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강 습지의 이행

[★송이★(정찬옥)]

습지의 이해

                                                                                              신 정 섭

                                                                             어울림 상임대표. 한국생태문화연구소 소장

Ⅰ. 습지란 어떤곳일까?

  어릴 적 이었다. 개구쟁이였던 나는 마을의 입구에 있던 습지를 매립하고 가장자리에 남아 있던 물웅덩이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논적이 있다. 습지를 매립한 영향으로 웅덩이의 물은 흙탕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물속으로 다이빙을 하고, 물속에서 물개처럼 재주를 넘다가는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참았던 숨을 한번에 몰아쉬며 깔깔 댔다. 그때의 그 포근하던 물속, 엄마의 품속같던 그 느낌을 중년이 된 지금에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습지가 다 메워진 후로는 물을 가까이 하기 힘들어 아이들과 어울리며 개헤엄을 배울 기회를 영영 잃어버린 후 물속은 유쾌함 보다는 두려움을 더 많이 주는 곳이 되어 버렸다.

  생물들은 본능적으로 물을 찾는다. 생존을 위해 물을 찾고 물에서 안식을 얻는다. 생물들을 이루고 있는 조직의 기본적인 구성물질이 물이기 때문이다. 또, 모든 생물은 물에서 태어난다. 난황이라는 영양가 풍부한 물속에서 잉태되고, 어머니의 양수 속에서 유영하며 생명력을 키워나간다.

  지구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물이 머물러 있는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 생물들은 먹고, 자고, 싸며, 번식한다. 우리는 그런 물이 머무르는 공간을 생물들이 살아가는 터전이 되는 장소를 쉽게 습지라고 표현한다. 습지에는 생명이 있고, 그 생명과 생명이 만들어 내는 복잡한 먹이사슬이 얽혀 있는 생태계가 형성된다. 생태계의 한 구성원인 인간들도 습지 주변에서 사회를 이루고 문화를 만들어 왔다. 어떤 것은 더욱 발전해 문명이되고, 세월의 흐름 속에 묻히거나 사라져 가기도 했다.

그림 1. 제주도 거문오름 앞의 습지(2007년 6월)

  우리가 오늘 습지를 생각해 보는 것은 다른생물과 동등하게 인간에게도 똑같이 생명의 축복을 주었던 그 흔하던 습지가 어떻게 우리의 주변에서 사라져 갔고, 왜 지금은 인위적인 보전활동을 펼치지 않으면 찾아보기 힘들어 질 정도로 습지의 사정이 변했는가를 살펴보기 위함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습지를 어떻게 느끼고, 보전하며, 더 나아가 복원을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습지는 인간만의 소유물이 아니며, 앞으로 인간과 다른 생물들이 공존할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주는 장소임을 깨닫거나 느끼는 시간으로 삼으려 하는 것이다.

 1. 습지의 정의

  습지란 어떤 곳일까? 우리나라의 말 뜻 그대로 습지(濕地)는 축축한 땅, 즉 젖어 있는 땅이라는 뜻이다. 영어로 표현되는 습지(wetland)역시 우리말과 같은 뜻이다. 하지만 이렇게 쉬운 말뜻에도 불구하고 정작 습지의 정의를 내리기는 간단하지 않다. 이것은 습지가 일정한 형태를 띠고 있기 보다는 다양한 변화를 보이는 곳이며, 이안에서 살아가는 생물이나 습지와 생물이 만들어 내는 습지 생태계의 다양함으로 인해 금을 긋듯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습지의 경우 바닷물과 담수의 영향이 미치는 정도를 기준으로 할 때와 회유성 어류를 기준으로 할 때, 부착조류나 부유성 플랑크톤을 기준으로 할 때, 조류의 서식지를 기준으로 할 때, 식물의 분포를 기준으로 할 때 등, 기준에 따라 하구습지의 범위나 크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습지에 대한 일반화된 정의는 더 필요하게 되었고 우리는 대표적으로 람사르(Ramsar)조약에서 정해진 습지의 정의를 많이 사용한다. 람사르조약에서는 습지를 ‘정수 혹은 유수, 담수, 기수 혹은 해수를 포함하는 염수의 물이 있고, 자연적 혹은 인공적이거나, 영속적 혹은 일시적이든지, 수심이 낮을 때 6m를 넘지 않는 소지(marsh), 알칼리습원(fen), 이탄지(peatland) 또는 수역(water)'이라고 정의한다(Ramsar, 1990, 이효혜미, 2000에서 재인용). Ramsar에서 정한 습지의 정의는 새들의 서식처를 포함한 생물들의 서식처에 대한 배려가 다른 정의에 비해 많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2. 해안 습지의 모습(2006년 10월, 경기도)

  미국의 Fish and Wildlife Service에서 정의한 습지는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습지를 보다 세밀하게 인식할 수 있는 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습지를 ‘ 육상과 수중 생태계 사이의 전이지대로서 지하수위가 지표면이나 근처에 있거나 얕은 물에 잠겨 있는 땅이며, 다음 3가지 특성 중에서 한 가지 이상의 특성을 갖게 된다. : 첫째, 주기적으로 수생식물(hydrophytes)이 우점하는 지역, 둘째, 기질이 배수가 안 되는 습성토양(hydric soil)인 지역, 셋째, 매년 특정한 시기에 기질(substrate)이 비토양이고 물에 포화되어 있거나 얕은 물에 덮여 있는 지역’ 이라고 정의하고 있다(Cowardin et al. 1979, 이효혜미, 2000에서 재인용). 이 정의는 습지의 구조보다는 습지의 기능적인 측면을 강조한 정의라 할 수 있다(이율경, 김종원, 2005).

