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연주계 2000년의 화두는 단연 변화였다. 천년 이상을 하루 같이 전통에 매달리던 국악인들의 절박한 변화모습이 다양한 연주형태로 나타났다. 국악계는 파격 자체를 신선하게 받아들였고, 공연장의 관객수가 그 인기를 대변했다. 그 최전선에 가야금 앙상블 '사계'와 타악그룹 '공명'이 있다. 그들은 단기간에 스타로 부각되었고, 눈부신 활동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루었다. 또한 크로스오버 음악, 퓨전음악의 양상이 그 어느 해보다도 많았다. 국립국악원이나 서울시국악단 등 국악단체의 연주형태도 설치미술, 대형스크린의 영상, 마임 등 연주이미지를 절묘하게 조화한 총체적인 공연형태로 변화했다. 또한 주제가 있는 국악공연을 기획하여, 친근하면서 요리조리 말 맛을 낼 수 있는 산뜻하고 화려한 제목으로 각 공연을 정성스레 포장하는 등 연주회를 포장하는 마케팅전략이 본격화된 해이기도 하다. 이는 관객들의 호기심을 유발, 젊은 국악팬들을 공연장으로 불러모으는 데 일조하였다. 그 결과 젊은 국악팬이 점차 늘었고, 거기에 발 맞추어 국악의 범위 또한 상당히 넓어진 2000년으로 평가된다. 한해 동안 국악 기악 분야의 주요 연주활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Ⅱ. 산조관련 연주회
개인독주회의 단골 레퍼토리인 산조, 2000년 한해 동안 가장 많이 무대에서 연주된 음악의 장르 역시 산조였다. 10여 년 김죽파류 가야금산조를 연구한 것을 [김죽파 산조연구]라는 책으로 출판하고 기념연주를 가진 학구파에서부터 6년에 걸쳐 국내 최초 가야금산조 여섯 유파를 완주한 이재숙 교수, '산조,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접근을 위하여'라는 주제 하에 전주에서 개최된 산조페스티벌, 부산광역시 무형문화재 제8호 강태홍류 가야금산조 보유자 신명숙 명인의 강태홍류 가야금산조의 서울공연, 그리고 산조를 편곡하여 연주한 입체산조의 공연까지 산조음악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시도들이 있었던 한해였다.
그 중에서 올해로 두 번째인 전주의 {산조페스티벌}이 2000년 국악공연 연주계 '산조음악' 흐름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 행사는 산조를 중심으로 10월 6일과 7일 전주에서 펼쳐진 음악축제이다. 이번 행사 주제는 '산조,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접근을 위하여'였는데, 우리 정신문화를 상징하는 산조를 과감한 실험을 통해 새롭게 창조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이 시도된 산조음악 축제였다. 이번 행사는 기존의 국악기뿐 아니라 피아노, 기타, 첼로, 바이올린 등도 산조라는 전통음악 양식을 어색함 없이 소화하여 연주했다. 산조를 세계화하는 작업에 발판을 마련한 행사로 기록된다. 프로그램 구성에 전통산조와 작곡가 김국진의 서양악기를 위한 산조가 함께 나란히 편성되었는데, 이러한 시도는 전통과 현대의 동질성 파악을 위한 비교감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둘째날 공연을 한 일본인 기타리스트 이마이 가즈오는 산조의 이미지를 현대적으로 변용시키는 작업을 했다. 현대음악의 즉흥성을 담아 외국인이 본 산조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그밖에도 국내최초 가야금산조 여섯 유파를 완주한 이재숙 교수의 독주회를 주목해 볼만하다. 10월 27일 국립국악원 우면당, 가야금 연주자 이재숙(서울대 교수)씨는 6년에 걸친 가야금산조 여섯 유파 완주라는 고된 장정의 마침표를 '최옥산류 가야금 산조' 전바탕 연주로 끝맺었다. 개인 음악인생 정리의 의미가 큰 공연이다. 1994년 김죽파류를 시작으로 1995년 강태흥류, 1997년 성금연류, 1998년 김윤덕류, 지난해 김병호류에 이어 최옥산류 가야금산조로 그는 대미를 장식하게 되었다. 가야금산조는 유파별로 미세한 농현표현 또한 사뭇 다르기 때문에 한 가지 산조만 온전히 익히기도 힘든 음악장르이다. 때문에 가야금산조 여섯 유파를 모두 섭렵하고 무대에서 선보이는 것은 누구도 못했던 일이다. 가야금 산조 여섯 유파를 채보해 처음으로 악보를 출판한 것도 이재숙 교수이다. 이재숙씨의 이러한 일련의 연주는 원형대로 충실히 연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원형을 연주하고 악보로 정리하는 모습에서 프로연주가의 모습과 철저한 교육자의 남다른 모습이 기억되었다. 이러한 그의 업적은 훗날 누군가 가야금산조의 역사적 흐름을 짚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지애리의 가야금산조 음악회는 가야금명인 황병기(이화여대 교수)가 50년 가야금인생을 집대성해 완성한 <정남희 제 황병기류 가야금산조>를 연주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다스름,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단모리 총 8악장 구성에, 얼르고 풀기를 70분, 가야금산조 사상 규모가 가장 큰 작품의 연주를 했다. 이날 연주된 산조는 장식음, 잔가락, 농현을 절제하고 가락을 논리적으로 풀며, 죄고 푸는 리듬의 역동감, 정적, 동적 가락의 대비 등 구성미가 뛰어난 음악이었다. 또한 아기자기한 재미보다 고고한 음악적 희열을 넘보는 곡으로, 황병기가 "살보다는 뼈 가지고 논다"는 표현을 하고 있는 산조이다.
