모양이에요. 그러니까 도저히 가벼워서 못 가겠다고 바위를 하나 올려놓고 30리 길을 걸어가더란 얘기다. 호랑이가 따라오면 이놈하고 야단치고 간다는 것이다. 그런 할머니다 제 처가 애를 배어 낳을 것을 걱정하니까 하시는 말씀이 보릿고개 때에 소나무 껍질을 죽쑤어 먹는데 가장 무서운 것이 변비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보릿고개 때에 똥누는 것보다 애기 낳는 것이 쉽다." 이렇게 살았던 것이 우리 역사의 상식이었던 시대를 생각해 보면서 이제마를 생각해 봅시다.

 

『格致藁』를 지난번에 4천원에 팔겠다고 했는데 4천원에는 밑지는 장사입니다. 앞에 跋文까지 썼지만 한의계에 통용되고 있는 판본들이 아주 형편이 없어 내가 원본을 구할려고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몰라요. 이능화의『朝鮮名人傳』에 나오는 자료도 원본 자료이고『朝鮮佛敎通史』를 영인한 것도 원본 자료입니다.

 

 

【 醫源論 】

 

醫源論이라는 것은 醫의 근원이죠. 영어로 번역하면 The Origin of Medicine이라고 할 수도 있고, 요샛말로 더 쉽게 번역하면 "의학통사"라고 할 수 있다. 醫源論 앞이 ----- 卷之一로 되어 있고, 醫源論이 ----- 卷之二로 되어 있죠. 卷之一에 性命論, 四端論, 擴充論, 臟腑論 등 4論으로 구성되어 있죠. 卷之一에 해당되는 부분을 여러분과 1년 동안 강독할 실제 부분입니다. 卷之一의 네편을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格致藁』를 같이 읽어야 합니다. 卷之二의 醫源論부터가 그야말로 본격적인 李濟馬의 의학 본령에 관한 부분이 되죠. 醫源論의 앞부분은 李濟馬가 의학적 비전을 가지게 된 세계관과 모든 철학의 원론적인 것을 완전히 집약해서 써 놓은 부분이 卷之一입니다. 醫源論에서는 자기가 과거 의학사를 나는 어떻게 보고 있다 라는 것을 쓰고 있고 그리고 전개되어 나가는 과정이 구체적인 체질론에 따라서 병을 치료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書曰: "若藥不瞑眩, 厥疾不廖."

商高宗時, 已有瞑眩藥驗, 而高宗至於稱歎,

則醫藥經驗, 其來已久於神農 黃帝之時, 其說可信於眞也.

而本草素問出於神農 黃帝之手, 其說不可信於眞也.

何以言之? 神農 黃帝時文字, 應無後世文字 例法故也.

衰周秦漢以來, 扁鵲有名,

而張仲景具備得之, 始爲成家著書, 醫道始興.

張仲景以後南北朝隋唐醫繼之.

而至于宋朱肱具備得之, 著活人書, 醫道中興.

朱肱以後, 元醫李천 王好古 朱震亨 危亦林繼之,

而至于明李천 공信, 具備得之.

許浚具備傳之, 著東醫寶鑑, 醫道復興.

盖自神農黃帝以後秦漢以前, 病證藥理, 張仲景傳之.

魏晉以後隋唐以前, 病證藥理, 朱肱傳之,

宋元以後明以前, 病證藥理, 李천 공信 許浚傳之

若以醫家勤勞功業論之, 則當以張仲景 朱肱 許浚爲首, 李천 공信次之

 

서경의 열명에 말하기를 "만약 약이 명현하지 않으면 그 병은 낫지 않을 것이다." 은나라의 고종 임금 때에도 이미 명현의 약험이 있었다는 것이 문헌상 나타나는데 고종이 그러한 명현 현상을 감탄해서 말하는 데에 이르는 것을 보면은 의학의 경험을 거친 그 유래가 이미 신농 황제의 때에까지 오래 되었다. 그 설은 참으로 믿을 만하다. 그러나 본초가 신농에서 나오고 소문이 황제의 손에 의해서 나왔다 하는 설은 참으로 믿을 만하지 못 한 것 같다(의학 경험이신농본초 시대까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은 내가 믿을 만하다고 여겨지나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신농본초, 황제내경소문이라는 책이 있는데 이것은 신농과 황제라는 사람들에 의해서 쓰여졌다 는 말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다. 이 말은 이제마의 역사를 바라보는 과학적 정신을 나타내 주는 말입니다). 어떠한 근거에서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신농 황제 때의 문자에는 응당 후세 문자의 요리한 예법이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신농 황제 때에는 문자는 있었어도 아주 원시적인 형태만 있었고 본초경이나 소문경에 나오는 아름다운 문장을 쓸 수 있는 언어가 도저히 그 시대에 발달되어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가 없다는 얘기다). 쇠망한 주나라 진한 이래로 편작은 이름만은 있었으나(편작은 이름이 있었을 정도의 인물 밖에는 안되었다. 저술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 장중경이가 골고루 갖추어 깨달아 비로소 가를 이루고 책을 지었다. 그래서 의도가 비로소 일어나게 되었다. 장중경이후 남북조수당의학을 이었고 송에 이르러서는 주굉이 구비득지 하여 활인서를 짓고 의도가 중흥하였다. 주굉이후에 원나라 의사로써는 이고 왕호고 주진형 위억림이 이것을 계승했고 명나라 때에 이르러서는 이천과 공신이가 구비득지하였다. 허준이가 구비전지하여 동의보감이라는 책을 지었다. 그래서 의도가 부흥했다. 대저 신농 황제이후 진한 이전까지의 병증약리는 장중경이가 전했고 위진이후 수당이전까지의 병증약리는 주굉이가 전했고 송원이후 명이전까지의 병증약리는 이천 공신 허준이가 전했다. 만약 의가의 근로와 공업을 가지고서 이를 논한다고 한다면 당연히 장중경 주굉 허준을 머리로 삼고 이천 공신이 그 다음에 해당될 것이다.

 

------------------------------------------------------------------

 

 

書曰(서왈) : 三經 중의 하나인 書經입니다.

厥(궐) : 그, that(지시대명사).

廖(료) : 나을 료.

商(상) : 夏 殷 周의 은나라를 商이라고도 함.

高宗至於(고종지어) : 고종이 이런 말을 하게 되기까지 라는 것은 약의 역사는

그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이라는 것이다.

經驗(경험) : 체험을 거친다.

來(래) : 유래.

而(이) : 그러나, but(의미의 전환), 의미의 전환을 나타낼 때 而를 쓰기도 하

고 의미가 and로 연결될 때도 而를 쓰기도 한다.

 

何以言之(하이언지) : 무엇을 가지고서 이것을 말하리요(어떠한 근거에서 내가

이런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요리) : 물결이 흘러내려 가듯이 아름다운 문장을 말함.

例法(예법) : 문장.

何以言之에 대해서 故也로 대답한 것이다.

衰周(쇠주) : 쇠망한 주나라, 東周를 가리킵니다. 東周는 대개 춘추전국시대로

400년을 衰周라고도 합니다. 주나라의 천자가 명목적인 황실만

유지했습니다.

衰周秦漢(쇠주진한) : 약 800년간의 시대.

有名(유명) : 요새 말로 유명하다는 말이 아니라 이름이 있다는 뜻이다.

而(이) : but.

