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해외파다. 한국이 아닌 곳에서 8년이나 살았다. 그래서 남들보다 영어를 잘한다는 말을 종종 듣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한국어 발음이 이상하거나 의사소통에, 혹은 토론에 어려움을 겪지 않는 “한국 사람”이다. 그러나 통대에 들어온 다음에 나는 좌절했다. 내가 한국어를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말 말이 안 나온다. 그리고 나와도 너무 어색하게 나온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우선 앞서 말한 국어공부 방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겠다. 조간신문을 읽어라. 그러나 내용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세상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야 하니까…) 문장을 분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문장 호응을 특히 눈여겨 보면(예를 들어 “주식을 상장한다”는 set phrase다) 통역을 할 때나 번역을 할 때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신문에 들어 있는 정보량은 엄청나다. 그렇기 때문에 신문에 나와있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외우려고 한다면 부담스러워서 결국 신문 보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므로 앞면은 꼭 정독하고 나머지 부분은 선별해서(중요하다고 생각되거나 최근 이슈라고 생각되어지는 것을 중심으로) 읽어야지 꾸준히 할 수 있다. 주간지를 사서 읽어라. 매일경제나 Dot 21 같은 잡지는 경제 지식, IT에 대한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좋은 한국어 표현들, 그리고 뉴스용 표현들이 많이 나오므로 formal한 한국어 표현을 익히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국어사전을 활용하라. ‘내가 무슨 국어사전’ 하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신문을 읽으면서 의외로 모르는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 항상 휴대하고(영어사전만 다니지 말고…)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고 영어 단어장을 만들어서 공부하듯이 국어 단어장도 만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말에 대해 설명하고 올바른 쓰임, 잘못된 쓰임 등등을 설명하는 책도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런 책을 보면 한국어와 영어의 복수체계가 다르다는 것(예를 들어 “countries”를 “국가들”로 번역하지 않고 “여러 국가”로 번역해야 하는 것처럼…) 등을 알 수 있다.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며 꾸준히 공부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말하기 능력을 향상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우선 새도윙을 해야 한다. 9시 뉴스나 아침 뉴스 상관없이 하나를 골라 꾸준히 새도윙하면 말의 속도도 조절되고(너무 느린 사람은 빨라지고, 빠른 사람은 적당해지고) 톤이나 어투도 배울 수 있다. 난 MBC Newsdesk 애청자이다. 그 이유는 김주하 아나운서의 진행이 너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목소리나 말투에서 고상함과 지성미가 넘쳐 흐른다. 나처럼 뉴스를 고를 때 마음에 드는 면을 보고 고르면 더 열심히 시청하게 된다.^^ 큰 소리로 잡지나 신문을 읽어라. 또박또박 읽고 속도도 적당하게(약간 빠른 듯) 읽으면서 연습해야 한다. 우리가 물론 아나운서가 되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역사가 말투가 거슬리거나 목소리 톤이 너무 높으면 청중들이 괴로워한다. 그리고 청중들이 괴로워하면 누구도 그 통역사를 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므로 performance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voice projection, clarity, tone 등을 염두에 두고 소리내어 읽으면 말하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들어보면 더 정확히 자신의 말하기 문제에 대해서 알게 된다. 스터디를 하라. 많은 통대 준비생들은 이미 알고 있고 스터디를 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설명하겠다. 스터디는 2-3명의 통대 준비생들이 모여서 함께 공부하는 것이다. 자료를 분석하고 자료를 공유하며 단어를 함께 공부하는 일반 영어 스터디가 아니라 “통역”을 연습하는 것이다. 여러 방법이 있지만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뒤집기이다. 뒤집기란 한영과를 준비하는 경우에 영자 신문(혹은 잡지) 10줄 정도를 한 사람이 한국말로 번역을 해주면 다른 사람이 그 한국말을 영어로 “뒤집는” 것이다. 이러면 영어 text가 있기 때문에 표현도 익힐 수 있고 잘못 통역된 부분을 교정할 수도 있다. 영어를 그대로 읽어서 한국어로 통역하는 것도 해외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통역은 한국어와 제 2 언어(내 경우엔 영어)의 발란스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 2가지 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또한 스터디를 할 때 자신이 통역한 부분을 녹음해서 들어봐라. 그러면 자신의 습관, 그리고 잘못된 표현들이 더 선명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물증”이 있는 경우에는 도저히 빠져나갈 방법이 없기 때문에 잘못을 고칠 수밖에 없다. 마이크가 바깥에 달린 어학용 테이프를 하나 구매하는 것이 어떨는지…
스터디에 관한 나의 생각
통대 입시 학원을 다니는 사람들은 이미 스터디라는 단어에 친숙할 것이다. 스터디란 2-3명이 짝을 이뤄 함께 통역 연습을 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연사가 되어서 자료를 읽으면(약 신문 10줄~25줄) 상대방이 통역을 하는 것이다. 이 때 연사는 자료를 읽어주는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통역사의 performance에 대해 critique를 하게 된다. 어떤 부분이 잘못 통역 되었고, 의미가 잘못 전달 되었는지, 또 flow가 좋았는지, voice projection은 좋았는지 등등을 지적하고 교정해주는 것이다. 또한 잘못된 표현은 올바른 표현으로 고쳐주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것도 critique를 하는 사람의 몫이다. 스터디는 매일하는 것이 중요하고 약 2시간 정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너무 짧으면 남는 게 없고 너무 길면 능률이 떨어진다.