Ⅲ. 정악연주회
오랜 세월 왕실과 양반들 사이에서 연주되던 아정한 음악이 바로 정악이다. 누구나 정악이 고상한 품격을 지니고 있음을 잘 안다. 일반인들은 정악을 한없이 올려다만 볼 뿐 실제로 정악을 향유하지는 못하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재 모습이다. 오랜 세월 예술성을 입증받아 면면히 맥을 잇고 있는 고품격의 우리음악이 정악인데, 요즘은 온몸으로 이 음악을 느끼기에 우리의 순수성은 너무나 거리가 멀다. 우리 생활 중 어느 한 부분도 이런 음악을 받아들일 틈이 없는 것이 유감이라면 유감이다. 그러면 2000년 한해 어떤 정악공연이 있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국립국악원은 '천년을 이끌어갈 청아한 음률'이란 제목으로 3월 국악원 예악당에서 정악무대를 열었다. 국악원 정악단 70여명이 출연해 <경풍년>과 <표정만방지곡>을 연주했다. 각각 전후반으로 나누어서 전곡을 연주했다. <경풍년>은 우리 전통음악 가운데 전통가곡 반주양식이 아닌 합주형태 음악이고, <표정만방지곡>은 정악곡의 백미인 <영산회상>을 관악합주로 연주하는 곡이다. <경풍년>은 세피리 대신 음량이 큰 향피리를 쓰고, 대금, 해금, 장구, 북 등과 함께 삼현육각 편성으로 합주되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삼현육각 편성에 가야금과 거문고를 곁들여 새 합주형태를 선보였다. 무대도 편성악기도 대형으로 채워서 인해전술(人海戰術)로 표현된 정악이었다. 앞으로 우리의 정악 공연형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바로 이것일까? 별다른 감동 없이 양으로 승부를 거는 듯, 도전적이고 너무 크기까지 한 음향으로 관객의 귀에 부담을 주는 대형편성의 음악회였다.
국립국악원의 '천년을 이끌어갈 청아한 음률'정악공연이 대규모공연이었다면, 10월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있었던 정농악회 연주회는 느짓하고 명상적인 느림의 미학을 음악으로 표현한 연주회였다. 대금독주 <경풍년>, 거문고독주 <다스름> 등의 레퍼토리를 대금 박용호, 해금 강사준, 가야금 김정자, 거문고 김선한·이오규 등 교수급 중견연주인들을 최소한으로 편성하여 깔끔하고 안정된 정악의 연주모습을 보여주어 대조를 이루었다.
그외에도 3월 채조병 대금독주회가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있었다. 여기서는 대금-거문고 병주 <도드리>, 대금독주 <요천순일지곡> 등 정악을 연주했고, 6월 이영 피리독주회에서는 <상령산>, <천년만세>가, 12월 이건회 피리독주회에서는 <염양춘>, <수룡음>, <취태평지곡>이, 10월 이정희의 가야금독주회에서는 <영산회상>에 <도드리>와 <천년만세>를 이어서 연주하는 <가즌회상> 전바탕이 연주되었다.