具備得之(구비득지) : 구비하여 그것을 깨닫다.

王好古(왕호고) : 李東垣의 제자.

朱震亨(주진형) : 나지제에게서 배운 사람인데 주자학의 정통 후계자로 볼 수

있어요. 남방의학 계통입니다.

 

 

【 書 】

 

三經 중의 하나인 書經입니다. 書經에서 書는 책이라는 의미가 아니고 요새 말로 하면 문서입니다. 고대 殷, 周나라 때의 왕실에서 보존되었던 문서를 결집해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요. 영어로 번역하면 書經은 classic of document 라고 합니다. 三經에는 書經이 있고, 詩經이 있고, 易經이 있는데 易經은 占書란 말이에요. 고대사회에서 점이라는 것은 미래의 예측(prognostica-tion)이다. 우리는 일기도 예측을 하죠. 우리의 삶에 있어서 예측이라는 부분을 과학(science)이 담당하고 있죠. 미래에 대한 예측을 지금은 싸이언스가 담당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占이라는 형태가 담당했었죠. 요새처럼 이름짓고 신수를 보는 것 뿐만 아니라 과거에 占이라는 의미는 국가 대사 등 모든 것을 占에 의해서 결정했기 때문에 점이라는 것 속에서는 그 사람들의 역사라든지 우주와 인간을 바라보는 눈이 들어가 있습니다. 점서지만 고대에 있어서는 과학서이기도 하고 우주론(cosmology)의 결집이기도 합니다. 인간세상에서 가장 예술적이고 보편적인 것이 '노래'이다. 詩經에서 詩는 요새 개념의 詩라기 보다는 노래라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좋은 것입니다. 詩經은 고대민요집입니다. 물론 악보는 없어지고 가사만 남았겠죠. 악보라는 것은 가사의 운을 통해서 우리가 추측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詩經이라는 책은 영어로 번역할 때는 book of songs 라는 말 보다는 book of poetry 라는 말이 적합하겠죠. 사실 이 세개 중에서 가장 역사적으로 믿을 만한 근거가 되는 문서는 詩經 밖에 없습니다. 나는 易經이나 書經은 비교적 후대에 조작된 문헌이라고 생각합니다.

 

 

【 若藥不暝眩 厥疾不廖 】

 

書經의 說命(열명)에 나오고 있습니다. 說命이라는 것은 商나라의 고종이 傅說(부열)이라는 제상에게 벼슬을 내리면서 정치를 하려면 이렇게 이렇게 잘 해야 되느니라 하고 훈계를 내리는 문서입니다. 이것은 지금으로 말하면 의고문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의고문이라는 것은 서경의 전문적인 용어로 금문 고문 등 진시황의 분서갱유가 일어난 판본의 문제입니다.

만약 약이 명현하지 않으면 그 병은 나을 길이 없다는 얘기는 고종이 부열이라는 재상에게 신하의 말에서 매서운 말을 들어야 정치가 제대로 된다. 이런 식으로 비유를 하여 인용하고 있습니다. 서경 자체의 원맥락에서는 의학적인 용어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고 신하의 말들도 명현이 올 정도로 들을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이다.

 

 

【 暝眩 】

 

명현이라는 말은 방제학, 본초학에서 굉장히 빈번하게 오늘도 쓰이고 있는 말이고 일본 의학계에서는 명현에 관해서 구체적인 논문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명현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에요. 보통 풀뿌리라는 것이 오래간다고 좋은 것은 아니거든요. 오래가면 약효가 없어지는 풀뿌리도 많아요. 칡같은 것은 늙은 칡은 약효가 떨어져요. 작고 전분이 많은 것이 좋죠. 오래되면 풀뿌리는 죽고 썩는 것인데 어떻게 山蔘은 100년씩 사느냐? 山蔘은 상식에 어긋나는 식물이거든요. 가장 중요한 것으로 산삼은 음지식물이고 습기 등의 적당한 요구가 있다. 자연 조건이라는 것은 항상 그 조건을 유지시켜 주지 못하거든요. 나무가 있다가 태풍에 쓰러지면 환경 생태계가 변하죠. 그러면 山蔘은 휴면기에 들어가요. 자기가 자랄 수 있는 조건이 바뀌어 지상의 잎이 다 마르면 땅속에서 완전히 휴면기에 들어갑니다. 그런 뒤 주변의 조건이 山蔘이 자랄 수 있는 조건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구. 그때에서야 다시 싹을 틔웁니다. 이것은 동물이 긴 겨울잠을 나듯이 휴면을 할 줄 아는 이상한 식물이에요. 山蔘은 재배 인삼하고는 식물 분류학적으로 다른 식물로 봐야 된다는 설이 많습니다. 山蔘은 두꺼운 뿌리가 아니거든요. 실뿌리가 많고 옥주라고 해서 구슬 같은 것이 실털에 달려 있어요.

 

산삼을 먹으면 이상한 현상이 꼭 나타나요. 어떤 사람은 산삼을 먹고 나서 한잠도 못 잤다. 어떤 사람은 먹으면 잠을 몇 일 동안 잤다. 여러 가지 상반된 이상한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그 현상들이 반드시 그 사람을 해치는 것이라기보다는 신체의 변화를 주기 위해서 나타나는 특수한 일시적 현상입니다. 이것을 한의학에서는 暝眩(명현)이라고 불러요. 명현이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눈이 어두워진다." 는 뜻이다. 약을 먹으면 눈이 침침해진다는 것은 명현의 한종류이죠. 현대의학에서는 명현을 전부 부작용으로 생각하겠죠. 한의학에서는 부작용이라는 말이 없어요. 명현이라는 말을 씁니다.

 

 

【 醫道始興 】

 

이제마는 세계의학사를 내경 중심으로 보지 않고 상한의학 중심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예요. 이제마는 상한의학과는 다릅니다. 그렇지만 내경의학과 상한의학으로 말한다면 내경의학 보다는 상한의학을 계통으로 삼아서 자기 의학의 identity를 규정하고 있다. 이 말은 이제마의 의학은 처음부터 구체적인 증상에 대한 실증의학으로써 인간을 어떻게 치료하느냐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가장 구체적인 것은 약방에 관한 연구이다. 이제마의 사상의학은 오늘날까지도 주축이 藥입니다.

 

 

【 活人書 】

 

『南陽活人書』라고 불리는 책입니다. 주굉을 의도의 中興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사실은 나는 주굉이라는 사람을 의학사에서 이제마가 말하는 것처럼 높게 평가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남양활인서』가 유명하느냐 하면『남양활인서』는『傷寒論』의 후대 연구에서 가장 탁월한 책입니다. 주굉을 中興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이제마가 상한론을 중심으로 해서 의학사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상한론에 관해서 원본에 해당되는 것들은 없고『너와 나의 한의학』에서 가장 잘 얘기했지만 송나라 이전의 판본으로써 가장 알 수 있는 것은 당나라 때의 孫思邈이 쓴『備急千金要方』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여기에 상한의 고서 형태의 일부가 들어 있다고 생각이 되고 王燾의『外臺秘要』에도 상한이 있습니다. 송나라 때에 成無已 판본이 나온 뒤에 종합적인 연구를 해서 方에 대해서 朱肱이가 잘 만들었기 때문에 이제마는 주굉을 높게 평가한 것 같으나 주굉이라는 사람은 상한병을 내경의 경락과 관련지어서 보고 있기 때문에 이제마와는 계통이 다릅니다. 이제마는 주굉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철저하게 상한 중심으로 의학사를 보고 있다. 나는 주굉을 그렇게 평가 안하고 朱震亨이라는 사람을 나는 중시를 합니다. 나는 의학사에서 중시조로 본다면 주진형을 치고 싶은데 이제마는 주진형을 가볍게 터치하고 넘어가요.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얘기죠.