  다른 대륙인 호주에서 습지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가를 살펴보는 것도 습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한방법이라 할 수 있다. 호주에서는 습지를 ‘영속적 또는 일시적으로 물 밑에 있거나 물에 젖어 있는 땅’ 이라고 정의 하고 있으며 일시적 습지를 이야기 할 때는 ‘생물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충분한 빈도, 또는 기간에 거쳐 지표수를 지니거나 침수되어야 한다.’고 정의하고 있다(Paijmans et al. 1985, 이효혜미, 2000에서 재인용)

  우리나라는 습지보전법을 제정하고 여기에서 습지를 정의하고 있는데 습지란 ‘담수, 기수 또는 염수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으로 내륙습지와 연안습지로 구별하고 있다(법무부, 2002). 우리나라의 습지 정의는 호주처럼 광범위하게 범주를 표현하고 있으며, 여러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까지 살펴  보았듯이 습지에 대한 정의는 대륙별로, 혹은 나라별로 조금씩 다르다. 이것은 그 나라에서 습지를 어떤 방식으로 이해하고 관리하고자 하는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습지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사가 커지고, 공통적인 인식하에 관리와 조사, 연구, 보전, 복원 활동이 활발해 지고 있는 요즘에는 우리도 국제적으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습지에 대한 체계적인 정의와 분류가 필요한 때이다.

그림 3. 습지 전경(2007년 8월, 우포늪)

 2. 습지의 종류

  정의부터 다양한 습지는 세계 각국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이해되어져 왔으며 그에 따라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습지의 형태, 기원, 이용, 기능, 관리에 따라 다르게 구분되어져 왔으며, 또 어떤 경우에는 의미가 혼용되거나 중첩되어 사용되어 오기도 했기 때문에 외국에서 정의되어진 습지의 다양한 명칭을 우리습지에 그대로 적용 하는데는 어려움이 크다. 우리 사회에서 불려 오던 다양한 습지의 명칭들 또한 위의 사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습지의 뜻을 간단하게 알아보는 것은 다양한 습지의 형태를 이해하고, 접근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에 습지의 명칭들을 살펴본다.

   - Bog(습원) : 호산성의 이끼와 사초가 우점하고 강수로 물이 공급되며 이탄이 다량축적된다. 소택지, 습지, 늪

   - Bottomland : (미)강변의 낮은 저지대

   - Fen(알카리습원) : 습원과 소지의 특징을 모두 갖는 영양분이 풍부한 지하수 공급원과 습원보다 pH가 알카리이다.

   - Marsh(소지) : 외부물공급원이 있고 이탄이 축적되는 교목과관목이 없는 지역

   - Mire : 진창, 수렁

   - Moors : 황무지, 초원습지,

     * 습원(moor)이란 습한 산성의 이탄을 포함한 개방된 지역으로 사초과 및 벼과의 초본식물로 우점되는 습지의 한 형태이다(Lincoln et al. 1982, 김종원,한승욱. 2005에서 재인용).

   - Muskegs : 북미북부의 늪지대

   - Peatland(Peat forms in wetlands) : 이탄지대

   - Swamp(택지) : 외부물공급원이 있고 이탄이 없는 교목과 관목이 있는 지역

     * Peat swamp forests : 이탄소택림

   - Pocosins : 해변가고원의 늪지대

   - Wet meadow : Wet meadows may occur because of poor drainage or the receipt of large amounts of water from rain or melted snow. They may also occur in riparian zones. semi- wetland meadow,  낮은 배수율, 많은 강수량(눈,비), 강변의 초지

그림 4. 강변습지(1997. 대전 갑천)

  우리나라의 경우 습지를 부르는 다양한 용어들이 예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늪, 벌, 못, 소(沼), 지(池), 유지(溜池, 소연못 ; 김종원, 한승욱. 2005), 습원(濕原), 소택지(沼澤池), 이탄지, 습지 등이 흔히 사용되어온 용어이며, 이들은 전혀 다른 별개의 개념으로 사용되기 보다는 대부분 혼용되어온 경향이 있다.