2000년 정악연주회는 다른 연주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해설이 있는 정악연주회를 기획하여 관객과 함께 이해하는 고품격의 음악회를 개최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Ⅳ. 전통어법과 실험어법이 만난 새로움
가야금앙상블 '사계'와 타악그룹 '공명', 프리뮤직 트리오 '상상(想像)', '현대음악앙상블' 등을 중심으로 전통적인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보고자 노력한 한 해로, 장르파괴음악, 퓨전, 크로스오버 등 실험적 어법의 연주가 그 어느 해보다 많았던 2000년 국악계로 기록될 것이다.
판 아트홀 현대국악마당 시리즈가 있었고, 가나아트홀에서 열린 미술관 음악회에서도 실험적인 국악무대가 있었다.
대중음악계와 재즈음악에도 국악과의 만남이 있었다. 댄스그룹 룰라의 일곱 번째 앨범에 수록된 국악테크노 <아리랑>은 2000년 국악계의 흐름을 대변해 주고 있다. 룰라의 <아리랑>은 국악사물과 가야금, 록비트와 랩 등을 분방하게 뒤섞은 독특한 곡이다. 테크노에 국악기를 가미한 '국악테크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해금과 독일 재즈의 절묘한 어울림이 있었던 '살타첼로'의 내한공연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비발디, 바흐에서 대중음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야금으로 연주하는 가야금앙상블 '사계'의 활동이 단연 국악연주계의 중심에 있었던 한해이다. 창단한 지 1년 남짓한 이들이 일으키는 바람은 가히 태풍급이다. 레퍼토리 선정에서 무대의상에 이르기까지 기존 국악전통의 관습에서 벗어난 참신함이 돋보이는데, 이들은 음악과 의상의 컨셉면에서 이 시대의 흐름을 잘 잡아내고 있었다. 서울대 음대 국악과 대학원 선후배 사이인 고지연, 조수현, 송정민, 강효진 등이 이 단체의 멤버다. 전통의 12현 가야금 외에 17, 21, 22, 25현 짜리 개량가야금에서부터, 특별제작했다는 저음 22현 가야금까지 수시로 바꿔들고 2000년 한해만도 30회가 넘는 크고 작은 연주를 했다. 팀 이름과 동음이의어인 비발디의 <사계>를 '여름'만 빼고 연주했고, 바흐의 <토카타 & 푸가D>, 피아졸라의 <망각(Oblivion)>, 김순남의 <자장가> 등 20곡 정도가 고정 레퍼토리로 자리를 잡았다. 7월에는 니만패션쇼, 부천국제영화제, 판아트홀에서 공연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 냈다. '사계'는 인터넷 홈페이지(www.sagye.com)도 개설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국악계에도 많은 단체와 개인의 인터넷 홈페이지 개설이 있었다.
2000년에 정통국악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개성 있는 실험을 하고 있는 단체로 또한 '공명(共鳴)'을 꼽을 수 있다. '공명'이란 이름이 제법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9년부터였다. 그후로 가장 바쁜 국악인이 된 '공명'은 2000년도 역시 무척 바쁜 한해를 보냈다. 최윤상, 박승원, 송경근, 조민수 등 추계예대 선후배가 만든 타악그룹 '공명'은 국악과 관련된 행사는 물론 펑키·테크노 등 인디밴드들과의 크로스오버 무대를 비롯해 이제는 춤판, 영화판, 뮤지컬 판에서까지 그들을 찾았다. 얼마 전에는 영화 <반칙왕> 음악도 함께 제작했었다. 공명을 찾는 이들이 많은 것은 타악이 중심이되 사물(四物) 이외의 다양한 악기들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필요한 악기를 직접 만들어 그들의 창작 곡을 연주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타악그룹 '공명'은 사물만을 고집하지 않고 두드려서 소리가 좋은 모든 악기를 폭넓게 활용하여 국악의 영역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3월에는 KBS특별공연 <봄-꿈꾸는 노래>에 출연했고, 5월에는 연극 <레이디 맥베드>에 배우 겸 연주자로 등장했었다.
'현대음악앙상블'의 <깜짝음악회>는 2000년 국악계에 '직관음악'이라는 장르를 소개했다. 알 수 없는 기호가 잔뜩 써 있는 악보를 연주한다든지, 오선지나 음표 없이 글자만 나열된 악보를 선율로 옮기는 '직관음악', '현대음악앙상블'의 4인방은 1월 26일 서울 부암동 부암아트홀에서 이 신기한 연주를 선보였다. 청중은 물론 기획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깜짝음악회'를 연출한 것이다.