 

 

【 李고 王好古 朱震亨 危亦林 】

 

이 네사람도 金元四大家로 불리우는 사람들 중에는 李고 朱震亨만 들어 갑니다. 李고는 李東垣이라는 사람입니다. 이동원이라는 사람은 의학사에서 중요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어요. 나 개인으로는 주진형을 이고 보다 더 치지만 의학사 쪽으로 보면 이동원이가 의의가 높습니다. 왜 원나라 때에 명의들이 나오게 되냐면은, 원나라는 몽고가 들어와서 지배한 것이죠. 몽고사람들이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과거시험을 폐지한 것입니다. 과거시험을 폐지하여 중국인들을 관료로 뽑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사회계급을 9등급으로 나누어 과거 한족의 사대부들을 거의 8,9등급으로 내려놨다. 그 당시 지식인들이 살맛 나겠어요. 그러니까 지식인들이 항간에서 시정잡배들과 어울려서 극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희곡이 무지하게 발달합니다. 중국의 드라마라는 것은 전부 원나라 때에 생기는 것입니다. 드라마는 무엇으로 해야겠어요. 리얼하게 그 당시 통용되는 말로 해야겠지요. 드라마 대본을 文語로 쓸 수가 없는 것이니까 최초로 자기 口語를 발견해요. 이것이 白話의 시작이에요.

 

미술사에서도 金元四大家라는 말이 잘 말해지고 있고 화가들이 엄청나게 배출되고 있죠. 그리고 金元四大家라는 말이 잘 쓰이는 곳이 의학사이다. 우리 의학분야에 있어서 엄청난 인재들이 이 의학으로 투입이 됩니다. 그러면서 금원시대를 통하면서 엄청난 의학자들이 길러지게 되요. 이때는 이미 송나라를 거친 것이죠. 송나라에 朱熹라는 유명한 유학자가 있죠. 朱子라는 사람이 이미 新儒學이라는 패러디임을 낸 후이기 때문에 주자학적인 패러디임과 의학사의 지식은 짬뽕이 되기 시작합니다. 신유학의 철학이론과 의학이 접합되는 시기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오랑캐가 지배하던 원나라 시대에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죠.

 

이동원이라는 사람은 脾胃論이라는 유명한 책을 쓰지요. 동원은 元氣를 가운데(中焦)로 보는 것입니다. 만병은 이 脾胃에서 발생한다는 얘기다. 그 사람 비위도 좋다. 이럴 적에 비위는 성격이건 먹는 것이건 잘 소화한다는 얘기다. 동양인에게 있어서 脾라는 것은 思慮(생각한다)하고 관계가 깊어요. 생각을 많이 하면 소화가 안된다는 것이 그래서 나온 말입니다. 脾라는 것은 中焦이니까 上焦 中焦 下焦에서 中焦를 중심으로 해서 中焦가 잘 보존이 돼야만 上下焦가 잘 소통이 된다. 그러니 비위를 강하게 하면 모든 사람이 낫는다는 것입니다. 이동원이 가장 유명한 명방을 남겼는데 소위 "補中益氣湯"입니다.

 

黃 一錢五分 炙甘草 人蔘 白朮 各一錢 當歸 陳皮 各七分 升麻 柴胡 各三分

生薑三片 大棗二枚

 

此方出於李 東垣書中

治勞倦 虛弱 身熱而煩 自汗 倦怠

今考更定此方 黃 當用三錢 而當去升麻柴胡 當用紫藿蘇葉

 

補中益氣(가운데를 보하고 기를 더한다)는 脾胃가 선천적으로 강한 사람들에게 쓰면 좋겠어요 나쁘겠어요? "오히려 나쁘죠" 이제마는 보중익기탕을 소음인 체질방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소음인이라는 것은 腎大脾少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동원이라는 사람은 이론(theory)을 낸 최초의 사람입니다. 주자학에서 말하는 명제는 人欲을 제거해서 天理를 존하여 성인이 되는 학문이다(存天理 去人欲 爲聖之學). 주자학적 패러다임과 의학적 패러다임은 인체에서 질병의 발생을 人欲으로 보는 것이죠. 天理를 存한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말하면 건강한 상태가 되는 것이죠. 사실 성인이라는 개념을 의학적으로 말하면 건강한 사람(Healthy Men)이다. 주작학적 패러다임과 의학적 패러다임이 만나게 되는 것이 원나라 때에 이루어지게 됩니다.

쇼크를 받았다. 이혼을 당했다. 억울한 일을 당했다. 그런 뒤 얼마 안 있으면 암에 걸려 죽습니다. 감정의 상태를 조절하지 못 하는 것이 인간이라는 몸에 가장 데미지를 주는 거예요. 육체적 노동이라는 것은 회복이 쉬워요. 여태까지 현대의학에서는 싸이코라고 해서 정신적인 틀에서만 보는 것입니다. 서양의 싸이콜로지, 프로이드의 이론 등 장부론과 관련되지 않은 싸이콜로지는 얼마나 넌쎈스냐! 뇌(brain) 문제로 생각하니 미친놈들이 아니냐!

 

 

인간과 동물이 다른 것이 뭐냐?

 

동물은 과도하게 감정을 내지는 않는다. 예를 들자면 개가 자기와 놀다 다른 개에게 간다고 해서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는 이런 현상은 개한테는 없잖아요. 생리적 범위 내에서만 감정이 움직이죠. 동물에게도 감정(喜 怒 哀 樂)이 있어요. 그러나 과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인간이라는 동물에게서만 유독 생리적 범위를 넘어서 감정을 발출하는 메커니즘이 발달되어 있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아마 이 우주상에 존재하는 희귀한 동물입니다. 이것은 생명 현상에 없었던 문제이고 DNA에도 없었던 문제이다. 그런데 이것이 왜 생긴 줄 아십니까? 이것은 언어 때문에 생긴 것이에요. 인간에게 언어만 없었다면 마누라가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화를 낼 일 없어요. 네가 나를 이렇게 배반할 수가 있느냐! 이것은 언어거든요. 언어는 항상 들어 있으니까, 슬프고 괴로워 인간을 괴롭힌다. 이 언어가 주는 부담으로 오는 질병이 제일 큰 질병이에요. 이렇게 명백한 것을 의학에서 안 다루고 있다는 것이 희한한 것이에요. 의학 공부를 제대로 할려면 나처럼 언어학 공부도 해야 됩니다. 이런 패러디임을 완성한 것은 李東垣으로부터 시작해서 朱丹溪에 이르러서 완성이 됩니다. 동양의 병리 생리의 문제가 여기서 완성이 됩니다.