스터디 인원은 2명 혹은 3명이 좋다. 3명 이상은 시간을 맞추기도 어렵고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2명이 더 좋은가 아니면 3명이 더 좋은가. - Critique를 제대로 하려면 스터디 그룹이 3명인 게 좋다. 그 이유는 교정 해 줄 사람이 많을수록 더 좋은 통역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유연하게 스터디 방식을 조정하는 것도 힘들다. - 2명은 유연하게 스터디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시간 맞추기도 쉽고 스터디 방식을 바꾸기도 매우 수월하다. 그러나 한 사람만 critique를 하기 때문에 좋은 표현이 잘 안 나올 수 도 있다. 그리고 상대방의 critique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2명이 스터디를 할 경우 한 사람은 영어에 강한 사람, 다른 사람은 한국어에 강한 사람으로 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경우에는 critique를 받아도 상대방의 실력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감정 싸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 그룹 스터디를 하는 경우에는 일주일에 1번 정도 모이고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모여야 한다. 예를 들어 경제일반에 대해 스터디 한다든지, 주제를 정해서 준비하는 방식을 취하든지 등등… 많은 사람이 모이면 마음이 나태해질 수도 있고 자주 빠질 수도 있기 때문에 분명한 theme을 갖는 게 중요하다.
스터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나는 통대 입시 준비를 위해 앞에서 설명했던 뒤집기(영한으로 영자신문 연사가 통역하고 한영으로 통역사가 통역하는 방법)와 영어 주간지 sight translation을 했다. 뒤집기는 대부분 Korea Herald를 가지고 했고 Opinion란의 native가 쓴 논설문을 가지고 했다. 물론 사회면, 경제면, 국제면의 기사도 다뤘다. 요즘에 중앙일보와 제휴한 International Herald Tribune도 권하고 싶다. 값이 좀 비싸고 국내 소식이 좀 빈약하지만 Tribune지의 글들이 많이 들어있어 알차다. Sight translation 공부는 Time지와 Economist를 가지고 주로 했다. Time지는 흥미롭고 재밌게 구성이 되어 있어서 즐겁게 sight를 했고 Economist지는 좋은 표현(숙어들이 많이 나온다)들을 익힐 수 있어 유익했다. 물론 다른 잡지도 좋다. Newsweek나 Businessweek, Fortune, Forbes등등 모두 좋다. 내가 구체적인 잡지 이름이나 책이름을 밝히는 이유는 그 책들이 제일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I happened to use those for my preparation to the GSIT. 내가 통대를 준비할 때 모호하게 잡지를 봐라, 책을 봐라 하는 글들을 보고 방향을 잘 잡지 못했던 것을 회상하며 좀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나 절대로 나의 방법, 또 내가 교재로 삼았던 책들이 제일 좋다는 것은 아니다…
스터디를 하면서 난감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스터디 파트너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이다. 물론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결혼할 것도 아닌데 파트너와 맞지 않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통대공부는 스트레스가 많이 싸이는 공부다. 고도의 집중력과 예민함이 필요하기 때문에 마음이 맞지 않는 스터디 파트너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서로 방법상의 합의를 볼 수 없거나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이런 문제가 생길 때는 과감하게 파트너를 바꿔야 한다. 한번 파트너는 영원한 파트너 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년에 2~3번은 파트너를 바꾼다. 괜히 감정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바꾸지 말고 아니다 싶을 때 빨리 말해서 더 잘 맞는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내 경우에는 성격도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칭찬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critique를 너무 호전적으로 하는 사람이랑은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파트너를 바꾼 적이 있다. 파트너를 바꾼다고 그 사람과의 인간적인 관계까지 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너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말고 과감하게 실행하라! 결국 다 대학원 합격하려고 하는 것인데 불필요한 감정 소모는 피하는 게 좋다. 이번 글은 고등학생 대인관계 상담해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로 고민하기 때문에 간략하게 나의 생각을 정리해봤다.
첫댓글 상세하게 써 주셔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