점들로만 표시된 얼 브라운의 <폴리오>와 한국 시나위의 즉흥성을 선보인 김용진의 <공>, 주어진 글귀에 따라 즉흥으로 연주하는 슈톡하우젠의 <일곱날로부터>, 그리고 김정길의 <추초문>이 이들이 연주한 곡이다.
이들의 공연은 전주 우진문화공간과 익산의 솜리 문화예술화관에서도 있었다. '재미있는 현대음악-직관의 음악' 공연에서는 슈톡하우젠의 <일곱날로부터>, 레오 브라우어의 <칸티쿰>, 김선경의 <사각형을 위한 극>, 윤상열의 <가을의 순결>, 이윤경의 <진동>, 김승근의 <樂 Ⅱ> 등의 레퍼토리로 하나같이 리허설이 불필요한 음악들이다.
시나위의 연주방식과 일맥상통하는 이들 음악은 불규칙한 박자, 평균율이 아닌 미묘한 음정사용 등 국악적 요소와 현대음악의 속성을 멋진 조화로 이루어내 국악연주계의 또다른 흐름을 만들어냈다.
5월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있었던 이지영의 가야금독주회에서는 칸노 요시히로 작곡의 <별빛 숲>, 타카하시 유지의 <다리를 건너는 동안> 등 일본의 현대가야금곡 두 작품이 발표됐다. 일본작곡가의 작품을 가야금으로 한국음악계에 소개했다고 한 것과 일본 가야금 고토의 연주기교를 한국의 가야금으로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측면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미술관 혹은 국악전문 공연장이 아닌 곳에서의 현대 국악시리즈는 변화하는 국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은일의 해금 플러스' 연주회가 5월,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있었다. 이 음악회는 관객과 연주자의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6월,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 거문고 연주자 허윤정의 <감(感)> 연주회는 전통적인 현장성과 즉흥성을 새로운 현대적 미감으로 계승함으로써 창작국악이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보고자 노력한 즉흥음악 연주로 기록된다.
Ⅴ. 주제가 있는 국악공연
국악계의 기획공연들이 전년도에 비해 많이 달라진 한해였다. 주제가 있는 국악공연이라는 것은 비슷하지만 예쁘게 포장하고 마케팅하는 개념이 생겼다는 차원에서 달라진 모습이 확연했다. 대중에게 가깝게 가려는 노력 또한 많았던 한해이다. 전통이라면 늘 버거운 것으로 여기는 관객들의 입맛을 공연기획으로 조금씩 바꿔놓았다. 한국인들 마음의 정서를 잘 읽어내도록 국악 공연을 몇 개의 참신한 단어로 이름 붙이는 것이 유행한 한해이기도 했다.
국악을 고품격의 공연형태로 포장하고 마케팅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인식된 여러 단체의 몸짓이 있었다. 다양한 각도에서 국악을 재조명하고 설치미술, 무용, 그림, 시… 소리가 있는 풍경으로 만들어 국악을 총체적인 공연으로 기획하는 현상이 2000년 주제가 있는 국악공연의 흐름이다.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은 2000년 한해 동안 {임산부를 위한 태교음악회}, {청소년을 위한 통일 음악회}, {영상음악 콘서트} 등 관객의 대상을 확실히 선정하고 그들을 위한 음악회의 컨셉을 정한 계산된 음악회를 개최했다. 9월 세종문화회관 소극장에 있었던 서울시 국악관현악단 제239회 정기연주회 {영상음악 콘서트-<타이타닉>에서 <해피엔드>까지}는 영화를 통해서, 드라마를 통해서, 또는 광고를 통해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선율이 우리 악기의 앙상블로 새롭게 거듭난 무대였다. <굿모닝 베트남> 주제가 <What a Wonderful World>, <모베터블르스> 주제곡, '쉬리'의 러브테마 <When I dream>, <해피엔드> 메인테마, <타이타닉> 주제곡 <My heart will go on> 등 영화음악이 영상과 함께 꿈처럼 펼쳐지는 환상적인 음악회였다.
2000년 국립국악원의 기획공연 또한 확 달라졌다. '사랑받고 다시 찾아오고 싶은 국악원'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었는데, 이런 의도는 공연의 제목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설날공연은 <미르해의 새 울림>, 어린이날 공연은 <춤과 노래로 그리는 우리 이야기>, 6월의 열린마당축제는 <둥지찾기, 둥지짓기-되새김과 빛 알을 위하여>이고, <은빛 별강, 견우별의 사랑노래>가 칠석맞이 공연의 제목으로, <깊은 샘-옛 마음에 대한 은유>는 미래축제의 제목으로 지어졌다. 그리고 송년음악회는 <사람사이 사랑사이>였다. 이런 제목은 친근하면서도 요리조리 말의 맛을 낼 수 있는 것들이다.