 3. 습지의 분류

  이제까지 다양한 형태의 습지를 이야기 하고 습지의 정의 또한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을 이야기 했다. 이런 차이는 습지를 보다 통일된 기준으로 바라보고 체계적으로 나누어 접근할 필요성을 더욱 느끼게 한다. 이 때문에 세계각국은 자국의 습지분류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분류체계를 근거로 습지목록을 작성하고 체계적인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필요성을 느껴 간단한 습지분류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고(주기재, 2001), 국내에 있는 55곳의 대표적인 습지를 조사하여 해양/연안과 내륙의 두 개의 초계(Supersystem)으로 구분하고 해양/연안 초계를 해수 유입의 정도, 습지의 형태, 식생의 부재에 따라 해양계(Marine system), 하구계(Estuarine system), 호소/습원계(Lacustrine/Palustrine system)으로 구분하고, 내륙초계는 식생의 피도, 수문조건 및 수심에 따라 하천계(Riverine system), 호소계(Lacustrine system), 소택계(Palustrine system)로 분류 하였다(이효혜미. 2000). 이효혜미의 분류체계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과학적인 기준에 의해 습지를 구분 짓고 분류하였다는데 큰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대중적으로 이용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효혜미는 자신의 분류체계의 한계점으로 1.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습지의 유형이 많지 않으며, 2. 대부분의 습지가 교란되어 원래의 특성을 잃었고, 3. 인공습지를 배제하였으며, 4. 수생식물이 있는 곳으로 조사지가 한정되었다는 것과 5. 습지의 한계 설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부족하다고 하였다. 국제적으로도 습지의 분류체계의 표준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져 'A Preliminary Inventory of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for Waterfowl in west Europe and Northwest Africa’에서 생육지 유형을 25개로 나누기도 했다(Scott. 1980 ; 이효혜미. 2000에서 재인용). 국제적인 표준화를 위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의 람사르사무국에서 습지를 계(system), 아계(subsystem), 강(class), 아강(subclass) 등 계층화하여 35가지의 습지형으로 분류한 자료이다. 이효혜미의 분류체계도 람사르분류체계를 기준으로 하여 설정한 것이다.

그림 5. 하구습지의 갈대군락(2006년 12월 굴포천 하구)

 4. 우리나라의 습지

  우리나라의 습지를 분류하고 이야기하려면 이제까지 제기된 여러 방법 중에서 가장 체계적인 기준을 근거로 한 이효혜미(2000)의 분류체계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분류방법이 우리의 습관에 익숙하지 않고, 우리 습지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므로 국내의 습지보전법에서 단순하게 구분하는 내륙습지와 해안습지를 기준으로 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표 1. 우리나라 습지의 구분(주기재. 2001)

대구분	중구분		예
해양/연안			갯벌
내륙	하천	영속	하구습지(362, 360여 곳)
		계절	한강밤섬, 강 중류 하천습지(달성, 구담)
	호소	영속	박실지, 인공호, 저수지, 동해안 석호
		계절	저수지의 가장자리
	소택	유수	우포, 번개늪, 대평늪, 질날늪
		강수	용늪, 왕등재, 물영아리, 무제치, 제주도 물오름

  4.1 해양/연안 습지

    연안습지는 만조시에 수위선과 지면이 접하는 경계선으로부터 간조시에 수위선과 지면이 접하는 경계선까지의 지역(환경부. 2003)이다. 연안습지는 갯벌로 대표되는 습지이며 면적으로 볼 때 전 국토면적의 2.4%를 차지하고, 우리나라 전체 갯벌의 약 83%(1,980㎢)가 서해안에 분포한다. 갯벌은 조석의 차이로 인하여 드러나는 “갯가의 넓고 평평하게 생긴 땅”으로 연안습지의 일부분이다(환경부. 2007). 조차가 4m~9m인 우리나라의 서해안 갯벌은 세계 주요 갯벌에 해당되는데 세계의 주요갯벌은 ① 북해연안 ② 캐나다 동부해안 ③ 미국동부 조지아해안 ④ 아마존 강 하구 ⑤ 우리나라의 서해 해안 등을 들 수 있다(해양수산부. 2002). 그렇지만 최근 서해안의 갯벌은 농경지 확보, 공단조성, 수자원확보라는 미명하에 대부분이 매립되어버려 세계의 주요습지라는 명칭이 무색한 상황이 되고 있다.  

그림 6. 연안습지 (2006년 12월, 순천만)

그림7. 우리나라의 연안습지의 분포도(환경부. 2007)

표 2.  우리나라 갯벌의 면적 현황(해양수산부. 2002, 단위:㎢)

구 분	1998(A)	1987		증감면적 및 비율
		건설부 (B)	추정치 (C)	A-B		A-C
					%		%
합   계	2,393.0	2,815.4	3,203.5	△422.4	△15.0	△810.5	△25.3
경기(인천)	838.5	1,076.6	1,179.5	△238.1	△22.1	△341.0	△28.3
충   남	304.2	502.9	434.2	△198.7	△39.5	△130.0	△29.9
전   북	113.6	218.9	321.6	△105.3	△48.1	△208.0	△64.7
전   남	1054.1	946.6	1,179.1	107.5	11.4	△125.0	△10.6
경남(부산)	82.6	70.4	89.1	12.2	17.3	△  6.5	△ 7.3

  

표 3. 중요 연안습지의 특성(건설부. 1990)