 

 

【 許浚具備傳之 】

 

許浚이라는 사람을 세계 의학사를 쓰는 입장에서 중국의 의학자들과 나열하면서 같은 평면에서 얘기하고 있는 것은 독특하죠. 허준이라는 사람을 이제마는 중국사람들과 구분 없이(조선에서는 누가∼ 이러지 않고) 쓰고 있다. 그러나 허준이는 具備得之라고 않고 具備傳之라고 했다. 사실은 어떤 의미에서 허준이를 한 단을 낮추고 있는 거예요. 허준이는 모든 것을 전하는 사람으로 기록을 하고 있습니다. 그 뒤에서는 허준이를 높이고 있지만 허준이는 내가 인정하건대 나만큼 독창성이 없는 놈이다. 이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요. 이러한 허준에 대한 평가는 매우 정확합니다.

 

허준이라는 사람은 전혀 독창성이 없는 사람이에요. 허준의 의학사상은 없어요.『東醫寶鑑』이라는 책은 중국의서들을 모아 놓은 참고서예요. 그런데 대단하다는 것은 엄청난 책을 모아서 읽고 뽑아서 정리를 기막히게 하고, 한국적 현실에 맞는 향약들을 집어넣어 현실적으로 활용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허준의 동의보감을 보면 정말 내용 없는 책이에요. 자기 소리 아무 것도 없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철저하게 인용입니다. 아마 어명으로 받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더 그랬을 거예요. 그리고 중인이라는 천한 신분에서 종2품까지 올라가는 행운을 맞으면서도 정적들이 많았기 때문에 자기 입장을 개진할만한 용기를 가질 수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은성씨의 소설 동의보감이라는 책은 거의 99%가 픽션입니다. 여기서 인상을 가지고 허준을 얘기하거나 허준이가 시체를 해부했다는 것은 쌩거짓말이에요.

 

 

【 病證藥理 】

 

이제마는 의학사를 藥理로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針은 관심이 없어요. 針에 있어서 이제마는 전혀 접근을 못한 사람이에요. 20세기에 위대한 의사를 권도원 선생이라고 생각하는데 권도원 선생하고 이제마하고 가장 큰 차이는 이제마는 약리이론이고 권도원 선생은 철저하게 침리이론입니다. 이제마는 맥을 가지고 아무 것도 볼 수 없다고 했으나 권도원 선생의 위대한 발견이라는 것은 脈狀을 통해서 체질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 李천 공信 】

 

李천 은『醫學入門』의 저자입니다. 의학입문이라는 책은 조선후기에 있어서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의서에요. 우리나라 의사 치고 의학입문을 안 읽은 사람이 없고 오늘날 한의과 대학에서도 가장 영향력이 큰 책입니다.

공信은 명나라 때의 사람입니다. 이 사람의 아들이 공廷賢이라는 사람인데 공정현의 저서에 수세보원이라는 책이름이 있어요. 공정현의 수세보원을 이제마가 의식하고 있는지 없는지는 내가 알 길이 없어요. 아직 우리나라에서 공정현의 수세보원이라는 책에 대한 연구가 없는데 이런 것을 해봐야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제마가 수세보원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마음에 안 들어요. 왜냐면 중국에 기존하고 있는 이름을 알면서도 자기의 독창적인 이론을 중국에 기존하던 책이름을 따다가 붙였다는 것은 이해가 안 가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나중에 동의를 덧붙였는지 정확하게 따져 봐야 될 문제입니다.

 

余生於醫藥經驗五六千載後, 因前人之述, 偶得四象人臟腑性理,

著得一書, 名曰: "壽世保元."

原書中張仲景所論, 太陽病-少陽病-陽明病-太陰病-少陰病-厥陰病,

以病證名目而論之也.

余所論, 太陽人 少陽人 太陰人 少陰人, 以人物名目而論之也.

二者, 不可混看, 又不可厭煩. 然後可以探其根株, 而採其枝葉也.

若夫脈法者, 執證之一端也. 其理在於浮沈遲數, 而不必究其奇妙之致也.

三陰三陽者, 辨證之同異也. 其理在於腹背表裏, 而不必求其經絡之變也.

 

내가 의학의 경험이 있은 지 5,6천년이 지난 후에 태어나서 옛사람들이 기술한 것에 의거하여 우연히 사상인의 장부성리를 깨닫게 되었다. 한 책을 짓게 되었는데 이름하여 수세보원이라 한다. 원서 중에 장중경이 말한 바 태양병-소양병-양명병-태음병-소음병-궐음병은 병증의 명목을 가지고서 논한 것이다. 내가 말한 바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은 인물의 명목을 가지고 논한 것이다. 이 두가지는 혼동해서 보면 안된다. 또한 내가 새 학설을 냈다고 귀찮게 생각하면 안된다(번거러운 소리 또 했구나 이래 가지고 내 이치를 따져볼 생각은 안하고 그저 그런 것이다 하고 생각하면 안된다). 연후에 그 뿌리를 탐구해서 가지를 딸 생각을 해야 되는 것이다. 만약 맥법을 가지고서 말한다면 그 증세를 파악하는 하나의 단서이다. 그 이치는 부침지삭에만 있을 뿐이고 그것에 기묘한 이치가 있다고 궁구해 들어갈 필요는 없다(맥상을 통해서 병을 아는 것을 인정 안한다. 그러니 이제마가 독창적이고 과감한 사람이죠). 삼음삼양은 그 증을 변별하는 동이의 문제이다. 그 이치는 배에 있느냐 등에 있느냐 하는 표리의 문제이지 그 경락의 변화를 구할 필요는 없다.

 

------------------------------------------------------------------

 

 

載(재) : 年.

因(인) : 의거하여.

著得(저득) : 얻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되었다는 의미.

原書(원서) : 아마도 수세보원 그 자체의 텍스트를 가리키는 것이라기 보다는 수세보원을 짓게

되는 배경이 되는 것으로 자기가 참고한 책들을 총칭해서 지칭하는 것이 아닌가 생

각돼요. 原書를 앞에서 얘기한 것으로 말하면 前人之術에 해당될 수도 있다.

以病證名目而論之也와 以人物名目而論之也는 댓구가 되었죠.

상한론은 병의 구체적인 증세에 관해서 논의한 것이고

사상이라는 것은 인간 그 자체의 장부성리를 가지고 얘기한 것이다.

執(집) : 파악하다.

 

 

【 名曰壽世保元 】

 

醫源論 이전에 네편을 지어 놓고, 의원론에서 수세보원이라는 책이 따로 지어 놓은 것처럼 얘기되고 있잖습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壽世保元에서 東醫가 빠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마가 오리지날하게 저술한 이름은 東醫壽世保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 책이 1894년 봄에 완성되었다고 했죠. 그리고 1900년까지 改草되었다고 했죠. 개초되는 과정 중에 의원론 부분을 써 가면서 東醫라는 말을 붙여야겠다 라는 필연성이 생겨서 동의라는 말이 후대에 붙을 수도 있겠다 혹은 제자들이 이 책을 편집하면서 동의라는 말을 붙일 수도 있겠다 이것은 지금 알 수가 없습니다.

 

靈樞書中, 有太少陰陽 五行人論, 而略得外形未得臟理.

盖太少陰陽人, 早有古昔之見, 而未盡精究也.