Ⅵ. 화제의 연주회 ㅡ 개인발표회 및 단체연주회
명인들의 연주나 화제의 연주회를 정리해 보았다. 개인의 음악인생을 정리하는 음악회로 시작되었지만 국악사의 한 획을 긋는 중요한 결과를 얻은 무대도 있었고, 전통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음악회도 있었다. 또한 국악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음악회도 있었다.
중견 대금연주자 황규일(국립국악원 지도위원)의 <황규일-3일간의 아름다운 대금이야기>(부제 '젓대의 소리여정-대숲으로 가는 꿈') 공연은 2000년 국악계의 기념비적 개인연주회로 기억될 만하다.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9월 4일부터 정악, 5일 산조(서용석류), 6일까지 3일간 마련된 이 연주회는 한 사람이 정악, 민속악, 창작곡을 사흘 동안 연주한 것으로 전례 없는 기록적인 연주회였다. 황규일은 생애 첫 개인발표회를 남다르게 해보자는 의욕에서, 1년간 나눠하기도 벅찰 것을 한꺼번에 해치우는 용맹을 발휘했다.
첫날은 <상령산>을 비롯해 대금독주곡의 백미로 손꼽히는 <청성곡>, 궁중정재(宮中呈才)의 반주음악인 <향당교주(鄕唐交奏)>, <천년만세>등을 연주했다. 장구반주와 세피리, 해금, 가야금, 거문고 등이 함께 연주되었다.
둘째날인 5일엔 50여 분 길이의 서용석류 대금산조 전바탕을 처음으로 완주했다. 그동안 짧게 줄여서는 자주 연주됐지만, 전바탕의 연주는 가락을 짠 서용석 자신도 못해본 것으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창작음악 초연무대로 꾸며진 마지막날 연주는 이상규의 <비공(飛孔)>, 박일훈의 <죽우(竹宙)>, 김용진의 <영상> 등 대금독주곡과 함께 대금· 징·노래를 위한 <큰-나무의 이야기, 둘> (이성천 작곡), 대금·장구·징을 위한 <풍류> (이준호 작곡), 대금과 가야금·장구를 위한 <앵두와 살구 이야기> (이병욱 작곡) 등 모두 6곡을 첫 무대에 올렸다. 기존의 익숙한 음악으로 구성하지 않고 모두 초연되는 음악으로 꾸며지는 초연무대는 한편으로 새로운 악보를 더듬어 자신의 음악으로 소화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초연자에게 새로운 음악을 자신의 레퍼토리로 남길 수 있는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많은 연주자들이 욕심을 내는 것이다. 이날 공연은 황규일 선생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황규일-3일간의 아름다운 대금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생애 첫 개인발표회를 아주 특별하게 성공적으로 치룬 황규일 선생은 이 공연으로 {2000년 KBS국악대상} 연주관악상이라는 영광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2000년은 황규일 선생에게 잊지 못할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음악발전연구원이 4월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개최한 연주회 <독, 찬 소리>는 항아리의 빈 공간이 공명통 구실을 할 수 있도록 꾸민 이색 국악무대였다. 이 공연은 전통생활용품인 독을 음향장치로 삼아 독특한 효과를 시도하였다. 이번 공연은 연구원의 개량현악기 소리를 선보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이날, 모두 5곡을 연주하였다. 김일로의 시에서 모티브를 얻은 현악합주곡 <갈대꽃>(황의종 곡), 서양 현악합주곡으로도 가능하게 만든 <트리오>(옥길성 곡), 실내악곡인 <운무>(김영재 곡) 등의 초연곡이었는데 프로그램 총 5곡 중 4곡이 초연작으로 구성되었다. <독, 찬 소리>라는 제목도 좋았고, 특히 현악기의 공명을 돕기 위해 무대에 배치된 수많은 항아리의 음향효과도 만족스러웠다. 마이크의 사용 없이도 현악기의 소리가 객석에 무리 없이 전달된 성공적인 연주회였다.