갯벌명	위 치	면적(㎢)	특 성
강화도 남단	인천 강화군	87.5	한강 하구의 전형적인 하구 갯벌, 생물다양성이 높음.
가로림만	충남 서산, 태안	70.2	반폐쇄형 만이며, 바지락, 낙지의 주요 생산지.
증도	전남 신안군	20.9	주변에 여러 섬들로 둘러싸인 폐쇄형 갯벌.
압해도	전남 신안군	62.8	펄갯벌이 대부분 차지함.
도암만	전남 강진군	23.1	탐진강에 유입되는 하구형 및 폐쇄형 갯벌.
함평만	전남 무안군 및 함평군	54.2	무안 갯벌 습지보호지역 지정('01.12). 생물다양성 풍부. 지질학적 보전가치 있음.
여자만	전남 순천,여수, 보성, 고흥	85.6	순천만 및 보성벌교 갯벌 습지보호지역 지정('03.12). 생물다양성이 높으며, 흑두루미 서식․도래 및 수려한 자연경관.
강진만	경남 남해군	15.7	남해도와 창선도에 둘러싸인 폐쇄성 갯벌
제주도 종달리	제주 북제주군	0.9	개방형 갯벌

  4.2 내륙 습지

    우리나라의 내륙습지 쉽게 하천과 호소, 소택으로구분할 수 있다(주기재.2001). 하천은 산지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습지로 영속적으로 습지의 형태를 띠는 하구습지와 계절적으로 변화를 갖는 하천습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한강의 밤섬 같은 곳은 홍수철이면 물에 잠기지만 보통은 물위로 드러나 건조한 상태가 유지되는 습지이다. 전국의 하천 중류이상의 지역에는 홍수철에만 물에 잠기는 지역이 많이 있으며 남한강 여주지역의 여우섬, 낙동강의 구담습지, 북한강의 자라섬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최근 한강과 낙동강을 운하로 연결하려는 경부운하의 경우 건전한 하천 생태계를 훼손하므로 이에 대한 계획의 중지와 하천 생태계의 보전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호소는 대부분은 농경문화와 깊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 함양의 박실지, 정양지, 제천의 의림지, 김제의 벽골제 같은 곳들이 농사를 짓기 위한 물의 공급지로 이용되어 왔으며, 전국에는 수많은 저수지들이 분포한다. 동해안에 분포하는 석호는 바다로 유입되는 하천이나, 바다에서 불어오는 조류나 해류에 의해 운반된 모래가 사주(砂洲)를 형성해 만들어진 호소로 해안 가까이에 있는 모래가 바람에 의해 퇴적되어 만들어진 호소를 석호(潟湖)라고 한다. 석호의 경우 바닷가에 위치해 염분농도가 높은 경우가 많으며, 수로가 연결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들 호소는 수심이 얕고 바다와는 모래로 격리된 데 불과하므로, 지하를 통해서 해수가 섞여드는 일이 많아 염분농도가 높다. 바다와 수로로 연결된 것도 있으며 이런 경우 기수호(汽水湖)가 많다. 강원도 동해안의 매호, 향호, 영랑호, 청초호와 같은 호수들이 대표적인 석호이다. 석호는 그동안 수질오염, 매립 등으로 인해 오염되고 사라져 갔는데 이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은 환경부에서는 동해안에 분포하는 18개 석호를 대상으로 수질 및 생태계 현황자료 확보와 보전및  관리 방안 마련을  위하여『동해안 석호 환경 정밀조사 연구 추진계획(2008년)』을 수립하여 본격적인 석호관리활동을 벌이고 있다. 저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강에 조성된 댐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대표적인 호소의 예라 하겠다. 최근에는 하천의 자연생태계 유지를 위해 인공적인 댐의 조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더 많다.

그림 8 . 석호의 모식도(네이버 백과사전, www.naver.com)

  소택은 소택습지를 형성하는 요인에 따라 구분할 수 있으며 물의 공급원이 유수인지, 강수에 의한 것인지가 구분의 방법이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있는 우포늪을 비롯해 번개늪, 대평늪, 질날늪은 하천의 배후습지로 홍수철 범람한 물이 유입되어 습지가 유지되는 기작을 가지고 있다. 고층습원으로 분류되는 용늪이나 무제치늪 등은 강수에 의해 습지가 유지되지만 강수만으로만 유지되지는 않는다. 분화구 습지인 물영아리, 물찻오름 등은 강수에 의해 습지의 수위가 급격히 변하는 양상을 보인다.

a. 박실지 전경( 2007년 2월)	b. 방이동 습지 전경(2008년 5월)

그림 9. 내륙습지인 박실지와 방이동 습지 전경

Ⅱ. 습지의 기능과 관리

  어릴적 물웅덩이에서 놀던 아이에게 물웅덩이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기억 속에는 신나는 놀이터로 남아있다. 우리에게 습지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모기와 벌레가 많이 나오는 지저분하고 눅눅한 장소일까? 모내기를 하려면 물을 끌어오던 저수지는 봄 가뭄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생명유지의 장소였으며, 댐을 시민들의 취수원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습지는 또한 많은 생물들이 서식하고 습지만의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습지의 다양한 모습은 습지의 기능으로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습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1. 습지의 기능

  해양수산부는 갯벌총서(2004)에서 갯벌의 기능으로 생물체 서식지와 식량자원의 조달, 수질정화 기능, 자연재해방지와 기후조절 기능, 심미적․문화적 기능을 이야기 하였는데, 연안습지를 대표하는 갯벌의 생태적, 경제적인 기능은 습지가 지니고 있는 기능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습지의 기능을 살펴보면 첫째, 습지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서식처이다. 생명의 기원이 습지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정도로 습지는 다양한 생물들이 복잡한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습지에 풍부한 플랑크톤과 같은 미생물이나 유기물질은 다양한 1차소비자를 형성하고, 이들은 또다시 먹이사슬 상위 단계의 생물들이 풍부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연안습지인 갯벌의 경우 육지생태계와 해양생태계가 만나는 곳으로 다양한 생물이 풍부하게 분포한다. 해양생물의 약 66% 가량이 갯벌을 산란장이나 생육장소로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환경부. 2003). 