 

영추경이라는 책 가운데 태음인 태양인 소음인 소양인이 있고, 금 수 목 화 토형인이 있다. 이것은 외형의 분별을 기준으로 해서 한 말이지 아직 장부의 이치를 얻지는 못한 것이다(이제마는 철저하게 장부의 이론을 가지고 체질론을 구성했다는 것을 얘기하죠. 여러분들이 태음인, 태양인 하면 자꾸만 음양의 문제로 생각하기 쉽죠. 이제마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태음인은 음침하고 음울하고 태양인은 밝은 사람일 것이다 라는 개념이 아니다. 그러나 통천편에는 그런 개념이에요. 요즘 중국에서는 체질론이 아직도 통천편 수준이란 말이에요). 대저 태음인 태양인 소음인 소양인이라는 것은 예로부터 이런 견해는 있었으나 아무도 정밀하게 탐구한 자는 없었다.

 

靈樞(영추) : 황제내경소문에 대해서 영추라는 고문헌이 있습니다. 영추경은

경락학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는 책이다.

 

 

【 太少陰陽 五行人論 】

 

太少陰陽을 인수분해 하면 太陰 太陽 少陰 少陽이 된다. 靈樞의 通天篇에 나옵니다. 상한론에서는 太陽-陽明-少陽-太陰-少陰-厥陰이 있고, 通天篇에는 太陰之人 少陰之人 太陽之人 少陽之人 陰陽和平之人이 있다. 太陰陽之人은 陰이 아주 많은 사람, 少陰之人은 양이 많고 음이 적은 사람, 太陽之人은 陽이 아주 많은 사람, 少陽之人은 양이 적고 음이 많은 사람, 陰陽和平之人은 陰陽의 밸런스 딱 맞은 사람이다. 이렇게 인간을 다섯 체질로 나눈 것이 영추경 通天篇에 나옵니다.

 

五行人論은 靈樞의 陰陽二十五人篇에 있습니다. 金 水 木 火 土形人으로 나누고 金形人에서 또 다섯 가지의 서브카테고리를 만들면 5×5=25가 됩니다. 체질을 25개로 나누어서 논한 것이 한대에 있습니다. 이제마는 내경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서도 의학의 始興은 傷寒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여러분은 반드시 기억해야 됩니다. 왜냐면 그 뒤의 의학사를 보는 관점을 봐도 상한 중심으로 보고 있어요. 이제마가 방문을 쓰게 된 것도 상한방에서 힌트를 얻어서 출발을 한 것이에요. 이제마는 조선의학사로 본다면 엄청난 이단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상한론이 나왔던 시대는 대규모의 전염병 시대

 

張仲景은『傷寒論』의 저자로 알려졌습니다. 상한론이라는 책이 언제 성립이 되었으며 장중경이라는 사람이 어떠한 사람이냐 하는 것은『너와 나의 한의학』을 보세요. 역사적으로 얘기되어 온 장중경의 상한론이라는 책은 後漢末에 성립이 되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상한론이 나왔던 시대는 대규모의 전염병 시대였어요. 이조가 무너지면서 콜레라가 엄청나거든요. 최시형이 다닐 무렵은 전염병으로 사람이 하나도 없는 빈 동네가 많았어요. 최시형이 동학교도들에게 포교를 많이 내리지요. 남이 먹던 밥을 먹지 말라 등의 규칙을 내거든요. 단 하나 핵심적인 것이 빠졌어요. "물을 끓여 먹어라"라는 것만 넣었으면 엄청나게 구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동학교도들은 비교적 그런 수칙을 지켰기 때문에 콜레라에 비교적 덜 걸렸어요. 그래서 동학교도들은 연대가 더 강해집니다. 콜레라는 설사가 주된 증상이고, 상한은 요새로 보면 대개 전염성 열병이었던 것 같아요. 대개 디프테리아, 파라티프스, 장티프스 이런 계통이다. 여기서 寒이라는 것은 寒邪이고 傷은 상했다는 뜻이다.

 

 

땀구멍은 외계와 소통하는 창구

 

우리가 보통 中風이라고 하잖아요. 中은 적중했다는 中입니다. 들어맞을 중자입니다. 中風이라는 말은 風에 맞었다는 얘기다. 인간이 외계와 교섭하는 창구를 피부로 봤다. 인간에게 가장 고마운 것이 skin이에요. 피부라는 개념은 인간을 나라는 개체로서 유지시켜 주는 가장 경계막이죠. skin을 조직학에서는 epithelial cell이라고 한다. 이 epithelial cell의 구조가 조직세포들 하고 다른게 있어요. epithelial cell은 세포 하나하나 사이가 짝 붙어 있는 세포에요. 이 사이로 물질이 잘 통과 안되죠. 그러니까 우리 몸을 유지하는 것이죠. cell과 cell사이가 엉성하게 되어 있으면 목욕탕에 들어가 몸이 금방 붓을 것입니다. 여러분의 identity를 유지시켜 주는 작용을 epithelial cell이 일차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skin을 한의학에서는 衛氣라 한다. 營이라는 말은 인간의 몸의 inside를 운영하는 체계이고, 衛라는 것은 나의 존재를 나의 존재답게 protect해 주는 시스템이다. 衛氣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skin이에요. skin은 엄청난 일선 방위부대에요. 효소, 임파구, 미세혈관 등이 분포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이 skin을 뚫고 들어온다는 것이 외부에 있는 미생물의 입장에서 본다면 엄청난 방위병들이 있는 것이다. skin 중에서 구멍이 난 곳은 입, 코, 귀, 눈 등으로 七竅, 九竅라고 합니다. 인체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구멍들이다. 인체를 볼 적에 입에서 똥구멍까지 뻥 뚫려있는 것 아니에요. 식도, 위, 소장, 대장의 안은 체내에요 체외에요? "체외입니다." 위장 속을 체내로 생각한다면 안되요. 체외란 말입니다. 체내로 한번도 못 들어간 놈이 "똥"이란 말입니다. 입에서 잘라주는 물리적 작용을 하고 위에 들어가면 위산, 효소들이 나와 화학적 소화를 한 뒤에 미세하게 만들어서 빨아들이는 현상을 우리가 "소화"라고 부르는 것이죠. 소화관의 벽은 skin하고 동일한 epithelial cell입니다. 위벽은 skin하고 같은 세포들이에요. 인간에게 있어서 밖에서만 風邪를 맞는 것이 아니다. 상한의 문제는 교섭하는 창구가 안팎으로 다 있는 것입니다. 밖에 있는 교섭 창구를 理(주리)라고 부른다. 주리를 요새로 말하면 땀구멍입니다. 고대의학에서 땀구멍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외계와 소통하는 결정적인 창구예요. 땀구멍을 통해서 대개 風도 맞고 寒도 맞는다. 風 寒 暑 濕 燥 火라는 대기의 변화를 땀구멍을 통해서 맞는 것입니다.

 

 

내경은 인간의 철학이다.

 

傷寒論은 성립시기를 한나라 문명이 끝나는 조조시대로 본다면 소위 內經의학의 성립시기는 이미 한대로 본다. 內經의 內는 內科라는 말은 아니고 外經에 대해서 內經이라는 말입니다. 內經을 영어로 번역하면 비밀스런 경전(esoteric)이다. 內經의 내용을 오늘날로 말하면 內科學이다. 옛날 내과학이라는 것을 요새 개념으로 말하면 예방의학(preventive medicine)이다. 서양의 예방의학은 기본적으로 전염병 예방의학인데 우리 예방의학이라는 것은 養生學입니다. 몸의 조시를 평소에 생활 속에서 컨트롤해서 병에 안 걸리다는 문제이니까 이것은 생활철학의 문제이고 삶의 습관의 문제이다. 내경은 인간의 철학이에요. 나의 내적구조(internal organization)를 가장 온전하게 유지하느냐 하는 養生學이기도 하면서 몸의 내적구조에 나타나는 經絡을 중심으로 해서 보고있다. 몸에 있어서 氣의 흐름의 루트로써 經絡이 형성되고 그 經絡의 상호 밸런스 의해서 인간의 건강이 유지된다는 것이 內經學이다.