12월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는 대금연주자 박환영(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수석)의 대금음악 연주회가 있었다. 자신의 증조부이기도 한 전남 진도 태생의 전설적인 대금명인 박종기(1879-1941)의 예술세계를 옛 음반에 담긴 원전 그대로 재현해낸 의미 있는 연주회였다. 박종기는 현재 연주되는 대금산조의 틀을 확립시킨 불세출의 예인이다. 이번 공연은 박종기의 유음 중에서 사설시조 <팔만대장경>과 <농부가>, <진도아리랑> 등의 민요를 대금으로 반주한 가락과 가야금과 대금의 이중주로 연주한 <봉장취>, 그리고 박종기 예술의 금자탑인 <대금산조> 등 유성기판('콜럼비아' '오케레코드' '일축조선소리판')에 남겨진 옛 음악들을 그대로 복원한 연주회이다. 이날 연주에서 박환영은 박종기음악의 핵심이라 할 무궁무진한 대금연주의 테크닉과 최고의 경지에 이른 예술성을 힘들이지 않고 재현함으로써 박종기가 거장이었음을 증명했다. 박종기의 대금산조는 현재의 대금산조에 비하여 청의 변화가 적게 나타나며, 계면조보다 우조가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1929년 이후 박종기는 대금산조 이외에도 봉장취, 창극반주, 민요반주, 시조반주 등 많은 장르에 걸쳐 많은 유성기 음반을 취입했다. 그중 박종기가 강태홍과 함께 연주한 <봉장취>는 초기 산조 형식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이날은 실로 반세기만에 박환영의 대금과 김일륜의 가야금 연주로 복원 연주되었다.
유성기판에 남긴 대금산조 창시자의 원전을 그대로 박환영이 복원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지만, 옛 명인의 직계 증손자인 박환영에 의해 산조의 원전이 직접 복원되고 연주되었다는 것은 국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11월 LG아트센터에서 있었던 '슬기둥' 창단 15주년 기념공연은 창단멤버와 2기멤버 전원이 함께 만든 무대로 타악그룹 '푸리', 프리뮤직 트리오 '상상', 타악그룹 '공명'이 특별출연했다. 지난 1985년 국악의 대중화를 목표로 활동을 시작한지 15주년을 맞이하여 제1기, 제2기의 모든 멤버가 한자리에 모여 '슬기둥'의 대표적 레퍼토리를 연주함으로써 슬기둥의 역사를 돌아본 연주회였다.
그밖에도 세인들의 관심을 받았던 많은 공연이 있었다. 9월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있었던 금율악회 10주년 연주회와, 12월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과 전라북도예술회관에서 각각 개최된 {한·일 파트너십 무형문화재 대향연}은 일본음악과 한국음악이 한 무대에서 만난 연주회였다. 또한 올해로 성년을 맞은 {대한민국국악제}는 문화기획자 강준혁씨를 예술감독으로 영입하여 새로운 공연 형태를 보여주었다. 최종실의 사물놀이공연 <타>가 12월 문예회관대극장에서 있었고, 이광수의 <하늘여는 소리> 공연이, 4월 연강홀에서, 가야금 연주자 최진의 봄 이야기가 4월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이성천 곡 <독주곡 23번, 5월의 노래>, <독주곡 18번, 두음을 위한 5현금>을 연주했다. KBS국악관현악단 제121회 정기연주회가 10월 KBS홀에서 열렸다. 여기서는 안국민의 가야금 모음곡 <심청>(양승희 협연, 국내 초연), 이해식의 <피아노와 국악관현악을 위한 춤 두레>(피아노 서재희)의 공연이 있었다. 김정림 해금독주회가 4월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김영재 <조명곡>, 이준호 <서해에서 보는 일출> 등의 내용으로, 임재원 대금독주회가 4월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한주환류 대금산조의 연주로 개최되었다.
Ⅶ. 창단공연
보존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어려운 분야가 바로 전통음악이다.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적극적으로 보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무형문화재 중 어떤 종목은 계승할만한 후계자가 마땅히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전통음악 분야는 새로 생기는 것보다 없어지는 것이 훨씬 많다. 예전에는 마을마다 있었던 풍물놀이팀도 그렇고, 민간풍류도 그렇다.
이 시점에서 2000년 한해 동안 창단된 국악연주단체를 정리하면서 앞으로 우리음악의 미래를 점쳐보기로 하자.
12월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국내 최초로 컨템포러리 월드뮤직 앙상블 '오리엔탈리카'의 창단연주회가 있었다. 이들은 전통악기를 비롯하여 서양악기, 중국, 인도, 중동, 아프리카, 호주 등 세계 각국의 다양한 악기를 연주했다. 무대는 색다른 악기세팅과 새로운 음색을 선보였다. 월드뮤직 앙상블 '오리엔탈리카'의 창단은 우리음악을 중심으로 세계의 음악을 모아 새로운 음악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세계적인 음악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단체의 창단공연이 갖는 의미는 세계 속에서 전통을 지키는 것 외에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흡수한 퓨전음악으로서의 한국음악이다.