그림 10. 낙동강 하구언 습지의 물달팽이( 2006년 10월, 낙동강하구)

  둘째, 습지는 풍부한 생산성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습지생태계의 1차생산량(유기물생산량)은 연평균 3,000g/㎡ 이상으로 생물학적 생산성이 매우 높은데, 이것은 열대 우림생태계에서 생산해내는 1차생산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환경부. 2003).

  셋째, 습지는 기후조절 능력과 수리. 수문학적인 기능을 지니고 있는데 강의 주변에 있는 배후 습지의 경우 홍수철에 범람하는 물을 안전하게 가두어 유속을 완화하고 홍수로 인한 피해를 저감하는 수리.수문학적인 기능을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또, 한번 머금은 물은 서서히 오랜시간에 걸쳐 배출해 자연댐의 기능을 겸하기도 한다. 습지에서의 식물에 의한 높은 생산량은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기능은 습지의 대기온도 및 습도 조절기능과 함께 국지적인 기후조절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습지는 심미적인 기능과 문화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우포에 가면 우포습지의 독특한 경관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겨울철 황량하기만 한 벌판에서 철새로 가득한 주남호에 가게 되면 생명의 경이에 감탄하게 된다. 순천만의 갈대밭은 사계절 상관없이 아름다운 경관을 보기위해 사람들이 찾아온다. 습지가 가지고 있는 경관적 가치 즉, 심미적 기능이 사람을 찾게 하고 그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한다. 해수욕장, 어장체험, 갯벌체험, 수상스포츠, 관광 등은 습지생태계가 생태적인 기능외에도 경제적인 기능을 지니고 있는 대중에게 유익한 장소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제는 습지를 관광, 스포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체험을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와 학습의 공간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림 11. 주산지의 왕버들(2006년 11월, 주산지)

  다섯째, 습지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습지를 구성하는 토양환경은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자정능력이 우수한 환경요인이며, 습지에 서식하는 미생물과 동식물은 습지로 유입되거나 축적되는 오염물질을 에너지원으로 이용해 습지를 정화한다. 이러한 습지의 기능을 이용해 자연정화시설을 만들어 운영하는 곳들도 있으며, 옛날 집주변에 있었던 미나리꽝이 그 사례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습지의 오염물질 정화능력이 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태안반도의 기름유출 사건이다. 태안반도의 기름유출이 있은 직후 기름유출이 식생에 미치는 영향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신두리를 방문했을 때였다. 신두리해수욕장의 모래사장은 온통 기름이 뒤덮여 악취가 진동하는데 신두리 입구의 갯벌에 도착 했을 때에는 갯벌에 설치해 놓은 굴양식 장과 갯벌 주변의 제방에 묻은 원유를 보지 않았다면 갯벌은 기름 유출의 피해를 받지 않았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완충능력의 한계를 벗어난 피해에 갯벌에는 생물들의 움직임이 하나도 눈에 띄지 않았었다. 눈에 보이는 모래사장은 많은 노력을 통해 어느정도 정화가 이루어 졌지만 티나지 않는 갯벌의 오염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저 자연적으로 정화가 이뤄지고 갯벌이 온전하게 되살아나기까지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사람과 생물들의 고통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인지 궁금하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피해가 다시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철저한 습지 생태계의 보전과 관리가 필요하다.   

그림 12. 용늪 전경( 2007년 6월, 대암산 용늪)

 2. 습지의 조사와 관리

 습지가 중요한 환경자원으로 인식되면서부터 습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는 국가의 중요한 의제로 등장하였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습지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99년 습지보전법을 제정하였으며, 이법에 근거해 2000년부터 5년간(2000-2004년) 전국내륙습지조사사업을 진행하였다.  현재는 2차전국내륙습지조사사업의 진행(2006-2010년)과 함께 3차전국내륙습지 조사를 위한 조사지침이 작성되었다. 1차조사에서는 33개의 우선습지와 737개의 일반습지가 조사되었으나, 정밀조사는 예산문제로 진행되지 못했다(환경부. 2008). 전국내륙습지조사는 갯벌과 염습지 같은 연안습지가 조사대상에서 제외되어 조사대상의 한계를 보였으며, 명확한 습지분류기준이 없어 국가에서 지정하고 관리하는 습지기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조사지역의 편중에 따른 전문가의 수급에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습지조사의 불가능을 입증한 것이 아닌 습지조사의 개선 방안을 위한 해결과제의 인식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현재 습지의 보전 및 관리업무는 환경부와 국토해양부에서 분담하고 있다. 환경부는

   - 습지에 대한 조사 및 습지보전기본계획 수립에 관한 사항 총괄하고

   - 내륙습지 생태조사 및 습지보전 기초계획 수립・시행하며

   - 내륙습지에 관한 습지보호지역, 습지주변관리지역 또는 습지개선지역의 지정 및 보전시책 수립・시행한다.