 

내경적인 사고방식으로 아무리 나의 몸을 잘 조절해도 전염병에 걸리면 다 죽거든요. 그러니 내경의학이 무기력하단 말이야. 그런 무기력한 상황에서 내경의학에 대한 반란의학이 상한의학이에요. 인간의 삶의 복잡한 내과적인 예방의학과 무관하게 외부에서 들어오게 되면 죽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가 내경에만 의존하겠는가 하고 새로운 학풍이 대두된 것의 결집형태가 상한의학으로 보면 된다. 내경의학이 인간의 내면적인 양생을 중심으로 한 내과학이라고 본다면 상한의학은 증후에 대해서 어떤 약을 쓸 적에 어떤 효과가 있다는 구체적인 치료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한의학이 나오면서 비로소 약방문이 나오나 내경에는 약방문이 없어요.

 

 

조선의학사는 내경 중심 일본의학사는 상한 중심

 

우리나라의 한약분쟁이 사회를 시끄럽게 한 문제이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약사분들이 교육제도의 뒷받침 없이 의료행위를 거져 먹을 수는 없어요. 대개 약사들 중에 한의학을 한다는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모여서 단기코스로 공부(약대에서 가르치는 것은 거의 없고)를 하는데 이 연구는 상한(고방)입니다. 조선의학사의 흐름은 기본적으로 내경학을 정통으로 해서 내려온 것으로 금원사대가들의 내경 해석을 통해서 만들어진 새로운 의학 발전입니다. 동의보감에도 상한에 대한 얘기는 있지만 동의보감은 기본적으로 내경의학이에요. 한국사람들은 원리적인 것을 좋아하고 고차원적인 것을 좋아한다. 일본의 에도 의학이라는 것은 철저히 傷寒學 중심입니다. 상한의학은 내경의 관념적 구조에 집어넣어서 이해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내경에 대한 안티테제로 상한이 나온 것이기 때문에 상한은 내경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상한 그 자체로 연구되어야 합니다.

 

조선 의학사는 내경 중심으로 보면 되고, 일본 의학사는 상한 중심으로 보면된다. 내경이 상한보다는 역사적으로 더 오래 된 것이죠. 그런데 일본사람들은 상한을 古方이라 부른다. 왜냐면 고방으로 말한다면 상한이 제일 오래된 것입니다. 일본사람들에게 내경은 금원시대를 거쳐 명대에나 들어오는 내경해석이다. 이것을 후세방이라 부릅니다. 우리나라 한의학계에서 후세방, 고방이라는 말을 쓰는데 우리 의학사에는 없는 말입니다.

 

이것은 일본 의학사에만 있는 말입니다. 옛날에 경희대학 전신인 동양의학 대학에 있는 사람들이 일본사람들에게 배운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후세방, 고방이라는 말을 가지고 조선 의학사를 정리하는데 이것은 완전히 잘 못된 것입니다. 일본사람들은 상한(고방)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그 이외의 것을 전부 후세방이라 불렀어요. 그리고 내경지학을 무시했다.

 

상한방이라는 것은 증후에 대해서 구체적인 방을 제시한 것이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의 구미에 맞는다. 한국사람들에게 보약은 내경의학의 전통으로 養生之學이니까, 한약(보약)이라고 하면 두루두루 먹어두면 좋다는 생각을 갖는다. 오늘 아침에 SBS에서 방송하는 것을 보니까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한약을 지어 가지고 와서 몸 아픈데 먹으라고 하니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말이 안되는 것이거든요. 아무 약이나 지어 가지고 먹으라고 하니 감사하다고 열심히 다려 먹었으나 잘못 될 수도 있어요. 약이라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후세방의 특징은 두리뭉실 다 걸리지 않게 섞어 주는 것이다. 君 臣 佐 使라고 하여 아무나 아무렇게 먹어도 대강 통과되는 것이 후세방의 특징이거든요. 그러니 양과 가지수가 많지요. 그런데 고방이라는 것은 가지수가 적습니다. 그때그때 쓰기 때문에 부작용이 크지요. 그러나 맞어들어 가면 척척 맞어들어갑니다. 그래서 일본사람들의 기질에는 고방이 구미에 맞습니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은 그런 것을 오히려 천시하고 人蔘, 鹿茸, 黃 , 熟地黃 등을 上焦, 中焦, 下焦로 두루두루 사용합니다.

 

문제는 상한은 원래 유행성 열병을 모델로 해서 개발된 약들이기 때문에 근세에 오면서 일본에서는 상한의 문제를 미생물학이 해결 한거라구. 여러분이 지금 먹는 아스피린이나 심지어 항생제까지도 한의학적 개념에서 본다면 상한약들이다. 사실 서양의학도 한방적 개념에 의해서 분류하고 규정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열병을 앓는데 어떤 사람들은 엄청나게 열이 나는데 이불을 덮어 줘도 덜덜 떠는 사람이 있죠. 이것을 惡寒이라고 한다. 열이 나는데 춥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은 그냥 덥다고 옷을 벗어제친다. 같은 열이라도 서양에서는 human temperature에 대한 이런 개념이 없거든요. 그런데 상한에서는 이런 것을 구분하죠. 어떻게 구분하냐면은 惡寒일 경우는 땀이 없죠(無汗). 寒邪가 최전선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현상으로 본다. 최일선에 있는 방위군이 굉장히 강한 것이다. 그래서 거기서 전투가 아주 치열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방위군들이 치밀하게 스크럼을 짜고 못 들어오게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어서 땀이 날 수가 없죠. 그 대신 惡寒이 생긴다. 그런데 방위군들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땀구멍이 벌어지겠죠. 그리고 熱邪가 점점점 들어가는 것이지요. 그러면 속에서 煩熱이 난다.

 

소위 寒邪가 表에서 裏로 진행되는 방향의 순서를 6가지로 나누어서 태양 양명 소양 소음 태음 궐음으로 하고 궐음까지 가면 맥이 없어지고 불알이 오그라든다. 면역능력이 없어져 죽는 것이죠. 오늘날로 말하면 임뮨시스템이 완전히 파괴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심프토마틱하게 기술한 것이다. 이것을 경락의증세하고 맞추어서 해석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피는 돈다

 

여러분 맥을 본다는 것이 오묘하게 생각되죠. 기본은 피가 가는 것이에요. 이 혈관을 세 곳에서 짚어 느끼는 것이에요. 서양에서는 피라는 것에 대한 개념은 blood이다. 이것이 혈관을 돌아다니면서 영양물질을 수송하고 면역, 효소, 호르몬 등 우리 몸의 모든 circulation을 담당한다. 동양인들은 피라는 것을 관의 개념으로만 생각한 것 같지는 않아요. 피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잠시도 쉼 없이 돌아야 한다. 老子에 보면 "反者道之動"이라 한다. 항상 빙빙 도는 것이 도의 움직입니다. 周易이라는 것에서 易은 바꾼다(exchange)는 뜻이다. 이것은 blood circulation과 같은 얘기다.