해금(강은일), 거문고(허윤정), 철현금(유경아)의 프리뮤직트리오 '상상'의 창단은 국악계에 프리뮤직이라는 음악장르를 소개했다. 이들은 5월 대학로 딸기소극장, 7월 판아트홀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11월 국민대학에서 있었던 유네스코 페스티벌, LG아트센터의 새천년기념음악회, 국악닷컴(www.kukak. com) 1주년 기념음악회 등 2000년에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그밖에도 초등학생들로 구성된 국악관현악단 '해울소리'와 장애인 사물놀이패 '곰두리'(가칭), 가야금명인 김죽파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금우악회' 등이 새롭게 창단되었고, '한국대금음악연구회(회장 이철주)'와 해금연주자들의 모임인 '수요회'가 창단공연을 개최했다.
Ⅷ. 청소년대상 공연
국악계에서 청소년관객의 비중이 커지면서 청소년을 겨냥한 많은 연주회가 기획되었다. 청소년을 위한 공연은 여름과 겨울 방학기간에 집중되었는데 이는 현장학습, 체험학습의 활동으로 연주회장을 찾는 청소년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00년 청소년을 위한 중요 연주활동으로 다음의 몇 가지를 열거한다.
국립국악원은 2000년 첫 공연으로 <새천년 새즈믄이를 위한 우리음악회>를 1월 예악당에서 개최했다. 휴가여행지에서 만나는 예술공연이 국립민속국악원 주최로 8월 지리산 달궁 계곡에서, 한국종합예술학교의 순회공연팀의 <찾아가는 문화행사-휴양지공연>이 변산해수욕장에서 마련되었다. 국립민속국악원의 청소년을 위한 또다른 연주회가 7월 남원과 전주에서 있었다.
KBS국악관현악단은 1월, 이호연, 김용우의 소리, 이준호의 소금연주, 가야금앙상블 '사계'와 정수년이 연주하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곡 <망각(Oblivion)> 등의 음악으로, 3월에는 채치성의 지휘로 박범훈의 <신모듬> 등 타악연주로, 4월에는 제주에서 물질하는 김태매 할머니가 들려주는 자장가와 해녀소리, 풀피리(박찬범)와 장구(김혜진)가 어울리는 <설장구와 풀피리> 등의 음악을 원일 지휘, 김용우의 해설로, 그리고 8월에는 서울풍물단, 타악그룹 '푸리'를 초청한 청소년음악회가 이준호의 지휘로 공연되었는데 특히 이준호 편곡의 <라 밤바>의 연주가 눈길을 끌었다.
그밖에도 청소년과 네티즌을 위한 <문화21 콘서트>가 5월 에이엠투엔터테인먼트 주최로 영산아트홀에서 있었는데, 심상남의 <대금산조>, 백인영의 <즉흥2000>, 김국진의 <피아노산조>가 연주됐다.
Ⅸ. 해외공연
국악기악분야 해외연주활동으로는 김덕수 '한울림전통연희단'의 파리공연, 시나위전문연주단 '씻김'의 미국 시카고 월드뮤직페스티벌2000 초청공연과 국립국악원의 일본, 러시아, 중동지역 등의 해외공연등이 있었다. 일본공연에서는 <종묘제례악(宗廟祭禮樂)>전곡을 장엄하게 선보였고, 국악인들의 공연 기회가 적었던 나라 러시아와 중동지역의 공연 등은 해외공연의 새로운 장을 열어준 연주회로 평가되고 있다.
3월, 김덕수가 이끄는 '한울림전통연희단'이 <풀이와 놀이(Puri & Nori)>라는 제목의 프랑스 파리공연을 가졌다. 파리 태양극단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이 공연은 태양극단이 제작홍보를 맡고, 입장수입과 실황비디오 및 음반의 저작권을 한국 측에 주는 조건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시나위전문합주단 '씻김'이 미국 시카고 월드뮤직페스티벌 2000 초청공연에 참가 9월 29, 30일과 10월 1일 등 모두 3차례의 공연을 했다. <대풍류>, <흥타령>, <육자백이>, <제비노정기>, <상령산>, <시나위와 살풀이 춤>, <사물과 태평소> 등을 공연했다.