한편 국토해양부는

   - 연안습지 생태조사 및 습지보전 기초계획 수립・시행하며,

   - 연안습지에 관한 습지보호지역, 습지주변관리지역 또는 습지개선지역의 지정 및 보전시책 수립・시행한다(환경부. 2003).

다시 말해 환경부는 내륙습지를 담당하고 국토해양부는 연안습지를 담당하고 있다.   

  전국의 습지를 대상으로 한 기초조사는 매 5년마다 실시하고 있으며, 습지의 생태계 현황 및 오염현황, 습지주변 지역의 토지이용 실태 등 습지의 사회・경제적 현황에 관한 기초조사를 실시한다. 그리고 이 조사결과를 기초로 해 5년마다 습지보전기초계획을 환경부와 국토해양부가 각각 수립해야 한다. 환경부는 이 기초계획을 토대로 해 습지보전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국토해양부와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런 경로를 통해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거나 보전할 가치가 있는 지역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하고, 그 주변지역을 습지주변관리지역으로 지정하게 된다. 그리고, 습지보호지역 중 습지의 훼손이 심화되었거나 심화될 우려가 있는 지역 등은 습지개선지역으로 지정한다(환경부. 2003). 습지보호지역 안에서는 건축물 기타 공작물의 신축 또는 증축 및 토지의 형질 변경이 불가능하며, 습지의 수위 또는 수량에 증감을 가져오는 행위를 할 수없다. 그리고, 흙, 모래, 자갈 또는 돌 등의 채취가 불허되며, 동・식물의 인위적 도입, 경작, 포획 또는 채취행위 등도 금지되게 된다.

그림 13. 삿갓사초군락(2007년 4월, 대암산 용늪)

그림 14. 물이끼대암산 용늪(2007년 6월, 대암산 용늪)

표 4. 습지보호지역 지정현황
습지보호지역 지정현황
지역명	위     치	면적(㎢)	특    징	지정일자
환경부 지정 : 10개소, 45.861㎢
낙동강하구	부산 사하구 신평, 장림, 다대동 일원 해면 및 강서구 명지동 하단 해면	34.20	철새도래지	1999.8.9
대암산	강원 인제군 서화면 대암산의 큰 용늪과 작은 용늪 일원	1.06	우리나라 유일의 고층습원	1999.8.9  ('97.3 람사등록)
우포늪	경남 창녕군 대합면, 이방면, 유어면, 대지면 일원	8.54	우리나라 最古의 원시 자연늪	1999.8.9  ('98.3 람사등록)
무제치늪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조일리 일원	0.184	희귀야생동․식물이 서식하는 산지습지	1999.8.9
물영아리오름	제주 남제주군 남원읍	0.309	기생화산구	2000.12.5
화엄늪	경남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0.124	산지습지	2002.2.1
두웅습지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0.065	신두리사구의 배후습지 희귀야생동․식물 서식	2002.11.1
신불산 고산습지	경남 양산시 원동면 대리 산92-2 일원	0.308	희귀야생동․식물이 서식하는 산지습지	2004.2.20
담양  하천습지	전남 담양군 대전면, 수북면, 황금면, 광주광역시 북구 용강동 일원	0.981	멸종위기 및 보호야생동․식물이 서식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하천습지	2004.7.8
신안 장도 산지습지	전남 신안군 흑산면 비리 산109-1~3번지 일원	0.090	도서지역 최초의 산지습지	2004.8.31
해양수산부 지정 : 5개소, 140.728㎢
무안갯벌	전남 무안군 해제면, 현경면 일대	35.59	생물다양성 풍부 지질학적 보전가치 있음	2001.12.28
진도갯벌	전남 진도군 군내면 고군면 일원(신동지역)	1.238	수려한 경관 및 생물 다양성 풍부, 철새도래지	2002.12.28
순천만갯벌	전남 순천시 별양면, 해룡면, 도사동 일대	28.0	흑두루미 서식․도래 및 수려한 자연경관	2003.12.31
보성  벌교갯벌	전남 보성군 호동리, 장양리, 영등리, 장암리, 대포리 일대	7.5	자연성 우수 및 다양한 수산자원	2003.12.31
옹진  장봉도갯벌	인천 옹진군 장봉리 일대	68.4	희귀철새 도래․서식 및 생물다양성 우수	2003.12.31

Ⅲ. 습지와 문화

  어릴 때 저녁이면 마을 앞에 있는 연못으로 나가지 못했다.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어두운 습지는 아이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더위로 잠 못드는 여름날이면 아이는 가족과 함께 연못 주변으로 놀러갔다. 아이는 수박을 들고 걷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뒤를 따라 얼음집에서 산 네모난 얼음 한덩이를 양푼에 담아 동생들과 함께 물가로 나아갔다. 바늘로 얼음을 깨고 수박을 수저로 긁어 함께 섞어 만든 수박화채는 선풍기 하나 없는 연못가지만 더위를 모두 잊을 수 있을 정도였다. 