 

피라는 개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라는 액체의 실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피가 돈다 라는 문제에요. 피가 아무리 있어봐야 돌지 않으면 죽는 것이다. 피는 잠시도 쉬지 않고 돌아야 하는데 그 돌게 하는 힘이 있다. 그 피를 움직이게 하는 힘을 불러서 氣라고 했어요. 피를 움직이게 하는 힘을 서양의학에서 기계론적으로 말하면 심장박출능력에 의해서 도는 것뿐이다. 그러나 동양인들은 피를 생각할 적에 피라는 액체를 피로만 파악한 것이 아니라 피 속에 氣가 들어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피는 기가 있기 때문에 피는 살아 있다는 얘기다. 그럼 氣라는 것은 뭐냐?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이에요. 그래서 血은 인체에 있어서 陰이고 氣는 陽이다. 血을 營으로도 보아 인체를 運營하는 시스템으로 생각하고, 氣는 衛로 보아 인체를 protect하는 시스템으로 생각한다.

 

맥을 눌러 보면 위에서 잘 잡히는 맥이 있고, 꾹 눌러 보면 눌려서 잡히는 맥이 있다. 위에서 잡히는 것이 浮脈이고, 밑에서 잡히는 것이 沈脈이다. 대개 浮脈에서는 인간의 病邪의 表證 상태를 보고 沈脈에서는 裏證 상태를 본다. 『醫學入門』에 諸脈體狀이라 해서 맥의 종류가 잘 정리되어 있어요. 흔히 맥에 대해서 얘기할 적에 浮 沈 遲 數만 보면 끝난다. 여기에 각 경락에 맞추기도 하고 上 中 下로 나누어 복잡하게 맥학을 구성했다.

 

 

成無已의 註解가 저지르고 있는 오류

 

太陽-陽明-少陽-太陰-少陰-厥陰이라는 것은 經絡이름인 足太陽膀胱經 등과 관련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 양자를 자꾸만 혼동을 했어요. 상한에서는 이러이러한 증상이 나타난 것에 대해서 太陽에서 厥陰까지 심프토마틱하게 붙여진 기호일 뿐인데 그 기호의 이름이 經絡에 쓰이고 있는 이름과 같기 때문에 예를들어 太陽病은 膀胱病이다. 이렇게 하면 우습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해석을 하는 것은 상한론의 成無已註부터 되어 있어요. 이것이 전통으로 내려와서 우리나라는 상한의 이해도 이러한 식으로, 경락상의 六經病으로 상한병을 이해하는 것이 조선유학사의 전통이다.

 

일본의 고방학자들은 이 成無已를 개좆으로 뭉갠다. 이 사람 때문에 상한 고방은 다 망쳤다. 그리고 상한은 내경 전통과 단절된 상태에서 그저 순수하게 심프토마틱하게 정리해 들어간 상한 고방이 오늘날 약사들의 구미에 딱 맞지요. 약사들이 배우는 상한은 일본에서 개발된 이런 증후(symptom)에 이런 약을 주어라. 이것이 일본의 상한 고방 정신이다. 약사들은 이것을 배워서 하는데 한의사들은 이것은 넌쎈스다는 얘기죠. 어떤 의미에서는 약사와 한의사의 이론투쟁은 한국 의학사와 일본 의학사의 투쟁이죠. 일본에서는 상한이 현대의학이 들어오면서 완전히 퇴색이 되어 한의학에 대한 깊은 연구가 부족합니다. 현대 과학적인 실험적 원리는 개발이 많이 되었으나 이제마와 같은 심오한 사상은 일본의학계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사람입니다.

 

 

【 反誠箴 】

 

인간의 언어를 모두 4귀로 맞춘다고 할적에 무리가 없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제마는 사고가 도식적(schematic)이기 때문에 분명히 무리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은 아주 도식적이에요. 이제마라는 사람은 우리민족이 가지고 있는 어떤 생각의 틀의 전형을 극단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사람 같아요. 가장 재미난 것은 조선 유학의 특징이 그림(diagram)이 많아요(天命圖, 性學十圖). 중국에는 별로 그런 것이 없거든요. 언어로 아규먼트를 계속 진행하는데 한국사람들은 diagram을 좋아합니다. 박정희이래 우리나라에 가장 유행하던 문화가 브리핑 문화로 우리는 군대문화라고 욕도 했지만 사실은 한국사람들은 원래가 도식적인면이 옛날부터 많습니다. 이제마는 4라는 글자 속에서 모든 것을 볼려고 하는 사람이죠. 그래서 이제마를 읽을 적에는 4구로 형성된 언어의 커튼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 작업이 쉽지 않아요. 나도 아직 이제마를 완전히 파악을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여러분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 이 강의가 끝날 때쯤이면 여러분과 더불어 이제마에 대한 感이 잡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自壬辰閏六月初九日, 至十二月初四日, 又自癸巳正月十七日, 至二月二十五日, 改草數十次而成之. 更題其名曰: "反誠箴"(本名八箴在篇名下)

 

임신년(1892) 윤6월초 9일부터 12월초 4일까지 써 가지고 또 계사년(1893) 정월 17일부터 2월 25일까지 개초를 수십차하여 썼다. 그래서 제명을 반성잠이라 했다.

 

東醫壽世保元을 쓴 것이 계사년(1893) 7월 13일이라고 했죠. 反誠箴은 같은 해인 2월 25일까지 끝냈으니까 한 다섯달 후에 동의수세보원을 썼죠. 동의수세보원을 쓸 때의 이제마하고 반성잠을 쓸 때의 이제마는 거의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동의수세보원하고 같은 해에 쓰여진 것이니까 반성잠은 굉장히 중요하죠. 反誠箴을 보면 乾箴, 兌箴, 坤箴, 艮箴, 箴, 震箴, 坎箴, 巽箴 등 八箴으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본명을 八箴이라고 했는데 나중에 改草를 하면서 이름을 반성잠이라 고쳤다고 했다.

 

格致藁卷之二

 

 

【 反誠箴 】

 

此箴名義, 依倣易象, 而乾兌箴尊道中庸, 坤艮箴欽德大學,

震箴取則柳下惠, 坎巽箴取則伯夷.

 

東武姓李, 出身爲東國武弁, 故號曰東武.(諱濟馬, 字務平)

篇名反誠, 何謂耶? 東武自幼至老, 千思萬思, 詐心無窮,

行詐則箇箇狼狽, 愈困愈屈, 不得已反於誠而自警也.

自警者, 反身之誠, 而未免有詐, 屢復屢失, 而至於自警也.

東武今年五十七齒, 而尙未忘行詐, 故彌彌自警, 詐亦難矣哉!

 

詐心而行詐, 則詐也. 詐心便發未及行詐, 而反誠則學問也.

學問之道無他, 求其放心而已矣.

凡人心中, 或酒或色或貨或權, 必有膠着之欲, 故行詐也.

就其中膠着之甚者克之, 則其他泛泛之欲不克而自克也.

此之謂克己復禮也, 其法莫如此等, 非禮之事,

勿視, 勿聽, 勿言, 勿動, 最爲上策.

 

形理之取象只是臆見, 而其象有八, 非眞謂伏羲易象如此也.

若夫卦之名義, 暗合有異者, 則實非臆見探 之所及也.

固不可擧論也, 故曰: "依倣."