또한 6백년 조선왕조의 역사를 간직한 <종묘제례악> 전곡이 처음으로 해외무대에 올랐다. 4월 일본 도쿄 유라쿠조 아사히홀(6백38석)에서 국립국악원이 <영혼의 소리>라는 제목으로 종묘제례악을 공연하었다.
9월 한국 전통음악과 전통춤이 세계적 공연예술의 메카로 통하는 모스크바 볼쇼이극장 무대에 처음으로 올랐으며, 10월 23일부터 11월 16일까지 25일간 국립국악원은 이슬람권 첫 공연을 다녀왔다. 문화적 종교적 갈등으로 중동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이슬람지역 순회공연은 총 33명의 단원이 참가하여 해외공연으로는 비교적 큰 규모의 공연단으로 구성되었다. 여기서는 <수제천>을 비롯해 <한량무>, <가야금 독주>, <천년만세>, <살풀이>, <판굿> 등 한국음악의 다양한 모습이 공연내용으로 무대에 올려졌다.
그밖에도 우리나라 생활음악 '다악(茶樂)'이 호주의 {혼·불·흙 : 조선왕조 명품전} 폐막행사에 초청받아 8월 19일-20일 양일동안 퀸즈랜드 아트갤러리 등지에서 공연되었다. 김영동 곡 <일지암>, 박일훈 곡 <초일향>, 이건용 곡 <잎, 물, 빛> 등 춤, 극, 설치미술의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일종의 크로스오버 공연이었다.
Ⅹ. 맺음말
2000년 국악 기악분야의 주요 연주활동을 산조음악, 정악, 실험적인 음악, 주제가 있는 국악공연, 화제의 연주회, 창단공연, 청소년공연, 해외공연으로 나누어 정리해 보았다. 국악 연주부문에서는 개인이나 단체에서 각각 주목할만한 연주회를 마련한 한해였다.
산조음악과 관련해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개인발표회 무대에서 산조연주를 만날 수 있었다. 국악인들이 무대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여 연주하고 싶어하는 레퍼토리도 바로 산조음악이다. 산조공연 중에서는 국내최초로 가야금산조 여섯 유파를 완주한 이재숙 교수의 성과가 학계의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고, '산조의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접근을 위한' 전주의 {산조페스티벌}에서는 기존의 국악기뿐만 아니라 피아노, 기타, 첼로, 바이올린 등도 산조라는 전통 음악양식을 어색함 없이 연주했는데, 산조를 세계화하는 작업에 발판을 마련한 행사로 기록된다.
정악연주회는 국립국악원과 '정농악회', 그리고 몇몇 연주자의 개인발표회장에서 간헐적으로 연주되었다. 상대적으로 침체됐던 한해로 평가된다.
전통적인 어법과 현대 실험적인 어법이 만난 새로운 형태의 연주 등 장르파괴의 음악회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았던 한해이다. 가야금앙상블 '사계'와 타악그룹 '공명', 프리뮤직트리오 '상상', '현대음악앙상블' 등을 중심으로 파격적인 연주형태를 통해 전통적인 매너리즘에서 벗어나보고자 한 노력이 두드러진 점이 2000년 국악계의 특징적인 흐름을 주도했다. 그들은 판아트 홀의 현대국악마당시리즈, 미술관 음악회, 연극무대, 패션쇼 무대 등에서 실험적인 국악무대를 연출했다. 월드뮤직 앙상블 '오리엔탈리카'의 창단 또한 이런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음악을 중심으로 세계의 음악을 모아 새로운 음악을 만들겠다는 시도는 세계적인 음악의 흐름을 정확히 읽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단체의 창단공연이 갖는 의미는 세계 속에서 전통을 지키는 것 외에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흡수한 퓨전음악으로서의 한국음악이다. 이런 음악경향은 한국음악의 새로운 경향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음악의 특수성과 세계음악의 보편성이 함께 공존하는 우리만의 한국음악이 아니라 세계 속의 우리음악으로 거듭나기 위한 변화의 모습이다.
젊은 국악 매니아를 수용하기 위한 총체적인 형태의 국악연주회 또한 2000년 국악계의 새로운 흐름이다. 설치미술, 대형 스크린의 영상, 마임 등 연주의 이미지를 절묘하게 조화한 복합적인 공연형태의 연주회가 많았다. 이들은 주제가 있는 국악공연을 기획하여, 친근하면서 요리조리 말 맛을 낼 수 있는 산뜻하고 화려한 제목으로 각 공연을 정성스레 포장하였다. 이처럼 마케팅전략이 본격적으로 국악연주에 도입된 한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