  습지는 문화를 동반한다. 역사의 흔적 안에서 우리는 습지를 읽을 수 있고, 문학이나, 음악, 미술에서 예술로 꽃피워지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습지를 보게 된다. 습지를 찾으며 어떻게 습지를 이해할 것인가? 사람들에게 습지를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습지에 대해 단순한 환경적인 지식만을 전달한다면 그게 습지를 찾는 이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 습지를 안내하고 습지의 여러 가지 정보를 소중한 지식으로 전달해야 되는 안내자들의 고민은 나보다 더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문화이다. 습지를 자연이나 생태, 환경으로만 인식하지 말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문화의 요소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더운 여름날 우포늪을 방문한 적이 있다. 한나절을 뜨거운 햇빛아래서 헤메다 보니 갈증도 심해지고 더 이상 걷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자연으로만 습지를 접할 때는 쉽게 지칠 수 있다. 습지를 중심으로 발생한 문화의 내면을 읽고 습지를 찾는 다른 이들과 이것을 공유할 때 습지는 좀 더 살아있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오늘은 작은 몇가지 습지의 문화적인 요소만을 간단하게 소개하지만 많은 분들이 습지의 문화요소를 찾아내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반란다.

 1. 습지와 역사

  화석연료와 습지

석탄기(Carboniferous Period)는 데본기 이후의 9000만년 동안의 기간을 말한다. 이시기에는 양치식물이 번성하였다. 이때 번성한 양치식물은 우리나라에서 볼수 있는 고사리나 고비만한 크기가 작은 식물이 아니었다. 열대지방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거대한 크기의 양치류들이 석탄기에는 전 지구적으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인목석탄기에 번성했던 대형의 석송류는 높이가 30미터에 달하고 밑둥치가 지름 2미터나 되었다고 한다(쟈크브로스. 2005).  석탄기의 습지는 양치식물들의 화석을 땅속에 품었고, 우리는 오늘날 그 화석을 석탄이라는 이름의 연료로 이용하고 있다.

  고구려와 요택

 우리의 역사 안에서 유쾌한 마음으로 습지를 대할 수 있는 사례는 요택(遙澤)이다. 요택은 발해만으로 흘러드는 요하의 하구에 있는 요동만의 광대한 삼각주의 한부분으로 길이가 80km에 달한다고 한다. 644년 11월 중국의  당태종 이세민은 요택을 넘어 고구려를 침공하였다. 고구려의 성들을 차례로 점령해 나가던 당군은 안시성에서 양만춘 장군의 군대에 대패한 후 연개소문의 군대에 또다시 대패해 요택으로 달아나나 그곳에서 고구려군에게 다시 대패한 후 당태종은 부상당한 몸으로 겨우 당으로 도망치게 된다. 고구려와 당의 대전투에서 고구려군은 습지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전투에 이용하기까지 한 것이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남대문과 남지(南池)

조선 건국후 수도를 개성에서 한양으로 옮겨 임금이 사실 궁전을 지으면서 무학대사와 정도전은 궁궐의 방향에 대해 의견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무학대사는 화산인 관악산이 남쪽에 있어 강한 화기가 궁궐에 영향을 미칠것이므로 궁궐을 동쪽으로 바라보게 하여 지어야 한다고 한 반면에 정도전은 옛날부터의 전통을 따라 임금의 궁궐을 남쪽을 바라보게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도전은 무학대사가 염려하는 관악산의 화기를 막기 위한 보호장치를 다섯가지 갖추면 된다고 하였다. 그중 첫째가 세로로 세워진 남대문의 현판, 둘째. 이름에 禮자가 들어간 숭례문, 셋째는 현 대우빌딩 근처로 예상되는 남지(南池) 연못을 조성하고, 넷째로 바다속의 신비한 동물로 알려진 해태상(像), 다섯째로 한강과 청계천이 관악산의 화기를 눌러줄 것이라고 하였다 한다. 그리고, 숭례문에서 광화문까지의 길은 풍수적인 이유로 곧게 내지 않았는데, 대원군이 경복궁을 복원하면서 곧은 길을 내고 화마를 막기 위해 해태상을 배치했다고 한다. 이때 등장하는 남지는 습지라기 보다는 물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요소로 쓰이고 있다. 

 2. 습지와 예술

  모네의 연꽃 연못

 인상파의 대표적인 화가인 모네는 빛을 받은 자연의 표정을 밝을 색을 효과적으로 구사해 표현하였으며, 팔레트 위에서 물감을 섞지 않고 색조의 분할 이나 원색의 병치와 같은 인상파의 전형적인 기법을 개척하였다. 모네는 만년에 연꽃을 즐겨 그렸는데 저택 내에 있는 일본풍의 연못에 심기어진 연꽃을 모델로 한 것이었다. 인공적으로 조성된 작은 연못이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감상할 수 있는 걸작의 한 모티브가 된 것이다.

그림15. 모네의 연꽃이핀 정원 그림

  정태춘의 북한강에서

 북한강에서

          (작사:정태춘 작곡:정태춘)

 저 어두운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 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빈 거릴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 속으로 새벽 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소

 강물 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 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치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 때

 우리 이젠 새벽 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소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 거요.