 

自壬辰閏六月初九日, 至十二月初四日,

又自癸巳正月十七日, 至二月二十五日,

改草數十次而成之. 更題其名曰: "反誠箴." (本名八箴在篇名下)〕

 

이 잠의 이름과 뜻은 주역의 상을 본떴다. 건태잠은 중용의 도를 높인 것이요. 곤감잠은 대학에서 덕을 기린 것이요. 리진잠은 유하혜와 같은 현실주의에서 취한 것이요. 감손잠은 백이와 같은 이상주의에서 취한 것이다.

나 동무는 성씨가 이씨요, 출신은 동국의 무관 출신이다. 그래서 호를 말하기를 "동무"라 했다.(휘는 제마요, 자는 무평이다)

편명을 성으로 돌아간다 했는데 그것은 무엇을 일컬은 것이뇨? 나 동무는 어려서부터 늙을 때까지 천사만사로 사기를 칠려는 마음이 끝이 없었다. 그런데 사기를 칠려고 하면 사기를 칠 때마다 낭패가 되어 더욱 곤궁해지고 더욱 굴종적 인생이 돼 버려서 할 수 없이 성으로 돌아가 스스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스로 경계한다는 것은 몸을 돌이켜 성(성실한 우주의 본 모습)으로 가는데도 사기를 칠려는 마음이 계속 남아 있다. 자꾸자꾸 사기를 쳐서 자꾸자꾸 낭패하면 스스로 경계할 수밖에 없는 데에 이르게 된다. 나는 금년의 나이가 57세인데 사기칠 마음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더욱 스스로 경계하고 사니 이 사심이야말로 정말 인간 존재의 어려운(괴로운) 문제로다!

사심이 있으면서 intentional하게 사심을 행동으로 옮겨 사기를 쳐버리면 그것은 진짜 사기이다. 그런데 사심이 발했어도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까지는 이르지 아니하고 성으로 돌아가면 그것을 학문이라 한다. 배우로 묻고 하는 학문의 길이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흩어지는 마음(사기치는 마음)을 수렴할 뿐이다. 대저 사람 마음 중에 어떤 사람은 술을 좋아해, 어떤 사람은 여색을 좋아해, 어떤 사람은 재화를 좋아해, 어떤 사람은 권세를 좋아한다. 반드시 유별나게 달라붙는 욕심이 있다. 그러므로 사기를 치게 되는 것이다. 그중에 교착이 심한 놈만 골라잡아 극복하면 그 나머지 덤덤한 욕심은 극하지 아니하여도 스스로 극하게 된다(그 인간에게 티피컬하게 나타나는 어떠한 욕을 극복해 버리면 스스로 극복이 된다). 이것을 일컬어 극기복례라고 하는 것이다. 극기복례의 법은 다음만 같지 못하다. 예가 아닌 것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움직이지도 마는 것을 상책으로 삼는다

형리의 취상은 단지 내 억견이다(내가 제 멋대로 한 것이다. 여기에 건잠이니 곤잠이니 태잠이니 이런 얘기들에 속지 말아라). 그 모습은 반성잠에 8개가 있으나 복희의 역상이 이와 같다는 것을 진짜 말할려는 것이 아니다(자꾸만 주역하고 관계 짓지 말아라, 주역의 언어를 썼다고 해서 이제마는 주역의 대가인 것처럼 여기지 말아라, 내가 제 멋대로 한 것으로 주역의 언어만 빌린 것이다. 말이 없어서 내가 갖어다가 쓴 것이니 혼동하지 말아라 이런 말이다). 만약 괘의 이름만 빌려다 쓴 것인데 어쩌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그런데 억견은 심오한 것을 탐구해서 미칠려고 하는 바의 얘기들이 아니다(주역에 대비를 시켜 가지고 문왕의 선천지도가 어떻구 하도락서가 어떻구 이러지 말아라). 진실로 주역에 대한 것은 거론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단순히 "본뜬것"이라고 말한 것이다(말만 빌렸다는 의미다).

 

-------------------------------------------------------------------------

 

 

名義(명의) : 잠의 이름.

依倣(의방) : 본뜨다.

欽(흠) : 기리다.

柳下惠(유하혜) : 유하혜라는 사람은 맹자에 나오는데 임금이 부덕하든 말든 도덕적기준에 의해서 자기 거취를 결정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다고 생각하면 나아가서 얼마든지 벼슬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는 주의를 편사람입니다. 유하혜는 어떤 의미로 현실주의(realism)이다. 伯夷(백이) : 도덕적으로 그르면 임금이 아무리 성군이라 할지라도 산 속에 들어가서 굶어 죽었으면 죽었지 타협을 안하는 사람이죠. 굉장한 이상주의(idealism)을 표방한 사람이다.

武弁(무변) : 무관.

弁(변) : 고깔 변, 옛날 사모관대.

反誠(반성) : 반성은 요새 우리가 생각하는 반성이 아니지요. 잘못하여 반성했다는 것은 살필성

(省)자를 쓰지요. 여기서는 정성성(誠)자를 씁니다.

反(반) : 返, 되돌아 간다.

反身(반신) : 자기의 몸을 돌이킨다.

之(지) : 갈 지, 영어의 of가 아니고 간다는 의미.

未免有詐(미면유사) : 사기치는 마음이 있는 것을 면할 수 없다.

齒(치) : 이는 연령의 표시.

學問(학문) : 학은 배운다는 것이죠. 문은 묻는다는 것이다. 원래 중용에서는 問學으로 나옵니

다. 물음이 없으면 배움이 성립할 수 없고 배움이 성립하지 않으면 물음이 있을 수

없죠.

而已矣(이이의) : 뿐이다.

求(구) : 수렴한다.

或酒或色或貨或權 :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소양인이고, 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소음인이고, 재화

를 탐내는 사람은 태음인이고, 권세를 좋아하는 사람은 태양인 계열이 될

것입니다.

膠(교) : 아교 교.

膠着(교착) : 인간에게 욕심은 다 있는데 뭔가 특별히 달라붙는 욕심이 있다. 어떤 사람은 색을

밝혀, 어떤 사람은 유별나게 돈을 밝혀, 어떤 사람은 유별나게 명예나 권

세를 밝혀, 어떤 사람은 유별나게 술만 좋아하는 것이 있다. 이것은 교착

으로 欲이 들러붙는 것이다. 영어로 말하면 typify한 형태로 나타난다.

暗合(암합) : 어쩌다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探 (탐이) : 심오한 것을 탐구하다.

 

 

【 求其放心 】

 

맹자가 말한 求放心은 흩어지는 마음을 수렴한다는 의미, seek한다 라고 영어식으로 번역하지 마세요. 현대인들이 직선사관이 되어 가지고 이런 글자 하나 해석을 하는 데에도 막 추구해 가면서 달려가는 것을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동양의 求는 빙빙 돌리면서 가운데를 잡고 있는 모습이에요. 反誠箴은 1893년도에 쓴 것이니까 이 얘기는 앞의 잠을 다 쓰고 얘기한 것입니다. 동의수세보원을 착수하기 다섯달 전의 문장이에요. 사상의학의 사상이라는 것은 구기방심해서 흩어져 가는 인간의 유형들이다. 구기방심하면 병을 얻는 것이죠. 사기치는 인간들의 유형에 따라서 사상이 나타납니다. 이것이 독행편에 나타나고 있는 비박탐나와 연결이 됩니다

 

 
다음검색
댓글
최신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