  정태춘에게 있어 북한강은 거슬러 오르는 강이다. 그 강에서 그는 시간을 만나고 돌아보며, 세상에서 만난 안개를 걷히게 하는 해결책을 찾는 곳이된다. 

  영화와 습지

   에밀리브론테의 소설인 ‘폭풍의 언덕’의 배경이 되는 영국의 잉글톤 지방은 석탄기에 형성된 석회암으로 이뤄진 카르스트 지대이다. 이 소설을 영화화한 동명의 영화를 보면 회색빛의 암석 표면이 울툴불퉁하게 용식돼, 에칭 기법의 판화작품처럼 메마르고 거칠면서도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양 등. 2007). 습지가 가장 많았던 지질학적인 배경이 세계인의 가슴을 울린 영화와 소설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습지는 영화에서 중요한 배경으로 많이 등장하는데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여름가을겨울의 배경이 된 주산지는 왕버들이 물속에서 고목의 형태로 서있는 독특한 경관을 형성하는 습지로 영화이후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조선시대 풍류화가였던 장습업의 일대기를 그린 취화선에서는 끝없는 갯벌이 나와 영화의 분위기를 더해주며, 장동건이 주연으로 나온 영화 <해안선>의 무채색 갯벌은 불안과 광기가 가득한 영화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주기도 한다(양 등. 2007). 롭 라이너(Rob Reiner) 감독의 성장기 영화인 스텐 바이 미(Stand by me)에서 아이들이 지나가는 늪지대는 모험을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다. 거머리가 가득한 습지를 통과한 아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성장통을 격었던 유년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 

 

그림  . 취화선의 한 장면(양 등. 2007)

 3. 습지와 문학

  미국의 대문호라고 일컫는 마크트웨인은 미시시피강을 중심으로 하여 가장 미국적인 정서를 톰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핀의 모험과 같은 이야기를 통하여 풀어냈다. 미시시피라는 커다란 강은 미국인의 진취와 위선과 거래, 정의, 사랑을 품고 소리없이 흐르는 강으로 미국의 부단한 역사흐름을 말하고 있다. 우리가 문학의 여러이야기에서 습지를 찾아내려 하는 것은 우리 조상이 인식한 습지의 모습을 찾으려는 것이다. 그것은 과거 습지의 원형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열쇠의 역할을 하며, 습지가 생활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이용되고 인식 되었는가를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연못(池)

  선녀와 나무꾼에 나오는 산속의 연못은 만남의 장소이다. 만남의 장소에까지 가게 되는 원인을 제공하는 것은 사슴의 생명에 대한 보답이다. 잠재적으로 연못은 생명을 구하거나 낳게 해주는 산파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표현된다. 나무꾼이 선녀의 옷을 감추고 옷을 잃어버린 선녀는 나무꾼과 함께 살면서 아이들을 낳게 된다. 연못은 또한 구원을 뜻하기도 한다. 사슴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선녀에게 옷을 보여준 나무꾼은 그만 아이들과 선녀를 함께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게 된다. 그에게 가족들을 한꺼번에 잃는 것은 생명을 잃는 것처럼 커다란 슬픔을 주었을 것이다. 사슴의 또 다른 도움으로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것 역시 또 다른 생명을 얻는 나무꾼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이야기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물을 통해 생명이 거듭나는 것은 기독교의 세례와도 유사점이 있다.

  장화 홍련전의 연못(池)

  장화홍련전에 나오는 연못은 억울한 죽음을 품고 있는 원한의 상징이다. 장화와 홍련의 억울한 죽음은 여러 부사의 죽음 뒤에 담이 컸던 정동우라는 부사에 의해 연못에서 건져내서 안장하고 비를 세워줌으로서 원한을 해결하게 된다. 원한이 풀린 장화와 홍련은 세 번째 장가를 든 배좌수의 쌍둥이로 다시 태어나 좋은 결말을 맺게 된다. 어릴 적 연못을 두려워한 적이 많았는데 그 배경에는 장화홍련전의 어두운 이미지가 영향을 끼쳤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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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희경, 장영진, 심승희, 2007. 영화 속 지형이야기. 푸른길

이율경, 김종원. 2005. 한국의 하천식생. 계명대학교 출판부.

이효혜미. 2000. 한국의 습지분류. 인하대학교 석사학위논문.

쟈크브로스, 양영란역. 2005. 식물의 역사와 신화. 갈라파고스

주기재. 2001. 우리는 왜 습지의 소실을 걱정하는가. 환경부 개설 자연생태교육 강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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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2003. 습지보전 정책방향 및 람사협약 이행계획. 환경부

환경부. 2007. 연안습지에 대한 현황자료. http://www.me.go.kr/ dev/info/ info_menu _field.jsp?gubun=3&code=A701&inpymd=20071113224233

환경부, UNDP/GEF국가습지보전관리사업단. 2008. 제3차 전국내륙습지조사지침.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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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msar Convention Breau. 1990. Directory of wetland international impotance. Ramsar Convention Breau, Gland, Switzerland.  

[★송이★(정찬옥)]

신정섭 선생님 원고 입니다 더 자료를 올려주세요 제가 정리를 못했습니다 오늘도 좋은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